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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부산지법 2001. 8. 28. 선고 2001노696 판결 : 확정

[업무상과실치상][하집2001-2,631]

판시사항

유아원(어린이집) 원장실에서 원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가스난로를 유아원 교사가 임의로 원생들의 교실에 비치·사용하다가 원생이 부주의로 화상을 입은 경우, 원장에게 업무상과실치상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유아원 원장에게 원생의 사고발생에 대한 형사상 과실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가 영·유아보육책임자로서 이 사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또한 그 과실이 이 사고발생의 직접 원인이 되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유아원 원장과 동종의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에는 사고 당시의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시설기준, 보육환경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영·유아보육책임자의 책임 및 보호자적 지위만을 강조한 나머지 과다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는 없는바, 관련 법령에 비추어 볼 때 원장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장으로서는 교사가 임의로 가스난로를 옮겨 사용할 것이라는 것까지 예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장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사상구 A 소재 어린이집 원장인바, 2000. 2. 12. 12:00경 위 어린이집 유희실에서, 보육교사인 원심공동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자(여, 5세) 등 원생 6명을 보육하도록 함에 있어, 어린이집 내에서는 가스난로 등 위험물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어린이집 내의 긴급사태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점검 및 훈련을 실시할 의무가 있으며, 원생들을 보육함에 있어서는 보육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하여 보육교사 중 1인이 개인용무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다른 보육교사가 원생들을 돌보도록 하여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어린이집 내에서 아무런 시정장치나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위 이동식가스난로를 사용하고, 화재 등 긴급사태에 대비한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공동피고인 등 보육교사에게 긴급사태에 대비한 어떠한 훈련도 시키지 아니하며, 피해자를 보육할 보육교사로 원심공동피고인 1인만을 배치하여 만연히 원심공동피고인만으로 원생 6명을 보육하도록 한 과실로, 원심공동피고인이 피해자 등 원생들을 상대로 가스난로를 사용하다가 자리를 비워 그로 인해 피해자로 하여금 안면부, 전경부, 흉부, 복부 등 전신 피부의 35% 면적에 8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심도의 3도 화상을 입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및 피고인의 항소이유

원심은 검사 제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은 영·유아 보육책임자로서 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를 게을리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원생들이 이용하지 않는 원장실에서만 이 사건 가스난로를 사용하여 왔고, 매년 안전사고예방훈련을 받아 왔으며, 원심공동피고인이 관리하는 원생의 수는 6명에 불과하여 영·유아 보육책임자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자신에게는 형사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인정 사실

기록을 종합하여 보면,

(1)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발생 당시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부산 사상구 A 소재 상가 8호에서 총 73평에 사무실 1개, 교실 3개, 놀이터 1개, 주방 1개의 시설을 갖추고, 원심공동피고인 등 보육교사 4명, 도우미선생 2명을 고용하여 원생 60여 명을 보육하고 있었다.(수사기록 109쪽)

(2)원심공동피고인은 1997. 11. 26.경 대한적십자사에서 실시한 응급처치표준화과정을 수료하고, 1999. 2. 19.경 B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여 유치원 2급 정교사자격을 갖춘 다음 1999. 10.경 위 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취직하였다(수사기록 44쪽).

(3)위 어린이집은 난방보일러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동절기 난방을 위하여 원생들이 자는 방 일부에만 온돌 판넬을 깔고, 원생들이 이용하는 교실에는 팬히터를 사용하였으며, 피고인은 따로 원장실에 이 사건 가스난로를 비치하여 사용하였고, 교사협의회를 통하여 보육교사에게 위 난로를 원생들의 난방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시하였다(수사기록 104, 111, 156 내지 158, 180쪽).

(4)피고인은 2000. 2. 12. 11:00경부터 13:30경까지 사이에 부산 사상구 A 동사무소 2층 강당에서 7세 어린이들 웅변발표회가 있어, 피해자 등 만 5세 이상의 원생 6명을 원심공동피고인에게 위탁하면서 같은 날 12:00경 위 강당으로 원생 6명을 데리고 오라고 지시한 다음, 보육교사 3명, 원생 35명을 인솔하여 위 동사무소로 갔다.(수사기록 34, 100쪽, 도우미선생은 이 사건 사고일과 같은 토요일에는 출근하지 아니한다).

(5)원심공동피고인은 같은 날 위 어린이집 종일반 교실(꽃씨반 교실)에서 피해자(2000. 1. 7. 입소) 등 원생 6명을 돌보고 있었는데, 11:50경 때마침 팬히터의 연료가 떨어져 난방이 되지 아니하자, 석유가 주방에 비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장실에 있던 이 사건 가스난로를 원장인 피고인의 허락 없이 임의로 원생들이 있는 종일반 교실로 옮겨와서 사용하던 중, 갑자기 배가 아파 상가건물 공동화장실에 간 사이 위 가스난로 옆에 있던 피해자의 옷에 불이 나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불이 붙게된 원인 및 과정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심공동피고인은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급히 화장실에서 나와 진화한 다음 피해자를 C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였다.

(6)위 어린이집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안전사고대책계획을 수립하고 있었고, 매년 8월경에 119구급대에서 실시하는 화재사고예방훈련 및 수시로 실시되는 감독관청의 안전점검 등을 받아 왔으며, 화재사고를 대비하여 소화기 1대를 구비하고 있었다(수사기록 182쪽, 공판기록에 편철된 변호인 제출의 참고자료).

나. 판 단

(1)살피건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발생에 대한 형사상 과실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영·유아보육책임자로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또한 피고인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발생의 직접 원인이 되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피고인과 동종의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에는 사고 당시의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시설기준, 보육환경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영·유아보육책임자의 그 책임 및 보호자적 지위만을 강조한 나머지 과다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는 없다.

(2)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먼저, 보육시설 내에서는 가스난로 등 위험물의 사용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이를 게을리하여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내에 이 사건 가스난로를 사용한 과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부산광역시 사상구청은 1999. 11. 10.경 관내 보육시설책임자들에게 '동절기 난방기구 선택시 영·유아의 안전을 감안하여 선택할 것(전기장판, 전기난로, 가스 및 석유를 사용하는 난방기구의 사용금지)'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있기는 하나(수사기록 167쪽), 영유아보육법시행규칙 제7조 [별표 2]는 '냉난방설비 등의 적합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보육시설에서의 난방설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한 바 없고, 난방기구의 종류, 각 난방기구의 안전장치의 내용 및 정도, 난방기구의 기능 및 성능, 난방기구의 크기, 시설위치, 사용자 등에 따라 동일 연료를 사용하는 난방기구 사이에도 그 안전도에 현저히 차이가 있어서 단순히 가스를 연료로 하는 난로라고 하여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공문의 취지는 영·유아가 이용하는 장소에서 아이들이 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등 안전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난방기구의 사용을 금지하여 달라는 것이지 일률적으로 가스 및 석유를 사용하는 모든 난방기구의 사용을 금지하거나(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난방보일러시설도 가스 또는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또는 영·유아가 이용하지 않는 시설부분에까지 위와 같은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아니하고, 위 공문의 성격 또한 관계 법령에 기하여 법적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지도로서 보육시설책임자에 대한 협조요청에 불과하여 사상구청이 위와 같은 공문을 발송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에게 가스난로 등의 사용금지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피고인은 1989년경 적법한 보육시설인가를 받고 1996년경부터 상가 3층건물 일부를 매수하여 이를 보육시설로 사용하여 왔는데, 위 상가건물이 난방보일러시설이 되어 있지 않고, 피고인도 경제여건상 위 어린이집 내에 난방보일러시설을 갖추지 못하여, 대신에 팬히터를 원생들의 난방기구로 선택한 것은 일반적인 가스난로 등과 달리 그 인화장치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나름대로의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발생 당시 원생이 사용하는 교실에는 팬히터를 설치하고, 원생들이 이용하지 않는 원장실에는 가스난로를 비치하였던 것이 반드시 위 공문의 취지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피고인이 감독관청으로부터 매년 안전점검을 받아 오면서 이 부분에 대하여 별달리 지적받은 바도 없어 보인다.(수사기록 39, 109, 162쪽)}

결국, 피고인이 원생들이 이용하지 않는 원장실에서 이 사건 가스난로를 사용하였고, 평소 이 사건 가스난로를 원생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내 원장실에서 이 사건 가스난로를 사용한 것을 두고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어린이집 내의 긴급사태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점검 및 훈련을 실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는 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안전사고대책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안전사고예방훈련 및 안전점검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그 점에 대한 과실도 없다.

(다)원생들을 보육함에 있어서는 보육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하여 보육교사 중 1인이 개인용무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다른 보육교사가 원생들을 돌보도록 하여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영유아보육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하면, 위 시행규칙 제8조 [별표 3]에서 '보육교사는 3세 이상 영·유아 20인당 1인, 20인을 초과할 때마다 1인씩 증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원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보육시설책임자가 보육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하여 영유아를 돌볼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지의 여부는 관련 법령, 보육시설, 보육교사 등 종사자의 인원, 보육교사의 보육내용, 위탁받은 영유아의 나이, 인원 및 상태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그렇지 않다면, 보육시설책임자는 보육교사 1인으로 하여금 원생들을 관리하게 하던 중 원생에게 발생된 모든 안전사고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 위 어린이집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보육교사자격을 갖춘 원장을 포함하여 보육교사 5명, 보육교사를 보조하는 도우미선생 2명이 1993년생부터 1996년생 사이의 원생 60여 명을 보육하여 위 영유아보육법시행규칙에서 정한 종사자의 수를 초과하여 준수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35명의 원생을 웅변발표회 장소로 데리고 가게 됨에 따라 원생관리를 위하여 보육교사를 동반케 할 수밖에 없었는데, 35명의 원생을 인솔하는 데 보육교사 3명, 어린이집에 남는 원생 6명을 관리하는 데 보육교사 1명을 배치한 것은 어린이집에 소속된 보육교사 및 관리되는 원생의 나이 및 인원에 비추어 적절하다고 판단되고(보육교사를 보조하는 도우미선생은 이 사건 사고일과 같은 토요일의 경우 출근하지 아니한다), 어린이집에 남게된 원생은 5세 이상으로서 그 인원이 피해자를 포함하여 6명에 불과하고, 그 위탁시간도 1시간 남짓에 불과한 점(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원심공동피고인에게 웅변발표회가 개시되는 11:00경부터 12:00경까지 위 원생들을 관리한 다음 12:00경 위 원생들을 인솔하여 동사무소로 오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편 원심공동피고인은 유치원 2급 정교사자격이 있을 뿐 아니라 응급처치표준화과정을 수료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어린이집 외부로 나가는 35명의 원생을 관리할 보육교사의 인원을 축소하면서까지 피해자 등 원생 6명을 관리하는 데 보육교사 2명 이상을 배치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에게 그 점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3)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장에 기재된 바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는 원심공동피고인이 원장인 피고인의 지시에 반하여 허락도 없이 평소 원장실에서 피고인만 사용하던 가스난로를 원생들의 교실로 옮겨 그 난방용으로 사용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피고인으로서는 원심공동피고인이 임의로 이 사건 가스난로를 옮겨 사용할 것이라는 것까지 예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이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가사 피고인이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을 범하였다고 하여도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접 원인이 되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에게 공소장 기재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의율·처단한 원심판결에는 보육시설책임자에게 기대되는 업무상 주의의무 내지는 인과관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4. 결 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서복현(재판장) 이민수 변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