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미간행]
[1] 수사기관의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절차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채권자가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2]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산정의 일반적 참작요소 /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공무원들의 인권침해행위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위자료를 산정할 때 고려할 사항
[1] 민법 제2조 , 제179조 , 제766조 제1항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제8조 [2] 민법 제393조 , 제751조 , 제763조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제8조
[1]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공2014상, 170) [2]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원고 1 외 8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여연심 외 2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최재정 외 2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소멸시효에 관하여
가.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내로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고,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그러한 경우에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소외 1, 2, 원고 1, 7은 1980. 8. 14.경 구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에 의하여 불법 체포·구금된 후 구타, 각종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여 소외 1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자백을 한 사실, ② 이러한 자백에 기초하여 소외 1은 1980. 10. 25. 북한지역으로 탈출하여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후 다시 남한으로 잠입하고 진도군 임회면의 해안경비 상황을 북한에 보고하는 등의 간첩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국가보안법위반죄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1982. 2. 2. 서울고등법원에서 사형판결이 선고되었고, 그에 대한 상고가 1982. 5. 25.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1985. 10. 31. 소외 1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사실, ③ 원고 1은 소외 1에 대한 위 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고, 그에 따라 개시된 서울고등법원 2009재노3호 재심사건에서 위 법원은 2010. 7. 16. 소외 1의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은 불법체포·구금 및 고문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성이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고, 나머지 증거들도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명력이 부족하며, 달리 소외 1이 공소사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2011. 2. 24.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 무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④ 원고 1, 2, 3, 5, 6 등은 위 재심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인 2011. 3. 14. 서울고등법원 2011코12호 로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2011. 9. 6. 위 법원으로부터 형사보상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이 2011. 9. 27. 확정된 사실, ⑤ 원고들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인 2012. 2. 15.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11. 2. 24.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원고 1 등이 그러한 장애사유가 소멸된 재심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후 원고들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볼 것이다.
원심의 이 부분에 관한 이유 설시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배척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위자료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처럼 공무원들의 인권침해행위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그 행위의 불법성의 정도, 그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고통의 내용과 기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위자료 액수는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심법원이 가지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과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의 위자료 산정 과정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