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미간행]
[1] 국가배상책임에서 공무원의 행위가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의미 및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작용이 법령을 위반한 가해행위가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구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에서 규정하는 ‘불온도서’의 의미
[3] 국방부장관이 갑 등이 저작하거나 출판한 서적들을 포함한 총 23종의 서적들을 불온도서로 지정하여 군부대 내에 반입을 차단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안에서, 구 군인복무규율이 규정하는 불온도서에 해당하지 않는 서적들까지 일괄하여 ‘불온도서’로 지정한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한 국가작용이라고 한 사례
[1]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2]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마638 전원재판부 결정 (헌공169, 1927)
주식회사 도서출판보리 외 1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양재 담당변호사 최병모 외 4인)
대한민국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작용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법령을 위반한 가해행위가 될 수 있다 .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서적들을 불온도서로 지정하여 군부대 내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한 국방부장관 등의 이 사건 지시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원고들의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 저작물의 배포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였거나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국방부장관은 2008. 7. 22. 원고들이 저작하거나 출판한 이 사건 서적들을 포함한 총 23종의 서적들을 불온도서로 지정한 다음 각 군 참모총장 및 직할 부대장에게 군부대 내에 그 반입을 차단하라는 취지의 지시 공문을 하달하고, 육군참모총장 등은 예하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같은 내용의 지시 공문을 하달함으로써, 이 사건 지시를 한 사실, ② 국방부장관이 불온도서로 지정한 서적들 중에는 정부기관, 대표적인 학술단체, 언론기관 등으로부터 우수·추천도서로 선정되어 권장도서 목록에 포함되거나 국가예산의 지원을 통하여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양질의 도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지시의 근거가 되는 구 군인복무규율(2016. 6. 28. 대통령령 제27263호로 폐지) 제16조의2 에서 규정하는 ‘불온도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도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마638 전원재판부 결정 ).
그런데 국방부장관이 반입을 금지한 책들은 대체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치거나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책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학술단체나 언론기관에서 양서로 선정되는 등 사회 일반에서 양질의 교양도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책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방부장관이 이 사건 지시를 통해 구 군인복무규율이 규정하는 불온도서에 해당하지 않는 서적들까지 일괄하여 ‘불온도서’로 지정한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한 국가작용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서적들 중 위와 같은 의미의 불온서적에 해당하지 않는 서적이 있는지, 불온서적이라고 지정됨으로써 작가 또는 출판사로서 원고들의 외적 명예가 침해되었는지 등의 사정을 심리한 다음 이 사건 지시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함으로써 법령을 위반한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그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를 가려보았어야 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충분히 살피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