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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도5374 판결

[범인도피][공2003.4.1.(175),873]

판시사항

[1]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

[2] 수사기관에서의 참고인의 허위진술과 범인도피죄의 성립 여부(한정 소극)

[3] 도로교통법위반으로 체포된 범인이 타인의 성명을 모용한다는 정을 알면서 신원보증인으로서 신원보증서에 자신의 인적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여 제출한 경우, 범인도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151조 소정의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수단과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또한 위 죄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지만, 같은 조에 함께 규정되어 있는 은닉행위에 비견될 정도로 수사기관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 즉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그 자체로는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어떤 행위의 결과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고 도피할 수 있게 한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2] 원래 수사기관은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3] 수사절차에서 작성되는 신원보증서는 체포된 피의자 석방의 필수적인 요건이거나 어떠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피의사건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 피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신원보증인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의자의 신분, 직업, 주거 등을 보증하고 향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출석요구에 사실상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서 피의자나 신원보증인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줌으로써 수사기관이나 재판정에의 출석 또는 형 집행 등 형사사법절차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에 불과하여 보증인에게 법적으로 진실한 서류를 작성·제출할 의무가 부과된 것은 아니므로, 신원보증서를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보증인이 피의자의 인적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망한 결과 피의자를 석방하게 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만으로 범인도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안준호 외 3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피고인은 2002. 3. 7. 21:30경 이천경찰서 교통사고처리계 사무실에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등으로 현행범 체포된 공소외 1이 주상현의 인적 사항을 모용하면서 타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평소 외우고 있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및 허위의 주소 등을 신원보증서에 기재하고 공소외 1의 신원을 보증하여 같은 날 23:30경 동인이 석방되도록 함으로써 범인을 도피하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2002. 3. 7. 21:30경 공소외 1이 혈중알코올농도 0.081%의 주취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의 현행범으로 이천경찰서에 체포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이천경찰서로 가게 된 사실, 공소외 1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등으로 기소중지가 되어 있는 자로서 이를 숨기기 위하여 평소 소지하고 다니던 주상현의 운전면허증을 경찰관에게 제시하여 주상현의 행세를 하였고 이에 피의자신문조서도 주상현을 피의자로 하여 작성된 사실, 경찰관은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공소외 1을 석방하기로 하면서 피고인에게 신원보증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신원보증서의 피의자 이름란에 주상현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공소외 1이 주상현의 행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원보증인란에 피고인의 이름을 기재하고 무인을 한 후 공소외 1을 데리고 경찰서를 나온 사실, 공소외 1은 그 후 현재까지 소재불명으로 체포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였다기보다는 단지 공소외 1이 타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이를 묵비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여 범인도피죄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고, 더욱이 피의자의 가족이나 친구의 신원보증이라는 것이 현재 사안이 경미하여 어차피 석방할 피의자에 대하여 향후 수사나 재판에 출석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피의자와 가까운 사람의 연락처를 남기는 정도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그것이 석방의 필수적인 요건이라거나 어떠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신원보증행위와 공소외 1의 도피행위 간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으며, 일반인에게 범죄자를 신고할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성명 모용 사실을 반드시 밝혀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고 이를 밝혀야 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형법 제151조 소정의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수단과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또한 위 죄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지만 ( 대법원 1995. 3. 3. 선고 93도3080 판결 , 2000. 11. 24. 선고 2000도4078 판결 등 참조), 같은 조에 함께 규정되어 있는 은닉행위에 비견될 정도로 수사기관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 즉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그 자체로는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어떤 행위의 결과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고 도피할 수 있게 한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원래 수사기관은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도1596 판결 등 참조), 한편, 수사절차에서 작성되는 신원보증서는 체포된 피의자 석방의 필수적인 요건이거나 어떠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피의사건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 피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신원보증인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의자의 신분, 직업, 주거 등을 보증하고 향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출석요구에 사실상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서 피의자나 신원보증인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줌으로써 수사기관이나 재판정에의 출석 또는 형 집행 등 형사사법절차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에 불과하여 보증인에게 법적으로 진실한 서류를 작성·제출할 의무가 부과된 것은 아니므로, 신원보증서를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보증인이 피의자의 인적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망한 결과 피의자를 석방하게 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만으로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고 할 것이다.

위의 각 법리를 전제로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신원보증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공소외 1이 다른 범죄로 기소중지중이라는 점과 그가 자신의 신원이 밝혀지면 이미 기소중지중인 다른 범죄로 인하여 체포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타인으로 행세하는 것이며 체포상태에서 벗어날 경우 도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공소외 1의 도피를 도와주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곤란하게 한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공소외 1 대신 타인의 인적 사항이 기재된 신원보증서에 서명·무인하였다면 범인도피죄가 성립될 수 있겠으나, 기록에 나타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신원보증서를 작성할 당시 위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오히려 원심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안이 경미하다고 하여 이미 석방이 결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경찰관의 요구에 따라 공소외 1에 대한 신원보증서에 서명·무인하였는데, 그 때 공소외 1의 인적 사항이 허위로 기재된 사실을 알았으나 공소외 1의 기소중지 사실은 모른 채 공소외 1이 다른 이유로 자신의 인적 사항을 감추는 것으로만 생각하여 그와 같은 사실을 경찰관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그 신원보증서에 그대로 서명·무인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거나 도피를 직접 용이하게 하였다고 하기는 어렵고, 또 피고인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공소외 1 대신 타인의 인적 사항이 기재된 신원보증서에 서명·무인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허위로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로써 도피의사와 행위의 적극성을 인정하기도 어려워, 결국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범인도피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손지열(주심)

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 2002.9.19.선고 2002노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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