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업무방해·사기·사기미수][미간행]
[1]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임차권등기를 마친 경우, 외형상 임차인으로서 취득하게 되는 권리가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진정한 임차권자가 아니면서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행위가 소송사기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1] 대법원 1975. 5. 27. 선고 75도760 판결 (공1975, 8563) [2]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도852 판결 (공1988, 377)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0도1881 판결 (공2002상, 499)
피고인
검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외 1과 부동산중개업을 동업하면서 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해 위 공소외 1과 피해자 공소외 2 명의의 허위의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것일 뿐, 피고인 및 공소외 3 주식회사가 보증금 300만 원에 대구 동구 율하동 (지번 생략)에 있는 1층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임차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2007. 1. 31.경 대구지방법원에서, 마치 피고인 및 위 회사가 진정한 임차인인 것처럼 위 공소외 1 및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보증금 300만 원에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였다는 내용의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위 법원에 제출하면서 “신청인(임차인) 공소외 3 주식회사 대표자 공소외 4는 피신청인(임대인) 공소외 2로부터 보증금 300만 원에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였고, 확정일자도 부여받았으므로, 이 사건 건물에 상가건물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다.”는 취지의 상가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를 접수하여, 이에 속은 위 법원 사법보좌관으로부터 2007. 2. 2.경 피해자 공소외 2 소유의 이 사건 건물에 임차보증금 300만 원, 임차권자 공소외 3 주식회사 명의로 상가건물 임차권등기를 명하는 결정을 받아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06. 1. 15. 공소외 1과 부동산중개업을 동업하면서 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하여 공소외 1 및 피해자 공소외 2를 임대인으로, 피고인을 임차인으로 하는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을 뿐, 공소외 1과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실제로 임차하지는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위 부동산임대차계약은 허위의 계약이므로, 피고인이 그에 관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았거나 이를 토대로 임차권등기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임대차계약에 따른 권리를 취득하거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 등의 법률효과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어서, 피고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고, ② 위 부동산임대차계약이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따른 계약으로서 무효인 이상, 피고인이 위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은 데에 피해자 공소외 2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고, ③ 피고인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현실적으로 청구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이상 보증금 반환에 관한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형법 제347조 에서 말하는 재산상 이익 취득은 그 재산상의 이익을 법률상 유효하게 취득함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그 이익 취득이 법률상 무효라 하여도 외형상 취득한 것이면 족한 것이다 ( 대법원 1975. 5. 27. 선고 75도760 판결 등 참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 에 의한 임차권등기명령이 임대인에게 고지되어 효력이 발생하면 법원사무관 등은 지체 없이 촉탁서에 재판서 등본을 첨부하여 등기관에게 임차권등기의 기입을 촉탁하도록 되어 있고( 임차권등기명령 절차에 관한 규칙 제5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5항 에 의하면, 위와 같이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의한 임차권등기가 경료되면 임차인은 제3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대항력 및 제5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고(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제3조 제1항 의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하는 효력이 있으므로, 그 임차권등기의 기초가 되는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 하더라도, 장차 피신청인의 이의신청 또는 취소신청에 의한 법원의 재판을 거쳐 그 임차권등기가 말소될 때까지는 신청인은 외형상으로 우선변제권 있는 임차인으로서 부동산 담보권에 유사한 권리를 취득하게 된다 할 것이니, 이러한 이익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구체적 이익으로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소송사기에 있어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어서 사기죄는 성립되지 아니하는바 (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0도1881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절차 및 그 집행에 의한 임차권등기의 법적 효력을 고려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은 피신청인의 재산상의 지위 또는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서 피신청인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이러한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을 이용한 소송사기의 경우 피해자인 피신청인이 직접 처분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사기죄의 성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위와 같이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을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 집행에 의한 임차권등기가 마쳐짐으로써 신청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는 이상, 진정한 임차권자가 아니면서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그로써 소송사기의 실행행위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나아가 그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현실적으로 청구의 의사표시를 하여야만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단지 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하여 위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을 뿐 실제로 공소외 1과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보증금 300만 원에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지는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위와 같은 허위 내용의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이에 속은 법원으로부터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았다면,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사기죄의 실행행위 착수가 없다거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 또는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소송사기 또는 임차권등기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게 되었고, 이 부분 공소사실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