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절도,장물취득][공1995.2.15.(986),943]
장물취득죄에 있어서 장물의 인식정도와 그 인정기준
장물취득죄에 있어서 장물의 인식은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않으며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으로서도 충분하고, 또한 장물인 정을 알고 있었느냐의 여부는 장물 소지자의 신분, 재물의 성질, 거래의 대가 기타 상황을 참작하여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
검사
원심판결 중 장물취득죄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1. 원심은, 피고인이, (1) 제1심 상피고인 과 합동하여 ① 1993.3.16. 20:30경 대구 북구 침산동 소재 한진섬유공장 후문 부근에서 피고인은 대구 7거4189호 승합차를 세워 둔 채 대기하고, 제1심 상피고인은 그 공장에 쌓여 있는 피해자 강효열 소유 나염지 원단 1,500야드 시가 525,000원 상당을 위 승합차에 싣고, 피고인은 그 승합차를 운전하여 가 이를 절취하고, ② 1993.8. 하순 21:00경 위 장소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 강효열 소유 나염지 원단 2,289야드 시가 801,150원 상당을 절취하고, (2) 피고인은 제1심 상피고인 및 피해자 임택상이 경영하는 위 침산동 소재 부광섬유 공장의 종업원인 공소외 인과 합동하여, 위 (1)의 ②항과 같은 날 21:20경 위 부광섬유공장 후문 앞에서 피고인은 위 승합차를 세워둔 채 대기하고, 공소외인은 위 공장에 있는 위 임택상 소유 나염지 원단 200야드를 위 후문 쪽으로 던지고, 제1심 상피고인은 이를 위 승합차에 싣고, 계속하여 공소외인은 위 공장에 있는 위 임택상 소유 나염지 원단 200야드를 위 승합차에 싣고, 피고인은 그 승합차를 운전하여 가 원단 400야드 시가 16만원 상당을 절취하고, (3) 피고인은 1993.10.31. 21:00경 대구 평리4동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제1심 상피고인이 원단 1,100야드를 절취하여 온 사실을 알고도 그 원단을 720,000원에 매수하여 장물을 취득한 것이다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공소사실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피고인의 제1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일부진술, 증인 제1심 상피고인의 제1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강효열, 이중식, 임태희, 박상근, 김인석, 임택상, 백의환, 박길자, 박경란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있으나,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진술은 절도 및 장물취득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되지 못하고, 한편, 이중식, 김명림의 원심에서의 진술, 정광용의 제1심에서의 진술, 임택상의 수사기관에서의 일부진술, 피고인의 원심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봉재공장을 경영하는 자로서 1993.8. 중순경 한진섬유공장에서 나염처리를 맡고 있던 제1심 상피고인이 피고인의 집으로 찾아와서 원단을 매입하라고 하는 말을 듣고 원단을 살펴 본 결과 정품뿐만 아니라 불량원단도 포함되어 있어 1야드당 350원에 이를 구입하고 그 후에도 제1심 상피고인으로부터 원단을 동일한 가격으로 구입한 점, 피고인은 제1심 상피고인으로부터 위 원단을 구입하고 입금표에 제1심 상피고인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점, 1993.11. 당시 원단의 가격은 1야드당 정품인 경우는 금 450원 정도이고 불량품인 경우는 금 200원 정도이어서 피고인은 절취하였다고 하는 경우와 장물취득하였다고 하는 경우 모두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매입한 점(같이 훔치고 또는 장물인 줄 알면서도 시세와 비슷한 대금으로 물건을 매수하지는 아니한다) 등을 엿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제1심 상피고인의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그외 강효열의 진술은 이중식으로부터 제1심 상피고인이 원단을 절취하여 피고인에게 팔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전문의 진술이며, 이중식의 진술은 피고인으로부터 동인이 원단을 헐값에 구입하였다는 말을 듣고 피고인이 장물을 취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의 내용에 불과하고, 임태희의 진술은 피고인으로부터 원단가공을 의뢰받아 이를 임가공해 준 사실은 있으나 그 원단의 구입처를 모르겠다는 내용이며, 박상근, 백의환의 각 진술은 원단을 피고인 경영의 봉제공장에서 우성텐타공장까지 운반하여 주었다는 것이고, 임택상의 진술은 자신이 경영하던 부광섬유 공장의 원단이 도난당하였는데 그 원단이 우성텐타공장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으로서 위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김인석, 박길자, 박경란의 각 진술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아니하고, 기록을 살펴 보아도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 모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특수절도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이 사건 각 특수절도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은 없으므로, 이 점에 대한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장물취득의 점에 대하여
(1) 위에서 본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하여 결국, ① 제1심 상피고인이 가져온 원단에 정품뿐만 아니라 불량원단도 포함되어 있고, ② 1993.11. 당시 원단의 가격은 1야드당 정품인 경우는 금 450원 정도이고, 불량품인 경우에는 금 200원 정도여서 피고인이 취득한 1야드당 350원 가격이 시세와 비슷한 점, ③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가격으로 계산하여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입금표를 작성하고 제1심 상피고인으로부터 서명까지 받은 점이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장물인 정을 알고 취득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2) 무릇 장물의 인식은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않으며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으로서도 충분하고( 당원 1987.4.14. 선고 87도107 판결 참조), 또한 장물인 정을 알고 있었느냐의 여부는 장물 소지자의 신분, 재물의 성질, 거래의 대가 기타 상황을 참작하여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3) 기록에 의하면, 제1심 상피고인은 피고인이 경영하는 섬유업체의 원단 나염임가공 거래처인 한진섬유에서 나염 기술자로 근무하는 자에 지나지 않아 피고인으로서도 위 원단을 구입할 당시 제1심 상피고인에게 원단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또한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원단을 취득한 시기와 장소가 오후 9시경 피고인의 집이며, 이 사건 원단은 거의 정품에 가깝고(적어도 피고인 스스로도 불량 원단과 정품 원단의 반씩이나 섞여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위 원단의 시중 시세가 금 913,000원 정도인데도(수시기록 54정) 피고인이 이를 불과 금 720,000원에 매수한 것을 알 수 있고,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놓았다는 입금표는 위 거래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통상적인 원단 구입처가 아닌 나염공장 기술자에 불과한 제1심 상피고인으로부터 정품에 가까운 원단을 야간에 시중시세보다 저렴하게 다량 매수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사회에서는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1심 상피고인이 위 원단을 부정처분하는 정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치된다 할 것이다.
(4)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장물인 정을 알았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장물취득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장물취득죄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는 이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