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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15.2.6. 선고 2014노1114 판결

업무상과실치상

사건

2014노1114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이영남(기소), 한강일(공판)

변호인

변호사 B, S

판결선고

2015. 2. 6.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경막외 신경 차단술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선택적인 것이므로, 그 시술 전에 혈종 등 합병증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하고, 특히 혈종은 시술 후 안정을 취하지 않아 발생할 수도 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시술의 위험성이나 합병증에 관하여 일체의 설명을 하지 않았고, 관련 동의서 등도 작성되지 않았던 점, 경막외 신경 차단술의 경우 시술 후 최소한 30분 이상 그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경과 관찰을 하지 않고 피해자를 퇴원시켰고, 피해자에게 침상 안정 등을 권유하지도 않았으며, 사건 발생 후에서야 의무기록에 그러한 권유 등의 내용을 임의로 기재하였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시술의 합병증 등에 관하여 사전 설명을 들었더라면 친구를 만나러 나가지 않았을 것인 점, 관련 민사판결에서 판단한 부분은 시술 자체의 과실 여부 등이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내용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C에 있는 'D신경외과' 원장인 의사이고, 피해자 E은 2009. 7. 17. 06:40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도로에서 발생한 자동차 추돌사고로 경추 5-6, 6-7번에 다발성 퇴행성 수핵 탈출증 등의 상해를 입고, 2009. 11. 17.부터 위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던 환자이다. 피고인은 2010. 2. 9. 17:00경 위 병원에서, 당시 촬영한 MRI 결과지로는 사고 이전인 2009. 5.경 촬영된 MRI 결과와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위 피해자가 경추부 통증을 호소하자, 통증 완화를 위한 주사치료를 권유하고, 17:30경 위 피해자의 5-6번 경추 사이에 씨암이동형 방사선 장치를 이용하여 0.5%의 국소마취제 1cc와 부신피질호르몬제 1cc를 주입하는 경추부 경막외 신경 차단술을 시술하게 되었다. 경막외 신경 차단술은 신경 압박으로 인해 통증이 유발된다고 판단되는 병소 주위 경막외 부위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통증의 전도를 차단시켜 통증의 기전을 완화, 제거하는 시술 방법으로, 마비, 농양, 혈종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그 중 경막외 혈종의 경우 주사 자체의 잘못으로 인한 혈관 손상 외에도 신경근 주위에 분포된 혈관이 주입된 약물에 의해 정상적 형태를 잃은 상태에서 신체의 갑작스럽거나 과도한 움직임에 의한 혈관 손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시술 전 위 시술에 관한 정보와 함께 관련 합병증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야 하고, 시술이 끝난 후에도 환자가 주의하여야 할 사항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이상 증상을 보일 경우에 대비하여 30분 이상 경과 관찰을 통해 환자의 안정 상태를 최종 확인함으로써 혈종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시술 전 위 시술에 관한 정보와 함께 관련 합병증에 대하여 설명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시술 후 환자의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고, 시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처방하려고 하였던 통상의 물리치료만을 처방하고 피해자에 대한 경과 관찰을 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시술의 합병증 등에 관하여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 나머지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술 약 10분 후 퇴원하도록 함으로써 그 시술 부위에 생긴 혈종으로 인해 치료일수 불상의 좌반신 부전마비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해자는 수회 교통사고를 당한 전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피고인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계속 받아 왔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경추부 경막외 신경 차단술(이하 '이 사건 시술'이라고 한다)을 받기를 권유하였고, 피해자는 이에 동의하였던 점, ② 피해자는 당시 합병증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피고인은 합병증 등 기본적인 설명을 하였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이 상반되는 점, ③ 이 사건 시술은 통증 완화를 위해 널리 이용되고 있는 시술로서 피고인의 경우에도 매일 4 ~ 5회 가량 시술하고 있는 대증요법인 점, ④ 이 사건 시술에 따른 부작용으로 저혈압, 경막천자, 신경손상, 경막외 혈종, 농양, 발열, 국소압통 등이 보고되어 있으나, 그 발생가능성에 관한 자료는 없고, 다만 피고인은 개원 이래 10여 년간 매일 2 ~ 10회 가량 동일한 시술을 실시해 왔으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은 부작용을 보지 못하는 등 그 발생 빈도는 아주 낮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위와 같은 이 사건 시술경위, 시술의 대중성 및 난이도, 예상되는 부작용 및 그 발생 빈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위 부작용 및 후유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이 사건 시술을 거부하였을 것인데 그와 같은 설명을 듣지 못해 시술을 거부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⑥ 이 사건 시술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시술 자체의 과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⑦ 이 사건 시술의 경우 합병증 예방을 위해 약물 주입 후 적어도 30분가량 침상 안정을 취하면서 약물 주입의 효과, 호흡, 의식 상태 등을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 의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시술 후 피해자로 하여금 약 30분간 침상 안정을 취하게 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물리치료를 받을 것을 지시하였음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의 위 지시에 반하여 물리치료를 받던 중 지인의 전화를 받고는 10분 만에 그 치료를 중단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던 점, ⑧ 위와 같이 피해자가 의사의 지시를 어기고 임의로 물리치료를 중단하고 나갈 것까지 예상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약 30분 간 침상 안정을 취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까지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점(같은 취지에서 의사인 피고인이 물리치료사나 간호사 등에게 피해자가 치료를 중단하고 나가지 못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하고(대법원 2014.05.29. 선고 2013도14079 판결 등 참조),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해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도896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시술 전 설명의무 또는 시술 후 경과 관찰과 관련하여 어떠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어떠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고영구

판사 김양훈

판사 황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