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산업안전보건법위반][미간행]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엄재상(기소), 하신욱(공판)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장승준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가. 법리오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은 같은 조 제1항 의 사업주에게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항 제1호 는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에게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 2 주식회사는 ① 그 근로자들이 하수급인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근로자들과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지 아니한 점, ② 밸브의 점검 및 단순수리작업 일부를 도급한 것이 아니라 그 전부를 도급한 점, ③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하도급한 사업은 거품을 통한 밸브의 가스누기확인과 밸브에 석면을 덧대는 작업 및 볼트와 너트의 교체작업으로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의 위임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이 규정한 사업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점 등의 사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 제1항 에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직원인 피고인 1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하도급한 사업과 관련하여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인 1은 이 사건 사고현장에 있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사고에 관한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나. 사실오인
공소외 3의 사망과 공소외 2의 의식불명은 급격한 가스누출로 인한 것으로 피고인 1이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어서 위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는 피고인들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특히 공소외 2는 맨홀에서 탈출하였음에도 공소외 3을 구하러 다시 맨홀로 들어갔다가 의식불명상태에 이른 것이므로 공소외 2의 의식불명상태와 피고인들의 의무위반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공소외 2가 흡입한 가스는 천연가스(메탄가스)로 이는 독성 등 유해성이 없는 것이고 단지 산소공급을 저해시킬 뿐이므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맨홀 밖으로 탈출한 상태에서 다시 맨홀로 들어가지 아니하였다면 상해를 입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다. 양형부당
피고인들의 피해자들과의 합의노력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 1에게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2 주식회사에게 선고한 벌금 5,000,000원의 형은 모두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법리오해
1) 관련 법령
제29조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①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②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 따른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다음 각 호의 조치로 한다.
1.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③ 제1항 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2013. 8. 6. 대통령령 제246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도급 금지 및 도급사업의 안전·보건 조치)
② 법 제29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건설업과 제23조 각 호 의 사업을 말한다.
제23조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정 대상사업)
법 제18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전단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으로서 수급인과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포함한 상시 근로자가 50명( 제4호 부터 제7호 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100명) 이상인 사업 및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공사금액을 포함한 해당 공사의 총공사금액이 20억원 이상인 건설업을 말한다.
1. 1차 금속 제조업
2. 선박 및 보트 건조업
3. 토사석 광업
5. 서적, 잡지 및 기타 인쇄물 출판업
6. 음악 및 기타 오디오물 출판업
7. 금속 및 비금속 원료 재생업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2014. 3. 12. 고용노동부령 제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작업장의 순회점검 등)
④ 법 제29조 제3항 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를 말한다.
10. 안전보건규칙 제618조 제1호 에 따른 밀폐공간으로 되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그 장소
⑤ 법 제29조 제3항 에 따라 도급인인 사업주가 하여야 할 조치는 이 규칙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안전보건규칙의 내용에 따른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618조 (정의)
이 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밀폐공간"이란 산소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로서 별표 18에서 정한 장소를 말한다.
[별표 18]
밀폐공간( 제618조 제1호 관련)
3. 케이블·가스관 또는 지하에 부설되어 있는 매설물을 수용하기 위하여 지하에 부설한 암거·맨홀 또는 피트의 내부
제619조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등)
사업주는 근로자가 별표 18의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된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1. 작업 시작 전 공기 상태가 적정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평가
2. 응급조치 등 안전보건 교육 및 훈련
3.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이하 이 장에서 "송기마스크등"이라 한다)의 착용과 관리
4. 그 밖에 밀폐공간 작업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관한 사항
제620조 (환기 등)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작업 중에 해당 작업장을 적정공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환기하여야 한다. 다만, 폭발이나 산화 등의 위험으로 인하여 환기할 수 없거나 작업의 성질상 환기하기가 매우 곤란하여 근로자에게 송기마스크 등을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624조 (사고 시의 대피 등)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때에 산소결핍이 우려되거나 유해가스 등의 농도가 높아서 폭발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고 해당 근로자를 대피하도록 하여야 한다.
제625조 (대피용 기구의 비치)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송기마스크 등, 사다리 및 섬유로프 등 비상시에 근로자를 피난시키거나 구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구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제626조 (구출 시 송기마스크등의 사용)
①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위급한 근로자를 구출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구출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송기마스크 등을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제1항 에 따라 지급된 보호구를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착용하여야 한다.
2) 피고인 2 주식회사의 근로자들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근로자들과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2 주식회사가 밸브의 점검 및 단순수리작업 일부를 도급한 것이 아니라 그 전부를 도급하였으므로, 피고인 2 주식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 제1항 의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산업재해 예방조치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에서 말하는 ‘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사업주’란 위 법 제29조 제1항 에 규정된 ‘동일한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하고, 동일한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 주식회사는 2012. 5. 1. 서울도시가스 주식회사로부터 서울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내에 있는 서울도시가스 주식회사의 시설물에 관한 유지보수공사를 수급한 후, 위 수급업무 중 도시가스밸브에 관한 점검 및 보수업무를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하도급하였는 바, 그에 따라 공소외 1 주식회사는 도시가스밸브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보수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다만 도시가스밸브의 교체만은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시공하지 아니하고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교체의 필요성을 통지하면 피고인 2 주식회사가 직접 교체작업을 실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맨홀의 내부와 관련하여 피고인 2 주식회사가 수급한 사업은 맨홀의 내부에 있는 도시가스시설 전체의 유지, 보수 업무라 할 것이고, 위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하도급한 것은 위 업무 중 도시가스밸브의 점검 및 보수업무(다만 밸브교체는 제외) 뿐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2 주식회사는 수급한 사업의 일부만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하도급한 것이지 그 전부를 하도급한 것이 아니어서, 피고인 2 주식회사가 사업의 전부를 하도급하였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이 ‘…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 이 ‘ 제1항 에 따른 사업주는 …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같은 조 제3항 에 따른 산업재해예방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사업주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여야 하는 것인데, 피고인 2 주식회사의 근로자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근로자가 같은 맨홀에서 함께 작업을 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 2 주식회사를 위 제3항 에서 말하는 사업주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만을 도급하여 수급인의 근로자와 사업주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가능성이 있으면 위 요건은 구비하였다고 볼 것이지 반드시 사업주의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의 근로자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만 위 요건을 구비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수행한 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정한 사업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위 관련법령에 의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의 적용을 받는 사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에 따라 건설업과 같은 시행령 제23조 각 호 의 사업이라고 할 것인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특히 통계청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를 종합하면, 맨홀 내 밸브의 가스누출 보수작업, 밸브교체작업, 배관시설 이전작업, 미세누출 보수작업은 모두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배관 및 냉난방 공사업에 속하고, 이는 건설업의 일종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2 주식회사가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하도급한 맨홀 내 가스밸브의 점검 및 보수작업은 건설업에 해당하여, 피고인 2 주식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의 사업주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피고인 1이 이 사건 사고현장에 있지 아니하여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은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진 경우에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가 성립한다는 판시를 근거로, 안전조치 불이행에 대한 미필적 인식의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사고 현장에 있지 아니하였던 피고인 1의 형사책임은 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위 죄가 성립하는 것인데,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이 사건 밸브 점검 및 보수작업이 이루어질 것임을 알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 1은 작업현장을 자신이 참관하는 대신 부하직원인 피고인 4로 하여금 참관하도록 지시하였데, 당시 피고인 1이 피고인 4에게 지시한 것은 작업위치를 알려주고 공소외 3이 작업은 알아서 할 것이니 자신이 갈 때까지 현장에 있으라는 것이었을 뿐이고 산업재해 예방조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인 4는 일반사무직 직원으로 안전관리담당자가 아니었고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에서 정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1이 산업재해 예방조치가 취하여지지 아니한 상태로 이 사건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사실오인
먼저 공소외 3의 사망과 공소외 2의 의식불명은 급격한 가스누출로 인한 것으로서 피고인 1이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어서 위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는 피고인 1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피고인 1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현장에 있지 아니하여 산업안전보건에관한규칙에서 정한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는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 1이 위 규칙에서 정한 밀폐공간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실시하였을 경우 피해자들의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피고인 1의 직무위반과 피해자들의 사상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① 위 규칙 제624조 제1항 에 따라 밀폐공간에서 작업 중 산소결핍이 우려되는 경우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고 해당 근로자를 대피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 가스가 급격히 분출될 당시 피해자들이 즉시 대피하지 않고 가스밸브볼트를 채워서 이를 막으려 시도하다 불가능하자 피해자 공소외 2가 먼저 맨홀 밖으로 나왔던 사실이 인정되는데, 가스분출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고 피해자들을 맨홀 밖으로 대피시켰다면 피해자들의 대피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위 규칙 제620조 에 따라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작업 중에는 환기를 유지하거나 근로자에게 송기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사고현장 맨홀에서는 작업 시작 전에만 환기를 하였을 뿐, 작업 중에는 피해자들이 송기마스크를 착용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환기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작업 중에도 환기를 유지하였거나, 피해자들이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면 피해자들이 산소부족으로 질식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다 길어져 대피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고 보이는 점, ③ 위 규칙 제626조 에 따라 근로자 구출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피해자 공소외 2가 송기마스크를 착용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 공소외 3을 구출하려다 산소부족으로 의식불명에 이른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 1의 직무상 의무위반과 피해자들의 사상의 결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 환기를 실시하고 작업을 하였으므로 송기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산업안전보건에관한규칙 제620조 는 작업 시작 전 및 작업 중에도 환기를 유지하여야 하고 환기가 곤란하여 근로자에게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게 한 경우에는 환기를 요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는 작업 전에만 환기를 하고 작업 중에는 환기를 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1은 환기의무 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공소외 2가 맨홀에서 탈출하였음에도 공소외 3을 구하러 다시 맨홀로 들어갔다가 의식불명상태에 이른 것이므로 공소외 2의 의식불명상태와 피고인 1의 의무위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직무상 의무위반과 사상의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직무상 의무위반이 사상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만이 아니라, 직무상 의무위반과 사상의 결과 사이에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3612 판결 ,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20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함께 작업하던 동료가 질식하여 쓰러진 경우 이를 구하려는 행위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피해자 공소외 2가 맨홀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산소부족으로 의식불명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의 의무위반과 공소외 2의 의식불명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 양형부당
피고인들이 120,000,000원을 지급하고 피해자 공소외 3의 유족과 합의하고, 피해자 공소외 2에게 15,000,000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하여 노력한 점, 피해자들에게도 안전조치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는 점 등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3은 사망하고 피해자 공소외 2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그 결과가 중대한 점, 피고인 1이 작업현장을 참관하지도 아니하여 그 과실이 중대한 점, 그밖에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적정하고, 그것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