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공1992.3.15.(916),945]
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위한 범의
나. 단위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이 담보취득 등의 조치 없이 변질의 우려가 있는 양곡을 외상판매함으로 인하여 조합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의 범의를 부정한 사례
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업무위배의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나. 단위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이 조합규약에 따른 대금회수 확보를 위한 담보취득 등의 조치 없이 조합의 양곡을 외상판매함으로 인하여 위 조합에 손해가 발생하였지만 당시 시장에 양곡의 물량이 많아 현금판매가 어려웠고 기온상승으로 양곡이 변질될 우려가 생겼으며 농협중앙회로부터 재고양곡의 조기판매 추진지시를 받는 등 사정으로 오로지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양곡을 신속히 처분하려다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면, 위 양곡 외상판매행위가 위 조합에 손해를 가하고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다는 인식, 인용하에서 행해진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가.나. 형법 제356조
A
피고인
변호사 B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농업협동조합의 판매사업규정 제12조 제1항은 위 조합의 판매는 현금판매를 원칙으로 하되 외상판매를 할 수 있으며 상거래 관습상 또는 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신용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회원조합판매사업 업무취급요령 제18조 및 제19조는 농산물을 외상판매할 때에는 미리 거래약정을 체결하여야 하며, 외상한도는 담보물을 제공한 경우에는 담보물에 대한 시가감정액의 80퍼센트 범위 내이고, 인적보증을 세운 경우에는 신용대출한도 금액 내이며, 다만 대량출하기에 판매처리가 긴급을 요하고 외상판매 한도초과가 불가피한 때에는 채권회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조합장 책임하에 일시적으로 특별한도를 정하여 외상판매를 할 수 있으며 조합장은 빠른 기간 내에 이를 회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제1심 거시의 증거들에 의하면 C조합에서는 양곡판매사업으로 1989.3.17.부터 같은 해 5.3.까지 백미80Kg들이 2,150가마를 매수한 후 이를 판매 함에 있어 위 조합의 조합장인 피고인과 상무인 D, 경제부장인 E 등은 1989.4.중순경 전년도 거래인인 공소외 F의 소개로 공소외 G와의 사이에 공소외 H 소유의 전 1,550평을 담보로 제공 받기로 하고 월간 외상한도를 금 3천만원으로 하는 내용의 양곡매매계약을 구두로 체결하였으나, 위 조합의 간부회의에서 현금판매를 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위 계약을 합의해제하고 양곡의 현금판매를 위하여 위 D와 위 E가 서울 신촌 공판장과 양재동 공판장 등으로 찾아 다녔으나 양곡의 물량이 많은 관계로 현금판매가 어렵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점차 날씨가 무더워져 기온의 상승으로 창고에 보관중이던 쌀의 변질이 우려됨에 따라 1989.5.15. 위 G를 찾아가 위 G에게 위에서 약정한 바대로 백미와 참깨를 매도하기로 구두로 약정한 다음, 거래약정서를 작성하거나 위 G에 대한 신용조사도 하지 아니하고 외상판매에 따른 대금채권회수를 위한 담보물도 확보하지 아니한 채 1989.5.20.부터 같은 해 6.15.까지의 기간 동안 18회에 걸쳐 백미 1,900가마와 참깨 90가마를 외상으로 판매하면서 그 때마다 위 G 명의의가계수표 1매를 그 대금으로 받아 왔으나 그 후 위 가계수표들이 모두 지급거절된 사실, 그런데 피고인과 위 D, E는 1989.5.22. 백미 200가마의 대금으로 위 G 명의의 액면 금 1,700만원의 가계수표를 받고 당해 지급은행에 문의한 결과 은행으로서는 30만원의 한도내에서만 지급보증책임을 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는 위 G에 대한 양곡대금채권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위 양곡을 변질되기 전에 빨리 처분하려는 생각만 앞서 담보물을 제공받는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계속적으로 양곡을 공급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에서 본 업무규정 및 인정사실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D, E와 같이 위 업무규정에 위반하여 거래약정서를 작성하지도 아니하고 담보물을 확보하지 아니한 채 1개월 외상한도 금 3천만원을 초과하여 위 G에게 양곡을 매도함에 있어서 적어도 위 조합의 위 G에 대한 양곡대금채권의 회수가 매우 곤란하거나 부실화될 우려가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피고인 등의 위와 같은 양곡매도행위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업무규정에도 반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없으며 또 피고인이 위 업무규정을 위반한바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이유 없다고 배척하였다.
그러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업무위배의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죄의 범의가 있어야 할 것 인바,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위 D, E와 같이 1989.5.20.부터 같은 해 6.15.까지 사이에 18회에 걸쳐 위 조합창고에 보관중인 백미 1,900가마와 참깨 90가마 합계금 195,050,000원 상당을 공소외 G에게 외상 판매 함에 있어서, 위 조합의 판매규약에 따라 거래약정을 체결하고 담보물을 취득하거나 연대보증인을 세우는 등 판매대금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외상 판매 함으로써 그 후 위 G로부터 금 1,750만원만을 지급받았을 뿐 나머지 양곡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피고인이 위 조합창고에 보관중인 양곡을 위 G에게 위와 같이 외상판매 하도록 한 경위는 원심의 위 인정과 같은 사유로 위 양곡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던 중 같은 해 5. 에 들어서자 날씨가 더워지면서 위 농협창고 에 보관되어 있던 위 조합소유의 양곡이 점차 변질될 우려가 생기게 된데다가, 같은 해 5.8. 농협중앙회로부터 전국적으로 농협계통미 재고보유량이 상당량 수준에 달하고 있는 반면 시중의 쌀수요는 둔화되고 시세는 장기간 약보합세에 있으니 계통미 재고의 조기판매를 추진하라는 등의 지시까지 있게 되자, 부득이 조합간부들과 의논하여 같은 해 5.20. 위 G에게 찾아가 위 조합소유의 양곡에 대하여 동인과 외상판매계약을 맺고 그때부터 이 사건 양곡을 동인에게 판매하게 되었는데, 당시 위 G는 농협중앙회 서울 농산물공판장 소속 중매인으로서 사단법인 전국양곡상연합회 서울특별시 I지부장으로 있으면서 J지하 1층에서 양곡상을 경영하고 있어 상당한 신용과 거래실적이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또 그가 위 양곡을 외상으로 구입하면 그 대금을 가계수표로 발행하여 30일 내에 결재하기로 하였고, 이를 믿은 위 E가 위 양곡을 동인에게 외상으로라도 판매하자고 하면서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하므로, 피고인이 위 G에 대한 위 양곡의 외상판매를 승락하게 된 것인 점, 그 후 위 D와 E가 위 양곡판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수시로 위 G를 찾아가는 등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1989.6.26.경 그 일부인 금 1,750만원을 지급받았을 뿐 같은 해 10.중순경 발생한 위 G의 부도로 그 나머지는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같은 해 12.말경 피고인과 위 D가 각 금 2천만원 정도씩을, 위 E가 그 나머지를 모두 변상하는등 위 양곡판매 후에 피고인등이 취한 조치 및 피고인이나 위 E, D가 위와 같이 양곡을 위 G에게 외상판매 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 하였다거나 취한 것도 없는 점 등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점 등에 비춰보면 비록 피고인과 위 D, E가 대금회수 확보를 위한 담보취득 등의 조치 없이 위 양곡을 외상판매 함으로 인하여 위 조합에 손해가 발생하였지만 이는 오로지 위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변질의 우려가 있는 위 양곡을 신속히 처분하려다 발생한 손해일 뿐, 자기 또는위 G 등 제3자를 위한 이득의 의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아니라 당시 그들의 위 양곡 외상판매행위가 위 조합에 손해를 가하고 위 G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다는 인식, 인용하에서 행해진 행위라고도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대금회수확보를 위한 담보취득 등의 조치 없이 위 양곡을 외상판매 함으로 인하여 위 조합에 그 판매대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이 위 조합의 위 G에 대한 양곡대금채권의 회수가 매우 곤란하거나 부실화될 우려가 있음을 인식, 인용하였다고 보아 배임의 범의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배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