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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2도154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공2002.7.15.(158),1598]

판시사항

[1]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으로 인한 범행을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 피고인이 생리기간 중에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에 빠져 절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이 되는데도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과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도벽의 원인이라거나 혹은 도벽의 원인이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보아야 한다.

[2] 피고인이 생리기간 중에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에 빠져 절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이 되는데도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과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B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심신장애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태도 및 언행,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순간적인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정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의 전력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1983. 3. 10. 절도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고, 1993. 9. 13. 및 1997. 6. 13. 각 절도죄로 각 징역 10월에 2년간 집행유예, 1998. 12. 15. 절도죄로 벌금 100만 원, 1999. 8. 23. 절도죄로 벌금 3백만 원, 2001. 4. 3. 절도 및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징역 10월에 2년간 집행유예의 판결을 각 선고받았는데, 그 범행 내용들을 살펴보면, 1997. 2. 20. 서울 중구 남창동 소재 여성의류점에서 여성용 티셔츠 1점 시가 금 28,500원 상당을, 1998. 4. 중순경 슈퍼마켓에서 화장지 1묶음 시가 금 10,000원 상당을, 같은 해 5. 중순 같은 장소에서 화장지 2묶음 시가 금 20,000원 상당을, 같은 해 6. 1. 같은 장소에서 하기스 기저귀 2묶음 시가 금 30,000원 상당 및 세제 1개 시가 금 80,000원 상당을, 1999. 7. 29. 서울 중구 남창동 소재 여성용의류점에서 의류를, 2001. 3. 2. 서울 중구 남창동 소재 여성용의류점에서 의류를 각 절취한 것 등이다.

② 피고인의 가정환경

피고인은 31년 전에 결혼하여 남편과 아들 셋 및 며느리를 둔 가정주부로서 남편은 1992년경부터 이 사건 범행일 현재까지 계속하여 주식회사 C의 이사로 재직하여 왔다.

③ 피고인의 병력

피고인은 생리 기간이 되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고, 가게 등에서 위 ①에서 본 물건들을 보면 온 몸에 열이 나면서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그냥 집어 들고 가게 되곤 하여 생리 기간 중에는 밖에 나가고 싶어도 참고 집에서 지내는데 그러다가 일이 생겨 부득이 밖에 나가면 조심하려고 애를 써도 얼떨결에 위와 같은 범행에 이르게 되고 만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증세로 병원에서 '병적절도(생리전증후군)'라는 병명으로 진단을 받았는데, 피고인을 진찰한 신경정신과 전문의 D는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은 생리기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 및 불안증세에 이르고 불안으로 인하여 점진적으로 심계항진이 되어 온몸에 열이 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절도행위에 이르게 된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 위 D는 위와 같은 절도행위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도벽으로 일어난 것이기보다는 비정상적인 의식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피고인은 충돌조절이 안되어 통제불능에 이르고 절도를 함으로써 긴장이 해소되며, 피고인은 위와 같은 증세로 부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 왔는데 향후 약 3년간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인의 남편은 제1심 및 원심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피고인이 수년 전에 집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다친 일이 있었는데 그 후유증으로 매월 주기적으로 머리에 혹 같은 것이 나타났다가 없어지곤 하며 그 때마다 몸에 심한 열이 나고 자신의 의지로는 통제불능의 행동을 하며 특히 생리 기간 중이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하여진다."고 기재하고 있고, 피고인은 원심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 "어느날 갑자기 머리에서 병 깨지는 소리를 내며 쓰러져서 병원에 가서 머리를 꿰매고 나서부터 고민하고 우울증이 생기고 머리에 혹이 나며 조금 전의 일도 자주 잊어버리고 잠을 자면 소변을 보는 꿈만 꾸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어디로 정처 없이 방황하며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고 월경만 하면 나쁜 마음이 들어 여러 번 저질렀지만 하고 나면 왜 그랬는지 후회를 하고 저의 마음을 저도 어떻게 달랠 수가 없습니다."라는 취지로 기재하고 있다.

④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범행 당시의 상황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저도 모르게 남의 것만 보면 가지고 싶습니다. 제 마음을 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에 나가서 여자옷만 보면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훔치게 됩니다. 저도 제 마음을 어떻게 자제할 수가 없습니다.", "나쁜 짓을 안한다고 다짐을 하는데 월경이 나오면 귀에 혹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충동이 생기는데 내 마음이지만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번 죄를 저질렀는데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안 그런다고 마음을 굳게 다짐하고 저희 식구들도 제가 이상한 물건만 있으면 신경을 많이 쓰고 해서 마음을 굳게 다짐을 하는데 이번에도 왜 그랬는지를 정말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당장 죽는 병이 아니고 집안에 쓸 데도 많다 보니까 치료를 못받았습니다."라는 등으로 진술을 하고 있고, 피고인은 약 2시간 20분 동안에 남대문 시장의 31곳의 점포를 돌아다니면서 여성의류만 절취하였는데 "남대문시장의 지리도 모르고 상가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서 훔쳤는지 모르고 정신도 없고 뭐가 뭔지도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생리 기간 중이었다.

⑤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은 출소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의 남편은 피고인이 혼자 외출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다.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도벽의 원인이라거나 혹은 도벽의 원인이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1999. 4. 27. 선고 99도693, 99감도17 판결 참조).

위에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생리 기간 중에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에 빠져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발동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하거나 미약한 상태에서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되므로, 원심으로서는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과연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생리의 영향 등으로 인하여 그 자신이 하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변별하고, 그 변별에 따라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와 같은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이었는지 여부를 확실히 가려보아야 하였을 터임에도 그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만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2. 상습성의 여부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전력, 범행 수법, 범행 횟수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의 절도습벽의 발로라고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만일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저지르게 된 것이라면 그것이 반드시 피고인의 절도습벽의 발로라고만 볼 수는 없을 터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저지르게 된 것인지 여부를 더 심리하여 피고인의 상습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아니한 채 상습성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상습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그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2.3.21.선고 2002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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