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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다206429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2]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해소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상당한 기간’의 범위

원고(선정당사자),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의 소속 부대는 망인이 가정환경과 군 복무에 염증을 느껴 자살에 이르렀다는 내용으로 망인의 사망사고에 관한 조사를 종결한 점, 이후 망인의 동생인 선정자 5의 신청에 따라 군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 8. 21. 망인의 사망 원인에 관한 진상규명결정(이하 ‘이 사건 진상규명결정’이라 한다)을 함으로써 망인의 사망사고가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부대 지휘관들의 관리소홀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유족들인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이하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을 ‘원고들’이라 한다]은 이 사건 진상규명결정 이전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권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진상규명결정을 통하여 망인의 사망사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 원고들이 그로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이내인 2012. 1. 10.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권 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고들이 이 사건 진상규명결정으로부터 3년 이내에 당연히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채무자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다200773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관계, 원고들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하면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을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최장 기간인 3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들이 이 사건 진상규명결정일로부터 3년 이내에는 당연히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권 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권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는 데 있어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는 상당한 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선정자 목록: 생략]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