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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12.24.선고 2019도8443 판결

가.업무방해나.상해다.공문서위조라.위조공문서행사

사건

2019도8443 가. 업무방해

나. 상해

다. 공문서위조

라. 위조공문서 행사

피고인

피 고 인

상고인

피 고 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국제 담당변호사 최진갑 외 1인

원심판결

제주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8노245 판결

판결선고

2020. 12.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부분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일반인으로 하여금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을 수 있는 형식과 외관을 구비한 문서를 작성하면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만, 평균수준의 사리분별력을 갖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것이 아님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공문서로서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도699 판결 참조).

한편,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 문서라 함은, 문자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는 가독적 부호로 계속적으로 물체상에 기재된 의사 또는 관념의 표시인 원본 또는 이와 사회적 기능, 신용성 등을 동일시할 수 있는 기계적 방법에 의한 복사본으로서 그 내용이 법률상, 사회생활상 주요 사항에 관한 증거로 될 수 있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788 판결 등 참조),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이미지 파일을 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우에 그때마다 전자적 반응을 일으켜 화면에 나타나는 것에 지나지 않아서 계속적으로 화면에 고정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문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13 판결 참조).

그리고 위조문서행사죄에 있어서 행사라 함은 위조된 문서를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그 문서의 효용방법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고, 위조된 문서를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사용하는 한 그 행사의 방법에 제한이 없으므로 위조된 문서를 스캐너 등을 통해 이미지화한 다음 이를 전송하여 컴퓨터 화면상에서 보게 하는 경우도 행사에 해당하지만(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5200 판결 참조), 이는 문서의 형태로 위조가 완성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공문서로서의 형식과 외관을 갖춘 문서에 해당하지 않아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조공문서행사죄도 성립할 수 없다.

나.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6. 6. 28. 17:00경 (콘도미니엄 명칭 생략) 입주민들의 모임인 ○○○○○○○○ 시설운영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 기관에서 실체를 인정받아 직인이 등록되었고 피고인은 단체 대표로 인증을 받았다는 등 위원회가 대표성을 갖춘 단체라는 외양을 작출할 목적으로, 서귀포시 △△동 주민센터에서 가져온 행정용 봉투의 좌측 상단 '서귀포시 △△동장' 문구 옆에 피고인이 미리 제작하여 둔 '□□□□□□□□施設運營委員會' 한자 직인과 '○○○○○○○○○○○시설운영 위원회' 한글 직인을 날인한 다음,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피고인의 인감증명서 중앙에 있는 '용도'란 부분에 이를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인 서귀포시 △△동장 명의의 인감증명서 1매를 위조하고, 이를 피고인의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촬영한 다음 사진 파일을 위 운영위원회에 가입한 수분양자들이 참여하는 ◇ 메신저 단체대화방에 게재함으로써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피고인이 만든 문서의 외관이 다소 조악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공문서로서의 외관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은 처음부터 문서를 원본으로 행사할 의도가 아니라 사진을 찍어 단체채팅방에 게재할 생각으로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단체채팅방에 게재되는 사진파일의 특성상 화질이 원본에 비하여 떨어지는데다, 상대방이 확대하여 보지 않는 이상 크기도 크지 않아서 상대방이 문서의 하자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

나) 행사의 상대방이 대부분 중국인이어서 국내에서 국문으로 작성된 공문서의 외관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문서의 외관이 다소 조악하더라도 이를 진정한 공문서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위조 여부, 즉 공문서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만든 문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검사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위조의 대상을 종이 상태의 문서로 특정하고 있지, 문서를 촬영·전송한 이미지로 특정하지 않았다.

2) 공문서위조죄의 보호법익은 공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이므로 공문서로서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평균수준의 사리분별력을 갖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피고인이 행사의 상대방으로 구체적으로 예정한 사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3) 결국 피고인이 만든 문서 자체를 평균수준의 사리분별력을 갖춘 일반인이 보았을 때 진정한 문서로 오신할 만한 공문서의 외관과 형식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만든 문서가 그와 같은 외관과 형식을 갖추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가) 피고인은 행정용 봉투 중 '보내는 사람 서귀포시 AA동장' 등이 기재된 부분을 오려내어 ' □□□□□□□□施設運營委員會' 한자 직인과 '○○○○○○○○○시설운 영위원회' 한글 직인을 차례로 날인한 후 서귀포시 △△동장이 발행한 자신의 인감증명서 '용도'란에 이를 붙이는 방법으로 이 사건 문서를 만들었다.

나) 그 결과 인감증명서의 용도란은 인감증명서의 다른 부분과 재질과 색깔이 다른 종이가 붙어 있음이 눈에 띄고, 다른 부분의 글자색은 모두 검정색인 반면 오려붙인 부분의 글자색은 파란색이며, 활자체도 다른 형태이다. 인감증명서의 피고인 인감은 검정색인 반면 피고인이 용도란에 날인한 한자 직인과 한글 직인은 모두 붉은 색이다. 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만든 문서는 공무원 또는 공무소가 '000000000시설 운영위원회'를 등록된 단체라거나 피고인이 위 단체의 대표임을 증명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 평균수준의 사리분별력을 갖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위 사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보인다.

4) 피고인이 만든 문서가 공문서로서의 외관과 형식을 갖추지 못하여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를 사진촬영 하여 그 파일을 메신저 단체대화방에 게재한 행위가 위조공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5)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만든 문서가 공문서의 외관과 형식을 갖추었다고 보아 이 부분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225조의 공문서위조 판단의 객체 및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 상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방해죄의 성립과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 중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나머지 유죄 부분도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상옥

대법관안철상

주심대법관노정희

대법관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