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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57218 판결

[손해배상(기)][공2003.5.1.(177),980]

판시사항

[1] 경찰관이 범인 검거를 위하여 가스총을 사용할 때의 주의의무

[2] 경찰관이 범인을 검거하면서 가스총을 근접 발사하여 가스와 함께 발사된 고무마개가 범인의 눈에 맞아 실명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또는 도주의 방지,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가스총을 사용할 수 있으나, 가스총은 통상의 용법대로 사용하는 경우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른바 위해성 장비로서 그 탄환은 고무마개로 막혀 있어 사람에게 근접하여 발사하는 경우에는 고무마개가 가스와 함께 발사되어 인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인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근접한 거리에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하여 이를 발사하지 않는 등 가스총 사용시 요구되는 최소한의 안전수칙을 준수함으로써 장비 사용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미리 막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2]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던 범인을 검거하면서 가스총을 근접 발사하여 가스와 함께 발사된 고무마개가 범인의 눈에 맞아 실명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명화)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 판단의 요지

가.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기초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 1(이하 사고의 경위와 관련하여 '원고'라고만 한다)은 1997. 10. 29. 01:40경 세들어 살고 있는 부산 남구 대연3동 소재 박향임 소유의 2층 가옥 중 1층 부엌이 딸린 방 안에서 동거녀인 원고 1과 금전문제로 다투던 중 흥분한 나머지 옷을 다 벗고 알몸인 채로 방과 다락, 부엌 등을 오가면서 옷장 내에 걸려 있던 옷걸이용 쇠파이프를 집어들고 가재도구와 유리창 및 전등을 파손하고 고함을 치면서 난동을 부렸다.

(2) 신고를 받고 출동한 피고 산하 부산남부경찰서 대연3파출소 소속 경찰관인 소외 2, 3 및 추가로 지원한 소외 4, 5, 6 등 5인이 원고에게 난동을 중지하고 집 밖으로 나올 것을 수차 요구하였음에도 원고는 소외 2를 향하여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유리조각을 집어 던지면서 저항할 뿐 아니라, 가스렌지에 연결된 고무호스를 칼로 끊어 가스렌지를 집어 던진 후, 한 손에는 가스호스를, 다른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다 죽여버린다."고 고함을 치면서 더욱 격렬하게 난동을 부렸다.

(3) 그 때 원고 1이 밖으로 나와 "원고가 자기 남편인데 팔에 주사 자국이 있고 마약을 한 것 같다."고 하므로 소외 2 등은 더욱 긴장하여 원고가 환각상태에서 가스폭발을 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구경 나온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한편, 원고에게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가스총을 발사하겠다고 경고하였다. 그런데도 원고는 이에 불응하였다. 이에 소외 2는 소지하고 있던 가스총을 사용하여 원고를 제압하기로 하고 골목길에서 다락쪽 창문을 통하여 가스탄 1발을 발사하였으나 효과가 없자, 원고가 다락에서 방으로 내려 왔을 때 다시 1발을 더 발사한 후 집안으로 들어가 원고를 제압, 검거하게 되었다. 그런데 2번째 발사시 탄환에서 분리된 고무마개가 원고의 오른쪽 눈에 명중되어 원고로 하여금 우측안구파열상을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은, 경찰관인 소외 2로서는 원고의 난동을 제지하기 위하여 가스총을 발사하는 경우 가슴 부위를 향하여 발사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접한 거리에서 원고의 우측 눈을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한 결과 가스탄에서 분리된 고무마개가 원고의 우측 눈에 명중되어 원고로 하여금 우측안구파열상(실명)을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경찰공무원인 소외 2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소외 2가 사용한 가스총(YSR-505)은 최루작용제를 분사하는 5연발 권총으로서 탄환을 장전한 후 방아쇠를 당기면 탄환 속에 분말의 형태로 내장된 가스가 탄환 입구에 끼워져 있는 두께 2∼3㎜, 직경 10㎜ 가량 되는 원통형 고무마개를 박차고 나와 분사되고, 그 과정에서 탄환에서 분리된 고무마개는 공기저항으로 인하여 전방 1m 이내에서 낙하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위 가스총에서 분사된 가스는 고성능 최루작용제로서 인체에 무해하나 10∼15분간 사람의 눈을 뜰 수 없게 하고 얼굴을 따끔거리게 하며 재채기를 나오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 사실, 위 가스총의 최대분사거리는 약 22m이나 유효분사거리는 8∼10m 정도 되는 사실, 위 가스총의 안내문에는 주의사항으로 사람의 안면 가까이에서 발사하지 말도록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소외 2가 당시 원고의 눈을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이 사건 사고 당시 탄환에서 분리된 고무마개가 원고의 눈에 명중할 것이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방안으로 가스총을 발사한 소외 2에게 가스총 발사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가.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또는 도주의 방지,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가스총을 사용할 수 있으나, 가스총은 통상의 용법대로 사용하는 경우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른바 위해성 장비로서 그 탄환은 고무마개로 막혀 있어 사람에게 근접하여 발사하는 경우에는 고무마개가 가스와 함께 발사되어 인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인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근접한 거리에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하여 이를 발사하지 않는 등 가스총 사용시 요구되는 최소한의 안전수칙을 준수함으로써 장비 사용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미리 막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

나. 원심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장소는 부엌문과 방문까지의 거리가 1.5m 정도 되고, 부엌은 골목 바닥보다 20㎝가 높고 방은 부엌 바닥보다 20㎝ 정도가 더 높은 사실, 원고가 다락에서 소란을 피우자 소외 2가 다락쪽으로 가스총 1발을 발사하였고 이에 원고가 분사된 가스에 질식되어 방으로 내려와 방 출입문 쪽에 서 있었으며, 그 후 소외 2는 원고가 어렴풋이 보이자 계속 소동을 부린다는 생각에서 원고를 제압·검거하기 위하여 약 1.5m 떨어진 부엌 출입문 밖에 기대서서 원고가 있는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며 원고를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하였고, 이 때 분리된 고무마개(두께 2㎜, 지름 11㎜)가 원고의 눈에 박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소외 2가 가스총에서 분리된 고무마개가 원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정도의 근접거리에서 원고의 얼굴을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하여 고무마개가 원고의 눈에 명중하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소외 2의 의사가 어찌하였든 원고의 눈에 고무마개가 박힌 이상 소외 2가 원고의 얼굴을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이 원고가 소외 2가 있는 곳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였으므로 천장을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하였다는 소외 2 등의 진술도 이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당시 사용한 가스총의 탄환은 고무마개로 막혀 있어 사람의 안면 가까이에서 발사하는 경우 고무마개가 분리되면서 눈 부위 등 인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1.5m 미만의 근접한 거리에서 이를 사용하는 경찰관인 소외 2로서는 원고의 안면 부위를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하지 아니함으로써 사람의 눈 부위 등 인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원고를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한 나머지 가스총에서 분리된 고무마개가 원고의 오른쪽 눈에 명중하여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상해를 가하여 실명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본 사고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입은 상해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의 가스총 발사행위시에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범위 내의 손해라 할 것이고, 이를 특별한 사정에 의한 손해라고는 할 수 없다(원심은 발사시 탄환에서 분리된 고무마개는 공기저항으로 인하여 전방 1m 이내에서 낙하하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을 제4호증의 61의 기재 등 만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는지도 의문이려니와,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1m를 약간 넘는 근접거리에서 안면부위를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하는 경우 상해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소외 2가 당시 원고의 눈을 향하여 가스총을 발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이 사건 사고 당시 탄환에서 분리된 고무마개가 원고의 눈에 명중할 것이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다고 하여 소외 2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가스총 사용시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손지열(주심)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2.9.6.선고 2001나10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