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미간행]
한국방송공사의 부사장, 본부장이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피고인
검사
변호사 민웅기외 4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한국방송공사의 부사장 등이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포함되는지 여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줄여서 ‘특가법’이라고 한다) 제4조 는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 의 적용에 있어서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을 공무원으로 보되 그 정부관리기업체 및 간부직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특가법 시행령 제2조 제45호 , 제3조 제2호 (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라고 한다)는 정부관리기업체인 한국방송공사의 경우 ‘임원’만을 공무원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방송공사의 설치근거 법률인 방송법에서는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대한 개념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역임하였던 한국방송공사의 부사장, 편성본부장, TV제작본부장이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포함됨을 전제로 피고인을 뇌물수수죄 등으로 기소하였으므로, 위 부사장 등의 직책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규정하는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당초 구 한국방송공사법(1985. 12. 31. 법률 제380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은 한국방송공사의 구성원을 전체적으로 임원과 직원으로 구분하여 임원으로 사장, 부사장, 이사, 감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이사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사의 업무를 분장하도록 하는 한편, 한국방송공사의 업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이사회는 사장, 부사장, 이사로 구성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임과 동시에 집행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등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형태와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었는데, 1983. 12. 31. 법률 제3690호로 모든 정부투자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위 한국방송공사법이 같은 날 법률 제3803호로 전면 개정되어 위 기본법에 저촉, 중복되거나 그 취지에 맞지 않는 조항이 대폭 정비되었다가, 다시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정부 관여를 축소하고 그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 기본법의 적용대상에서 한국방송공사를 제외하며 한국방송공사의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의 상호분립을 도모하고자 위 한국방송공사법이 1987. 11. 28. 법률 제3980호로 전면 개정되어, 한국방송공사의 조직이 이사로 구성된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와 사장, 부사장, 본부장 및 감사로 구성된 집행기관, 그리고 직원으로 구성되도록 하였고 사장이 당연직 이사의 지위를 겸직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한국방송공사법이 2000. 1. 12. 폐지되면서 한국방송공사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게 된 현행 방송법은 제4장에서 한국방송공사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위와 같이 개정된 한국방송공사법의 규정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바, 위와 같은 개정 경과에 비추어 보면 현행 방송법에는 ‘임원’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과거의 ‘임원’의 지위 내지 담당 기능이 이사회 구성원인 이사와 집행기관인 사장, 부사장, 본부장, 감사에게 분배되었다고 보인다.
나. 또한, 구 공직자윤리법(2009. 2. 3. 법률 제94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0호 (다)목 과 같은 법 시행령(2009. 2. 3. 대통령령 제21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 제3항 에 의하면, 한국방송공사의 경우 ‘이사, 감사(그 명칭에 불구하고 이와 동등한 직무를 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상의 상근임원’이 재산등록 의무자로 규정되어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역임한 부사장, 본부장과 같은 한국방송공사의 집행기관은 재산등록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므로, 위 법령의 내용 내지 그 적용례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부사장, 본부장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다. 한편,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을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특가법 제4조 의 규정 취지는, 정부가 소유·지배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업체는 국가정책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간부직원에 대하여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청렴의무를 부과하여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고(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도618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간부직원'이란 통상 기업체의 의사결정권자인 임원과 의사결정 및 사업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견관리자들이라고 할 것이며, 특가법 시행령에서는 ‘간부직원’으로 ‘임원’과 ‘과장대리급 이상의 직원’을 상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정한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간부직원 중 ‘과장대리급 이상의 직원’과 구별되는 중요한 의사결정권자이어야 할 것인바, ① 방송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이사회는 한국방송공사의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세우거나 집행기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구체적인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은 사장, 부사장과 본부장이 포함된 집행기관이 담당한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② 방송법 및 한국방송공사의 정관 등에 따르면, 부사장은 공사업무 전반에 관하여 사장을 보좌하면서 사장 유고시 그 직무를 대행하고, 본부장은 사장과 부사장을 보좌하고 부사장 유고시에는 직제규정이 정한 본부장의 순서로 그 직무를 대행하며 담당 업무의 상당한 부분에 관하여 전결권을 가지는 점, ③ 한국방송공사의 이사회가 심의, 결의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편성제작회의가 중장기 방송정책 및 연간 방송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방송프로그램 외주에 관한 사항, 방송제작 예산, 인력, 시설 및 장비의 소요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하면서 최고 의사결정 및 집행기관으로 기능하는데, 그 구성원은 팀장 1인을 제외하고는 부사장과 본부장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한국방송공사의 부사장과 본부장은 과장대리급 이상의 직원과 뚜렷이 구분될 정도로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라. 그 밖에 방송법령과 기록에 의하면, 한국방송공사의 부사장, 본부장은 이사와 같은 임기를 보장받고, 이사와 마찬가지의 결격사유 제한을 받으며, 한국방송공사와의 자기거래금지 의무도 부담하고, 일반 직원 신분에서 퇴직한 후에야 부사장이나 본부장에 임명될 수 있으며, 2004. 3. 1. 당시 한국방송공사의 일반직을 포함한 직원 정원이 5,548명임에 반하여 집행기관 정원은 12명에 불과한 점 등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도 부사장과 본부장을 직원이 아닌 ‘임원’으로 보아야 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마. 한편, 법인 등의 등기사항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에서 법인의 ‘임원’ 등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방송법 시행령 제26조 , 제30조 에서 한국방송공사의 사장과 이사장, 이사의 인적사항을 등기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한국방송공사의 법인등기부에는 사장과 이사장, 이사의 인적사항만 등기되어 있고 부사장, 본부장의 인적사항은 등기되어 있지 않은 점, 대통령이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이사, 감사, 사장과 달리 부사장과 본부장은 직원과 마찬가지로 사장이 임명하는 점 등은 부사장, 본부장을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으로 볼 수 없다는 논거들로 들어질 수도 있으나, 앞에서 본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논거들이 특가법 제4조 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부사장, 본부장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결정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바. 결국, 앞에서 본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은 한국방송공사의 부사장, 본부장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2. 위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
헌법 제12조 및 제13조 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떠한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 입법 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도920 판결 등 참조).
또한,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아니되지만,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236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구 한국방송공사법의 개정 과정에서 임원에 관한 규정들이 모두 삭제되었지만,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처벌하도록 하는 특가법 규정이 존치되는 이상,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의 의미 및 그 범위를 합리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구 한국방송공사법의 개정 경과 및 현행 방송법의 규정 체계,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도록 하면서 간부직원을 ‘임원’과 ‘과장대리급 이상의 직원’으로 구분하는 특가법령의 규정 내용과 그 입법 취지, 한국방송공사 내에서의 부사장, 본부장의 지위와 권한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의 의미를 해석하고 부사장과 본부장이 그에 포함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는바, 위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되는 형벌법규의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위 ‘임원’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도 없다.
3. 원심판결의 당부
위와 같이 피고인이 역임한 한국방송공사의 부사장, 편성본부장, TV제작본부장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규정하는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해당하여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와 달리 피고인이 역임한 위 직책들이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서 규정하는 한국방송공사의 ‘임원’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