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2013. 6. 27. 선고 2012헌바345 2012헌바364 공보 [형법 제64조 제2항 위헌소원]

[공보(제201호)]

판시사항

가.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64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경우 사회봉사 등 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예되었던 본형 전부를 집행하는 것이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다.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조건으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일반 준수사항이나 특별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대상자가 부과받은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법원이 임의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그 정도가 무거운 때’라 함은 위반행위가 집행유예를 취소할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것을 의미하여, 위반사실의 존재 및 경위, 동기, 행위태양, 불이행의 정도, 정당한 사유의 존부, 대상자의 재사회화 가능성 등을 종합 판단하여 취소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정되고, 대상자로서는 보호관찰소의 장의 경고를 통하여 자신의 위반 정도의 수준에 대하여 알 수도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집행유예의 취소 시 부활되는 본형은 집행유예의 선고와 함께 선고되었던 것으로 판결이 확정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심판한 결과 부과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무관하고,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은 그 성격, 목

적, 이행방식 등에서 형벌과 본질적 차이가 있어 이중처벌금지원칙에서 말하는 ‘처벌’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행유예기간 동안 대상자의 자발적·능동적 사회복귀와 사회방위를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절하다. 집행유예는 조건적·유보적 처분으로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않는 한 취소사유의 발생에 따라 언제든지 유예된 본형의 집행가능성이 남아 있고, 대상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그것을 나중에 집행하게 되더라도 과도하다고 할 수 없으며, 의무의 이행 동안 받게 되는 제약의 정도를 교도소에서의 수감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고, 집행유예의 취소는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을 요건으로 하며 ‘무거운’ 정도에 관한 법원의 해석을 통하여 구체적 타당성과 제재의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도모하고자 하는 공익이 대상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훨씬 중요하고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안창호,재판관 강일원의 보충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준수사항의 위반이나 명령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조치의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대상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라는 집행유예의 취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도모하기 위하여, 집행유예의 전부 취소 대신 일부 취소 등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거나, 집행유예를 취소할 경우에도 의무의 이행 부분, 특히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한 시간을 부활되는 형기에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입법을 개선함이 바람직하다.

참조판례

가. 헌재 2004. 11. 25. 2003헌바104 , 판례집 16-2하, 355, 368

나.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 판례집 15-1, 624, 640

당사자

청 구 인1. 박○호(2012헌바345)대리인 변호사 김용호

2. 이○희( 2012헌바364 )대리인 변호사 임무성

당해사건1. 대법원 2012모1685 집행유예취소 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2012헌바345)

2. 대법원 2012모1638 집행유예취소 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 2012헌바364 )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12헌바345 사건

청구인 박○호는 2010. 10. 5. 전주지방법원에서 특수절도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고 2010. 10. 13.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전주지방법원 2010고단1427).

청구인 박○호는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행한 이후인 2012. 8. 1. 집행유예취소 인용결정을 받고(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12초기7), 이에 즉시항고하였으나 기각되었으며(전주지방법원 2012로27), 다시 대법원에 재항고하여 그 재판계속 중(대법원 2012모1685) 2012. 8. 31. 집행유예취소의 근거가 된 형법 제64조 제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2초기458), 2012. 9. 13. 위 재항고 및 위헌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2. 9. 2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12헌바364 사건

청구인 이○희는 2010. 9. 28. 부산지방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고 2010. 10. 6.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10고단3776).

청구인 이○희는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행한 이후인 2012. 7. 24. 집행유예취소 인용결정을 받고(창원지방법원 2012초기444), 이에 즉시항고하였으나 기각되었으며(창원지방법원 2012로104), 다시 대법원에 재항고하여 그 재판계속 중(대법원 2012모1638) 2012. 8. 30. 집행유예취소의 근거가 된 형법 제64조 제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2초기453), 2012. 9. 6. 위 재항고 및 위헌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2. 10. 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64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64조(집행유예의 취소) ②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가. 2012헌바345 사건

(1)집행유예가 취소되어 유예되었던 징역형이 집행되는 경우 그 징역형의 형기에 집행유예 시 부과된 의무의 이행 부분이 반영되지 아니함으로써 결국 당초 예정되었던 책임의 상한을 초과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느 정도로 준수사항 등을 위반하여야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 것인지를 예상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행유예기간 동안 사회봉사 등을 이행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지 아니하여 이미 사회봉사 등을 이행한 사람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2012헌바364 사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를 규정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로 위반행위가 있어야 그 위반의 정도가 무겁다고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일반론

(1)입법연혁 및 입법취지

집행유예제도는 1953. 9. 18. 형법 제정 당시 단기자유형의 집행이 가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단순히 무죄방면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고 특별예방은 물론 일반예방의 관점에서도 형사제재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또한 집행유예 대상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해 생활 전반에 대하여 지도ㆍ감독할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형법에서 일반 성인범죄에 대하여도 보호관찰 또는 사회봉사ㆍ수강명령과 같은 사회내 처우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형법 제62조의2 제1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사회내 처우의 이행을 담보하여 집행유예제도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한편, 그 위반의 정도가 중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 본래의 형벌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위 형법 개정 당시 함께 신설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 집행유예의 취소

(가) 집행유예의 취소란 유예기간 동안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집행유예를 취소하여 유예된 형을 다시 집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필요적 취소와 임의적 취소가 있다(형법 제64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임의적 취소 규정으로서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 집행유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집행유예의 취소는 보호관찰소의 장의 신청에 의하여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결정된다(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1항, 제64조, 형사소송법 제335조 제1항). 검사는 집행유예의 취소를 청구할 때 보호관찰 대상자의 성명, 연령, 직업 및 주거, 신청의 취지, 취소를 필요로 하는 사유, 기타 보호관찰 등을 계속할 수 없는 사유를 기재한 청구서(형사소송규칙 제149조,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2조 제1항) 및 이에 관한 자료(형사소송규칙 제149조의2, 제150조)를 제출하여야 하고, 법원은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며, 대상자 또는 그 대리인, 담당 보호관찰관 등의 의견을 들어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35조 제2항, 보호관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2조 제3호). 위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35조 제3항).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관련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취소의 효과나 예외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집행유예는 전부 취소되거나 취소되지 않거나 하는 두 가지의 경우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집행유예 시 부과된 의무(사회봉사, 수강 등) 중 이미 이행한 부분이 형기에 산입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집행유예가 취소되면 그 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유예되었던 전(全) 형기가 집행되게 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명확성원칙의 의의와 그 판단기준

죄형법정주의로부터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국민이 알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은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집행유예가 취소되면 유예되었던 형벌이 집행된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법률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취소의 요건은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그 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거나, 어느 정도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뜻을 지닌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입법경과와 목적, 다른 법률조항과의 체계 조화적 해석 등을 통해 법률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다의적인 해석의 우려 없이 그 의미가 구체화될 수 있다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4. 11. 25. 2003헌바104 , 판례집 16-2하, 355, 368 참조).

(나) 검토

1) 우선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자’라 함은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과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조건으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같은 법 제3조 제2항 제1호)(이하 이들을 ‘대상자’라 한다)을 의미한다. 또한 ‘준수사항’이란 대상자가 집행유예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같은 법 제32조 제2항, 제62조 제2항)과 범죄의 내용과 종류, 피고인의 지위, 업무환경, 생활상태, 기타 개별적ㆍ구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부과되는 특별 준수사항(같은 법 제32조 제3항, 제62조 제3항)을 의미하며, ‘명령’은 대상자가 부과받은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을 의미한다.

2) 다음으로 ‘그 정도가 무거운 때’라 함은 위반행위가 일시적ㆍ우발적 행위 등 단순한 위반의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취소할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것을 의미한다. 집행유예의 취소는 자유형의 선고와 마찬가지로 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사회봉사ㆍ수강명령의 실패와 다름없으므로 이는 사회봉사ㆍ수강명령의 목적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에 하여야 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09. 3. 30.자 2008모1116 결정 참조). 따라서 법원은 준수사항 또는 명령의 위반사실의 존재뿐만 아니라 위반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동기, 행위태양, 불이행의 정도, 정당한 사유의 존부 및 대상자의 재범가능성이나 재사회화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집행유예를 취소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보호관찰소의 장은 대상자가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준수사항의 이행을 촉구하고 형의 집행 등 불이익한 처분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할 수 있으므로(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같은 법 시행령 제22조), 대상자로서는 이러한 경고를 통하여 자신의 위반 정도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말하는 ‘무거운’ 정도란 사회내 처우만으로 도저히 심성의 계발 내지 건전한 사회인으로의 편입이라는 집행유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를 것을 의미함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는 부분은 법원이 재판과정을 통하여 대상자에게 집행유예의 취소가 필요한지 여부를 임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4)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사회봉사 등 사회내 처우가 지니는 형사제재적 기능과 재범방지 효과가 범죄의 종류 및 태양, 대상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세부적 요건을 법률에 일일이 규정하는 것보다 법원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취지와 취소의 효과, 관련조항 및 법원의 해석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집행유예의 취소 사유를 규정하면서 명확성원칙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한 번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국가형벌권의 기속원리로 헌법상 선언된 것으로서,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 판례집 15-1, 624, 640 참조).

그런데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경우에 부활되는 본형은 이미 판결이 확정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심판한 결과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심판작용을 거쳐 집행유예의 선고와 함께 선고되었던 것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과는 무관하다고 할 것이다. 가사 의무의 이행 부분이 부활되는 형기에 반영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상 중첩적인 제재의 효과를 지닌다고 보더라도,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은 형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해당되지 않고, 그 목적이 과거의 불법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고 있는 제재가 아니라 대상자의 건전한 사회복귀의 촉진 및 범죄예방을 통한 복지증진과 사회보호에 있으며, 원칙적으로 대상자가 자유로운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행해진다는 점에서 형벌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이중처벌금지원칙에서 말하는 ‘처벌’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신체의 자유 침해 여부

(가)청구인 박○호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경우 유예되었던 본형의 전부가 집행됨으로써 유예기간 동안 조건을 이행한 사람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에 비하여 차별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취소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을 뿐 유예기간 동안 의무를 이행한 사람과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을 차별하는 조항이 아니다.

다만 위 주장은 대상자가 한 의무의 이행 부분을 부활되는 형기에 반영함으로써 신체의 자유가 덜 제한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그렇지 못하게 된다는 취지로 선해할 수도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집행유예기간 동안 대상자에게 규범합치적 생활을 하도록 강제하고 나아가 범죄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회복귀를 도모하여 사회를 방위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준수사항이나 명령의 위반 정도가 무거운 때에 집행유예를 취소하여 유예되었던 본형을 집행하는 것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

(다)집행유예는 징역형의 집행에 대한 조건적ㆍ유보적 처분으로 형의 집행만이 유예될 뿐 형선고의 효력은 인정된다. 따라서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않는 한 취소사유가 발생할 때에는 언제든지 유예된 형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유예되었던 본형이 애초에 대상자의 책임범위를 초과하지 않았던 이상 집행유예가 대상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취소되어 그것이 나중에 집행하더라도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사회봉사 또는 수강이 일정한 시간 동안 자유로운 생활을 제약하고 특정 행동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형벌과는 그 목적과 기능을 본질적으로 달리하므로, 대상자가 집행유예기간 중에 사회봉사 등의 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도 위와 달리 볼 수 없다. 더욱이 사회봉사를 지정하고 집행함에 있어서는 대상자의 직업, 소질, 성별, 연령 등 개인적 특성, 집행시기, 지역적 특성, 집행시설 및 장소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이 고려되고(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등에 관한 예규 제7조 제1항), 구체적으로 대상자의 범죄내용, 주거지와의 거리, 가정환경 등 제반사항을 참작하여 분야나 장소가 결정된다는 점[구 사회봉사명령 집행준칙(2008. 10. 9. 개정되고, 2011. 3. 17.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에 비추어 볼 때, 대상자가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을 이행하는 동안 받게 되는 제약의 정도를 형의 집행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과 동일하거나 그 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집행유예의 취소는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법원으로서는 집행유예를 취소하거나 유지하는 것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으나, 동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 때’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도록 법원에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무거운’ 정도에 관한 법원의 해석을 통하여

구체적 타당성과 제재의 합리성을 확보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나아가 위반의 정도가 무겁다면 결과적으로 사회봉사 또는 수강이 집행유예의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하므로 집행유예를 전부 취소하더라도 이를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고,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유예된 형 모두가 부활할 수 있다는 경고효과가 대상자를 규범합치적 생활로 유도하는 기능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라)대상자에게 규범합치적 생활을 강제함으로써 범죄자의 건전한 재사회화 및 사회방위를 달성하는 한편 적정한 형벌권을 도모하고자 하는 공익이 준수사항 또는 명령을 위반한 대상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훨씬 중요하고 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마)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의 보충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안창호,재판관 강일원의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집행유예의 취소 이외에 일부 취소 등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거나 집행유예를 취소할 경우에도 의무의 이행 부분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므로 이를 지적하여 입법개선을 촉구하고자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개진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상자가 보호관찰의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그 제재수단으로 집행유예를 취소하는 방법만을 규정하고 있어 법원으로서는 집행유예를 전부 취소하거나 위반행위를 제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방법만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전부 취소의 효과를 의식하여 취소를 하지 않거나, 취소를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부득이 취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바, 이는 제재조치의 구체적 타당성을 상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라는 집행유예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집행유예를 취소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제재의 효과에 대상자가 한 의무의 이행 부분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 특히 사회봉사명령은 범죄인의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주된 이념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안처분의 성질을 가지지만 한편으로 자유형의 집행유예에 부가하여 근로를 부과하는 자유형 집행의 대체수단으로서 형사제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고, 여가시간을 박탈하여 의무적 노동을 부과함으로써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헌재 2012. 3. 29. 2010헌바100 , 판례집 24-1상, 414, 418-422 참조). 수형자의 경우 교도소에서 정역을 이행하고 일정 정도의 작업장려금을 지급받아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73조 제2항)에 비추어 보면,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한 시간을 부활되는 형기에 적절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독일은 집행유예의 취소사유가 발생했을 때 보호관찰기간 등을 연장하거나 의무사항 또는 지시사항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법으로 집행유예의 취소에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고(형법 제56조f 제2항),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경우에도 대상자가 유예기간 동안 공익적 급부의 일환으로 이행한 사회봉사 부분을 형기에 산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56조f 제3항). 그리고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경우 집행유예의 일부를 취소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제재의 구체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하여 집행유예의 취소 이외에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거나 집행유예를 취소할 경우에도 의무의 이행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입법에 의하여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별지

[별지] 관련조항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생략

제62조의2(보호관찰,사회봉사ㆍ수강명령)①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에는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거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호관찰의 기간은 집행을 유예한 기간으로 한다. 다만, 법원은 유예기간의 범위 내에서 보호관찰기간을 정할 수 있다.

③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은 집행유예기간 내에 이를 집행한다.

제32조(보호관찰 대상자의 준수사항) ① 보호관찰 대상자는 보호관찰관의 지도ㆍ감독을 받으며 준수사항을 지키고 스스로 건전한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보호관찰 대상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주거지에 상주(常住)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2.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善行)을 하며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3.보호관찰관의 지도ㆍ감독에 따르고 방문하면 응대할 것

4.주거를 이전(移轉)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할 것

③ 법원 및 심사위원회는 판결의 선고 또는 결정의 고지를 할 때에는 제2항의 준수사항 외에 범죄의 내용과 종류 및 본인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면 보호관찰 기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특별히 지켜야 할 사항으로 따로 과(科)할 수 있다.

1. 야간 등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특정 시간대의 외출 제한

2.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특정 지역ㆍ장소의 출입 금지

3. 피해자 등 재범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

4.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

5. 일정한 주거가 없는 자에 대한 거주장소 제한

6. 사행행위에 빠지지 아니할 것

7. 일정량 이상의 음주를 하지 말 것

8.마약 등 중독성 있는 물질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9.「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마약류 투약, 흡연, 섭취 여부에 관한 검사에 따를 것

10.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④보호관찰 대상자가 제2항 또는 제3항의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등 사정변경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보호관찰소의 장의 신청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심사위원회는 보호관찰소의 장의 신청에 따라 각각 준수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⑤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준수사항은 서면으로 고지하여야 한다.

제335조(형의 집행유예 취소의 절차) ① 형의 집행유예를 취소할 경우에는 검사는 피고인의 현재지 또는 최후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청구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피고인 또는 그 대리인의 의견을 물은 후에 결정을 하여야 한다.

③전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④전2항의 규정은 유예한 형을 선고할 경우에 준용한다.

본문참조조문
판례관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