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하집2000-2,149]
[1]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의 피해자 특정과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의 피해자 특정에 관한 법리
[2]방송 등 언론 매체의 명예훼손 행위와 관련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3]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경우, 그 집단의 개별 구성원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여부(한정소극)
[4]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장래의 금지청구가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1]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 할 것이고, 아울러 직업, 학력, 지연, 출신 등에서 유래하는 공통성을 가지는 사람들의 집단에 대하여 그 집단에 속하는 일부 구성원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명예훼손 사실이 보도된 경우 그 보도로 인하여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 개개인 모두에 대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는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의 수(집단의 크기), 그 집단을 다른 집단이나 단체와 구별하게 하는 구성원들 사이의 공통 요소,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방송 등 언론 매체의 명예훼손 행위와 관련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그 방송에 신속성이 요청되는가, 그 방송의 근거가 된 자료가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 확인이 용이한가 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언론의 보도로 어느 집단 혹은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이 이루어졌을 때, 그 명예훼손은 집단 혹은 단체의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그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집단이나 단체의 개별 구성원에 대하여서까지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칙으로는 집단이나 단체 자체에 대한 명예훼손만이 문제될 뿐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까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그 집단의 크기와 구성원의 수, 조직 체계, 대외적인 구성원의 개성의 부각 정도 등에 비추어 집단이나 단체의 개별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평가까지 아울러 저하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4]민법 제764조에 기하여 인정되는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은 과거에 훼손된 명예에 관한 사후 구제 수단인 데 반하여, 금지청구는 장차 발생할지 모르는 명예훼손 행위를 금지해 줄 것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써 피해자들이 구하는 바와 같은 금지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다만, 일반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금지청구를 구할 수는 있다).
[1] [1] 민법 제750조, 제751조 [2] 민법 제750조, 제751조 , 형법 제310조 [3] 민법 제751조 [4] 민법 제764조
[1]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공1983, 129)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도1744 판결(공1990, 72)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36622 판결(공1994상, 1643)
[2]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공1998상, 1575) [3] 대법원 2000. 10. 10. 선고 99도5407 판결(공2000하, 2361) [4]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공1996상, 1486)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7851 판결(공1997하, 3574)조창현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상운)
주식회사 에스비에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안영수)
1.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5,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1999. 10. 12.부터 2000. 10. 18.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피고는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SBS 8시 뉴스' 프로그램의 말미에, 화면 상단에 '정정 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통상의 뉴스 보도 제목과 같은 크기의 글씨로 계속 표시하고, 그 아래 화면에는 별지 제1 정정 보도문 기재 내용을 시청자들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하면서 진행자로 하여금 위 정정 보도문 기재 내용을 원래의 뉴스 진행 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게 하라.
3.만약 피고가 제2항 기재 기간 안에 제2항 기재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각 1,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4. 소송비용 중 30%는 원고들이, 7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1. 금원지급 청구부분-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50,000,000원과 각 이에 대하여 1999. 10. 12.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정정 보도 청구부분-피고는 (1) 이 사건 판결 선고 후 최초로 방송되는 '8시 뉴스'의 첫머리에서 상단 화면에 두 줄로 통상 뉴스 보도 제목과 같은 크기의 글자로 "기무사 현역 장성들, 병무 비리 무관"이라는 제목을 계속 표시하고 그 아래 화면에는 별지 제2-1정정 보도문의 내용을 통상 뉴스 보도와 같은 크기의 글자로 시청자들이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하면서 뉴스 진행자로 하여금 원래의 프로그램진행 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게 하고, (2) 위 (1)항의 보도에 이어 위 (1)항과 같은 요령으로 같은 제목을 표시하고, 별지 제2-2정정 보도문을 표시, 낭독하게 하고, (3) 위 (2)항의 이행 후 최초로 방송되는 '8시 뉴스'에 위 (1)항과 같은 요령으로 같은 제목을 표시하고, 별지 제2-3정정 보도문을 표시, 낭독하게 하고, (4) 위 (3)항의 이행 후 최초로 방송되는 '8시 뉴스'에 위 (1)항과 같은 요령으로 같은 제목을 표시하고, 별지 제2-4정정 보도문을 표시, 낭독하게 하라. (5) 만약 피고가 위 각 항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는 위 각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각 이행 완료일까지 원고들에게 매일 각 30,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기타 청구부분-피고는 (1) 별지 제1 금지 목록 기재 방송프로그램을 재방송하거나 타인에게 판매, 대여하거나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되고, (2) 별지 제2 금지 목록 기재 내용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거나 편집, 방송, 광고하여서는 아니 되고, (3) 별지 제2 금지 목록 기재 내용이 포함된 책 및 정기 간행물, 보도 자료, 속보, 성명서 등 유인물, 광고지, 기타 출판물 등의 인쇄물을 각 편집, 제작, 발행, 발매, 반포하거나 인터넷 또는 컴퓨터 통신에 게시하여서는 아니 된다. (4) 만약 피고가 각 항을 위반할 때에는 피고는 각 원고에게 그 위반한 행위 1건에 대하여 각 30,000,000원을 지급하라.
1. 보도 경위
[다음은 갑 제1, 2, 4, 5, 13∼16, 23, 27, 31호증, 을 제1-9, 15호증의 기재, 증인 이기성, 이성원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사실들이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피고(2000. 3. 17. 변경 전 명칭은 주식회사 서울방송)는 'SBS 서울방송국'을 운영하면서 1999. 10. 10.부터 같은 달 12일까지 'SBS 8시 뉴스' 프로그램을 통하여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라 한다) 소속 현역 장성 등 부대원들에 대한 병무 비리 의혹을 다룬 뉴스를 4차례에 걸쳐 방송한 회사이다(이하 위 각 방송을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
(2)원고 조창현은 1970년 기무사 전입 후 1998. 10. 육군 소장으로 진급하여 이 사건 방송 당시 위 사령부 참모장으로, 원고 문두식은 1979년 기무사 전입 후 1997년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여 이 사건 방송 당시 기무사 1처장으로, 원고 염완돈은 1979년 기무사 전입 후 1998. 7.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여 이 사건 방송 당시 국방부 기무부대장으로, 원고 임환복은 1975년 기무사 전입 후 1998. 7.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여 이 사건 방송 당시 육군본부 기무부대장으로, 원고 김복산은 1975년 기무사 전입 후 1999. 1.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여 이 사건 방송 당시 기무사 기획관리실장으로 각 근무하던 자들이다.
나. 기무사 소속 부대원들에 대한 병무 비리 수사의 배경
(1)1998. 3.경 병무청 모병관으로 근무하던 원용수 준위가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병무 비리를 알선해 온 혐의가 포착되어 그에 따른 수사가 진행된 결과 1998. 5. 12. 위 원용수 준위가 구속되기에 이르자, 조직적이고 폭넓은 병무 비리가 군내에 확산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어 갔고, 이러한 상황에서 1998. 6.경에는 국방부에서 육군 부관감을 구속하면서 병무 비리에 관련된 현역 군인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1998. 7.경에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병무 비리에 관련된 민간인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조직적인 민·군 합동수사 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98. 12. 1. 병무 비리 수사를 전담하기 위하여 일반 검찰 27명, 경찰 16명, 군검찰 14명으로 구성된 '병무 사범 합동 수사본부'가 구성되었다. 위 합동 수사본부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병역 면제에 관하여 수사한 결과 207명을 사법처리하였다.
(2)국방부는 위 합동 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수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그 비리 대상 역시 의병 전역, 공익 근무 판정, 의병 조기 전역 등 모든 유형의 병무 비리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1995. 5. 1. 군검찰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사팀(이하 '일반 수사팀'이라 한다)을 구성하여 수사를 진행한 결과 1999. 8. 31.까지 127명을 사법 처리하기에 이르렀다.
(3)그런데 위 수사 과정에서 1999. 6. 8. 부산 지역 기무부대 소속 군무원이 구속되는 등 기무사 소속 부대원들과 헌병 병과원들이 병무 비리에 연루되어 있음이 확인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1999. 7. 14. 일반 수사팀은 병무 비리 일반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도록 하고, 일반 수사팀에서 군검찰관 4명을 포함한 8∼9명을 분리하여 기무·헌병 전담 수사팀(이하 '전담 수사팀'이라 한다)을 구성한 다음 전담 수사팀으로 하여금 기무·헌병 요원들에 대한 수사를 당당하게 하였다.
(4)전담 수사팀은 구속된 기무사 소속 군무원과 군의관들을 주된 수사의 단서로 삼아 수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기무사 소속 전·현직 장성 2명을 포함한 기무·헌병 요원 약 22명에 대하여 병무 비리 혐의를 포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담 수사팀이 운영되는 가운데 일반 수사팀을 운영하던 검찰 부장과 사이에 수사 범위, 보고 절차 등에 관하여 마찰이 생기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기무사 소속 부대원들이 조사대상인 군의관과 기무사 요원 등을 상대로 전담 수사팀의 불법 수사 여부를 조사하고 전담 수사팀에서 진술할 내용을 미리 확보하는 등으로 수사 기밀 사항이 누출되면서 전담 수사팀의 수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방부는 1999. 10. 2.경 파견 근무 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전담 수사팀의 인원을 대폭 축소하여 대부분의 군검찰관을 원래 부대로 복귀시켰다. 한편, 그 무렵까지 전담 수사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사법 처리된 기무·헌병 관련 사건은 모두 7건이었다.
다. 이 사건 방송 경위
(1)피고 소속 국방부 출입기자인 이기성, 이훈근은 전담 수사팀이 해체될 무렵 전담 수사팀 소속 군검찰관으로부터 기무사 소속 장성 및 고급 간부들이 병무 비리에 연루되어 있고, 기무사 소속 부대원들이 수사진행을 방해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군검찰관과 군의관을 인터뷰하고, 군검찰관으로부터 관련자 진술서를 확보한 다음 이들 자료를 토대로 방송 기사를 만들고, 피고는 위 방송 기사를 편집한 후 1999. 10. 10.자 'SBS 8시 뉴스' 시간에 "현역 장성도 연루"라는 제목으로 별지 제1 보도 기재 내용을, 같은 날 뉴스에 "수사 중단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별지 제2 보도 기재 내용을 각 방송하였다.
(2)한편, 국방부와 기무사는 위 각 보도가 방송된 직후 "SBS 8시 뉴스 '병무 비리 현역 장성도 연루' 보도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위 보도 중 현역 장성이 금품을 받고 병무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위 해명에 대하여 피고는 1999. 10. 11. 같은 뉴스 시간에 "'장성없다' 허위 해명"이라는 제목으로 별지 제3 보도 기재 내용을 방송하였다. 또한, 피고는 1999. 11. 12. 같은 뉴스 시간에 "전 기무사 장성 수뢰"라는 제목으로 별지 제4보도 기재 내용을 방송하였다.
라.국방부는 1999. 10. 18., 1999. 12. 7.과 같은 달 28일 그 동안의 자체 조사 결과 위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였다.
마.한편, 이 사건 보도 당시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은 기무사 사령관, 해군, 공군 장성 및 원고들을 포함하여 모두 8명이었다.
2.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
가.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부분-별지 제1 보도
(1) 구체적 사실의 적시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피고는 별지 제1 보도 기재 방송(이하, 방송 내용을 특정할 때에는 '제1보도, 제2보도' 등으로 약칭한다)을 통하여 "현역 장성도 연루"라는 제목 아래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과 영관급 고위 간부들이 병무 비리에 대거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라고 전제한 다음, "병무 비리 연루 장성 가운데 일부는 그 대가로 10,000,000원에서 60,000,000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으며"라고 보도한 데 이어, "뇌물수수"라는 배경 자막과 함께 "수사 기록에 따르면 기무사 A 장군은 지난 96년 6월 보좌관을 시켜 군 병원 진료부장에게 압력을 넣어 자신의 친척인 사병을 의병 전역시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모 기무부대장 B 장군과 C 장군도 지난 96년과 97년 입영 대상자의 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군의관에게 압력을 넣어 입영을 면제해 주거나 의병 전역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보도하였는바, 이는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들 중 일부가 뇌물을 수수하고 병무 비리를 알선한 것으로 단정하여 보도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에 관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었다 할 것이다.
(2) 피해자의 특정
원고들은 위 보도로 원고들 모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위 보도에서 원고들을 특정한 바 없고 단지 그 중 일부만을 지칭하여 A, B, C 장군으로 표시하면서 장성 3∼4명이라고 그 수까지 밝혀 보도한 이상 위 보도로 인하여 원고들 개개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다툰다.
살피건대,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 할 것이고, 아울러 직업, 학력, 지연, 출신 등에서 유래하는 공통성을 가지는 사람들의 집단에 대하여 그 집단에 속하는 일부 구성원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명예훼손 사실이 보도된 경우 그 보도로 인하여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 개개인 모두에 대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는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의 수(집단의 크기), 그 집단을 다른 집단이나 단체와 구별하게 하는 구성원들 사이의 공통 요소,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기무사 현역 장성은 모두 8명에 불과한데도 피고는 위 보도에서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들'이라고 보도하였음을 알 수 있고, 시작 부분에서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한 데 이어 A, B, C라는 이니셜을 사용하여 기무사 현역 장성 가운데 3∼4명이 병무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원고들이 소속된 '기무사 현역 장성'이라는 집단의 소규모성, 직업과 직위를 특정하여 보도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생활하는 범위 내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위 보도에서 지적한 병무비리에 관련된 사람들이 원고들일 수 있다고 추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지므로, 위 보도로 원고들 개개인의 명예가 모두 훼손되었다 할 것이다.
(3)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위 보도에서 A 장군으로 지칭한 사람은 원고 조창현이고, B, C 장군으로 지칭한 사람은 원고 염완돈, 임환복이며, 그 밖에 3∼4명이라고 할 때 그 중에는 원고 문두식이 포함되어 있는바, 위 원고들에 대한 보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가사 진실이 아니더라도 피고로서는 위 보도를 함에 있어 필요한 확인절차를 모두 거쳤으므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때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고, 다만 원고 김복산은 병무 비리와 관련된 혐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보도로 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공익을 위하여 보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머지 원고들을 지칭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기 때문에 원고 김복산에 대하여도 역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①공익성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위 보도는 당시 사회적인 관심사였던 병무비리 의혹 중에서도 특히 군대 내 특수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기무사 장성들에 대한 병무비리 의혹을 주된 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이들에 대한 병무비리 수사 진행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위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은 인정된다.
②다음으로 위 보도 내용이 진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 보도에서 진실성 여부가 문제되는 부분은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들이 병무 비리에 연루되었다", "뇌물로 10,000,000원에서 60,000,000원을 받았다."는 부분과 A, B, C 장군을 지칭하면서 구체적인 뇌물 수수와 알선 방법을 보도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 우선 진실한 사실인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그 진실성에 관한 입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 다음으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행위와 관련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그 방송에 신속성이 요청되는가, 그 방송의 근거가 된 자료가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 확인이 용이한가 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위 보도는 전담 수사팀에 의한 기무사 소속 부대원들의 병무 비리 조사가 진행되던 중 국방부가 1999. 9. 30.경 파견 근무기간의 종료라는 다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담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한 시점에 이루어졌는바, 기무사 부대원들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측면에서 위 보도는 신속성의 요청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이기성의 주된 취재원은 수사를 담당했던 군검찰관이었고, 갑 제1호증, 을 제2∼8호증의 기재와 증인 이기성의 증언에 의하면, 이기성이 확보한 자료에는 기무사의 전·현직 장성 및 대령급 고위 간부들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었는데, 그 중 원고 조창현에 관하여 1996년경 그가 기무사 3처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그의 보좌관이 부산지역 기무사 소속 군무원에게 전화하여 원고 조창현의 친지 아들이 국군부산병원에 근무하고 있는데 의병제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취재원의 신빙성과 확인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위 보도 내용 중 현역 장성 가운데 1인은 병무비리에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의 사실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앞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 만한 정도를 크게 벗어나 기무사 소속 현역 장성들이 병무 비리를 알선하면서 10,000,000원에서 60,000,000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단정하여 보도하였는바, 이 부분 보도에 관하여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이 사건 보도는 수사기관이 내사중인 사건에 관하여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행하여진 범죄 보도라 할 것인데, 이러한 경우 보도를 담당하는 언론기관으로서는 통상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라 이루어지는 범죄 혐의 보도에 있어서 보다 훨씬 높은 정도의 확인 의무가 요구된다 할 것인데도, 피고 소속 기자인 이기성은 혐의자의 진술이 확인 의무가 요구된다 할 것인데도, 피고 소속 기자인 이기성은 혐의자의 진술이 확보되지도 않았고 달리 물증이 확보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군검찰관들의 의견과 진술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원고들의 병무비리 알선 및 뇌물수수에 관한 내용의 보도 기사를 작성하였고, 피고는 이를 그대로 방송해 버린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③ 마지막으로 피고의 원고 김복산에 대한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위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④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제2, 3, 4보도
(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제2, 3, 4 보도에 관하여 ① 이 역시 원고들에 대한 보도이므로 위 각 보도로 인하여 원고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고, ② 가사 위 각 보도가 원고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기무사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원고들은 기무사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 그 명예가 훼손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2)그러므로 우선, 원고들의 위 ① 주장 즉, 위 각 보도가 원고들에 관한 것으로 그들의 명예를 훼손한 보도인지에 관하여 살핀다.
보도 내용을 보건대, 제2 보도는 전담 수사팀의 기무사에 대한 병무비리 수사가 진행되던 중 국방부가 전담 수사팀 소속 군검찰관 등을 원대 복귀시켜 그 수사가 결국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그 배경에 기무사의 수사 방해와 모종의 압력이 작용했을지 모른다는 내용이고, 제3 보도는 기무사 장성 중 병무비리에 연루된 사람이 없고 기무사의 수사 방해가 없었다는 국방부와 기무사의 해명발표에 대하여 수사관계자의 전화 통화와 취재 내용에 비추어 위 발표들이 허위라고 지적하면서 재수사 내지는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며, 제4 보도는 "전 기무사 장성 수뢰"라는 제목 아래 별지 제1 보도 기재 방송에서 밝힌 장성들 외에 추가로 새로운 혐의가 포착된 전 기무사 소속 장성이 드러났다는 내용인바, 위와 같은 보도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2, 3 보도는 국방부와 기무사에 대한 비판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위 각 보도내용이 원고들에 관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고(다만, 제2 보도는 제1 보도에 이어 같은 날 방송된 것이기는 하나, 전담 수사팀의 해체와 기무사의 수사방해에 원고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같은 날 방송된 기무사의 병무비리에 관한 보도라는 점만으로 위 보도가 원고들에 관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제4 보도는 기왕에 보도한 장성 이외에 또다른 '전' 기무사 소속 장성에 관한 보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이 역시 원고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다음으로 원고들의 위 ② 주장 즉, 위 각 보도로 기무사의 명예가 훼손된 결과, 그 구성원인 원고들의 명예까지 아울러 훼손되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언론의 보도로 어느 집단 혹은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이 이루어졌을 때, 그 명예훼손은 집단 혹은 단체의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그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집단이나 단체의 개별 구성원에 대하여서까지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칙으로는 집단이나 단체 자체에 대한 명예훼손만이 문제될 뿐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까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그 집단의 크기와 구성원의 수, 조직 체계, 대외적인 구성원의 개성의 부각 정도 등에 비추어 집단이나 단체의 개별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평가까지 아울러 저하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가사 위 각 보도로 인하여 기무사 자체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변론과정에 나타난 바와 같은 기무사의 조직의 전국적인 방대성, 소속 구성원이 병사, 하사관, 군무원, 장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그 수가 많은 점 등 기무사의 단체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기무사 자체에 대한 명예훼손 사실의 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로써 그 개별 구성원인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까지 함께 저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의 범위와 내용
가. 위자료
원고들은 제1 보도가 방송됨으로써 그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는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위자료를 정한다.
(1)우선 위 보도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을 공중에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속성의 요청에 부합하고, 피고로서도 사실 확인을 위해 상당한 정도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2)반면, 원고들은 군인으로서 명예와 자긍심으로 오랜 기간 군복무를 해온 사람들인데, 위 보도로 인하여 일반인들에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하면서까지 병무비리를 알선한 것으로 널리 오인받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그들의 명예는 심히 훼손되었다 할 것이다.
(3)그 밖에 원고들의 사회적 지위, 위 보도 내용 및 방송 시점, 이 사건 방송 내용 중 허위 사실이 차지하는 비중, 기타 이 사건 변론 과정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면, 위자료는 원고들에게 각 1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나.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과 간접강제
또한,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보면, 피고들에게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원고들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는 데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은 민법 제764조에 따른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으로써 정정 보도문의 게재를 구할 권리가 있다.
나아가 정정보도의 방법과 내용에 관하여 보건대, 제1 보도의 방송 시간과 내용, 제1 보도가 당시 'SBS 8시 뉴스'에서 차지한 비중, 기타 앞서 본 위자료 참작 사유에서 고려했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SBS 8시 뉴스' 프로그램의 말미에, 화면 상단에 '정정 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통상의 뉴스 보도 제목과 같은 크기의 글씨로 계속 표시하고, 그 아래 화면에는 별지 제1 정정보도문을 시청자들이 그 내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하면서 진행자로 하여금 위 정정보도문 기재 내용을 원래의 뉴스 진행 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게 함이 상당하다.
한편,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단기간 내에 정정보도를 이행하지 아니할 개연성이 있고, 원고들의 사회적 지위 및 제1 보도 시점에 비추어 조속한 명예회복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만약 피고 회사가 위 기간 안에 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각 1,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원고들의 기타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 피고에 대하여 청구취지 3항의 '기타 청구부분' 기재와 같은 내용의 금지청구를 구한다.
살피건대, 원고들이 구하는 위 각 청구는 모두 장래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구하는 이른바 금지청구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민법 제764조에 기하여 인정되는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은 과거에 훼손된 명예에 관한 사후 구제수단인 데 반하여, 금지청구는 장차 발생할지 모르는 명예훼손행위를 금지해줄 것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써 원고들이 구하는 바와 같은 금지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가사 원고들이 주장하는 취지가 인격권 일반에 인정되는 금지청구를 근거로 위와 같은 청구를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들의 명예훼손에 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자료와 함께 정정보도가 이행될 것이기 때문에 이로써 원고들의 권리구제는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더 나아가 원고들이 구하는 금지청구를 인용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5,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제1 보도에 따른 불법행위일 이후로 원고가 구하는 1999. 10. 12.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00. 10.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정정보도를 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위 인정 범위에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