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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1274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 발급이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 사기죄의 성립 여부(적극) 및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신용보증금액 상당액)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기세운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5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대한 사기의 점

원심이 그 설시의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회사의 직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의 공장을 신축하는데 필요한 토목공사를 해주면 공사대금 9,000만 원을 반드시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토목공사를 완성하게 한 후 그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동액 상당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기록에 비추어 충분히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또는 사기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해자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사기의 점

원심은 그 설시의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이미 채무초과의 상태에 있었고 새로 설립한 공소외 2 주식회사는 실제 자본금이 전혀 없음에도 신용보증기금의 신용심사 및 신용보증서 발급업무 담당자에게 ‘ 공소외 2 주식회사의 공장을 신설하여 운영하려고 하는데, 위 회사의 자본금은 5억 원이고 몇 달 후 수주금액이 10억 원 정도 될 것이다. 공소외 2 주식회사가 공장 신축 및 기계기구 구입에 필요한 시설자금 9억 7,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하여 주면 반드시 대출금을 변제하여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는 한편, 위 공장 신축공사를 실제로 하지 않는 공소외 3 유한회사를 시공회사로 가장하여 허위의 내용이 포함된 신용보증신청서류를 제출함으로써 이에 속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사기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만,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 발급이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이상 그로써 곧 사기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은 신용보증금액 상당액이라 할 것이며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1848 판결 , 2005. 11. 10. 선고 2005도602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발급받은 이 사건 신용보증서의 기재에 의하면 신용보증금액은 8억 2,450만 원(대출예정금액 9억 7,000만 원의 85%)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9억 7,000만 원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후 외환은행 광주지점으로부터 위 신용보증을 담보로 2억 3,000만 원을 송금받고도 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신용보증기금으로 하여금 대위변제하게 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라고 인정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기수 시기 및 재산상 이익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위 제1항 및 아래 제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각 사기의 점에 대한 원심판결이 모두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잘못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에 따라 환송 후 항소심이 이 부분 편취액을 8억 2,450만 원 상당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원심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으므로,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3.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사기의 점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3 유한회사 대표 공소외 4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편취하였다는 1억 2,000만 원은 위 제2항 기재 신용보증서를 외환은행 광주지점에 제출하고 공소외 2 주식회사의 공장 신축공사 기성금으로 대출받은 2억 3,000만 원 중 일부인데, 위 대출금이 공소외 3 유한회사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이유는 위 신용보증서 발급신청 및 대출신청 당시 제출한 서류에 위 신축공사의 시공회사가 공소외 3 유한회사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나(은행으로서는 시설자금 대출금을 주채무자에게 입금하게 되면 다른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주채무자의 위임장을 받아 시공회사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공소외 3 유한회사가 아니라 피고인과 별도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공소외 1 주식회사(토목공사), 공소외 5 주식회사(철골공사) 등이 위 공사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공소외 3 유한회사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대출금의 처분권이 공소외 3 유한회사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있었고 따라서 그 대출금 중 일부를 공소외 4로부터 받아 사용한 피고인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공소외 3 유한회사는 실제로 공사를 하지 않으면서 시공회사 명의를 빌려 준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신용보증기금과의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공소외 2 주식회사의 구상금 채무 등을 연대보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명의로 철골공사업체인 공소외 5 주식회사와의 사이에 시공참여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위 대출금의 변제 및 공사대금 지급에 관하여 실질적인 책임을 부담하고 있었던 점, 이에 따라 공소외 4는 공사 기성고에 따른 대출금이 공소외 3 유한회사의 예금계좌에 입금되면 먼저 실제 시공회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남는 돈을 피고인에게 주기로 하였으며, 신용보증기금과의 사이에서도 ‘신축공사가 끝난 후 외환은행에서 그 공장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신용보증금액 중 70% 이상이 우선 해지되면 공소외 3 유한회사는 연대보증인에서 제외하기로 한다’는 약정을 하였던 점, 위 대출금 2억 3,000만 원이 공소외 3 유한회사의 예금계좌에 입금되자 그 중에서 1억 1,000만 원은 피고인이 기왕에 공소외 4로부터 차용하였던 돈을 변제한 것으로 정리하였고, 나머지 1억 2,000만 원은 실제 시공회사들에게 공사대금 등으로 지급되어야 할 것임에도 피고인은 공소외 4에게 ‘대만에서 수입한 방직기계가 광양항에 도착해 있는데 기계대금이 연체되어 이자가 비싸니 나머지 대출금을 잠시 빌려주면 우선 기계를 찾아오고, 공사대금은 추후 기성금이 대출되면 갚겠다.’라고 말하여 1억 2,000만 원을 송금받았으나 기계를 제대로 찾아오지 않았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3 유한회사나 공소외 4가 단순한 피고인의 도구에 불과하거나 또는 대리인으로서 오로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대출금을 수령한 후 이를 그대로 피고인에게 건네주기로 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위 대출금의 처분권은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공소외 3 유한회사에 귀속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외 4를 기망하여 그 중 일부를 교부받은 행위는 신용보증기금을 기망하여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행위와는 피해법익을 달리하는 별개의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이 부분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위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은 위 대출금 2억 3,000만 원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고 하여 이 부분 사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원심이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결론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