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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2020.12.17. 선고 2019나6356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9나63567 손해배상(기)

원고항소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율 담당변호사 박민건

피고피항소인

B언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승 담당변호사 이신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19. 9. 26. 선고 2018가단113037 판결

변론종결

2020. 10. 29.

판결선고

2020. 12. 17.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8. 4.부터 2020. 12. 1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이 법원에서 위와 같이 청구취지를 감축하였고, 피고의 다시보기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불법행위청구를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추가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관련 형사사건의 진행 경과

1) C은 2016. 5. 6. 부산중부경찰서에 원고를 강간미수, 유사강간 혐의로 고소하였 는데(이하 C를 "고소인"이라고 한다), 그 고소이유의 요지는 '원고와 고소인은 원고의 아들인 축구선수 H(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억울한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한 단체인 'I' 활동을 하던 중 서로 형부, 처제라고 부를 만큼 친해진 사이였다. 그런데 원고는 2016. 3. 27. 18:20경 부산 중구 D 부근에서 성명불상의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하는 원고 소유의 차량 뒷자리에서 고소인의 가슴과 음부를 손으로 만지는 방식으로 유사강간하였고, 2016.3.27. 19:10경 부산 사하구 E 소재 「F모텔」 에서 고소인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고소인을 강간하려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2) 원고에 대하여는 2016. 11, 28. 위 강간미수, 유사강간 혐의로 공소가 제기되었으나, 제1심 법원은 사건 당일 차량 안과 모텔 안에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사실관계, 사건 직후 원고와 고소인의 여러 행동들, 고소인 진술의 전체적인 일관성과 제반 사정과의 부합 여부 등을 종합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고소인의 의사에 반하여 위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 8. 17.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창원지방법원 2016고합268). 이에 대한 항소심 법원은 2018. 2. 7.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부산고등법원(창원) 2017노226], 위 판결은 2018. 2. 15. 확정되었다(이하 위 형사사건을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나. 피고의 이 사건 프로그램 방송

1) 피고 제작진은 2016. 11. 11.경 인터넷 뉴스 기사를 통해 관련 형사사건을 알게 되어 2016. 11. 11.부터 2016, 12. 3.까지 고소인과 관련자의 진술을 청취하고, 2016. 12. 4. 원고의 집을 찾아가 원고를 만나고자 하였으며, 같은 날 원고의 처 J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방송을 위한 취재를 하였다.

2)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장을 확인한 후 2016. 12. 12. 'G'이라는 제목으로 (①) 원고와 고소인이 망인의 사망경위를 밝히기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중 친분을 쌓게 되었다는 사실, ② 고소인이 주장하는 성폭력 피해 사실(이하 "이 사건 성폭력 혐의 사실"이라고 한다), ③ 그로 인해 고소인이 현재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 등을 설명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을 방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5, 13,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주위적으로, 원고는 고소인을 유사강간하거나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는 이에 관한 충분한 취재를 하지 않은 채 고소인, 그리고 고소인의 얘기를 들은 K의 진술에만 기초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영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예비적으로,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 제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2017. 8. 17. 이후에도 피고는 2019. 12. 31.까지 피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건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이 사건 프로그램이 일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프로그램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방송된 것이고, 피고는 이 사건 성폭력혐의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취재를 거쳤는바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으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한편, 피고는 2018. 8. 3. 이 사건 소장을 송달받음으로써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피고는 디지털 서비스 개편 등으로 인해 2018. 8. 6. 이후로는 위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 역시 이유 없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1)

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1) 피해자의 특정 여부에 대한 판단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두문자(頭文字)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이 경우 특정의 정도는 피해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와 같은 업계에 있거나, 피해자의 지인 · 주변인이 해당 보도가 피해자에 관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피해자가 특정 되었다고 볼 것이다.

앞에서 든 증거들, 갑 제5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축구선수였던 원고의 아들이 5년 전(2011년 경) 석연치 않은 경위(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번개탄을 차량 안에 피워 놓은 채로 발견)로 사망하였다는 내용이 방송 장면, 자막, 나레이션 등으로 명확히 설명된 점, ② 망인이 2011년 경 사망하였을 당시부터 그 사망 경위와 관련하여 다수의 보도와 의혹 제기 등이 있어 왔기에 이는 이미 일반 대중에게 상당히 알려진 사건인 점, ③ 위 프로그램에서 명시된 정보(축구선수, 사망, 고속도로, 번개탄) 중 일부만을 활용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면 해당 인물이 망인이고 결국 위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사람이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를 지칭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지인 주변인 뿐 아니라 원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위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인물이 원고를 지목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몸이 상당하다. 결국 이 사건 프로그램에 따른 피해자는 원고로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2) 구체적 사실의 적시와 명예훼손의 성립

가) 언론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란 반드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할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의 하더라도 그 표현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족하다. 또한 텔레비전 방송보도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의 여부는 당해 방송보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시청자가 보통의 주의로 방송보도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보도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화면의 구성방식,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와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보도 내용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참조).

나) 앞서 는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볼 때 원고가 고소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차량 안에서 고소인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뒤이어 고소인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려 하였음을 재연하거나 암시하는 방식으로 위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프로그램은 10분 40초경부터 13분 05초경까지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을 설명하였는데, 위 프로그램은 차량 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내용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에 더하여 재연 배우를 통해 원고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고소인의 어깨와 가슴을 주무르고 허벅지를 만지자 원고가 강하게 저항하며 뿌리치는 장면을 연출하여 방영하였는바, 위와 같은 표현방법은 일반 시청자가 보통의 주의로 방송을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할 때 원고가 차량 내에서 고소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고소인의 어깨와 가슴, 허벅지 등을 만지며 추행한 것으로 인식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위 재연 장면의 방영 당시 화면 왼쪽 상단에 "재연" 그리고 그 아래 더 작은 글씨로 "L(가명) 씨 주장"이라는 자막을 삽입한 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② 이 사건 프로그램은 12분 41초경 "모델로 이어진 2차 범행"이라는 자막과 함께 "L씨는 그 모텔방에서 또다시 성추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라는 나레이션에 뒤이어 "집이 아니어서 나오려고 그랬는데, 제가 술이 너무 많이 취하니까 정신도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잡아서 이렇게 넘어뜨리니까, 거의 뭐 속수무책인(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라는 고소인의 진술을 포함시켰는바, 이러한 고소인의 진술내용에 당시 영상과 자막의 표현을 함께 종합하면, 일반 시청자가 보기에는 원고가 모텔에서 고소인에게 다시 강제적으로 성폭행을 시도하였다고 인식될 정도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암시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고소인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일상생활과 병원진료 모습을 통해 상세히 제시하였고, "아들의 죽음에 관한 의혹을 풀기 위해 함께 고생한 사람에게 사과나 해명 대신 다른 선택을 한 부모들, 거기엔 무슨 까닭이 있을까요?"(19분 00초경), "L 씨는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보면 지금까지 옳은 일이라 여기며 자신이 해온 일들이 덧없이 느껴집니다" (21분 35초경), "그녀는 그날의 아픔을 씻어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22분 32초경)라는 내용의 나레이션을 각 삽입하였는바, 이 프로그램은 그 전체적인 취지를 종합할 때 고소인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을 제시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원고가 고소인의 의사에 반해 성폭력 행위를 하였다는 점, 그럼에도 그 혐의사실을 부인하여 고소인에게 더욱 큰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 원고가 이 사건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은 앞서 인정한 것과 같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원고가 고소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차량 안에서 고소인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뒤이어 고소인을 모델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려 한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적시하였는데, 위와 같이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고, 결국 피고는 원고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명예를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3) 피고의 위법성 조각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신문, 잡지 등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어디까지나 명예훼손행위를 한 신문, 잡지 등 언론매체에 있다 할 것이고,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보도 내용이 수사기관이나 그에 준하는 국가기관 등에 의하여 수사 또는 조사가 진행 중인 범죄 혐의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일반 독자들로서는 보도된 범죄 혐의 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하여 보도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언론매체의 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으로 인하여 사후 정정보도나 반박보도 등의 조치에 의한 피해구제만으로는 사실상 충분한 명예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도 내용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그러한 보도 자체만으로도 범죄혐의자나 피해자 또는 그 주변 인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범죄혐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언론기관으로서는 보도에 앞서 범죄혐의 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보도 내용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 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보도한 범죄혐의사실의 진실성에 관한 오신에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는 보도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되어야 하지만 보도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후의 수사과정과 밝혀진 사실들을 참고하여야 보도시점에서의 상당성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므로, 보도 후에 수집된 증거자료도 상당성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다5551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는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으며,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프로그램은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인다는 공익적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망인의 사망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망인과 원고의 신원이 드러나도록 하였고,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가 위 사망사건과 관련한 도움을 준 고소인에게 혐의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가해자라는 인상을 가지게 하는 사실의 전달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으로 볼 수 있고, 특히 그 내용 자체는 원고와 고소인 사이의 사적 영역에서 벌어진 일로서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가지거나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 어려워 원고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과 명예를 침해할 우려가 높은 내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프로그램의 내용은 고소인의 진술을 토대로 이를 전달하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핵심적인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한 내용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피고가 위 혐의사실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다룬 성폭력 관련 혐의사실은 그 특성상 개인의 은밀한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진술 외에는 다른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형사재판절차에서도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진술내용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다른 제반 사정에 비추어 면밀히 확인하는 방식으로 각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성폭력 관련 범죄의 혐의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사로서는 이러한 성폭력 관련 혐의사실의 특성을 고려하여 관련 사실관계의 확인을 보다 충실하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

② 망인은 프로축구구단의 축구선수였고 망인의 사망사건이 언론에서 보도되는 등 공적인 관심을 받기도 하였으나, 원고가 망인의 아버지라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국민의 관심과 검증 대상이 되는 공적 인물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고소인이 망인의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원고를 돕는 과정에서 가까운 사이가 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은 원고와 고소인의 사적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서 그 내용이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가지거나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따르더라도, 고소인이 원고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고 그에 따라 가족같이 가까운 사이라는 내용은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이 발생한 배경 내지 경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에 원고의 아들이 프로축구선수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고, 망인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프로축구의 실제 경기모습(프로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니폼의 모습 등을 기초로 해당 팀이 M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고, 해당 팀 골키퍼의 활약을 주로 편집함으로써 망인의 포지션이 골키퍼임을 암시하였음)을 편집하여 방송하였고,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의 발생장소인 차량이 바로 망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던 해당차량이라는 사실까지 언급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이 사건 프로그램이 다루고자 하는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이고, 여기에는 망인의 사망과 그 논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용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려는 피고의 편집의도가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에 해당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망인과 원고의 신원이 명확히 특정되게 되었다.

④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는 내용과 사건의 진행경과를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정도를 넘어, 위 2)항에서 본 것과 같이 고소인의 진술을 토대로 원고가 고소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차량 안에서 고소인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뒤이어 고소인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려 하였음을 재연하거나 암시하는 방식으로 위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이는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표현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⑤ 피고 측 제작진은 원고의 배우자인 J와 2016. 12. 4.경 연락이 닿아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통화내용(을 제11호증)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 측의 구체적인 주장과 입장이 무엇이고 고소인의 주장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충실한 노력을 하였던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위 통화과정에서 J는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니 판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방송을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음에도, 피고는 형사재판에서 원고의 주장과 입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제1회 공판기일이 진행되기 이전에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결국 피고는 원고의 주장과 입장을 확인하고 원고의 주장에 대한 검증작업을 전혀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이다.

⑥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 이전에 피고가 조사한 내용으로는 고소인과의 인터뷰,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K과의 인터뷰, 사건 이후 2016. 4. 6.경 이루어진 원고 부부와 고소인, K 4인 대화의 녹취록, 원고의 배우자인 J와 K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대화내용,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 공소장, 이 사건 이후 고소인의 진료기록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는 대부분 고소인 본인의 진술 또는 이를 토대로 한 진술이거나,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대화내용이나 문자메시지(더욱이 이 중 원고 본인의 진술내용은 매우 미미한 부분이다)인 것으로 보이고, 달리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제3자(대리운전기사, 모텔 근무자 등)의 진술이나 쌍방 진술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사실확인자료가 확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항에서 언급한 성폭력 관련 혐의사실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피고가 고소인의 진술을 토대로 원고를 특정하여 이 사건 성폭력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내용의 방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4) 소결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명예가 침해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 프로그램이 방송된 경위, 위 프로그램이 사용한 표현방법과 형식, 이 사건 프로그램 중 이 사건 성폭력 혐의사실이 차지하는 비중, 보도된 혐의 사실의 내용 및 원고의 인격권과 명예가 침해된 정도, 위 프로그램의 시청 대상과 전파 가능성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 이후 피고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당한 기간 동안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였다는 사정 역시 참작함), 피고가 위 프로그램 방송 당시 사실확인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정도, 공영방송사로서의 피고의 지위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가 지급할 위자료를 1,500만 원으로 정한다.다.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8. 8. 4.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12. 17.까지는 민법에 의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본다. 주위적 청구원인과 예비적 청구원인이 양립 가능한 경우에도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아니한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로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 제소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주위적 청구가 일부만 인용되는 경우에 나아가서 예비적 청구를 심리할 것인지의 여부는 소송에서의 당사자의 의사 해석에 달린 문제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3598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3771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이 법원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는 주위적 청구가 전부 기각되는 경우에만 판단을 구하는 것이 원고의 의사인 것으로 해석되므로, 주위적 청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이는 이상 별도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호성호

판사김민정

판사최진숙

주석

1)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논리적으로 양립 가능하나,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수 개

의 청구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가 붙인 순위에 따라서 당사자가 먼저 구하는 청구를 심리하여 이유가 없으면 다음 청구를 심리하여

야 하므로(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17633 판결 등 참조),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주위적 청

구를 먼저 판단한다.

2) 다만 주위적 청구에 따른 위자료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당 기간 동안 이

사건 프로그램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였던 사정을 참작하였음은 위에서 설시한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