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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4도3923 판결

[공직선거법위반]〈대학 시간강사가 신문기사를 강의자료로 활용한 것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공2018하,1663]

판시사항

학문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보호되는 ‘교수(교수)의 자유’의 의미 및 이에 대한 제한의 한계 / 대학의 교수나 연구자가 특정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사회적 현안이나 문화현상 등에 관하여 탐구하고 비판하며 교수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어느 교수내용과 방법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교수(교수)의 자유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교수 및 연구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와 성과에 따라 가르치고 강의를 할 수 있는 자유로서 교수의 내용과 방법 등에 있어 어떠한 지시나 간섭·통제를 받지 아니할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교수의 자유는 헌법 제22조 제1항 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보호되고, 헌법 제31조 제4항 도 학문적 연구와 교수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정신적 자유의 핵심인 학문의 자유는 기존의 인식과 방법을 답습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가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을 얻기 위한 활동을 보장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교수의 자유는 이러한 학문의 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교수행위는 연구결과를 전달하고 학술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비판과 자극을 받아들여 연구성과를 발전시키는 행위로서 그 자체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자유롭게 거칠 수 있어야만 궁극적으로 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어느 교수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교수행위가 객관적으로 보아 외형만 교수행위의 모습을 띠고 있을 뿐 그 내용과 방법이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학의 교수나 연구자가 특정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사회적 현안이나 문화현상 등에 관하여 탐구하고 비판하며 교수하는 활동은 교수의 자유로서 널리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특정인이 특정한 선거에 출마하였거나 출마할 예정이라고 하여 그와 관련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한 평가나 비판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교수하는 행위를 모두 선거운동으로 보게 되면 선거운동 금지기간에는 그러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관한 학문연구와 교수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결과가 되어 학문적 연구와 교수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교수내용과 방법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해당 교수행위가 학문적 연구와 교수활동의 본래 기능과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선거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볼 수 없고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를 가진 행위라고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신성욱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577 판결 ,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가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로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1) 구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본문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규정하고, 단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제1호 )와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제3호 )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선거운동’이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선거운동인지는 당해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그 행위가 당시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그와 같은 목적의사를 실현하려는 행위로 인정되기 어렵다면 설령 그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거나, 결과적으로 그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이를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선거 관련 국가기관이나 법률전문가의 관점에서 사후적·회고적인 방법이 아니라 일반인, 특히 선거인의 관점에서 그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개별적 행위들의 유기적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하거나 법률적 의미와 효과에 치중하기보다는 문제 된 행위를 경험한 선거인이 그 행위 당시의 상황에서 그러한 목적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목적의사는 특정한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등의 명시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 선거에서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근거하여야 한다. 그러한 목적의사를 가지고 하는 행위인지는 단순히 그 행위의 명목뿐만 아니라 행위의 태양, 즉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교수(교수)의 자유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교수 및 연구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와 성과에 따라 가르치고 강의를 할 수 있는 자유로서 교수의 내용과 방법 등에 있어 어떠한 지시나 간섭·통제를 받지 아니할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교수의 자유는 헌법 제22조 제1항 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보호되고, 헌법 제31조 제4항 도 학문적 연구와 교수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정신적 자유의 핵심인 학문의 자유는 기존의 인식과 방법을 답습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가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을 얻기 위한 활동을 보장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교수의 자유는 이러한 학문의 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교수행위는 연구결과를 전달하고 학술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비판과 자극을 받아들여 연구성과를 발전시키는 행위로서 그 자체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자유롭게 거칠 수 있어야만 궁극적으로 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어느 교수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교수행위가 객관적으로 보아 외형만 교수행위의 모습을 띠고 있을 뿐 그 내용과 방법이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대학의 교수나 연구자가 특정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사회적 현안이나 문화현상 등에 관하여 탐구하고 비판하며 교수하는 활동은 교수의 자유로서 널리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특정인이 특정한 선거에 출마하였거나 출마할 예정이라고 하여 그와 관련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한 평가나 비판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교수하는 행위를 모두 선거운동으로 보게 되면 선거운동 금지기간에는 그러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관한 학문연구와 교수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결과가 되어 학문적 연구와 교수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교수내용과 방법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해당 교수행위가 학문적 연구와 교수활동의 본래 기능과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선거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볼 수 없고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를 가진 행위라고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제1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피고인의 교수행위(이하 ‘이 사건 교수행위’라고 한다)가 학생들에게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자(이하 ‘박근혜 후보자’라고 한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를 수반하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로서 구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의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가) 피고인은 이 사건 교수행위가 이루어진 2012학년도 2학기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라는 강의(이하 ‘이 사건 강좌’라고 한다)를 할 당시 ‘(명칭 1 생략)’과 ‘(명칭 2 생략)’에 가입하여 활동해 왔다. 두 단체는 2012. 2. 25.과 같은 해 3. 6.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단결하여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목표와 지향성을 가지고 대선투쟁 승리를 위한 활동에 참가할 것 등을 2012년 사업방향 내지 집중 실천사업으로 의결하였다.

(나) 피고인은 두 단체의 운영위원으로서 위 의결 무렵 중앙운영위원회, 운영위원 총회 등에 참석하였다. 또한 이 사건 교수행위 직후인 2012. 11. 2. ‘(명칭 2 생략)’의 상임대표를 이 사건 강좌에 초청하여 ‘한반도 평화협정 실현’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게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감상문을 제출하게 하는 등 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2) 이 사건 교수행위는 박근혜 후보자가 새누리당 소속으로 제18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을 한 후 선거가 있기 약 2~3개월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교수행위에 사용된 제1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신문기사들(이하 ‘이 사건 기사들’이라고 한다)은 모두 박근혜 후보자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기사였다.

(3) 이 사건 강좌의 강의계획서 중 강의소개 부분에는 ‘대중문화와 관련한 새로운 시청각 자료를 함께 공유하고, 1920~1930년대 미국 대중문화 형성과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 그 적극적 수용과 함께 발달하여 온 한국 현대사회 대중문화의 역동성과 그 사회·정치적 함의에 대한 이해를 내용으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강좌에서 이 사건 기사들을 활용할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강좌 이전인 2010학년도 2학기와 2011학년도 1학기에도 동일한 제목의 강좌를 진행하였는데, 이 사건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강의평가에만 ‘특정 후보자 일방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만을 제공하여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등 피고인의 정치적 견해표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내용이 다수 있었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이 이 사건 교수행위를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하면서 근거로 든 사정 중 피고인이 ‘(명칭 1 생략)’과 ‘(명칭 2 생략)’에 가입·활동하거나 참여한 행위 및 두 단체의 의결 내용 등은 이 사건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 중 선거인들이 이 사건 교수행위 당시에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명이 없다. 따라서 선거인들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가) 이 사건 교수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는 이 사건 기사들의 단편적 문구나 내용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안 되고, 이 사건 교수행위가 이루어진 강좌의 목적, 교수행위가 이루어진 상황, 강의내용의 맥락, 교수의 자유와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강좌의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신문기사 사본을 배부하여 강의자료로 활용하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강좌에서 배부한 신문기사는 모두 60여 개이고 원심은 그중 이 사건 기사들 10개를 배부하고 강의한 것을 선거운동으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이 사건 기사들은 중앙 일간지에 게재된 역사학과 교수, 언론인, 소설가, 논설위원 등의 칼럼 또는 사설들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그 주된 내용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과 평가,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 비평, 유신시대 인권침해 관련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소개 등이다.

(라) 이 사건 강좌는 대학교 사회학과에 개설된 교양과목으로 강의계획서에 기재된 강의내용에는 ‘우리나라의 사회변동과 연관하여 일제강점기부터 민주주의 이행기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대중문화의 시대적 변천과 발전 과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대중문화’라는 주제를 연구하려면 시대적 배경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언론기사를 강의자료로 활용한 것을 두고 이 사건 강좌의 개설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

(마) 피고인이 이 사건 강좌에서 배부한 50여 개의 다른 기사들도 각 강의일 무렵 보도된 사회적·역사적 사건을 다룬 것이거나 사회현안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영화·도서·다큐멘터리 등 대중매체를 소개한 것들이다. 특히 이 사건 기사들이 배부된 강의에서 함께 배부된 기사들에는 히로시마 원폭투하와 사설 미술관의 작품을 소재로 한 비판적 칼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한 정부 대처를 비판하는 기사, 진보적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저서 등을 소개하는 기사, 저널리즘과 공영방송을 비판하는 칼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기사들은 위와 같은 다른 기사들과 함께 배부되어 역사적 사건과 사회현안을 비판하는 강의 내용의 일부 소재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 피고인은 이 사건 교수행위 이후에도 이 사건 강좌에서 유신체제와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의 인권침해 사건 등을 소재로 다룬 영화, 회화 등에 관한 기사들을 강의자료로 배부하는 등 역사적 사건과 사회현안을 비판적으로 다룬 신문기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계속하였다. 또한 2010학년도 1학기부터 2012학년도 1학기까지 이 사건 강좌 이전에 개설하였던 다른 강좌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강의를 해왔다.

(3) (가) 이 사건 강좌를 수강한 학생 97명 중 강의평가를 한 학생은 87명이었고 강의평가를 한 학생 중 4명이 강의 중 피고인의 정치적 성향이 나타난 것을 지적하였다. 그중 1명만 특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배부한 것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였을 뿐이고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발언을 하였다는 내용은 없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제1심에서 피고인이 강의 당시 박근혜 후보자의 낙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한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0학년도 1학기, 2학기, 2011학년도 1학기, 2학기, 2012학년도 1학기에도 사회학과에 개설된 ‘성과 사회’,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 강좌를 진행하였는데 그 강좌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강의평가에도 피고인이 정치적 견해를 드러낸다거나 정치 얘기를 많이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피고인은 선거와 무관하게 평소에도 강의 도중에 강의에서 다루는 사회적 현안과 관련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 온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방식으로 2년간 강좌를 진행해 오던 중에 이 사건 교수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이 소속된 ○○대학교는 이 사건 강좌 이전까지 피고인의 강의 방식과 내용에 대하여 문제 삼지 않았으며, 이 사건 강좌 이후 2013학년도 1학기에도 피고인에게 동일 강좌를 담당하게 하였다.

(4)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 및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안들에 관하여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나 의견이 제시될 수 있고 그러한 평가나 의견들을 중심으로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나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아래에서 연구자가 위와 같은 주제들에 관하여 학문적 측면에서 자유롭게 비판적으로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전달함에 있어서는 그 내용이 특정 정치집단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반대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실로 인정하여야 한다. 더구나 피고인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발표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학생들의 강의평가 중에는 그러한 강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의견도 있었다.

(5)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강좌의 강의에서 강의자료로 배부한 신문기사들 중 일부에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그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 중에 포함된 선거인의 관점에서 이 사건 교수행위가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제18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박근혜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는 행위를 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교수행위가 구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의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구 공직선거법 제95조 신문 등의 통상방법 외의 방법에 의한 배부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누구든지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신문 등을 통상방법 외의 방법으로 배부할 수 없다( 구 공직선거법 제95조 제1항 ). 여기에서 ‘선거에 관한 기사’라 함은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의 당락이나 특정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한 기사를 말하고, ‘통상방법에 의한 배부’라 함은 종전의 방법과 범위 안에서 발행·배부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조 제2항 ).

원심은, 피고인이 신문기사를 복사한 후 강의에서 선거홍보물로 배부한 이상, 그 배부행위는 구 공직선거법 제95조 제1항 의 ‘통상방법 외의 방법에 의한 배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이 사건 교수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교수의 핵심적인 직무 행위인 교수행위의 일환으로 또는 이에 수반하여 강의자료로 신문기사를 복사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 행위를 일컬어 구 공직선거법 제95조 제1항 이 금지하는 신문 등의 통상방법 외의 방법에 의한 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이 2012학년도 2학기 강의 이전에도 신문기사를 복사하여 강의자료로 활용해 온 점까지 더하여 보면, 위 강의에서 신문기사를 복사하여 강의자료로 배부한 행위가 ‘종전의 방법과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원심의 판단에는 구 공직선거법 제95조 제1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고영한 권순일 조재연(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