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2001. 6. 28. 선고 2000헌바48 결정문 [구 지방세법 제112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건영 주식회사는 헌법재판소가 2000. 4. 27. 선고한2000헌바21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을 받고도 다시 같은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같은 유형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는바, 이 사건은 동일한 청구인 ○○건영 주식회사가, 동일한 유형의 심판청구를 가지고, 헌법재판소가 이미 심판한 법률조항과 동일한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의 심판을 청구하여 온 것이고, 이른바 사정변경 또한 있다고 인정되지도 아니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은 위2000헌바21사건과 동일한 사건이라 볼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일사부재리의 원칙 내지는 헌법재판소결정의 기판력에 따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권성의 각하의견

일반소송의 기판력이론이 갖는 효능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일사부재리규정의 해석에 있어서 “동일한 사건”의 범위가 문제되는데, 전후의 두 사건을 비교하여 당사자가 동일하고 심판대상인 법률이 동일하고 두개 당해사건의 사실관계가 성질상 기본적으로 동일한 종류에 속하는 경우에는 전후 두 사건 사이의 동일성을 인정하는 것이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재판의 본질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과 2000헌바21 사건은 바로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여 이 사건은 이미 심판을 거친 2000헌바21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39조에 위반된 부적법한 청구로서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심판대상조문】

구 지방세법(1998. 12. 31. 법률 제56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 중 전문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 부분과 후문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참조판례】

헌재 2000. 2. 24. 98헌바94 등, 판례집 12-1, 188

헌재 2000. 4. 27. 2000헌바15

【당 사 자】

청 구 인 ○○주식회사

대표이사 정○용

대리인 법무법인 자하연

담당변호사 유선호 외 5인

당해사건

제주지방법원 98구796 취득세부과처분취소

주문

구 지방세법(1998. 12. 31. 법률 제56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 제2항 중 전문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부분과 후문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제주시 삼도동 일대에 공유수면매립면허를 받아 매립공사를 완료한 다음, 1991. 12. 27. 매립공사에 대한 준공인가를 받음으로써 제주시 건입동 1442 대 5,504㎡, 같은 동 1443 대 7,302㎡ 및 제주시 삼도2동 1258 대 7,340.8㎡를 원시취득하고, 1996. 7. 23. 제주시 삼도2동 1260의 2 대 2,248㎡를 공유자 양준집 등으로부터 승계취득하였다.

(2)제주시장은 청구인이 위 각 토지를 취득한 날로부터 소정의 유예기간 내에 정당한 사유없이 고유업무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구 지방세법(1998. 12. 31. 법률 제56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 제2항, 같은법시행령(1998. 7. 16. 대통령령 제158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의 4 소정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해당된다고 보고, 1998. 3. 16. 청구인에게 위 구 지방세법 제112조 제2항의 중과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취득세 등을 부과고지하였다.

(3)청구인은 이의신청 및 심사청구를 거쳐 1998. 12. 30. 제주지방법원에 위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98구796)을 제기하는 한편, 위 부과처분의 근거가 되는 위 구 지방세법 제112조 제2항 중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부분에 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99아26)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0. 5. 24.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4)이에 청구인은 2000. 6. 1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지방세법(1998. 12. 31. 법률 제56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 제2항 중 전문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부분과 후문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지방세법(1998. 12. 31. 법률 제56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세율)①취득세의 표준세율은 취득물건의 가액 또는 연부금액의 1,000분의 20으로 한다.

②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별장·골프장·고급주택·고급오락장·법인의 비업무용 토지·고급선박을 취득한 경우의 취득세율은 제1항의 세율의 100분의 750으로 한다. 별장 등을 구분하여 그 일부를 취득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⑥ 생략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의 기준과 범위는 취득세 중과세대상에 관한 것으로서 과세요건의 핵심적 내용을 이루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그 위임의 범위에 관하여 법률로써 미리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해 두어야 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단순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법인의 비업무용

토지”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헌법 제38조제5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세법률주의 및 헌법 제7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

법인은 설립목적이 정해져 있어 그 업무영역을 한정할 수 있으므로 법인이 취득한 부동산이 그 법인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하여 별도의 개념규정이 없더라도 그 용어 자체에서 개념 및 범위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명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하여 취득세를 중과하는 규정의 취지나 내용에 비추어보면, 그 내재적 위임의 범위와 한계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관한 헌법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행정자치부 장관 및 제주시장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업무용 토지는 근본적으로 법인이 업무용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토지를 말하는 것으로 그 문구 자체가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의 대체적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법인이 소유하여 사용하고 있는 토지는 당해 법인의 경영활동의 기반으로서 각종 법인의 다양한 경영형태만큼 그 토지의 사용형태도 매우 복잡·다양하여 세부적인 과세요건을 지방세법에서 모두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법상의 한계 때문에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세부적인 과세요건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사유재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3. 판 단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0. 2. 24. 98헌바94 등 사건(판례집 12-1, 188) 및 2000. 4. 27. 2000헌바15 등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였는바, 그 판시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의 일상적 의미, 심판대상규정의 입법목적, 민법·상법·법인세법 등 관련규정의 내용, 취득세중과세제도의 전문성·기술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국민으로서도 심판대상규정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될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관한 기준과 범위의 대강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심판대상규정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불명확성이나 위임의 포괄성이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한 것으로는 보기 힘들고,

나.법인에 의한 비생산적인 투기의 방지, 기업자금의 건전화, 토지의 효율적 이용, 국민 경제의 건전화 등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채택하고 있는 취득세중과세제도는 법인으로 하여금 비업무용 토지의 보유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보다 높은 세율의 취득세를 부과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이를 억제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고, 그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비교적 작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세율이 통상의 취득세율의 7.5배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취득물건 가액의 100분의 1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자의적인 세율이라고 할 수도 없고, 입법목적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비업무용 토지를 취득한 법인에 대하여 통상 취득세율의 7.5배를 중과세하였다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규정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며,

다.일반적으로 법인은 자연인에 비하여 월등한 자금동원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취득하는 토지의 규모도 막대하므로, 법인이 자금을 생산자본으로 사용하지 않고 목적사업에 불요불급한 토지를 투기적으로 취득할 경우에는 급격한 지가상승을 유발하고, 기업자금을 토지매입자금으로 사장시킴으로써 기업의 재무구조가 부실해지고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심판대상규정이 비업무용 토지를 취득하는 법인을 자연인보다 불이익하게 차별취급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이러한 판시 이유는 이를 새로이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의 아래 5.와 같은 각하의견과 재판관 권성의 아래 6.과 같은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의 각하의견

우리는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가 2000. 4. 27. 결정을 선고한 2000헌바21 사건과 동일한 사건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39조가 규정하고 있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지, 본안에 들어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다수의견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2000. 2. 24. 98헌바94 등 사건(판례집 12-1, 188)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한 데 이어서 동일한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한 같은 유형의 헌법소원사건인 2000. 4. 27. 2000헌바15 ·16·21(병합) 사건에서,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있지 아니하다고 하여 다시 합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청구인 ○○건영주식회사는 위와 같이 2000헌바21 사건에서 합헌결정을 받고도 다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같은 유형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 것이다.

나.헌법재판소법 제39조(일사부재리)는 “헌법재판소는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고 하여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선고한 후 그와 동일한 사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되어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것인바,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복하여 다툴 수 없다는 기판력의 일단이 인정됨을 명문화한 것이라 볼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는 ‘동일한 사건’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일반적인 기판력이론에 따라 살피기로 한다.

무릇 기판력이 미치기 위하여는 소송물인 심판대상(객관적 범위)과 소송당사자인 청구인(주관적 범위)이 각 동일하여야 하며 결정의 선고시점을 기준(시간적 범위)으로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규범통제적 헌법소원심판절차에 있어 그 심판대상은 당해사건에 적용할 문제된 법률조항만에 대하여 그것이 헌법전반의 심사기준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헌법에 합치되는지의 여부일 따름이고, 당해사건이나 당해사건청구의 기초적 사실들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에 포섭되지 아니하며, 이 경우, 기능상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41조에 규정한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절차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유형적으로는 헌법소원심판절차에 의하고 있으므로 당사자는 헌법소원심판청구인이다.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판력은 결정선고시점에서의 생활관계 및 헌법해석을 기준으로 하여 작용하는 것으로서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 생활관계 또는 헌법해석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사정변경이 있게 되면 헌법재판소결정의 기판력은 그 전제요건을 상실하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근본적인 사정변경에 따라 제기되는 헌법문제는 종전의 헌법재판소결정의 기판력이 작용하는 소송물과는 전혀 다른 소송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이 사건 헌법소원이 위 2000헌바21 사건과의 차이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될 당해사건이 다르다는 것뿐인데, 헌법재판소가 행하는 규범통제절차에 있어서의 심판대상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당해사건에 적용할 문제의 법률조항만의 위헌 여부일 뿐이고, 당해사건은 법원에 남아 있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당해사건의 동일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문제된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심판하게 되고, 당해사건은 다만 헌법재판소에서의 심판의 계기를 제공하는 부수적인 의미밖에 없다고 할 것이므로, 당해사건이 다르다는 것이 심판대상의 동일성을 인정함에 있어 하등의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이전의 합헌결정이 있은 2000. 4. 27.로부터 50일도 채 경과하지 아니한 같은 해 6. 13.에 청구된 것으로서,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 그 기초가 된 생활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거나 혹은 헌법규정의 개정 또는 그 해석의 변경으로 인하여 그 내용이 본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볼 여지도 없다.

라.따라서 이 사건은, 동일한 청구인 ○○주식회사가, 동일한 유형의 심판청구를 가지고, 헌법재판소가 이미 심판한 법률조항과 동일한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의 심판을 청구하여 온 것이고, 이른바 사정변경 또한 있다고 인정되지도 아니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가 2000. 4. 27. 결정을 선고한 2000헌바21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라 볼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일사부재리의 원칙 내지는 헌법재판소결정의 기판력에 따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6. 재판관 권성의 각하의견

가.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세분은, 이 사건이 그 결정의 선고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에 헌법재판소가 2000. 4. 27. 결정을 선고한 2000헌바21 사건과 그 당사자가 동일하고 그 심판대상인 법률이 동일하므로 이 사건과 위 2000헌바21 사건은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이른바 “동일한 사건”이어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사건을 각하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위 세분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기판력을 내세워 사건의 동일성의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는 세분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으므로 따로 의견을 피력한다.

이미 심판을 거친 사건과 현재 이 재판소에 계속중인 사건(이하 전,후의 두 사건이라 부른다)을 비교할 때에 당사자가 동일하고 심판대상인 법률이 동일하고 나아가 당해사건까지 동일한 경우에 이 두 사건을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이른바 “동일한 사건”이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고, 다수의견은 아마도 이러한 때에만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세분의 소수의견은 결정의 선고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사자와 심판대상인 법률이 동일하면 동일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차례로 검토한다.

나.먼저 소수의견이 내세우는 기판력의 이론은 그 자체가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원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규범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헌법재판과 일반의 소송은 성질이 다른 측면이 있고 그 다른 범위내에서 일반소송의 기판력 이론은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소송에서는 사실인정이 필수적인 과정으로 되어있고 그것이 제일차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사실인정에 대하여는 당사자가 끊임없이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인정을 시도하는 것이 통례이므로 이러한 시도를 일정한 시점에서 차단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 토대위에서 법률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규범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헌법재판에 있어서는 사실인정은 제2선으로 후퇴하게 되어있고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법률과 헌법의 관계이며 이것이 유일한 과제가 된다. 사실관계는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적용될 계기를 만드는 의미를 갖거나, 위헌판단에 참고하여야 할 주변상황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러므로 사실인정과 밀접, 불가분의 관련을 가진 기판력의 이론은 규범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헌법재판에서는 그대로 원용하기 어렵다.1)

그러나 일반소송의 기판력이론이 갖는 효능, 즉 동일사건에 대하여 심리의 반복을 금지하고 모순된 판단을 금지함으로써 법적 안정과 소송경제를 추구하는 작용은 헌법재판에서도 필요하다. 이것은 무엇으로 달성할 것인가. 일사부재리의 규정으로 가능하고 그것으로 또 충분하다. 헌법재판소법 제39조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등장한 것이라고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일사부재리규정은 일반소송의 기판력이론과 연계시킬 필요없이 독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오히려 독자적으로 해석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일사부재리규정을 독자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동일한 사건”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때에는 한편으로는 위헌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끊임없는 문제의 제기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하고 헌법재판소의 계속적인 반성적 고려가 가능하도록 문호를 너무 좁히는 일이 없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재판소의 귀중한 노력이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문호를 너무 넓혀서도 안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심판대상조항과 당사자 그리고 당해사건까지 같아야 동일한 사건이라고 보자는 다수의 견해를 따르면 그 이외의 경우에는 항상 위헌심판의 청구가 가능하게 되므로 위헌심판의 문호를 너무 넓히는 것이 되어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일사부재리이론을 의미있게 적용할 경우가 실제로는 거의 없게 된다. 똑같은 사건을 들고와서 끊임없이 재판소의 문을 두드리는 소수의 집념적인 사람이 거듭 제기하는 사건에만 오로지 적용될 뿐이다. 반면 결정의 선고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심판대상과 당사자만 같다면 동일한 사건이라고 보자는 세분의 견해는 동일사건의 범위를 너무 크게 잡아서 그 결과 위헌심판청구의 문호가 너무 좁아지게 되어 국민들의 위헌여부에 대한 문제의 제기와 헌법재판소의 반성적 고려를 그만큼 어렵게 만들므로 또한 문제가 있다.2)

두개의 견해를 절충하는 중용적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전, 후의 두 사건을 비교하여 당사자가 동일하고 심판대상인 법률이 동일하고 나아가 당해사건까지 동일한 경우에 이 두 사건을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의 이른바 “동일한 사건”이라고 인정하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비록 두 사건의 당해사건이 다르고 따라서 두개 당해사건의 사실관계가 비록 다를지라도, 그 사실관계가 성질상 기본적으로 동일한 종류에 속하는 경우에는, 문제의 법률을 그 사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는 위헌여부의 쟁점은 어쩔 수 없이 동일하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전, 후 두 사건 사이의 동일성을 인정하는 것이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재판의 본질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 전, 후 두 사건의 전제가 된 각 당해사건이 다르면 그 사실관계 또한 다르기 때문에, 두 사실관계가 성질상 동일한 종류에 속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제의 법률을 그 사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위헌 여부의 쟁점이 달라질 수도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마땅히 본안에 들어가 그 새로운 쟁점에 관하여 이 재판소가 판단하지 않으면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본 세분의 동일성의 범위에 관한 견해를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이를 각하하여야만 하므로 문제가 있게 되고 이것은 동일성의 범위를 너무 넓게 인정하는 데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 후 두 사건의 전제가 되는 각 당해사건의 사실관계가 성질상 같은 종류에 속한다고 인정될 경우도 있겠지만 현실의 상황이 천태만상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에, 당해사건이 다르면 그 사실관계 또한 달라서 위헌 여부의 쟁점이 새롭게 발견될 여지가 있거나 위헌 여부가 미확인된 경계가 있을 수 있음을 긍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3)

이러한 입장에서 이 사건을 검토하면 이 사건과 2000헌바21 사건은 당사자가 동일하고 심판대상인 법률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당해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실관계가 2000헌바21 사건의 당해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실관계와는 그 세금부과처분의 일자와 부동산이 달라서 비록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성질상으로는 온전히 같은 종류의 사실관계에 속한다. 같은 종류의 사실관계에 속한다고 보는 이유는 두 사건의 부동산 모두가 동일해역의 공유수면을 매립하여 생긴 토지이고 이 부동산들이 구지방세법시행령(1998.7. 16. 대통령령 제158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의4 제1항 제1호 및 제4항 제9호를 근거로 하여, 다시 말하면 공유수면을 매립한 토지가 4년이 경과하도록 정당한 사유없이 고유업무에 사용되지 아니하였다 하여 법인의 비업무용토지로 분류됨에 있어 모두 성질상 동일한 경로를 거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이미 심판을 거친 2000헌바21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39조에 위반된 부적법한 청구이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할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