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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3. 25. 선고 2003헌마404 결정문 [무혐의처분취소]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권성근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대호

피청구인

공정거래위원회

주문

피청구인의 2003. 3. 28.자 심사불개시결정(경촉42500- 201) 중 거래거절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1995. 8. 23.경부터 주식회사 일양약품(구 주식회사 은산)과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하여 왔는데, 주식회사 일양약품(이하 “청구외 회사”라고 한다)은 1998. 8. 12. 제일제당 주식회사(이하 “제일제당”이라 한다)와 이중으로 상품공급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청구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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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하던 가격보다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며칠 후 청구인에게 일방적으로 기능성 음료 부분에 대한 대리점 계약을 1998. 9. 15.자로 해지한다고 통보하면서, 대리점이 원할 경우 현금결제 조건하에 1998. 12. 15.까지 제품을 공급한다고 하였다.

청구인은 1999. 12. 18. 피청구인에게 청구외 회사의 위와 같은 거래거절 및 상품대금 결재방식의 일방적인 변경 등의 행위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 및 제23조 제1항 제1호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조사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고를 하였으나, 위 신고를 접수한 피청구인은 이를 심사한 후(공정거래위 2000경촉0260) 청구외 회사의 행위가 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2000. 2. 26. 무혐의처분을 하였다.

나. 그 후 청구인은 청구외 회사가 위 2000경촉0260 사건의 심사과정에서 제일제당과의 계약서 중 상품공급가격을 청구인에게 공급하는 가격보다 싸게 공급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자료를 누락시킨 상태로 제출하였다며 그러한 행위가 법 제50조 제1항

에 위반한 허위문서제출이라고 피청구인에게 신고하였으나, 피청구인은 이를 심사한 후 청구외 회사가 위 법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처분을 하였고(공정거래위원회 2001경촉2520), 청구인이 다시 같은 사유로 신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처분을 하였다(공정거래위원회 2002경촉0584).

다. 한편 청구인은 청구외 회사가 청구인으로부터 물품대금 담보조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고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1995. 8. 23.과 1997. 3. 11. 청구인에게 백지어음 2장을 추가로 징구한 것은 법 제23조 제1항 제4호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2000. 3. 27. 피청구인에게 신고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라. 청구인은 2003. 3. 10. 청구외 회사의 부당한 거래거절 등의 행위, 허위자료제출행위, 그리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백지어음 징구행위에 대하여 피청구인에게 재차 신고를 하였으나, 피청구인은 거래거절 부분 및 허위자료제출 부분에 대하여는 새로운 자료라고 제출한 증거자료들이 과거 2000경촉0260 사건 등을 심의할 당시 이미 제출된 자료들이거나 위법성 검토와 무관한 증거자료로서 동일한 내용을 3회 이상 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우월적 지위 남용 부분에 대하여는 신고된 행위사실 발생시점이 5년을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2003. 3. 28. 각 심사불개시결정을 하고 이를 청구인에게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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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였다(경촉 42500-201).

마.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 2003. 3. 28.자 각 심사불개시결정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2003. 6.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불개시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의 가능 여부

헌법재판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조치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바(헌재 2002. 6. 27. 2001헌마381 , 판례집 14-1, 679, 683-684), 동 위원회의 심사불개시결정 역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며, 자의적일 경우 법(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행위로 인한 피해자(신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볼 것이다.

나. 거래거절 부분

이 부분 및 다음의 허위자료제출 부분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의운영및사건절차등에관한규칙 제12조상의 ‘동일한 내용을 3회 이상 신고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심사불개시결정을 하였다.

여기서 피청구인이 위 두 부분에 대하여 애초에 한 무혐의결정이나 또는 ‘동일한 내용을 3회 이상’ 신고한 경우 심사불개시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해당 규정에 혹 문

제가 없는지, 나아가 청구인이 동일한 내용을 과연 3회 이상 신고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거래거절 부분에 관한 심판청구는 그에 앞서 우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헌법소원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하려면 그 제도의 목적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헌재 1989. 4. 17. 88헌마3 , 판례집 1, 31, 38 ; 1989. 7. 28. 89헌마65 , 판례집 1, 170, 172).

법 위반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 부과의 시효는 “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다(법 제49조 제4항). 그런데 청구인이 다투는 청구외 회사의 1998. 8.의 거래거절행위 등 법 위반행위는 2003. 8.경 그 시효가 지났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설사 이 부분 심판청구를 인용한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없게 되었고, 또 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의 대상이 되는 범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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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 벌금)의 공소시효도 이미 경과되었다고 보여지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부분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허위자료제출 부분

(1) 피청구인은 답변서에서 이 부분은 법상의 절차 위반 문제일 뿐이므로 청구인이 이를 다툴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하나, 청구인이 이 부분을 다툰 취지는 청구외 회사가 허위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이 청구인에게 한 위법행위를 은폐하였다는 것이므로 청구인에게 이 부분을 다툴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볼 것이다.

(2) 법 제69조의2(과태료) 제1항 제6호는 “제50조(위반행위의 조사) 제1항 제3호 또는 제3항에 의한 보고 또는 필요한 자료나 물건의 제출을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보고 또는 자료나 물건을 제출한 자”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 제50조 제1항 제3호 또는 제3항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그 소속 직원이 사업자 등에 대하여 조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청구인은 2001. 8. 1. 청구외 회사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피청구인에게 자료를 제출하면서 청구외 회사와 제일제당 간에 체결한 ‘제품공급및판매대행계약서’ 중 ‘부속협약사항’ 부분인 2장을 누락시키고, ‘기본계약수정합의서’ 1장을 추가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고 신고하였다. 피청구인은 이 신고에 대하여(2001경촉2520), 피청구인측에서 직접 자료제출명령을 한 바가 없어서 법 제50조 제1항 제3호 및 제69조의2 제1항 제

4호와 동법시행령 제55조 제3항을 위반한 자료미제출이나 허위자료제출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혐의 결정을 하였다.

위에서 언급된 법령조항을 볼 때 공정위원회가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는 자료의 미제출 혹은 허위제출이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자료제출명령이 있어야 하는바, 청구인이 누락했다고 주장하는 청구외 회사 관련 자료는 그러한 제출명령이 있었다고 볼 어떠한 자료도 기록상 없다.

(3) 피청구인의 심사불개시결정의 근거는 앞서 본 공정거래위원회의운영및사건절차등에관한규칙 제12조이다. 법 제48조 제2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고 하였는바, 위 규칙 조항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없고, 또 그 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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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이상 반복된 신고에 대한 무익한 절차를 반복하지 않거나 법상 시효기간이 경과된 신고에 대한 간이절차를 정한 것이므로, 여기에 어떠한 위헌 내지 위법성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다만 동 규칙 제12조 제1항 제19호는 “동일한 내용을 3회 이상 신고한 경우”라고만 되어 있으나, 재신고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경우 등은 “동일한 내용”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였음에도 무조건 “동일한 내용”이라 한다면 신고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4) 기록을 보면 청구인이 새로운 증거의 제시 없이 이 부분에 대한 신고를 3회 이상 한 것이 인정된다.

라. 우월적 지위 남용 부분

피청구인은 청구외 회사가 청구인으로부터 백지어음을 징구 받은 1995. 8. 23. 및 1997. 3. 11.부터 기산하여 5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심사불개시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백지어음을 징구한 때가 아니라 실제로 백지어음을 보충한 때(과다한 금액을 기재한 때) 혹은 이를 사용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한 때를 기산점으로 보아서 시효 경과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독자적인 견해로서 받아들일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거래거절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므로 이를 각하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이상경의 우월적 지위 남용 부분에 대하여 아래 4.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4.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이상경의 일부 각하의견

다수의견은 위「라. 우월적 지위 남용 부분」에 대하여도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하여는 심판청구를 각하함이 옳다고 보는 바이므로 여기에 그 의견을 밝힌다.

다수의견은 피청구인이 위 청구외회사가 청구인으로부터 백지어음을 징구 받은 1995. 8. 23. 및 1997. 3. 11.부터 기산하여 5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심사불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심사불개시결정은 잘된 것이어서, 이에 대한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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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다툼은 이유 없어 이 부분 심판청구도 기각한다는 것이다.

백지어음을 징구 받은 때로부터 기산하여 5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이 심사불개시결정을 한 것은, 이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외회사가 과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백지어음을 징구하였는가의 여부(실체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더 이상 심리에 들어가지 아니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헌법재판소에 있어서도 결정선고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이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다수의견은 위「나. 거래거절 부분」에 대한 판단에서 그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고 하는 이유 설시와도 부합하지 아니하는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위「라. 우월적 지위 남용 부분」에 대하여는 마땅히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라고 보므로 이에 일부 각하하는 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