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
2016고합152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A
이기선(기소), 노정옥, 최용희, 한승진, 조규웅(공판)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2016. 10. 28.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범죄사실
1. 살인
가. 피해자와의 동거
(1) 피해자와의 만남 및 동거의 시작(2016. 1.경 ~ 2. 26.경)
피고인은 2016. 1. 2․경 인천 D 소재 모텔에서 카운터 및 모텔관리 등을 담당하는 종업원으로 취직하였고, 같은 달 4.부터 피해자 E(39세, 남)이 그곳에서 같은 종업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위 모텔 업주가 숙소로 지정하여 준 모텔 옆 펜션에서 함께 기거하면서 급속히 친해졌고, 상호간에 그 성격이나 처지, 성향 등을 매우 잘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식사문제 등 생활전반에 걸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 주면서 서로의 처지 등에 동질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해 2. 중순경 위 모텔 업주로부터 근무태도등 문제로 함께 해고통보를 받게 되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집을 새로 구하여 함께 살자고 제안하였고, 피고인도 이에 동의하였다. 이에 따라 보증금 30만 원, 월세 28만 원인 원룸을 구하여 임대차 계약은 피해자 명의로 하고, 공과금 등 지급 명의는 피고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해 2. 26.경 인천 연수구 F 소재 건물 202호 원룸(이하 원룸이라 함)을 임차하여 동거를 시작하였다.
(2) 피해자의 동성애 성향
한편, 피해자는 2016. 2.경 위 모텔에 근무할 당시 모텔 업주, 모텔 지배인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위 지배인에게 "문 꼭 잠그고 자요, 내가 들어갑니다, 같이 안고자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피고인에게도 동성애자들이 사용하는 용어인 이른바 "탑, 바텀"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한편, 피고인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에도 피고인에게 신체적인 접촉을 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피고인이 남자를 상대하는 도우미로 일한다는 점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는 등 동성애적 성향을 드러내었다.
(3) 피해자와의 동성간 성접촉(2016. 3. 중순경)
피고인은 2016. 3. 10.경 피해자와 함께 인근 노래방에 가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피해자로부터 "도우미 해도 큰 돈 못 벌지, 너 2차는 나가냐."라는 말을 듣고, "2차 나가 본 적 있어요, 2차 나가면 15만 원 정도 받아요."라고 대꾸하였고, 이에 피해자로부터 "너가 나한테 해주면 훨씬 돈을 많이 줄 수 있다."라는 말을 듣자, 심한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던 차에 피해자로부터 1회당 약 30만 원의 금품을 받기로 하고, 위 원룸에서 피해자의 성기를 손과 입으로 애무하여 자신의 입에 사정하게 하는 '구강성교'를 하였다.
피고인은 그 후 같은 달 19.경 당시 다니던 제조업체가 적성에 맞지 아니하고 힘들어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되어 또 다시 경제적 처지가 막막하게 되자, 같은 목적으로 먼저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구강성교를 제안하여 이를 하였다.
나. 피해자에 대한 배신감과 살해결심 경위
(1) 배신감의 형성
피고인은 2016. 3. 31.경 인천 연수구 G 소재 H라는 호프집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에게 "지난번에 준다고 했었던 거(동성간 성접촉 대가로 받기로 한 금품), 오늘이 말일인데 언제 줘요."라고 하면서 돈을 줄 것을 요구 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나 돈 없다, 내가 한 달 동안 놀았는데 무슨 돈이 있냐."라고 소리치면서 금품지원을 해주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되었고, 더 나아가 "넌 그렇게 살면 평생 혼자 살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라고 횡설수설하는 투로 얼버무리고 나오자 피해자로부터의 금품지원을 기대했던 피고인으로서는 몹시 화가 나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집을 나가라"고 큰소리를 치면서 그곳 식탁에 있던 포크를 집어 들어 피고인의 목을 찌를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너를 죽일 수도 있다"고 하자 피고인은 배신감에 따른 분노를 심하게 느껴 서로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2) 살해도구(식칼)의 준비 및 살해결심 강화
피고인은 2016. 4. 1․경 위와 같은 일을 당한 후 '돈도 돈이거니와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돈은 받아야 되니 돈을 계속 요구하되, 끝까지 돈을 주지 아니하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죽여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위 원룸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피해자를 죽일 때 사용할 식칼(총 길이 31.5cm, 칼날 길이 19.5cm)을 구입한 후, 위 원룸 찬장에 비치하였다.
그런데 피해자 역시 위 호프집에서의 갈등으로 피고인과 사이가 악화되자, 그날 저녁부터 인천 소재 ○○모텔에 취직하여 그곳에서 격일로 숙식을 하게 되었고, 그 후격일로 저녁에 위 원룸에서 마주치면서 갈등과 반목이 늘어갔다. 피해자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이어지던 중 급기야 피해자는 4. 4.경 피고인에게 "침대 사용하지 마라, 신경건드리지 마라, 폭발 직전이다"는 취지의 I 문자를 보냈고, 피고인을 마주할 때마다 피고인이 요구하는 돈은 주지 아니하고, "집을 나가라"고 요구하면서 모욕적 언사를 반복하고 경멸적 태도를 취하였다. 피고인은 이에 대응하지 않고 속으로 분노를 더해가면서 살해의 결심을 점차 굳혀 나가게 되었다.
다. 살해 당일의 사건경과
(1) 살해도구(망치)의 준비
피고인은 2016, 4, 12. 저녁 무렵 피해자에게 최후통첩을 하여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 날 저녁에 피해자를 죽이기로 작정하고 공장에서 퇴근하면서 그곳 공구함에 있던 망치(총 길이 35cm, 머리 길이 12.5cm, 지름 4.5cm, 손잡이 부분 나무, 머리 부분 쇠)를 윗옷 속에 몰래 숨기고 위 원룸으로 귀가하였다.
(2) 망치에 의한 살해행위
피고인은 2016. 4. 13. 00:30경 위 원룸에 들어가자마자 위 망치를 현관문 앞 냉장고 뒤쪽에 숨긴 후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때마침 먼저 귀가하여 침대에 누워 있던 피해자가 "이 새끼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좆나 늦게 들어오네, 이 새끼야 언제 집에서 나갈꺼야, 씹새끼야 내가 나가라고 했지."라고 하는 등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자, 피고인은 미리 작정한 대로 태도를 돌변하여 피해자에게 "왜 60만 원을 주지 않느냐, 보증금 30만 원까지 해서 90만 원을 내놓아라, 그것만 주면 나가겠다."고 맞받아 소리쳤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미친 창년 새끼야, 지가 먼저 좋아서 해놓고 이제 와서 지랄이야, 너 몸 파는 새끼지, 내가 니 후장 기분 좋게 뚫어줄게, 그리고 니 애비, 애미 내 눈에 보이면 죽여 버린다, 니 애미도 창녀지, 니 새끼나 니 애미 새끼나 똑같다."고 욕설을 하였다.
피고인은 그 순간 억눌러 왔던 분노가 치솟아 올라 그 동안 쌓아온 살해결심을 즉각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고 냉장고 뒤쪽에 숨겨두었던 망치를 오른손에 들고 피해자를 향해 다가가면서 "뭐 이 새끼야, 니가 뭔데 우리 부모님 욕을 해, 개새끼야."라고 크게 소리쳤고, 그 순간 피해자 역시 피고인에게 "이 새끼 뭐야, 왜 그래."라고 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피고인은 재빨리 피해자에게 달려들면서 오른발로 피해자의 낭심을 1회 세게 걷어 차 침대에 넘어뜨려 걸터앉게 만든 후 오른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러 피해자의 얼굴 오른쪽 부위를 강타하였다. 이에 피해자의 머리 쪽이 침대 머리 쪽으로 넘어지자 피고인은 망치로 피해자의 이마 부위를 내려치고 계속하여 머리와 입술 부위 및 가슴 부위를 약 7~8회 내리쳤다.
(3) 식칼에 의한 살해행위
피고인은 쓰러진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자 망치를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피해자 밑에 깔려 있던 이불을 끌어 피해자를 화장실로 옮겼다. 피고인은 화장실 바닥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보면서 '이 새끼 때문에 내가 사람까지 죽이고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노가 치솟아 부엌 찬장에 두었던 식칼을 가지고 와 쭈그리고 앉아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찔렀다.
라. 머리부위 손상 등에 의한 피해자의 사망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피해자는 오른허파 윗엽에 찔림 손상, 왼콩팥에 찔림 손상, 창자 3곳에 찔림 손상, 왼쪽 8-9번 갈비사이근에 2곳, 왼쪽 9-10번, 11-12번 갈비사이근, 오른쪽 5-6번 갈비사이근에 찔린 상처(각각 2.3cm, 3cm, 2cm, 8.5cm, 3cm), 갈비뼈(오른쪽 3-4번 앞쪽, 10-12번 뒤쪽, 왼쪽 2, 5-6번 앞쪽) 골절 등을 입고 머리와 얼굴 등이 함몰되는 등으로 즉석에서 머리부위손상 등으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1)
2. 사체손괴 및 사체유기
가. 사체손괴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때문에 광분을 멈추지 아니하고 사체를 훼손하기로 결심하고, 피해자의 사체 밑에 깔린 이불을 빼면서 피해자의 사체가 바닥에 엎어져 있게 되자 식칼로 사체의 척추를 따라 등 가운데 부분을 절개하고 척추를 기준으로 왼쪽 방향으로 빗살무늬를 내며 사체를 훼손하고 사체를 뒤집어 위 식칼을 배 부위에 꽂고 얼굴에서 배꼽 아래까지 일자로 베어냈다.
피고인은 그 후 식칼로 흘러나온 장기와 피해자의 복부에 남아있는 장기 대부분을 베어낸 후 1회용 비닐 봉투 5개에 나누어 담은 후, 익일인 2016. 4, 14․경 이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50ℓ) 에 재차 담아 인근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들고 가 버렸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2016. 4, 15.경 위 식칼을 이용하여 같은 방법으로 복부 왼쪽에 있는 장기를 떼어 내어 1회용 비닐 봉투 3개에 나누어 담은 후 2016. 4. 20.경 그 비닐 봉투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50ℓ)에 담아 위 분리수거장에 들고 가 버렸다.
이어 피고인은 남은 사체를 계속 방치하다가 2016. 4. 25.경 사체를 분산하여 유기할 목적으로 위 식칼을 사용하여 사체의 4-5번 척추 뼈를 수회 내려치고 피해자를 뒤집어 척추 뼈를 절단하는 등으로 사체를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완전히 분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사체를 손괴하였다.
나. 사체유기
피고인은 2016. 4․ 26․ 저녁 무렵 피해자의 사체를 J에 가져가 각각 분산하여 버리기로 결심하고, 인근 점포에서 마대 자루 4개를 구입한 후 그 중 2개에 위와 같이 손괴한 피해자의 사체 상반신과 하반신을 각각 홑이불로 씌워 나누어 담고, 같은 날 23:35경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K 아반떼 차량을 렌트한 후 위와 같이 사체를 담은 마대자루 2개를 위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피고인은 2016, 4, 27, 01:47경 위 차량을 운전하여 안산시 단원구 L에 있는 J내M 방조제 인근 도로에 이르러 피해자의 하반신 사체가 들어 있는 마대 자루를 꺼내어 근처에 있는 배수구에 깊숙이 밀어 넣어 이를 버렸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2016. 4. 27. 02:08경 위 차량을 다시 운전하여 안산시 단원구N에 있는 J내 O 선착장 부근 풀숲 근처 도로에 이르러 피해자의 상반신 사체가 들어 있는 마대 자루를 꺼내어 그곳 풀숲에 버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사체를 유기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P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1. Q, R, P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각 경찰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1. 경찰 검증조서
1.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제38, 48, 53, 59, 69, 87, 106번, 각 첨부된 서류 및 사진 포함)
1. 각 현장감식결과보고서
1. 각 변사자조사결과보고
1. 각 살인사건 현장기록
1. 살인사건현장 혈흔형태분석결과
1. 각 유전자감정서
1. 부검감정서
1. 시체검안서
1. 112신고사건처리표
1. 각 사진
1. 영수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손괴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유기의 점, 포괄하여)
1. 경합범처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식칼과 망치를 집에 가져왔지만 살해하려는 마음을 접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협박과 욕설을 하고 부모님에 대한 욕설을 하여 이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서 계획적 범행이 아니다.
나. 피고인은 살해도구로 망치를 사용하였을 뿐 식칼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체를 손괴할 때 식칼을 사용하였다.
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폭발적 행동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며,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정신 질환인 간헐적 폭발장애 또는 뇌전증2) 및 뇌전증증후군에 의한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다.
2. 판단
가. 계획적 범행 여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이 2016. 4. 1.경 피고인을 살해하기 위해 식칼을 구입한 이후 같은 달 12.경 다시 피고인을 살해하기 위해 망치를 회사에서 집으로 가져온 점에 비추어볼 때, 위 기간 동안 피해자를 살해할 방법으로 모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위와 같이 준비한 살해 도구를 버리는 등 그 살해계획을 포기하였다는 내심의 의사를 반증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의 태도에 따라 살인 범행의 실행 여부를 결정하려했다고 진술한바, 이는 살인계획의 포기 내지 철회라기보다는 유보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준비한 망치와 식칼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즉시 사체를 손괴한 점, 이후 피고인은 자수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하며 장기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고, 마지막에는 사체를 유기하기 쉽도록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분리하여 평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알고 있던 J로 가져가 배수구와 풀숲에 버려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살해 범행은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 범행임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살해도구에 관한 판단
(1) 살피건대, 피고인은 망치로 피해자를 수회 내리쳐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자 피해자를 화장실로 옮긴 후 바로 식칼을 가져와 쭈그리고 앉아 복부와 가슴 부위를 칼로 수회 찔렀던바, 망치로 내리친 행위와 식칼로 찌른 행위가 시간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점, 피고인은 망치로 피해자를 때린 후 심장박동이라든지 호흡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2016. 10. 14.자 피고인신문 녹취록 제2, 3쪽), 피해자를 화장실로 옮긴 다음 식칼로 복부 및 가슴 부위를 수회 찌른 후에는 피고인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점(2016. 10. 12.자 피고인신문 녹취록 제13쪽), 이처럼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피해자의 복부 및 가슴 부위를 식칼로 찌르는 행위와 마구잡이로 사체를 손괴하는 행위는 태양이 명백히 구분되는바, 위와 같은 행위태양의 변화는 살인에서 사체손괴로 나아가는 피고인의 주관적 의사의 변화를 반영하여 표출된 것으로 보이는 점,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남아있는 몸통에서 발견되는 여러 곳의 찔린 상처와 베인 상처가 사후에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식칼로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 부위를 찌를 당시 피해자가 살아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망치로 수회 내리치고 식칼로 복부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찌른 피고인의 행위들을 하나로 묶어 일련의 살해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한편, 피고인이 살해도구인 망치와 식칼을 사용한 순서와 관련하여,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먼저 식칼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오른팔, 복부, 가슴 등을 수회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망치로 이마 부위, 얼굴 부위 및 가슴을 수회 내리쳐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검사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에 '피해자의 왼손 1번째 손가락에 벤 상처, 오른팔부위 뒤쪽에 2곳의 찔린 상처(각각 길이 2.2cm, 2cm, 깊이 4cm, 2.5cm), 오른쪽 위팔부위 중간에 찔린 상처(길이 1.5cm, 깊이 2cm), 오른쪽 아래팔부위 앞쪽에 찔린 상처(길이 3cm, 깊이 5cm)'가 있음을 근거로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칼로 찌른 것인지 추궁하였는데(수사기록 제1925쪽), 피고인이 먼저 식칼로 피해자를 수회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망치로 내리쳐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여 공소장에 위와 같이 기재된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제5회 공판기일에 이르러 먼저 망치로 피해자를 수회 내리친 후 화장실에서 다시 식칼로 피해자를 수회 찔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이러한 진술변경은 피고인의 죄책에 별다른 영향이 없고 오히려 다시 진술을 변경하였다는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가능성이 더 높음에도 피고인이 진지하게 위와 같은 진술을 하고 있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점, 식칼에 대항하는 방어 흔의 경우 식칼을 막으려는 본능에 의하여 칼날을 잡는 등의 필사적 저항에 따라 손바닥 등에 상당히 깊이 베인 상처 등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의 경우 대부분의 상처가 오른팔 윗부분의 안쪽에 생겼을 뿐만 아니라 오른손에 칼을 든 피고인과 대면하였을 때 가까운 왼팔이 아닌 오른팔에 집중되어 있는 점, 왼손 손가락에 밴 상처 역시 식칼을 막으려다가 생긴 것으로 보기에는 경미하여 식칼에 대항하는 상황에서 생긴 것인지 의심스러운 점, 검사가 방어흔이라고 주장하는 상처흔적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찌르거나 사체를 손괴하는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침대에 넘어진 피해자의 배 위로 올라타 위와 같이 별다른 방어흔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저항하는 팔과 상반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최소한 피해자의 골반 위쪽이나 하복부 정도에는 앉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해자의 상반신 아래 부분에 있는 왼쪽 8-9번, 9-10번, 11-12번 갈비사이근과 복부에 있는 장기를 찌르기 보다는 그보다 윗부분을 찌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먼저 식칼을 사용한 후 망치를 사용하였다는 공소사실 기재 보다는 먼저 망치를 사용하여 피해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화장실로 옮겨 식칼로 수회 찔렀다는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최종 진술이 더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다. 심신미약 여부에 관한 판단
(1)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정신병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이나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 또는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425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심신장애의 인정 여부는 정신질환의 정도 및 내용, 범행의 동기 및 원인, 범행의 경위 및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범행 및 그 전후의 상황에 관한 기억의 유무 및 정도, 수사 및 공판절차에서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도1194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가) 간헐적 폭발장애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앞서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범행 후에는 사체를 손괴하고 유기하는 등 계획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극심한 분노에 따른 충동적 공격행위라고 볼 수도 없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뇌전증 및 뇌전증증후군 관련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17, 18호증에 의하면,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쳐 2010. 5. 9. 외상성경막하 출혈 진단을 받고 11일간 입원한 사실, 그 후 뇌전증 및 뇌전증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은, 위와 같은 뇌손상 이후 피고인이 사소한 일에 순간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자신이 한 행동들을 사후에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들을 보였던바, 이 사건 범행도 같은 맥락의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진단 이후 피고인이 주장하는 증상들에 대하여 치료를 받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는 등 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 보이는 점, 나아가 이 사건 범행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순간적 충동이나 일시적 반발작용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범행인 점, 피고인이 살해 동기, 살해도구의 준비, 살해 과정 등을 상세하게 진술하는 등 이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 비록 피고인이 살해 이후 사체손괴의 순서나 잠이 든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범행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닌 부대상황에 불과한 점, 피고인의 진술이 경찰, 검찰 및 이 법정에서 바뀌고 있지만 이는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진술 당시의 상황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거나 자신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와 가족 앞에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이유로 살해도구를 칼과 망치에서 망치로 단일화하여 적극적으로 살해범행과정을 자세히 진술하고 있는 점, 결국 이와 같은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정황들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위에서 주장하는 심신미약 증상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 >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사체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일반양형인자]
가중요소 : 사체유기
[권고영역의 결정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가중영역, 징역 15년 이상, 무기징역 이상
2. 선고형의 결정 : 무기징역
피고인이 경찰에 체포된 이후 살해과정에 대해서는 일부 진술을 번복하였지만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 및 유기한 범행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점, 이 법원의 양형조사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원만한 성장과정을 거쳤고 그동안 특별한 폭력적 성향을 비치지 아니한 점, 아무런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해자의 부모에게 2,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살인은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서 그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전혀 없는 중대한 범죄이다. 피고인은 동거하던 피해자가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화가나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미리 식칼과 망치를 준비하였다가 망치로 피해자의 머리, 얼굴 및 가슴 부분을 수회 내리치고, 식칼로 복부 및 가슴 부위를 수회 찌르는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하며 10일 이상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결국에는 피해자의 사체를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나누어 인적이 드문 곳에 유기하여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저버렸다.
갑작스러운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극도의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였고, 피해자 유족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생을 마감한 피해자는 이 사건 경위에 대해서 아무런 해명을 하지 못하여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이에 따라 피해자의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거듭하여 탄원하고 있다.
나아가 이와 같은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은 생명의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관을 훼손하고 사회공동체의 결속을 현저히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므로,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흉악범죄로부터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반예방적인 필요성도 매우 크다.
결국 피고인에 대하여 그 죄책에 걸맞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한바, 유기징역형의 선택만으로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을 남은 여생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택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병철
판사 장현석
판사 구준모
1) 이 부분 범죄사실은 이 사건 공소장 기재(피고인이 먼저 식칼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오른팔, 복부, 가슴 등을 수회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망치로 이마 부위, 얼굴 부위 및 가슴을 수회 내리쳐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기재)와 달리 피고인이 먼저 망치로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 및 가슴 부위를 수회 내리친 후 식칼로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찔러 살해한 것으로 인정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서는 아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제2의 나.(2)항 참조
2) 발작을 초래할 수 있는 신체적 이상이 없음에도 뇌전증 발작이 반복적으로(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발생하여 만성화된 질환군.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뇌전증으로 변경(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