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12헌바188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제13조 등 위헌소원
전○형
대리인 변호사 최윤중, 양홍석
서울고등법원 2011노337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2014.07.24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04. 10.경 문화관광부(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이나, 문화관광부라고만 한다) ○○과 자산운용 담당 전문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되어 관광진흥개발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의 운용 및 관리업무를 담당하던 중, 기금을 제3자를 위한 특정금전신
탁 등에 투자하게 한 대가로 2008. 1.경 1억 원, 2008. 8월경 1억 원을 각 교부받음으로써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 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 2억 원의 형을 선고받은 후(의정부지방법원 2011고합98 등), 항소하여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1노3376) 계속 중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제13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2. 4. 27.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2초기97), 2012. 5.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주위적 청구에 관한 심판대상의 한정
청구인은 법률조항의 개정 연혁을 특정하지 아니한 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청구인에게 적용된 조항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벌금 병과 규정이 신설(2008. 12. 26. 법률 제9169호)되기 전의 것이고, 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수수” 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관광진흥개발기금법(2007. 12. 21. 법률 제8742호로 개정된 것) 제13조(이하,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이라 한다)와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1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수수”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여부
청구인은 위 각 조항의 위헌을 구하는 외에 예비적으로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
이 여유자금을 관리하면서 실질적인 자금집행결정 권한을 가지지 아니한 고용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다고 해석하거나, 이 사건 특가법 조항 중 형법 제129조 등의 죄를 범한 자에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한정위헌청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위 예비적 청구는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에 따른 의제가 일률적이고, 그 결과 의제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위헌이라거나, 공무원 의제조항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에게까지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해석에 의해 가벌성을 확장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금지된 유추해석에 해당하여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라 할 것인바, 이러한 주장은 주위적 청구의 위헌 주장을 보충하는 것에 불과하여 별도의 예비적 청구라기보다 주위적 청구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만 판단한다.
[심판대상조항]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 조항]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생략
2.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때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형법」 제129조, 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제1항의 경우를 포함한다)에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倂科)한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2조(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
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에 관한 주장
청구인은 결정권자인 문화관광부 장관을 보좌하여 기금의 목적 사업에 직접 사용되지 아니하는 여유자금을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그 업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무원 또는 개별 법률에 의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직무에 비하여 공공성이 약하여 업무의 불가매수성과 청렴성의 정도가 다르다. 또한, 위 기금 중 여유자금 관리 업무는 그 성격, 운용방법·분야, 운용 위험성 등이 민간의 자산운영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이 위 기금 운용자를 일률적으로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형법 제129조 등의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며, 공무원과는 신분이 전혀 다른 청구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것은 평등원칙에도 반한다.
나.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관한 주장
뇌물수수행위를 가중처벌하는 위 법률 조항이 제정된 후에도 수뢰행위 등이 감소되지 않는 등 실효성이 없어 위 조항은 입법목적 실현에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고, 범행의 동기,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부정처사 유무 등과 관계없이 수뢰액만 중시하여 집행유예조차 선고할 수 없게 하여 법관의 양형선택 및 판단권을 제한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며,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위 법률 조항은 수뢰행위의 유형 및 부정처사의 유무에 관계없이 단순히 수뢰액만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법정형을
정하고 있고, 그 차등적 처벌로 인해 포괄일죄인지 경합범인지에 따라 지나치게 현저한 처벌의 차이를 초래하는 등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4.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의 위헌 여부
가. 관광진흥개발기금법의 내용 및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의 연혁
(1) 관광기금법의 목적은 ‘관광사업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고, 관광을 통한 외화수입의 증대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기금을 설치하는 것’이고(위 법 제1조), 기금의 재원은 ‘정부출연금, 카지노사업자가 납부하는 납부금, 국내 공항과 항만을 통하여 출국하는 자가 납부하는 출국납부금, 기금의 운용수익금 등’으로 법정되어 있으며(법 제2조), 기금의 용도 또한 ‘호텔을 비롯한 각종 관광시설의 건설 또는 개수’, ‘국외 여행자의 관광을 위한 교육 및 관광정보의 제공사업’ 등을 위한 대여 또는 보조로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법 제5조), 기금을 대여 또는 보조받은 자는 지정된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하지 못하며, 목적 외 용도에 사용하였을 때에는 대여 또는 보조를 취소하고 회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11조).
(2) 기금 중 ‘여유자금’은 금융기관에의 예치, 국채 또는 공채의 매입, 그 밖의 금융상품의 매입의 방법으로 운용할 수 있고(위 법 시행령 제3조의 2), 한편 기금의 운용에 관한 사항은 문화관광부 장관 소속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법 제6, 7조), 일정한 경우 기금을 보조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시행령 제3조의 3). 또한, 기금의 회계연도는 정부의 회계연도에 따르고, 문화관광부 장관은 기금의 수입과 지출 사무를 위해 기금수입징수관, 기
금재무관, 기금지출관 및 기금출납 공무원을 임명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에 기금의 계정을 설치하도록 하여야 하고(법 제4, 9, 10조), 회계연도마다 기금의 결산보고서를 작성하여 다음 연도 2월 말일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시행령 제21조).
(3) 기금의 관리·운용권자는 문화관광부 장관(법 제3조)이나, 2003년경 기금의 규모가 커지자, 국회는 사업운용의 효율성과 성과 증대를 위해 운용전문가를 전문계약직 형태 등으로 채용하기로 하는 법안을 만들기로 하였고, 그에 따라 관광기금법이 2004. 1. 29. 법률 제7132호로 개정되면서 “문화관광부 장관은 기금의 집행·평가·결산 및 여유자금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10명 이내의 민간 전문가를 고용한다. 이 경우 필요한 경비는 기금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민간 전문가의 고용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법 제3조 제2, 3항)고 규정하여 민간 전문가 채용을 위한 근거규정을 마련하였으며, 동시에 위 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채용된 민간 전문가를 형법 제129조 등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조항(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을 신설하였다.
위 법 개정에 따라 개정된 시행령(2004. 6. 5. 대통령령 제18411호)은 “민간 전문가는 계약직으로 하며”(제1조의 4 제1항), “기금의 여유자금 운용계획의 수립, 기금자산의 관리 및 평가 등 기금운용정책의 전반적인 사항에 관하여 문화관광부 장관의 자문에 응한다”(제2항), “민간 전문가의 업무분장·채용·복무·보수 그 밖의 인사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한다”(제3항)고 규정하였고, 관광기금법 제3조 및 시행령 제1조의 4에 따른 민간 전문가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2004. 6. 10. 제정된 문화관광부 훈령(제117호)인 ‘관광진흥개발기금 관리단 운용규
정’은 단원은 계약연봉제에 의하고, 계약기간은 2년을 원칙으로 하되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으며(위 훈령 제5조),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각 호의 1(공무원 임용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 등은 채용될 수 없고(훈령 제6조), 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당연면직되도록 정하고 있으며(훈령 제8조), 위 훈령에서 특별히 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는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공무원복무규정, 공무원여비규정 등 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였다(훈령 제18조).
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기금의 설치 목적이 관광사업의 발전 등을 위한 것이고, 기금의 주된 재원이 정부출연금과 국내 공항 등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이 납부한 납부금으로 조세 유사의 특별부담금이다. 또한, 기금의 용도가 관광사업 기반시설의 건설 등을 위한 대여·보조로 법령에 의해 명시적으로 한정되어 있고, 기금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운용되며, 기금의 수입과 지출은 따로 관리되어야 하고, 정부의 회계연도에 따라 기금에 관한 결산보고서를 작성하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기금은 강한 공공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과 같은 민간 전문가가 직접 위 기금에 관한 지출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기금의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기금 운용정책 전반에 관하여 문화관광부 장관을 보좌하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청렴성이나 공정성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그 필요성의 정도는 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문화관광부 소속의 일반 공무원과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기금 중의 여유자금은 금융상품에 투자되기도 하는 등 청구인이 담당한 업무가 사경제 주체의 이익추구활동과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과 같
은 민간 전문가를 고용함에 있어 필요한 경비는 기금에서 사용되고(법 제3조 제2항), 임용요건, 임용결격 또는 면직사유, 복무규정 및 여비규정 등이 관광기금법령에 정해져 있으며, 그 내용의 중요부분도 공무원의 경우와 다를 바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므로 기금의 관리·운용에 관여하는 민간 전문가에게는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과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간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규율하려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나아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고용 민간 전문가가 직무에 관하여 금품수수 등의 행위를 하였을 경우 별도의 배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공무원에 준하는 형사제재를 가함으로써 그 업무와 관련된 각종 비리와 부정의 소지를 없애고, 기금 운용의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절성 역시 인정된다.
(2) 특정한 목적의 공적 기금의 관리·운용에 관여하는 고용 민간 전문가의 청렴성과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여 관광사업의 효율적 발전 및 관광을 통한 외화 수입의 증대라는 공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고려할 때, 그에 따른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신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의 공공적 성격 등으로 인하여 직무와 관련된 수재행위를 공무원의 뇌물수수행위와 같거나 유사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를 지나친 제재라고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사례는 우리 형사법 체계상 흔히 찾아 볼 수 있다(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참조). 또한,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은 문화관광부 장관에 의해 채용된 민간 전문가를 모든 영역에서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관계 법령상의 여러 의무를 부담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고 담보한다는 요청에 의해 금품수수행위 등 직무 관련 비리행위를 엄격히 처벌하기 위하여 형법 제129조부터 제130조의 적용에 대하여만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고, 다른 한편 일반 공무원이 아닌 의제된 공무원이라는 사정이나 업무의 공공성의 정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비난가능성의 정도 등은 법관의 양형을 통해 적절히 고려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을 공무원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잉형벌이라 할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이 다소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3) 결론적으로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원칙 위배 여부
청구인은 특히, 기금 중 여유자금 운용업무가 정부자금을 별도로 위탁받아 투자하는 민간 자산운용기관의 담당자의 업무와 동일함에도 민간 자산운용기관의 담당자와는 달리 청구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에 대한 고용 근거는 관광기금법 및 그 시행령이고, 구체적인 임용절차, 임용결격사유나 면직사유, 보수 및 복무, 인사관리 등은 문화관광부 훈령 등에 의해 정해진다. 따라서 청구인이 계약직 직원이기는 하나 문화관광부 소속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의 지휘·감독 하에서 위 법령에 의하여 기금의 여유자금 운용 등에 관한 전반적인 자문 업무를 수행하므로 그 업무 자체의 공적 성격이 분명
한 데 비해, 정부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민간 자산운용기관의 담당자는 운용의 대상이 되는 금원이 정부로부터 위탁된 것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그 채용, 보수, 근무조건 등은 물론 위탁받은 금전의 운용에 관한 업무수행방법 및 업무수행과정, 그에 대한 지휘·감독 등은 전적으로 그가 속한 민간 자산운용기관과의 사이에 체결된 고용계약 등 사법적 법률관계에 따르게 된다. 이와 같이 청구인과 민간 자산운용기관의 담당자 간에는 그 전제가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가 다르고, 규율하는 법적 근거 및 규율되는 법적 영역이 상이하므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청구인과 민간 자산운용기관의 담당자가 각각 정부자금을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점에서 양자의 자산운용방법, 자산운용분야, 운용의 위험성 등이 같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함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자의적인 차별취급이라 할 수 없다.
5.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위헌 여부
가. 선례의 원용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죄를 범한 자가 그 수뢰액이 5천 만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구 특가법(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되고, 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에 관하여는 물론 같은 법정형에 처하는 수뢰액의 기준을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것으로 개정된 후의 조항에 관하여도 여러 차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에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고, 수뢰액이 많을수록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가중된다는 점에서 수뢰액은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며,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은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고, 입법자가 법정형의 책정에 관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비례원칙 내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헌재 2001. 5. 31. 2000헌바91 ; 헌재 2004. 4. 29. 2003헌바118 ; 헌재 2006. 12. 28. 2005헌바35 ; 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등).
다만 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결정에서 재판관 이정미는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강한 엄벌주의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고, 작경감경 없이 선고되는 사례가 극히 이례적인 실정이어서 결과적으로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을 해치며,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등과 관계없이 무기 또는 10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고, 형법과는 달리 부정처사 유무에 따라 법정형에 차이를 두지 않아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는 등 과잉입법금지원칙 및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표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청구인의 기타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은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그 뇌물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관한 것인지 또는 그 뇌물로 인한 부정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이는 “1억 원” 이상을 뇌물로 수수하였다면, 직무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는 이미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러한 판단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고, 여러 차례에 걸친 뇌물 수수 행위가 형법상 수뢰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에 비해 포괄일죄로 인정되어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의해 무겁게 처벌되는 것은, 결국 여러 차례의 뇌물 수수 행위에 대해 서로 다른 개개의 수뢰 행위라고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수뢰행위라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 서로 다른 구성요건인 형법상 뇌물죄와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을 가지고 경합범과 포괄일죄의 균형을 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등 참조).
(2) 살인죄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이고,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처벌하는 수뢰죄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므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특가법 조항 소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 없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은 “형법 제129조 … 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이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공무원으로 의제되어 형법 제129조 등의 규정을 적용받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데, 공무원으로 의제되어 형법 제129조 등의 규정을 적용받는 경우에도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적용된다고 본다면, 실질적으로 해석에 의해 가벌성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죄형법정
주의, 유추해석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공무원 의제조항에 의한 형법 제129조의 적용과 그 수뢰액에 따른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은 법 문언 자체에 의하여 직접적인 적용을 예정하고 있고, 더욱이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을 포함한 특가법 제2조는 형법상 뇌물죄에 대해 그 수뢰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므로, 개별 법률에 의하여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에게도 그 뇌물가액에 따라 특가법 제2조가 적용된다는 것은 건전한 일반상식과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6. 11. 30. 2004헌바86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 유추해석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관하여 앞서 본 선례(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등)의 반대의견과 마찬가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