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반환][공1999.6.15.(84),1140]
전 소유자가 지방자치단체에게 도로부지로 매도하여 사용수익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토지를 이중 매수한 자가 그 토지를 도로부지로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지방자치단체가 전 소유자로부터 토지를 매수하고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한 후 도로공사를 완료하고 지목도 도로로 변경하여 이미 20년 이상 간선도로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이중으로 매수한 경우, 일반적으로 토지를 매수하려고 하는 사람은 등기부와 도시계획확인원 및 지적도면 등에 의하여 토지의 위치와 이용상황 등을 살펴보는 것이 보통일 것이므로, 매수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토지가 간선도로의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사정을 알면서 매수하였을 것이고, 한편 매수인이 그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굳이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위 토지를 매수하였다면 매수인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부당이득금이나 손실보상금 등을 청구할 목적으로 매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런 경우 매수인으로서는 위 토지가 도로부지에 편입된 경위나 그 보상관계 등에 관하여도 살펴보고 매수하였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점에 비추어 매수인은 위 토지의 전 소유자가 위 토지를 도로부지로 매도함으로써 이에 대한 사용수익권이 없다는 점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이를 매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위 토지를 도로부지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매수인에게 아무런 손해도 생기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윤홍)
경주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시환)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1. 원심은, 이 사건 토지는 원래 소외인의 소유였다가 1960. 1. 10. 그의 처와 자녀들이 공동으로 상속하였는데, 피고가 1968. 8.경 도로(화랑로) 개설공사를 시행하면서 이 사건 토지를 그 부지에 편입시켜 포장공사 등 도로시설공사를 한 후 일반공중의 통행에 제공하여 온 사실, 원고는 1986. 11. 7. 소외인의 상속인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1995. 1. 21. 및 같은 해 10. 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1992. 2. 24. 이후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함으로 인한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원고가 소유권을 취득하기 이전의 기간에 대하여는 전 소유자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권을 양수받았음을 원인으로 한 것이다.)에 대한 피고의 취득시효 항변에 관하여, 피고는 1968. 4.경 소외인의 상속인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금 1,339,200원에 매수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이를 인도받아 그 지상에 도로(화랑로)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20년 이상 점유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1988. 4.경 피고의 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소외인의 상속인들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고의 이 사건 토지의 점유가 부당이득이 되지 아니하나, 피고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고 있는 사이에 원고가 먼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그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그 이후에는 피고의 이 사건 토지의 점유는 원고에 대하여 부당이득이 된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의 제한을 용인하고 이를 취득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도로부지로 점유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아무런 손해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과,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것은 전 소유자의 이중매도행위에 적극 가담하여 이루어진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 등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1968. 4.경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그 대금도 모두 지급한 다음 그 지상에 도로를 개설하여 20년 이상 이를 도로부지로 점유·사용하여 왔다는 것이고,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가 포함된 화랑로는 경주 시내를 관통하는 편도 2차선의 간선도로인데, 피고는 1970년까지 위 도로에 대한 확·포장공사를 완료하였고, 이 사건 토지의 지목도 1968. 8. 29. 및 1970. 4. 2. 모두 도로로 변경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일반적으로 토지를 매수하려고 하는 사람은 등기부와 도시계획확인원 및 지적도면 등에 의하여 토지의 위치와 이용상황 등을 살펴보는 것이 보통일 것이므로, 1986. 11. 7.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는 원고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토지가 간선도로의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사정을 알면서 매수하였을 것이고, 한편 원고가 그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굳이 2천만 원이나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면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부당이득금이나 손실보상금 등을 청구할 목적으로 매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런 경우 원고로서는 이 사건 토지가 도로부지에 편입된 경위나 그 보상관계 등에 관하여도 살펴보고 매수하였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화랑로 부지에 편입된 토지들에 대한 보상관계의 서류가 피고 시에 보관되어 있고, 그 서류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뿐만 아니라 화랑로 부지에 편입된 다른 토지들에 대한 보상절차도 이미 마쳐졌음을 알 수 있으며, 원고의 전 소유자인 소외인의 상속인들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부당이득금반환청구 등의 권리주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원고도 1986. 11. 7.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고 하면서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아니하고 아무런 권리행사도 하지 아니한 채 장기간 동안 방치하다가 피고의 취득시효기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소송을 통하여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이나 청구인낙을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여 전 소유자의 소유기간 동안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권까지 양수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청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이 사건 토지를 도로부지로 매도함으로써 이에 대한 사용수익권이 없다는 점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이를 매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도로부지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아무런 손해도 생기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도 있고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2529 판결 참조), 더 나아가 원고는 전 소유자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대법원 1995. 3. 17. 선고 94다48721 판결 참조).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경위 등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쉽게 배척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반,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