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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다246346 판결

[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인 계약서가 있는 경우, 계약의 성립을 위한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및 제3자가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이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거나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한 경우, 소비대차계약의 법률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신의성실 원칙의 의미 및 이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 파산채무자의 파산선고 시 파산관재인의 지위

원고, 상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재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연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비대차계약의 성립에 관하여

가. 계약의 성립을 위한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처분문서인 계약서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서에 기재된 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96291, 96307 판결 참조).

한편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련 서류에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이하 ‘부산저축은행’이라고만 한다)과 피고 사이에 2006. 5. 17.자 대출계약서(이하 ‘이 사건 대출계약서’라고 한다)의 기재와 같은 소비대차계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① 부산저축은행은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위하여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주식회사 도시생각(이하 ‘도시생각’이라고만 한다)의 주식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피고와 사이에 형식상 이 사건 대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②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인출된 자금을 실제 사용한 자는 대출자 자신인 부산저축은행이고, 이 사건 대출계약서 작성 당시 당사자들이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실제로 의욕하였는지 의심스럽다.

③ 부산저축은행은 이 사건 대출계약서에 따라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게 된 피고에게 당초 변제기인 2010. 5. 17.까지 뿐만 아니라 최종변제기인 2011. 5.경까지 피고에게 아무런 변제독촉을 하지 않았고, 피고 또한 이를 변제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부산저축은행이 이 사건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직접 납부하면서 대출관리를 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일반적인 대출계약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는 2006. 5. 15.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도시생각의 대표이사로서 등재되어 급여를 받았다.

② 피고는 2006. 5. 17. 대출신청서, 여신거래약정서 등 대출관련 서류에 주채무자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여 부산저축은행에 대출신청을 하였고, 부산저축은행은 이 사건 대출금을 피고의 계좌로 입금하였다.

③ 이 사건 대출금은 도시생각의 주식을 피고 명의로 취득하기 위한 대금으로 사용되었다.

④ 피고는 이 사건 대출금의 변제기가 도래하기 전인 2010. 5. 중순경 여신기간연장신청서에 서명·날인하여 부산저축은행에 제출하였고, 이 사건 대출금의 변제기가 2011. 5. 17.로 연장되었다.

⑤ 부산저축은행은 2011. 5. 25.경 피고에게 이 사건 대출금의 변제를 독촉하였다.

(2)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와 부산저축은행 사이에 2006. 5. 17. 이 사건 대출계약서의 기재와 같은 소비대차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심이 위 소비대차계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로 든 사정들은 명의대여대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하여 위 소비대차계약의 성립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등에 관하여

가.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다68941 판결 등 참조).

한편 파산채무자가 파산선고 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을 구성하고, 그 파산재단을 관리 및 처분할 권리는 파산관재인에게 속하므로, 파산관재인은 파산채무자의 포괄승계인과 같은 지위를 가지게 되지만, 파산이 선고되면 파산채권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산채권을 행사할 수 없고, 파산관재인이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그 직무를 행하므로,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에 따라 파산채무자와 독립하여 그 재산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로서의 지위도 가지게 된다 (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2다48214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는 부산저축은행의 이사 겸 감사인 소외인의 요청에 따라 부산저축은행이 도시생각 발행의 주식을 취득하는데 그 명의를 빌려주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인출된 돈은 모두 부산저축은행의 주식인수 자금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곧 피고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즉시 부산저축은행에 변제한 것과 같다.

② 부산저축은행은 피고 명의로 보유 중인 도시생각의 주식 19,800주가 명의신탁된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와 도시생각 등을 상대로 이에 대한 소유권확인, 명의개서청구소송을 제기,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이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자금으로 취득한 주식(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된다면 이 또한 변제 또는 이와 유사한 법률효과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이 사건 대출금반환채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③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서 부산저축은행과 피고 사이 거래관계의 무효, 취소로 인하여 보호되는 독립적인 제3자의 지위에 있기는 하지만, 이는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임과 동시에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이익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직무를 행하여야 하는 파산관재인의 업무상 성격에서 연유한다. 부산저축은행이 이 사건 대출금으로 취득한 도시생각의 주식에 관한 권리가 원고가 처리하는 파산재단을 구성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 소멸한 권리에 대하여 원고가 파산관재인이라는 사유만으로 특별히 보호하여야 할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경우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형평과 정의에 심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다. 그러나 위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① 부산저축은행이 피고 명의 계좌로 입금된 대출금을 인출하여 특수목적법인 주식을 피고 명의로 취득하기 위한 대금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와 부산저축은행 사이의 별개의 약정에 따라 부산저축은행이 대출금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이 사건 대출금을 변제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부산저축은행의 소송수계인인 원고가 피고 등을 상대로 이 사건 대출금으로 취득한 특수목적법인 주식에 대한 소유권확인 및 명의개서절차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대출금을 변제하거나 이와 유사한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③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서 파산채무자와 독립하여 그 재산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로서의 지위에서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제기한 이 사건 대여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대여금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