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공1997.5.15.(34),1393]
남편이 자신의 사업상의 채무에 대하여 처 명의로 연대보증약정을 한 행위를 일상가사대리권을 넘는 표현대리행위라고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부부간에 서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처가 남편이 부담하는 사업상의 채무를 남편과 연대하여 부담하기 위하여 남편에게 채권자와의 채무부담약정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이고, 채무자가 남편으로서 처의 도장을 쉽사리 입수할 수 있었으며 채권자도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자신의 집 부근으로 오게 한 후 처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하여 처 명의의 채무부담약정을 한 사실만으로는 채권자가 남편에게 처를 대리하여 채무부담약정을 할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오해라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김민옥
안태중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현)
원심판결 중 피고 이옥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피고 안태중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동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1. 먼저 피고 이옥희의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들고 있는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안태중이 소외 주식회사 상화(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를 설립하여 법인등기부상으로는 그 처인 피고 이옥희를 그 대표이사로 등재시키고 자신이 평소 모든 대외적인 거래를 전담하여 온 사실, 소외 회사는 형식상 주식회사로 설립되었으나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로서 피고 안태중이 평소 소외 회사를 사실상 개인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피고들의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하여 온 사실, 원고가 피고 안태중의 권유에 따라 금 103,100,000원을 소외 회사에 투자하였는데 그 후 소외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사실상 폐업에 이르게 되고 원고가 위 투자금의 반환을 요구하자 피고 안태중은 원고와의 사이에 금 2억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면서 그와 같은 취지로 2장의 차용증(갑 제1호증의 1, 2)을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그러자 원고는 위 투자금이 소외 회사에 대한 것인데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는 피고 이옥희이며, 평소 피고 안태중이 소외 회사의 경영에 따른 대외적인 행위를 위 이옥희 명의로 하여 온 점을 감안하여 피고 이옥희도 같은 약정을 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 안태중이 피고 이옥희와의 약정을 위하여 원고를 그들의 집으로 오라고 한 사실, 그리하여 원고가 그 후 피고들의 집 부근으로 찾아가 피고들 집으로 전화를 하자 피고 안태중은 집 앞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하였고, 이에 원고가 위 약속장소로 가 피고들을 기다리고 있던 중 피고 안태중이 혼자 나와 피고 이옥희는 외출하였다고 하면서 그로부터 위임을 받았으니 대신 약정을 하여 주겠다고 하여 원고가 종전에 피고 안태중 명의로만 작성된 위 차용증을 내밀자 그에 피고 이옥희의 이름을 추가로 기재한 후 위 피고가 집에서 사용하는 도장을 날인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회사는 사실상 피고 안태중이 개인기업처럼 경영하고 있었으므로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위 투자금은 결국 위 피고에 대한 투자금과 마찬가지인 면도 있었으나 그렇더라도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는 엄연히 피고 이옥희였고, 피고 안태중도 소외 회사의 대외적인 거래에 있어 오랫동안 피고 이옥희 명의를 사용하여 왔으며, 위 투자금도 일단 소외 회사에 지급된 점과 원고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피고 이옥희 명의로도 위 약정을 하고자 한 점 및 그 당시 피고 안태중은 원고로 하여금 피고들 집 부근으로 오게 한 후 피고 이옥희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하면서 집에서 가지고 온 위 피고 도장으로 위 차용증 중 피고 이옥희 명의 부분을 작성하여 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안태중이 피고 이옥희의 남편으로서의 일상가사대리권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 외에 위 약정에 관한 대리권을 피고 이옥희로부터 수여받은 바 없다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 안태중에게 그러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위 약정의 효력은 피고 이옥희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 안태중이 피고 이옥희의 남편으로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고, 원고가 피고 안태중에게 피고 이옥희를 대리하여 위 금 2억 원의 지급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안태중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없었던 이상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피고 안태중에게 그 행위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부부간에 서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처가 남편이 부담하는 사업상의 거액(2억 원)의 채무를 남편과 연대하여 부담하기 위하여 남편에게 채권자와의 채무부담약정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이고, 피고 안태중이 피고 이옥희의 남편으로서 그 처의 도장을 쉽사리 입수할 수 있었으며 원고도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안태중에게 피고 이옥희를 대리하여 채무부담약정을 할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그 인정과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피고 안태중에게 피고 이옥희를 대리하여 위 채무부담의 약정을 할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판단은 필경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에 있어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안태중은 적법한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아무런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으므로, 같은 피고의 상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이옥희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는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이를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 안태중의 상고는 이를 기각하며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