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전주)2020노207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A
검사
용성호(기소), 서봉규(공판)
법무법인 경청
담당변호사 차병문
2021. 1. 13.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 QM6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4. 28. 15:06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전주시 완산구 C에 있는 D학원 앞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를 E아파트 방면에서 F초등학교 방면으로 시속 약 28.8km의 속도로 직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잘 살펴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피고인의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단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던 피해자 G(여, 10세)을 위 승용차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도로에 넘어지게 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발목의 외측 및 내측 복사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사고 장소가 초등학교 앞 도로이고, 사고 시간이 하교시간으로 어린이들의 통행이 빈번한 때이며, 도로에 정차된 차량들로 시야가 제한되어 있었고, 피해자가 하차한 차량이 비상등을 켠 채로 정차 중이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가 갑자기 도로를 횡단할 것을 예상하여 위 승용차의 속도를 줄이고 전방좌우를 주시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피고인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한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이 사건 도로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제한속도가 시속 30km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피고인은 위 승용차를 제한속도 이하로 운전하였다. 이 사건 사고 직전에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던 보행자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에게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의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할 의무'가 없었다.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교통사고보고 (실황조사서)에도 '사고유발원인과 관련하여 운전자의 요인이 없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② 피해자는 반대쪽 도로변에 하차해 있던 차량 바로 뒤편에서 갑자기 도로로 튀어 나와 위 승용차의 운전석 측면 부분에 충돌하였다. 위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더라도 위 승용차 좌측 방향에서 피해자가 보이는 시간이 채 1초가 되지 않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위 승용차와 피해자가 충돌할 당시까지도 피해자가 도로로 나온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내린 차량의 정차된 상태 등에 비추어 반대 방향에서 진행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정차된 차량의 뒷좌석에서 하차하는 것은 물론 그 차량의 뒷좌석 문이 열리는 것조차 보기 어려웠다. 이 사건 도로는 주변에 상가가 많고, 양쪽 차선에 정차된 차량들이 다수 있었으며, 이 사건 도로 및 보도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어린이가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탄 차량이 비상등을 킨 채로 반대쪽 도로변에 정차해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그 차량 뒤편에서 어린이인 피해자가 이 사건 도로로 나올 것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④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서에 의하면, 피해자가 위 승용차의 블랙박스에 출현한 시점에서 위 승용차와 충돌한 시점까지 약 0.7초가 소요되었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승용차의 속도인 시속 약 28.8km를 기준으로 위험인지 후 정지에 필요한 시간은 약 2.3초, 정지거리는 13.2m로 추정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조향장치나 제동장치를 아무리 정확하게 조작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⑤주행 중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인 '공주시간'은 통상 0.7 ~ 1초로 보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식 가능한 시점부터 충돌시점까지의 시간이 이보다 짧은 0.7 초인바, 피고인으로서는 아무리 빨리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하였더라도 충돌시점까지 브레이크를 작동하지도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⑥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는 시속 30km의 제한속도를 준수할 의무 및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의 위험 등을 인식하기 위해 도로 및 도로변을 주시하면서 주행할 의무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의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것까지 예상하면서 시속 30km의 제한속도보다 현저히 낮게 서행하여야 한다거나,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거나 시야에 제한이 있는 모든 장소마다 일시정지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들의 통행으로 잠시 정차하였다가 교차로를 통과한 후 정지선이 없는 횡단보도를 통과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일시정지 의무가 있음을 규정한 법률을 찾을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사고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위 승용차 앞 범퍼 부분으로 피해자를 충격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가 이 사건 도로를 건너면서 위 승용차의 운전석 측면 부분을 충격한 형태로 발생한 점, ③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왕복2차로인 이 사건 도로에 설치된 횡단보도를 가로막는 형태로 횡단보도 위에 정차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하차시켜 피해자로 하여금 횡단보도가 아닌 지점에서 1) 도로를 횡단할 수밖에 없도록 하였는바, 만약 위 차량이 횡단보도 앞 또는 뒤에 정차하여 피해자가 하차 후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도로를 건널 수 있게 하였다면(당시 피해자는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태권도학원에 갈 예정이었다) 이 사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판사김성주
판사이영창
판사정총령
1) 공소사실에는 '횡단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던'으로 되어 있으나, 이 사건 사고가 횡단보도 내 사고에 해당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증거기록 7, 23, 37, 66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