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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0. 9. 30. 선고 2008헌마628 판례집 [유치장 구금행위 위헌확인]

[판례집22권 2집 718~73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어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 체포된 때로부터 48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석방된 자가 자신에 대한 구금은 불필요하게 장시간 계속된 것으로서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의 적법 여부(소극)

결정요지

체포에 대하여는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체포적부심사라는 구제절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체포적부심사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률이 정한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기된 것으로서 보충성의 원칙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한편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체포적부심사절차의 존재를 몰랐다는 점은 보충성의 예외로 인정될 만큼 정당한 이유 있는 착오라고 볼 수 없으며, 헌법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체포적부심사의 입법목적, 청구권자의 범위, 처리기관, 처리절차 및 석방결정의 효력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자신이 부당하게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었다거나 더 이상 구금의 필요가 없음에도 계속 구금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의자에게 있어서 체포적부심사절차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성있는 권리구제수단으로서 피의자에게 체포적부심사절차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그 절차로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대단히 우회적인 절차를 요구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이 사건의 경우는, 수사기관이 청구인들을 각 체포한 후 체포의 법정 시한인 48시간 가까이 계속 구금하다가 석방한 일련의 처분들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볼 때, 형사소송법 소정의 체포 시한 규정을 사실상의 징벌 수단, 또는 집회참가 방해 수단으로 악용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안인바, 이러한 쟁점에 대하여는 각 개별적 체포 자체의 적법 여부를 다루는 절차로서 설계된 현행 체포적부심사 제도가 적절한 구제절차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또한 48시간이라는 단기간에 종료하는 체포의 성질상 체포에 따른 구금이 처벌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집회 참가의 방해 수단으로 악용되더라도 피의자가 적시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체포의 적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피의자가 체포된 때부터 48시간을 경과하여 내려질 가능성이 커서 피의자로서는 구금 기간이 연장될 위험성을 감수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청구인들에 대하여, 먼저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여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받은 후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없는 우회절차를 거치도록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 제200조의2 제5항은 현행범인을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48시간 이내의 구금행위에 대하여는 영장주의 원칙 위반으로 보지 않으려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그 시간적 범위가 지나치게 길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입법재량을 현저히 일탈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처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라는 시간적 범위를 사후영장청구를 허용하는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48시간을 초과한 구금행위에 대하여만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체포한 때부터 38시간 내지 46시간 30분 동안 이루어진 이 사건 구금행위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달리 이 사건 구금행위에 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구금행위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 ①~④ 생략

⑤ 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제201조의 규정

에 의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긴급체포)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② 사법경찰관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에는 즉시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③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에는 즉시 긴급체포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④ 제3항의규정에 의한 긴급체포서에는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체포의 사유등을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4(긴급체포와 영장청구기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제200조의3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구속영장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며, 제200조의3 제3항에 따른 긴급체포서를 첨부하여야 한다.

②~⑥ 생략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준용규정) 제87조, 제89조, 제90조, 제200조의2 제5항 및 제200조의5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①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관할법원에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②~③ 생략

④ 제1항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청구서가 접수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를 심문하고 수사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하여 그 청구가 이유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이를 기각하고, 이유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의 석방을 명하여야 한다. 심사청구후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제기가 있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⑤~⑫ 생략

⑬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제200조의2 제5항(제213조의2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및 제200조의4 제1항의 적용에 있어서는 그 제한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제202조·제203조 및 제205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⑭ 생략

형사소송규칙 제106조(결정의 기한)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청구에 대한 결정은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심문이 종료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이를 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헌재 1989. 9. 4. 89헌마22 , 판례집1, 176, 187

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4, 51, 56

헌재 1994. 4. 28. 89헌마86 , 판례집6-1, 371, 387

당사자

청 구 인장○훈 외 8인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권영국 외 10인

피청구인용산경찰서장 외 8인

피청구인들의 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성승환 외 2인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2008. 7. 27.경 또는 2008. 8. 15.경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도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제품 수입위생조건의 재협상 또는 철회’를 요구하는 이른바 ‘촛불집회’ 현장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위반 및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의 현행범인으로 경찰에 의해 체포된 후 용산경찰서를 비롯한 서울 시내 9개 경찰서의 유치장에 구금되었다가 체포된 때로부터 약 38시간에서 약 46시간여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아니한 채 석방되었다.

(2) 청구인들은,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을 위와 같이 체포한 후 불필요하게 장시간 구금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집회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

하였다고 주장하며 2008. 10.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을 38시간 내지 46시간 30분 동안 구금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인바, 청구인별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청구인 장○훈

(가) 피청구인 송파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7. 27. 04:00경부터 같은 달 28. 18:00까지 38시간 동안 구금한 행위

(나) 피청구인 동작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19:00경부터 같은 달 17. 16:00경까지 45시간 동안 구금한 행위

(2) 청구인 박○수

피청구인 성북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5. 20:00경부터 같은 달 7. 18:00경까지 46시간 동안 구금한 행위

(3) 청구인 우○근

피청구인 용산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19:30경부터 같은 달 17. 18:00경까지 46시간 30분 동안 구금한 행위

(4) 청구인 임○연

피청구인 중부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20:00경부터 같은 달 17. 18:00경까지 45시간(46시간의 오기로 보인다) 동안 구금한 행위

(5) 청구인 김○길

피청구인 양천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20:30경부터 같은 달 17. 18:00경까지 45시간 30분 동안 구금한 행위

(6) 청구인 김○환

피청구인 양천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20:20경부터 같은 달 17. 18:00경까지 43시간 40분(45시간 40분의 오기로 보인다) 동안 구금한 행위

(7) 청구인 김○호

피청구인 서대문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23:30(23:20의 오기로 보인다)경부터 같은 달 17. 17:00경까지 41시간 40분 동안 구금한 행위

(8) 청구인 김○일

피청구인 서울서부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23:30경부터 같은 달 17. 17:30경까지 42시간 동안 구금한 행위

(9) 청구인 강○창

피청구인 광진경찰서장이 청구인을 2008. 8. 15. 20:25경부터 같은 달 17. 17:50경까지 45시간 25분 동안 구금한 행위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피청구인들의 답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형사소송법과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에의하면 사법경찰관리는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인수하였을 때 지체없이 조사하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즉시 석방하여야 하며 현행범인의 석방을 위해서는 검사의 수사지휘도 필요 없으므로, 사법경찰관리는 현행범인으로 체포된 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그 현행범인을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현행범인으로 체포된 청구인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으면서 즉시 석방하지 아니하고 48시간에 다다를 무렵까지 구금한 후 일률적으로 석방하였는데, 이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48시간이라는 구속영장청구 시한을 처벌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또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을 위와 같이 체포한 후 계속 구금한 것은 집회참가에 대한 ‘응보적’ 또는 ‘경고적’ 의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구속영장청구의 필요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계속 구금한 것이어서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도 없으며, 청구인들을 즉시 석방하였다가 소환하여 조사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조사할 수 있었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2) 피청구인들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집회에 참가한 청구인들을 체포하여 48시간에 다다를 무렵까지 계속 구금함으로써 그 사이에 개최된 촛불집회에 현실적으로 참가할 수 없게 하는 한편, 촛불집회 참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주어 추후 집회참가를 망설이도록 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집회참가의 자유를 침해하였고, 특히 일반 형사사건의 현행범인과 달리 촛불집회의 현행범인으로 체포된 자에 대하여는 구속영장의 청구 여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48시간에 다다를 무렵까지 구금함으로써, 일반 형사사건의 현행범인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촛불집회 참가자를 차별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

(3)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미 종료한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하여 심판을 구하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이외에는 달리 구제절차가 존재하지 않으며, 청구인들에 대한 구금 상태는 종료되었지만 동일한 내용의 기본권침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고, 위와 같은 구금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긴요한 사항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된다.

(4) 청구인들은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어 구금되었을 당시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실무상 경찰관이 체포한 피의자에게 체포적부심사절

차를 고지하지 않아 체포적부심사절차의 존재를 청구인들이 몰랐거나 그 절차를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체포되어 석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할 때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여의치 않거나 오히려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함으로써 석방 시기가 늦어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피청구인들의 답변

(1) 청구인들은 체포적부심사의 청구를 통해 청구인들에 대한 체포 및 구금의 적법성을 직접 다툴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일정한 경우에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는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사전구제수단으로서 체포적부심사청구가 헌법과 법률상 제도화되어 있음에도, 청구인들이 체포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을 불가피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체포적부심사절차에서 얼마든지 구제될 가능성이 존재하였으므로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청구인들의 구금상태는 모두 해소되었으므로 주관적 기본권구제의 필요성은 소멸하였고, 현행범인의 경우 48시간 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할 수 있음은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가 인정하는 것이므로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한 해명의 필요도 없어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도 없다.

(2)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는 현행범인의 체포에 대해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도 현행범인 체포를 규정하고 있는바, 청구인들은 집시법위반 및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의 현행범인이므로 청구인들을 체포한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한편, 청구인들에 대한 체포 절차는 적법하였고, 청구인들의 범죄가 중대하고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 점, 사건 직후 청구인들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컸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들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는 적법절차를 준수하였고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었으며, 약 38시간에서 약 46시간여에 달하는 구금시간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범행을 부인하는 청구인들에 대한 신원확인, 채증, 신병처리 등을 위하여 수사의 첫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간으로 피청구인들이 권한을 남용하여 청구인들의 구금시간을 불필요하게 연장한 것은 아니다.

(3) 현행범인의 체포는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과 같은 구속사유가 필요 없으므로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촛불집회의 참가자뿐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의 피의자들도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었다가 구속영장의 청구 없이 석방된 사례를 다수 찾을 수 있으므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구금을 계속하였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3. 판 단

가. 보충성의 원칙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나,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이를 청구할 수 없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6항은, “누구든지 체포……를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항은 “체포……된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관할법원에 체포……의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부당한 체포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체포적부심사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체포에 대하여는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체포적부심사라는 구제절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은 위 체포적부심사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이 정한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기된 것으로서 보충성의 원칙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나. 보충성의 예외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이 그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이유 있는 착오로 전심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또는 전심절차로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권리구제절차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거나 청구인에게 대단히 우회적 절차를 요구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등 전심절차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된다(헌재 1989. 9. 4. 89헌마22 , 판례집 1, 176, 187; 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56; 헌재 1994. 4. 28. 89헌마86 , 판례집 6-1, 371, 387 등 참조).

청구인들은, ① 당시 경찰관이 청구인들에게 체포적부심사절차를 고지하지 않아 청구인들이 그 존재를 몰랐고, ② 체포되어 석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할 때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여의치 않거나 오히려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함으로써 석방 시기가 늦어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체포적부심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체포적부심사절차의 존재를 몰랐다는 점은 보충성의 예외로 인정될 만큼 정당한 이유 있는 착오라고 볼 수 없고, 청구인들이 구속영장이 청구됨이 없이 석방되리라는 주관적인 예상 아래 석방 시기가 늦어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전심절차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헌법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체포적부심사의 입법목적, 청구권자의 범위, 처리기관, 처리절차 및 석방결정의 효력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자신이 부당하게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었다거나 더 이상 구금의 필요가 없음에도 계속 구금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의자에게 있어서 체포적부심사절차는 체포 및 구금의 적법 여부를 다툴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성있는 권리구제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법원은 체포적부심사를 청구받은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심문하도록 되어 있고(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4항), 심문을 종료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체포의 적부에 관한 결정을 하게 되어 있으므로(형사소송규칙 제106조), 규범적으로는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때부터 석방 여부의 결정시까지 최대 72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는 체포적부심사가 주말에 청구되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최대한의 시간을 규정한 것일 뿐 실무상으로는 사건 접수 후 3시간 이내에 심문기일을 정하여 통지하여야 하는 등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때로부터 대개 6시간 내지 30시간 이내에 석방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부당하게 체포 또는 구금되었다고 주장하는 피의자에게 체포적부심사절차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그 절차로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대단히 우회적인 절차를 요구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만일 청구인들이 석방 시기가 48시간을 초과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헌법형사소송법상 인정된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것을 보충성의 예외로 인정한다면, 이는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체포적부심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다. 소결

결국, 법률이 정하고 있는 구제절차인 체포적부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제기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의 원칙에 반하여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및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해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심판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청구 이유에서,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을 각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후 별다른 조사의 필요성도 없이 체포의 법정 시한인 48시간 가까이 계속 구금하였다가 위 체포 시한이 임박하여서야 모두 석방한 것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48시간이라는 체포 시한을 특정 집회 참가에 대한 사실상의 처벌 수단, 또는 다른 집회 참가를 방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 즉 심판대상은, 청구인들 주장과 같이, 피청구인들이 48시간이라는 체포 시한을 사실상의 처벌 수단, 또는 집회 참가의 방해 수단으로 악용하여 청구인들을 구금한, 위헌적이고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라 할 것이다.

나.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이 체포적부심사를 통해 기본권침해 여부를 다툴 수 있었는데도 그 절차를 거치치 않았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보충성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이에는 동의할 수 없다.

(1)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다투고 있는 사안은 통상의 체포적부심사에서 심사대상이 되는 사안들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만약 이 사건 청구인들이 각자의 개별적 사유를 들어 자신에 대한 체포 자체 또는 그로 인한 구금상황 자체의 위법·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체포적부심사가 적절한 구제절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는, 수사기관이 청구인들을 각 체포한 후 청구인들 모두를 체포의 법정 시한인 48시간 가까이 계속 구금하다가 위 체포 시한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이르러 각 석방한 일련의 처분들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볼 때, 형사소송법 소정의 체포 시한 규정을 사실상의 징벌 수단, 또는 집회참가 방해 수단으로 악용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안인바, 이러한 쟁점에 대하여는 각 개별적 체포 자체의 적법 여부를 다루는 절차로서 설계된 현행 체포적부심사 제도가 적절한 구제절차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2) 가사 견해를 달리하여, 현행 체포적부심사 제도가 위와 같은 쟁점에 대한 구제절차가 될 수 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사안과 같은 경우에 체포적부심사 절차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로 인하여 실효적 구제절차가 될 수 없다.

(가) 우선, 단기간에 종료하는 체포의 성질상, 체포에 따른 구금이 처벌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집회 참가의 방해 수단으로 악용되더라도 체포된 피의자가 적시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와 그에 따른 구금의 시한은 48시간인바(제213조의2, 제200조의2 제5항), 피의자가 체포된 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서 비로소 자신

에 대한 구금이 위법하고 부당하게 악용되고 있다고 인식하더라도,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검토하거나 준비하는 사이에 체포 및 그에 따른 구금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므로, 체포적부심사 절차가 실효적 구제수단으로서 기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 나아가, 피의자가 체포가 종료 전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다 하더라도, 법원은 체포적부심사청구서가 접수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수사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하고(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4항), 심문 종료 시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체포의 적부에 관한 결정을 하며(형사소송규칙 제106조),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이 법원에 접수된 때부터 적부심사의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될 때까지의 기간은 48시간이라는 체포 시한에 산입되지 않게 되어 있어(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3항), 체포의 적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피의자가 체포된 때부터 48시간을 경과하여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피의자로서는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경우 오히려 체포로 인한 구금 기간이 연장될 위험성을 감수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망설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가리켜 적절하고 실효적인 구제수단이 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은 체포적부심사 진행 도중에도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고, 법원이 설령 수사기관에 의하여 체포 시한을 악용한 위법하고 부당한 구금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에 대한 법원의 결정 이전에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석방하면 법원으로서는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할 수밖에 없는바,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안과 같은 경우 체포적부심사 제도가 수사기관의 위법·부당한 체포에 대한 법원의 통제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3) 한편, 이 사건 청구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청구인들은 당초 수사기관에 의하여 각 체포되어 별다른 생각 없이 구금되어 있던 중, 48시간의 체포 시한이 거의 종료될 무렵 각각 석방되기에 이르렀는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다수의 피의자들이 유사한 경위로 48시간 가까이 구금되어 있었다는 것을 듣고, 비로소 청구인들에 대한 각 체포, 구금이 특정 집회 참가에 대한 사실상의 처벌 수단 또는 후속 집회 참가의 방해 수단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고, 그리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이해되는바, 이러한 청구인들에 대하여, 먼저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여 각하 또는 기각결정을 받은 후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없는 우회절차를 거치도록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4) 이상의 여러 점들에 비추어볼 때, 체포적부심사는 청구인들이 다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적절하거나 실효적인 구제절차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체포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부적법하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는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6.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청구를 보충성 흠결을 이유로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 들어가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나아가 피청구인들의 유치장 구금행위(이하 ‘이 사건 구금행위’라 한다)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견해를 밝힌다.

가. 사후영장의 청구기간 및 판단기준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는 “현행범인인 경우……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의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면서, 다만 사후영장의 청구기간이나 구체적인 판단기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런데 사후영장을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시간적인 제한 없이 언제든지 영장을 청구하면 된다고 보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의 대원칙을 형해화할 수 있으므로, ‘사후’의 의미에 대하여는 헌법해석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이때 그 해석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강제처분 남용행위를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영장주의 원칙의 의미와 목적이라 할 것이므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강제처분이 있은 후 “지체없이” 사후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최대한 신속하게 법관의 심사절차가 개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구금행위가 영장주의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이 사건 구금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에 있어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에 의해 준용되는 제200조의2 제5항에 근거하여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의 시간 동안 이루어진 구금행위이므로, 이러한 구금행위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우선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48시간 이내”라는 시간적 범위가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에서 말하는 “사후”의 범위를 일탈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1)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의 “사후”의 범위를 구체화함에 있어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4 제1항 전문에서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제

200조의3(긴급체포)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지체없이’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후문에서 “이 경우 구속영장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며, 제200조의3 제3항에 따른 긴급체포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지체없이”의 의미를 “48시간 이내”라는 객관적 시간 범위와 동일하게 보고 있다. 이 사건 구금행위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5항 역시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허용되는 사후영장의 청구기간을 체포 후 48시간 이내로 보면서, 그 범위 내의 구금에 대하여는 영장주의원칙 위반으로 보지 않으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2) 그런데 구속영장의 청구에 있어서는 일정한 절차와 형식이 필요하고, 그에 관련된 구체적 사정은 각 나라별로 상이하며, 영장청구의 시간적 범위나 판단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수사기관의 피의자에 대한 강제처분과 관련된 것으로서, 각 사회의 법 현실, 수사관행, 수사기관과 국민의 법의식 수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정책적 문제라 할 것이다(헌재 1995. 6. 29. 93헌바45 , 판례집 7-1, 873, 882-883 참조).

따라서 이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의 영역에 속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을 남용하거나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그 입법재량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영장주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객관적 시간을 그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더 나아가 구체적인 구금의 필요성 유무까지 심사해야 할 것인지를 선택함에 있어 어느 한 가지 기준만이 헌법에 합치된다거나 합리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수사기관의 구금행위에 있어서 권력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해서는 강제처분에 있어서 구체적인 구금의 필요성이 요청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구금의 필요성을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 위반의 판단 요소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도출된다고 볼 수 없고, 구체적인 구금의 필요성이 아니라 객관적 시간만을 기준으로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그 시간의 범위가 과도하게 길어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우리나라의 현행범인 체포 이후의 형사절차에 대하여 살펴보면, 사법경찰관이 현행범인을 체포한 경우에는 체포의 경위를 상세히 기재한 현행범인체포

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때에는 체포자로부터 그 성명·주민등록번호·직업·주거 및 체포의 일시·장소·사유를 청취하여 현행범인인수서를 작성하도록 하며(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제31조),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경우 그 현행범인체포서 또는 현행범인인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구속사유 심사에 필요한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의 고려사항이 있는 경우 이를 기재하도록 하는 등(동 규칙 제22조), 구속영장 청구에 일정한 절차와 형식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체포된 현행범인에 대한 구금은 수사의 첫 단계이므로, 구금된 자에 대한 신원확인절차를 거쳐 그 혐의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동안의 신병확보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를 사후영장의 청구기간으로 보면서,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영장 없이 현행범인 등에 대한 수사를 속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현행범인의 특수성, 현행범인 체포에 따른 구금의 성격, 형사절차에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시간 및 수사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 연방 법률과 캘리포니아 주 등의 법률에서는 48시간 이내에법관의 면전에 인치하도록 하며, 일본의 경우 사법경찰원은 48시간 이내에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송치하도록 하고, 송치받은 검찰관은 송치받은 때로부터24시간 이내에, 최초 체포된 때로부터 72시간 이내에 재판관에게 구류장을청구하도록 하고 있는바(일본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제205조 제1항, 제2항 참조), 이들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48시간이라는 시간적 범위가 지나치게 길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후영장의 청구기간을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로 하는것은 입법재량을 현저히 일탈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없다.

(4) 이처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라는 시간적 범위를 사후영장청구를 허용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48시간을 초과한 구금행위에 대하여만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구체적인 구금의 필요성 유무를 이유로 48시간 이내의 구금행위에 대해서까지 영장주의 원칙 위반으로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현실을 고려한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 되고,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므로 타당하지 아니하다.

다. 결론

우리 헌법이 사전영장주의의 예외로서 사후영장청구를 허용하고 있는 점, 형사소송법에 규정한 사후영장청구기간인 “체포한 때부터 48시간”이라는 시간적

범위가 지나치게 길어 입법재량을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의 구금행위에 대하여는 영장주의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체포한 때부터 38시간 내지 46시간 30분 동안 이루어진 이 사건 구금행위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였고, 달리 이 사건 구금행위에 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언해야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