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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1996. 12. 4. 선고 96나3754 판결 : 상고기각

[불합격처분취소 ][하집1996-2, 271]

판시사항

[1] 대학원위원회가 면접시험위원들의 채점행위를 트림(Trim)규정과 같은 사후 기준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2] 면접시험위원들의 채점이 끝난 후 비로소 대학원위원회가 트림(Trim)규정을 2번이나 적용하여 불합격 처분을 한 행위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본 사례

판결요지

[1] 면접시험위원들의 채점행위와 같이 그 자체가 고도의 전문적·학문적 재량성에 맡겨져 있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그 재량성은 존중되어야 하는 경우, 사전에 미리 주관적 채점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는 경우와는 달리 스스로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이미 채점이 끝난 경우에는 예컨대 수험생과 채점시험위원 간의 사전담합이 있었다거나 사전 문제유출이 있었다는 등의 경우와 같이 시험전형절차상에 명백한 하자나 부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이를 이유로 불합격 처분을 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이른바 트림(Trim)규정과 같은 사후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채점행위의 전문적 재량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2] 이미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평가영역을 구체적으로 세분하고 있는 데다 배점영역을 특정하고 있고, 또한 채점이 그 평가점수 영역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이상 학칙과 입학시험요강 등에는 전혀 규정하지 않았다가 채점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비로소 대학원위원회가 트림(Trim)규정을 2번이나 적용한 결과 이루어진 학교법인의 수험생에 대한 불합격 처분은 그 수험생에 대한 관계에 있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부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항소인

이천석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주성)

피고, 항소인

학교법인 영남학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민수)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5. 6. 24.자로 원고에 대하여 한 1995학년도 후기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시험에 관한 불합격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바탕되는 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7호증, 갑 제12호증, 갑 제17호증, 갑 제19호증, 갑 제20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1, 3, 을 제12호증의 9의 각 기재와 을 제4호증의 일부 기재 및 원심 증인 이문조, 정준표, 변재옥, 성삼경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가. 원고는 1991. 2. 피고 경영의 영남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5. 6. 1.부터 같은 달 24. 사이에 시행된 같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입학시험(이하 이 사건 입학시험이라 한다)에 일반전형으로 응시하였다.

나. 이 사건 입학시험의 모집요강은, 박사과정의 지원자격은 국내외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자 및 95년 8월 취득예정자 또는 위와 같은 자와 동등 이상의 자격이 있다고 대학원위원회가 인정한 자 등으로 하고, 모집 정원은 계열별로 00명으로 하며, 전형방법은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누어 일반전형의 경우 필답고사인 영어, 서류전형, 면접고사로 하되 필답고사인 영어성적은 총점에 반영하지 않고 합격·불합격 결정자료로만 활용하고, 서류전형과 면접고사에 있어서의 성적반영 배점은 서류전형의 학사 성적 50점, 석사 성적 50점, 연구계획서평가 성적 50점, 합계 150점과 면접고사 성적 100점을 보탠 250점 만점으로 하며, 선발방법은 계열별 모집인원의 범위 내에서 교수수, 재적생수, 지원자수 등을 감안하여 학과별 및 전공별 모집인원을 결정하고, 결정된 학과별 및 전공별 모집인원에 따라 입학전형 성적순으로 선발한다는 등으로 되어 있다.

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입학시험 전형기준과 일정에 따라 모집정원이 1인인 이 사건 입학시험에 원고와 소외 김정수 및 정종명이 일반전형으로 원서를 제출하였다가 소외 정종명은 중도에 포기하고, 원고와 소외 김정수 2인만이 1995. 6. 17.에 실시된 필답고사인 영어와 면접고사에 응시하여 이를 치루었는바, 위 영어에 관하여는 원고와 소외 김정수 모두 뒤에서 보는 대학원위원회에서 정한 합격점 이상을 취득하였고, 7인의 위 대학(원)의 정치외교학과 교수들로 이루어진 면접시험위원들이 피고가 정한 별지 면접고사 및 연구계획서 평가표에 따라 원고와 소외 김정수를 채점한 점수는 별지 채점표의 기재와 같다.

라. 한편 영남대학교 대학원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학원장의 제청으로 총장이 임명하는 13인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학생의 입학 및 수료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고, 이 사건 입학시험의 입학사정권을 가진 대학원위원회는 1995. 6. 22. 같은 해 후기 대학원 입시사정 등을 위하여 소집된 회의에서 박사학위과정의 일반전형 지원자의 필답고사인 영어 성적의 과락 점수는 50점 미만으로 하고, 95학년도 후기 대학원 입시사정에 대하여 '학과 내 전공별 선발인원의 결정은 학과의 의견을 따르되 학과별 혹은 학과 내 전공별 합격자의 사정은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구분하지 않고 동시에 성적순으로 한다. 박사과정 일반전형 영어시험 과락자, 결시자, 면접시험위원 과반수가 수학불능자로 판정한 자는 합격사정에서 제외한다. 동점자는 입시요강에서 정한 순서대로 한다.'는 내용의 일반사정원칙(안)을 확정하는 외에 추가로 위 입학시험의 입시요강에는 물론 그 전에는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었던 사정원칙으로서 '동일지원자에 대한 면접시험위원들의 평가점수가 면접고사와 연구계획서 평가에서 동시에 평가위원 간의 최고·최저점수 차가 만점의 40% 이상 나는 사례가 발생하는 학과에 대해서 모든 지원자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수를 평균하여 사정한다는 내용의 사정원칙을 정하였다가 다시 다음날 위 ③항과 관련하여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수에서 또 다시 동일지원자에 대한 면접시험위원들의 평가점수가 여전히 두가지 평가분야에서 최고·최저점수 차가 40% 이상일 때에는, 위 항의 사정원칙을 계속 반복해서 적용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트림(Trim)규정을 채택하여 95학년도 후기 대학원입학시험에 적용하기로 하였다.

마. 피고는 1995. 6. 24. 위 대학원위원회가 위와 같이 정한 사정원칙에 따라 별지 사정과정표 기재와 같이 사정한 결과에 터잡아 소외 김정수를 합격자로 발표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는 불합격처분을 하였다.

바. 한편 위와 같은 사정원칙을 별도로 적용하지 않고 피고가 정한 이 사건 입학시험 전형요강 및 일반사정원칙에 따라 사정을 하였을 때는 원고가 모집정원 1인인 정치외교학과의 최고 성적에 해당한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스스로 정한 학칙과 사전에 공고한 입시전형요강에 따르면 당연히 원고를 합격시켜야 함에도 면접시험위원들의 채점이 모두 끝난 이후 규정에도 없던 트림(Trim)규정을 2번이나 적용하여 편차를 제거함으로써 결국 원고를 불합격시킨 것은 스스로 정한 학칙과 입시전형요강을 위반하였거나, 면접위원들의 채점에는 아무런 위법사유나 불합리성이 없을 뿐 아니라 대학원위원회에는 그 성격상 고도의 학문적 재량행위의 성격을 가지는 면접시험위원들이 한 채점 자체를 박탈할 수 있는 사정권한이 없음에도 대학원위원회가 위와 같이 트림(Trim)규정을 2번이나 적용한 결과 이루어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당연 무효이거나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 부당하므로 무효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입학시험에 관한 사정은 대학원위원회의 소관이고, 대학원위원회가 영남대학교 95학년도 후기 대학원입학시험에 관하여 사정을 행함에 있어 면접고사, 예능계 실기고사, 박사과정의 연구계획서 평가와 관련하여 동일지원자에 대한 면접시험위원들 사이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심한 점수차를 발견하고, 위 대학원 입시전형제도의 기본취지를 살림과 동시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트림(Trim)규정을 정한 것이고, 그 적용 기준 40%는 사회통념상 적정하다 할 것이므로 위 대학원위원회가 고유의 사정권에 기초하여 합리적 근거하에 마련한 사정기준에 터잡아 이루어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적법하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쟁 점

입학사정권이 대학원위원회에 있다 하더라도 그 권한에는 스스로 지켜야 할 한계가 있고 그 재량권의 남용이나 일탈의 경우는 그 재량권이 기속재량이거나 자유재량이거나를 막론하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건대, 대학은 응시생의 입학을 전형함에 있어 법령과 학칙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대학의 목적과 특수 사정을 고려하여 자유로이 기준을 정할 수 있다 할 것이지만, 스스로가 정한 그와 같은 조건과 기준에 합치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합격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인바, 영남대학교 대학원 학칙 제31조 제1호는 대학원위원회는 학생의 입학 및 수료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학원 학칙 및 학위수여규정 시행세칙 제7조는 각 학위 과정의 입학사정은 대학원위원회에서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 입학시험에 있어서 위 대학원위원회에 입학사정권이 있고 대학원위원회는 그 입학사정권에 기하여 면접고사나 연구계획서에 대한 면접시험위원들의 채점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 면접시험위원이 면접 등에 의하여 입학지원자들의 전문지식의 유무 내지 적격성을 판단하여 채점하는 것 역시 고도의 교양과 학식, 경험에 기초한 자율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며 전문지식의 유무 내지 적격성의 판단은 오로지 면접시험위원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위 대학원위원회가 입학사정이라는 이름으로 더구나 사후에 이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 할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나. 판 단

(1) 일반론

면접시험위원들의 채점행위와 같이 그 자체가 고도의 전문적, 학문적 재량성에 맡겨져 있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그 재량성은 존중되어야 하는 경우 사전에 미리 주관적 채점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는 경우와는 달리 스스로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이미 채점이 끝난 경우에는 예컨대 수험생과 채점시험위원 간의 사전담합이 있었다거나 사전 문제유출이 있었다는 등의 경우와 같이 시험전형절차상에 명백한 하자나 부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이를 이유로 불합격처분을 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이른바 트림(Trim)규정과 같은 사후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채점행위의 전문적 재량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트림(Trim)규정 적용의 적법성

(가) 먼저 이 사건 입학시험에 있어 면접시험위원들의 채점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정도의 채점권 남용이 있었는가에 관하여 보면, 이에 들어맞는 듯한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7호증의 1, 을 제8호증의 1, 을 제12호증의 4, 6 내지 8, 11, 14, 을 제13호증의 1, 을 제14호증의 1, 을 제1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는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지 면접고사 및 연구계획서 평가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평가영역을 구체적으로 세분하고 있는 데다 배점영역을 특정하고 있고, 또한 채점이 그 평가점수 영역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이상 학칙과 입학시험 요강 등에는 전혀 규정하지 않았다가 채점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비로소 대학원위원회가 위와 같이 트림(Trim)규정을 2번이나 적용한 결과 이루어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불합격 처분은 원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또한 위 대학원위원회가 불공정한 채점을 문제삼으면서도 그 당연한 전제로서 불공정한 채점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최소한의 사실조사도 아니한 채 단지 40% 이상의 편차가 있다는 것만으로 불공정한 평가가 있었다고 단정함으로써 불공정한 평가였는지 여부 자체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이를 시정한다는 명목하에 사후 규정으로서 그 기준 자체의 공평성, 객관성, 합리성 등에 문제가 없지 않는 트림(Trim)규정을 정하여 이를 2회에 걸쳐 적용한 결과 결국 피고로 하여금 소외 김정수를 합격자로 발효하게 함으로써 사전 입시전형요강에 따르면 합격하게 되어 있는 원고에 대하여는 불합격처분을 하게 한 것은 위 대학원위원회의 입학사정의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 내지 남용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가 피고 경영의 영남대학교 대학원위원회가 위와 같이 입학사정권을 일탈·남용하여 사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1995. 6. 24.자로 소외 김정수를 합격자로 발표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한 1995학년도 후기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시험에 관한 불합격처분은 현저하게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무효의 처분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이 유효한 것이라고 다투는 피고에 대하여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이를 탓하는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광렬(재판장) 주호영 김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