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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1672 판결

[강간치상][공1991.12.15.(910),2871]

판시사항

가. 제1심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기재자체에 의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는 경우에 항소심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보지도 아니하고 제1심의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만에 의하여 제1심과 다르게 그 증언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함의 당부(소극)

나. 신빙성 없는 피해자의 제1심에서의 증언을 원심이 다시 신문함이 없이 제1심과 달리 믿을 수 있다고 하여 강간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증거판단을 잘못하거나 또는 심리를 미진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항소심이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1심이 조사한 증인을 다시 심문하지 아니하고 그 조서의 기재만으로 그 증언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1심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기재 자체에 의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는 경우에 항소심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보지도 아니하고 제1심의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만에 의하여 직접 증인을 신문한 제1심과 다르게 그 증언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

나. 피고인에게 강간을 당하고 팔뚝을 물려 상처가 난 바로 다음날 피고인의 처와 함께 옷을 사러 양품점에 들어갔다고 하는 등 신빙성 없는 피해자의 제1심에서의 증언을 원심이 다시 신문함이 없이 제1심과 달리 믿을 수 있다고 하여 강간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증거판단을 잘못하거나 또는 심리를 미진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명윤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피해자 의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을 기록에 의하여 자세히 살펴 보면,그 주요사항에 관하여 경찰, 검찰 및 원심법정에서 일치하게 진술하는 내용의 요지는 피고인이 1989.8.9. 22:20경부터 22:30경까지 사이에 동해시 삼화동 소재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와 잠을 자다가 일어난 피해자에게 그 녀의 남편인 "공소외 1이 술에 취하여 제방뚝에 쓰러져 있는 데 집에 가자고 해도 오지 않으니 함께 가서 데리고 오자"면서 피해자를 위 삼화동 10통 4반 소재 삼화국민학교 뒤 제방뚝 밑으로 유인해 가 그곳에서 피고인의 신발을 잃어 버렸다면서 신발을 찾는 척 하다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고 옆으로 밀어 넘어뜨린 다음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고 주먹만한 돌멩이를 집어들고 죽인다면서 겁을 주는 등 하여 그녀의 반항을 억압하고 강제로 그녀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그로 인하여 그녀로 하여금 요치 10일간의 좌측두부좌상을 입게 하였다는 것으로 일관되고 있고, 다만 현장에서의 피해입은 구체적 과정이나 그 이후의 자신의 행동에 관한 지엽적인 부분에 원심의 지적과 같이 다소 불일치하는 점이 있기는 하나, 피해자가 그 진술하는 바와 같은 경위로 강간을 당하였다면 당시 피해자로서는 공포와 경악에 휩싸여 제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후일 피해자가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그 범인의 범행경위를 기억하여 여러 차례 반복 진술함에 있어서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그 내용이 다소 엇갈릴 수도 있으리라는 것은 우리의 경험상 충분히상정할 수 있는 일이므로 피해자의 진술이 위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 다소 엇갈린다는 점만으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주요사항에 관한 일관성에도 불구하고 그 신빙성을 의심하는 사유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며 이렇게 볼때 피해자의 경찰이래 원심법정까지의 위 진술은 그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할 것인바, 위 피해자의 진술에다가 피고인과 피해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시험결과는 접어두고라도 ① 공소외 2 공소외 2, 전찬국, 이은자의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위 이은자가 범행당일 밤 12:00경 피해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집으로 오라고 하였더니 그 다음날 새벽 피해자가 찾아 와 피고인에게 강간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몸에 있던 상처를 보여 주었는데 그 때 피해자의 양쪽볼이 부어 있고 양쪽팔안에 깨물린 자국이 있는등 상해부위를 직접 보고 확인하였었고, 전찬국, 공소외 2가 위 같은 달 11. 10:20경 위 무룽산장휴게소 2층 방안에서 술을 마시는데 피고인이 오기에 공소외 2가 강간사실을 추궁하자처음에는 이를 부인하였으나 피고인의 양쪽 바지를 올려보니 무릎에 상처가 있어서 이를 추궁하자 피고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범행을 자인하고 용서를 빈 사실이 있었음이 인정되는 점, ② 피해자의 동서인 공소외 2가 이 사건 범행일로부터 3일 후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범행현장을 둘러보러 갔다가 금색 라이타 1개를 돌 틈 사이에서 발견하고 이를 경찰에 제출하였는데 피고인도 그 라이타가 자신의 것임을 시인하고 있는 점, (3) 의사 박영식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진단서의 기재내용 및 그 기재 중에 위 이은자가 확인하였다는 위에 본 피해자의 일부 상해부위가 일치하는 점 등을 종합고찰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하여 제1심이 선고한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가 강간을 당하였다고 하는 바로 다음날인 1989.9.10에 신현숙이 경영하는 양품점에 가서 옷을 샀으며 그때 신현숙이 앞에서 상의를 벗고 슬립만 걸친 상태에서 사려는 옷을 입어 보았다는점은 피해자가 제1심 법정에 인정하고 있으므로(기록 88쪽) 피해자가 만일 그 전날 강간을 당하고 피고인으로부터 팔뚝을 물려 상처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면 그 다음 날 옷을 사러 양품점에 드나든다는 것은 이례에 속한다고 보여서 피해자와 상반되는 증언을 한 증인 신현숙, 공소외 3의 증언을 원심이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고 더구나 피해자와 같이 그 양품점에 들어갔다(신현숙의 증언 기록 71쪽)는 공소외 3은 피고인의 처인데 피고인으로부터 강간당한 피해자가 바로 이 이튿날 피고인의 처와 같이 아무런 일이 없었듯이 양품점에 같이 들어갔다는 것도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터이므로 그 다음날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는 진단서의 기재는 이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을 것이고 라이타의 현존사실도 그 압수된 경위에 비추어 증인 공소외 2의 증언의 신빙성 여부에 따라 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므로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증인 공소외 2, 전찬국, 이은자의 증언의 신빙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피해자 가 1심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을 보면 앞에서 적시한 것처럼 강간당한 다음날 양품점에 옷을 사러 갔다가 신현숙이 앞에서 상의를 벗고 사려는 옷을 입어 본 사실이 있었으며 그때 피고인의 처 공소외 3도 같이 있었다. 강간당한 다음날 저녁 21:40분경에 무룽계곡 산장휴게소에서 전화로 피고인을 불러내어 피고인이 22:30분경 그곳에 도착하여 화장실 뒤에서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으며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인적 드문 산길을 걸어 집으로 오다가 도중에 또다시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 그 다음날인 9월 11일 밤에 남편에게 피고인으로부터 강간당한 사실을 고하였더니 남편이 피해자를 끌고 피고인 집으로 찾아 갔으나 피고인의 어머니와 처가 피고인이 술에 취해서 자고 있다고 하여 피고인을 깨우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9월 9일 밤에 강간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팔뚝에 피고인으로부터 물린 상처가 있다는 피해자가 바로 그 다음날 오전에 옷을 사러 양품점에 간다는 것은 통상인의 거동으로는 있기 어려운 일이고 그날 저녁에 가해자인 피고인을 인적이 드문 산장으로 불러내어 한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2시간 동안 인적이 없는 산길을 같이 걸어왔다는 것도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고 남편에게 강간사실을 고한 후 남편과 같이 피고인의 집까지 찾아갔으나 피고인이 잔다고 하여 그냥물러나왔다는 것도 통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므로 원심이 피해자 의 강간당하였다는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은 기록상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고 피해자의 진술이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 증인 전찬국, 공소외 2, 이은자의 증언도 역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으므로 원심이 그 적시의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은 부당하다.

항소심으로서도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1심이 조사한 증인을 다시 신문하지 아니하고 그 조서의 기재만으로 그 증언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제1심의 증인신문조서 기재자체에 의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는 경우에 원심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보지도 아니하고 제1심의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만에 의하여 직접 증인을 신문한 제1심과 다르게 그 증언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

원심이 피해자의 1심 법정에서의 증언을 유죄의 증거로 하려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거동에 관하여 그 진부를 확인하고 그 의문점을 해명하여 본 연후에라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은 증거의 판단을 잘못한 것이거나 심리미진으로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점을 지적한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만운(재판장) 이재성 김석수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1.6.7.선고 90노4118
-서울고등법원 1992.5.8.선고 91노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