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의소청구사건][하집1994(1),463]
양도담보권자의 담보권실행행위가 회사정리법 제78조 소정의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각호에서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회사의 행위'라고만 규정하고 있으나, 회사의 재산을 보전하여 회사의 갱생을 돕고 일반 다수의 채권자들의 희생 하에 특정 채권자가 이익을 보지 않도록 채권자들 사이에 있어서 이해의 공평을 기하자는 부인권 제도의 규정 취지와, 같은 법 제81조에서 집행행위의 부인을 규정하고 있는 점, 회사정리절차에 있어서 모든 담보권자는 정리담보권자로서 정리절차개시에 따른 절차상의 제약에 따라 정리절차에 참가할 권리만을 가진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부인권 행사의 대상을 반드시 회사의 행위에 국한할 것은 아니고 양도담보와 같은 비전형 담보에 있어서의 담보권실행행위도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할 것이다.
주식회사 한화
정리회사 동양정밀공업주식회사 관리인 김동포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당원 92파510 부인청구사건에 관한 주문 중 (1) 신청외 고려씨스템 주식회사가 1991.10.5. 양도담보권의 실행으로서 별지목록 기재의 주식을 환가하여 채권변제에 충당한 행위는 이를 부인한다. (2) 피신청인 한국화약주식회사는 피신청인 파산자 고려씨스템산업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에게 별지목록 기재의 주권을 인도하라라는 결정을 취소하고 피고의 부인청구를 기각한다.
1. 기초사실
가.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내지 7, 을 제1호증의 1 내지 81, 을 제2호증의 1 내지 4, 을 제3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갑 제2호증의 1 내지 3,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9호증, 갑 제10호증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1) 소외 동양정밀공업주식회사(이하 동양정밀이라 한다)는 각종 통신기계, 컴퓨터 등의 주변기기 및 부속품을 생산하는 회사이고, 소외 동양전자통신주식회사(이하 동양전자통신이라 한다)는 동양정밀과 스웨덴의 Telefonktiebolagat LM Ericsson사(이하 LME사라 한다)의 공동투자로 설립되어 동양정밀이 생산하는 부품을 사용하여 전자교환기 등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로서 생산 및 판매에 있어서 동양정밀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고, 동양전자통신의 주식은 동양정밀이 50%인 500,000주, LME사가 나머지 50%인 500,00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2) 본래 동양정밀의 대주주는 소외 박율선이고 대표이사는 소외 최영성이었는데 동양정밀이 극심한 자금압박을 받게 되자 동종업체인 소외 고려씨스템산업주식회사(이하 고려씨스템이라 한다)의 대주주인 소외 이동훈은 1991.4.16. 위 박율선 소유의 주식 326,276주 및 동양정밀의 경영권을 인수받기로 하고 동양정밀의 대표이사 직인 등을 위 박율선으로부터 교부받아 회사를 경영하면서 1991.5.31. 동양정밀의 대표이사인 최영성을 사임하도록 하고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소외 제일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의 감사인 소외 양희재를 동양정밀의 대표이사로 선임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동양정밀의 경영에 관하여 전권을 행사하였고 고려씨스템에 대하여도 동양정밀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그 경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였다.
(3) 고려씨스템은 1991.4.18.부터 단자회사 등으로부터 차용한 자금을 다시 동양정밀에 대여하여 이를 동양정밀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하였는데 1991.9.11.까지 동양정밀이 고려씨스템으로부터 차용한 채무는 합계 금 27,500,000,000원에 이르렀으며, 동양정밀과 고려씨스템은 위 대여 당시 대여금의 변제기에 관하여 단자회사 등으로부터 고려씨스템에 대한 상환요구가 있으면 동양정밀은 고려씨스템의 통지에 따라 즉시 이를 변제하여야 하고, 동양정밀에 대하여 어음교환소의 거래정치처분이 있거나 동양정밀이 파산, 화의개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한 때에는 고려씨스템으로부터의 통지가 없더라도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즉시 이를 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 한편 동양정밀은 1991.5.29. 고려씨스템과의 사이에 당시까지 고려씨스템으로부터 차용한 금액 중 금 20,000,000,000원의 채무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그 소유의 동양전자통신 주식 500,000주를 고려씨스템에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그때부터 동양정밀의 금고에 있던 위 주권을 위 이동훈이 보관하였다.
(4) 위 이동훈의 처남인 소외 김승연이 대주주로 있는 원고(원래 상호는 한국화약주식회사이었으나 1993.2.27. 주식회사 한화로 상호가 변경되었다)는 고려씨스템의 9개 단자회사에 대한 채무를 합계 금 57,000,000,000원의 범위 내에서 연대보증을 하였는데 고려씨스템은 1991.8.22. 원고와의 사이에 원고가 장차 위 채무를 변제하게 되는 경우 취득하게 될 고려씨스템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고려씨스템이 동양정밀로부터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있던 위 동양전자통신 주식 500,000주를 다시 원고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되 고려씨스템에 대하여 어음교환소의 거래정지처분이 있거나 파산, 화의개시나 회사정리절차개시 신청이 있는 때에는 원고가 임의로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약정하고, 1991.9.3. 주권을 원고에게 인도하였다.
(5) 동양정밀은 1991.9.2. 당원에 회사정리절차 개시 및 회사재산보전처분신청을 하여 당원에서 1991.9.11. 회사재산보전처분결정이, 1992.3.31.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이 각 내려졌고 한편 고려씨스템은 1991.10.4. 서울민사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여 같은 달 7. 파산선고의 결정을 받았다.
(6) 고려씨스템은 동양정밀이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함에 따라 위 대여금에 대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여 변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고 고려씨스템이 파산신청을 한 다음날인 1991.10.5. 동양정밀에 대한 양도담보권의 실행으로서 위 동양전자통신 주식의 가액을 금 11,850,000,000원으로 환가하여 이를 동양정밀에 대한 대여금 채권 중 동액 상당의 채권변제에 충당하였고, 한편 원고는 고려씨스템에 대한 추가지원 혹은 인수를 검토하기 위하여 1991.9.18.경 그 임원진을 파견하여 고려씨스템의 경영상태를 조사한 일이 있으며 그 조사를 마친 후 추가지원을 중단하고 있다가 고려씨스템의 위 양도담보권 실행에 맞추어 원고는 같은 날짜로 고려씨스템에 대한 양도담보의 실행으로서 역시 위 주식의 가액을 같은 금액으로 평가하여 동액 상당의 고려씨스템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소멸시키고 그 대신 위 주식은 원고에게 귀속시키기로 하였으며 1992.2.28. 위 주식에 대한 주주명부에 원고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였다.
(7) 그 후 피고는 1992.6.경 당원 92파510호로 소외 파산자 고려씨스템산업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나항윤과 원고를 상대로 위 동양전자통신 주식 500,000주에 대한 고려씨스템의 1991.10.5.자 양도담보권 실행행위를 부인하고 별지기재 주식에 대한 원고의 명의를 말소하고 위 주권을 인도하라는 부인청구를 하여 1993.2.19. 당원에서 위 양도담보권 실행행위를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부인원인인 "정리채권자 등을 해하는 행위와 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로서 수익자가 그 행위 당시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이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하여 위 담보권 실행행위를 부인하고 그 원상회복으로서 원고는 위 파산자 고려씨스템산업주식회사 파산관재인에게 위 주권을 인도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원고는 위 부인결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위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 원고는 회사정리법 제78조의 부인제도는 동법이 부인권을 인정하는 취지인 회사재산을 보전하여 회사의 갱생을 돕고 채권자들 상호간에 있어서 이해의 공평을 기하자는 데 반하는 정리회사의 행위를 규제하려는 것으로 동법 제78조 제1항 각호에서 부인권 행사의 대상을 회사가 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리회사의 가공이 없이 이루어진 행위는 부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1991.10.5. 고려씨스템이 위 양도담보권의 실행으로 위 주식을 환가처분하여 채권변제에 충당하고 동양정밀의 채무를 소멸시킨 행위에는 채무자인 동양정밀의 행위는 전혀 가공된 바 없어 부인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회사정리절차에 있어서 모든 담보권자는 정리담보권자로서 정리절차개시에 따른 절차상의 제약에 따라 정리절차에 참가할 권리만을 가지므로 정리절차 개시 후 정리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담보권을 실행하는 행위는 다른 담보권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공평을 해하고 회사재산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결국 부인권을 인정하는 제도적 취지인 회사의 재산을 보전하여 회사의 갱생을 돕고 일반 다수의 채권자들의 희생하에 특정 채권자가 이익을 보지 않도록 채권자들 사이에 있어서 이해의 공평을 기하자는 데 반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고 동법 제81조에서 집행행위의 부인을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부인의 대상을 반드시 회사의 행위에 국한할 것은 아니고 양도담보와 같은 비전형담보에 있어서의 담보권 실행행위도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한편 원고는 가사 부인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주체가 채무자에 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명문에 벗어난 확대해석이므로 동법 제78조 제1항 제1호의 악의부인 및 제4호의 무상부인의 경우 등 회사재산과 다른 채권자의 권리침해가 명백한 경우에 국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제3자의 행위에 회사의 행위가 개입되는 등 회사의 행위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에 반하는 위 부인결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고려씨스템이 양도담보로 제공된 위 주식을 환가하여 채권변제에 충당한 행위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다른 채권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공평을 해하고 회사재산을 감소시킴으로써 결국 정리채권자 및 정리담보권자의 권리변경의 정도를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명백하다 할 것이어서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고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반드시 회사의 행위에 국한할 것은 아니라는 견해에서 보면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반드시 회사의 행위와 동일시 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에 한한다고 볼 근거는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나아가 원고는 동양정밀이 고려씨스템으로부터 금 27,500,000,000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주식을 20,000,000,000원의 채무담보를 위한 양도담보로 제공한 행위는 당시 회사의 경영계속, 유지를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그 후 고려씨스템이 양도담보권의 실행에 의하여 이를 11,850,000,000원에 환가한 처분가격도 적정하므로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담보제공행위와 담보권 실행행위는 그로 인해 채권자간의 불공평이 다소 초래된다 하더라도 신의칙 내지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정당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고려씨스템의 담보권 실행행위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회사정리법상 부인권을 인정한 것은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회사재산이 불실화되고 다른 정리채권자 및 정리담보권자를 해하게 되는 결과를 방지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는 만큼 담보권의 전제가 되는 채권을 발생시킨 행위가 정리회사에 필요불가결하였다든가 그 담보권을 실행한 처분가격이 적정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부인권을 행사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고 이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공평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라. 한편, 원고는 고려씨스템의 양도담보권 실행행위가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 할지라도 그 부인의 효과가 전득자인 원고에게도 당연히 미친다고 할 수 없고, 그 효력이 미치기 위해서는 회사정리법 제90조 제1항에 전득자에 대한 부인권 행사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데 피고는 고려씨스템이 이 사건 주식을 원고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행위나 원고가 한 양도담보권 실행행위에 대하여 부인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으므로 원고에게 고려씨스템에 대한 이 사건 주식의 인도를 명하는 부인결정은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회사정리법 제90조 제1항에서 전득자에 대한 부인권 행사의 요건을 따로 규정하고 있음은 사실이나 이 규정의 취지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전득자에 대하여 별도의 부인권을 행사하여야만 정리회사 재산의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동 조항에서 규정한 요건이 갖추어졌을 때에는 전득자만을 상대로 하여서도 부인권을 행사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것이고, 애초의 회사의 행위가 부인된 이상 그 효과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전득한 전득자에게도 미친다(다만, 이 경우에 전득자에 대하여도 상대방에 대한 요건과 같이 악의임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원고는 피고가 전득자인 원고에게 부인권 행사의 효과로서 원상회복을 구하기 위하여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에 대해 담보권을 실행한 때는 물론 이를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때에도 고려씨스템의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담보권 실행행위에 부인의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을 요한다 할 것인데 원고는 당시 전자인 고려씨스템의 담보권 실행행위에 부인의 원인이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고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으므로 부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동양정밀 및 고려씨스템의 실질적인 경영주인 소외 이동훈과 원고가 속해 있는 한국화약그룹의 총수인 소외 김승연은 처남매부지간인 특수한 관계에 있었던 사실, 원고가 파산지경에 이른 고려씨스템의 금 57,000,000,000원에 이르는 자금차입에 특별한 담보도 없이 연대보증을 한 사실, 고려씨스템은 엄청난 자금압박을 받으면서도 동양정밀에 금 27,500,000,000원의 자금을 지원해 준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결국 원고의 보증하에 고려씨스템이 단자회사들로부터 차입한 자금이 다시 동양정밀에 지원되었고 원고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여지며, 그러한 사정하에서 원고가 고려씨스템에 대한 위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장래에 취득하게 될 구상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고려씨스템이 동양정밀로부터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이 사건 주식을 다시 양도담보로 제공받았다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시점이 동양정밀이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한 다음날인 점, 원고가 고려씨스템에 대한 경영상태를 조사한 일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주식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실행하였을 당시는 물론 그 이전에 위 주식을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1991.9.3. 이미 동양정밀이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위 부인결정에는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원고의 이 사건 부인결정취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부인결정 취소를 전제로 한 부인청구기각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