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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다2937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된 보전처분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사실상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특별한 반증이 있는 경우 위 추정이 번복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대한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민호)

피고, 상고인

별지 피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병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 제출된 각 참고서면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그 피보전권리가 실재하는지 여부의 확정은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사실상 추정되지만, 특별한 반증이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고의·과실의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 (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9454 판결 ,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31033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전북고속(이하 ‘전북고속’이라 한다)은 총 79,527주의 자기주식(이하 ‘이 사건 자기주식’이라 한다)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 전북고속의 대표이사 소외 1, 2는 2008년 말경 위 자기주식을 매각하고자 하였고, 피고들을 비롯한 전북고속의 일부 기존주주들은 이를 막기 위하여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이 있기 이전인 2008. 12. 10.과 12. 11. 전북고속, 대표이사 소외 1, 2를 상대로 이 사건 자기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자사주임의매각 유지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그 유지가처분 신청을 하여( 전주지방법원 2008가합8637, 2008카합639 ), 가처분 사건의 심문기일이 2008. 12. 29.로 지정되었다.

다. 전북고속의 대표이사 소외 2는 위 심문기일에 앞서 2008. 12. 18. 이 사건 자기주식 매각을 안건으로 이사회를 소집하여 2008. 12. 23. 이사회를 개최하였고, 그 참석 이사 16명 중 6명의 반대, 과반수 이사 10명의 찬성으로 위 이사회가 ‘주식 매각대금은 1주당 20,000원으로 매각하되, 그 구체적인 처분방법은 대표이사에게 위임’하기로 결의하였다.

라. 이에 따라 대표이사 소외 1, 2는 그 다음 날인 2008. 12. 24. 매각 상대방을 주주 또는 제3자로 하고, 매수신청방법을 전액 일시불, 매각기간은 2008. 12. 24.부터 같은 달 30일 17시까지(선착순)로 결정한 다음, 같은 날 15:00경부터 17:40경까지 원고들 및 소외 3, 4, 5, 6, 7, 8, 9, 10, 11(이하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자기주식을 매각하였다.

마. 그러자 피고들은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과 전북고속을 상대로 전주지방법원 2009가합180호 로 이 사건 자기주식 매매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같은 날 전주지방법원 2009카합24호 로, 이 사건 자기주식의 매매는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불공정한 절차 및 방법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주식 처분의 무효를 통한 주주권의 비율적 가치보존이라는 권리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의결권행사금지 등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바. 위 법원은 2009. 2. 13. 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은 2009가합180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전북고속이 개최하는 주주총회에서 이 사건 자기주식 매매계약에 의하여 취득한 별지 주식 목록 기재 각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 되고, 위 주식에 기한 배당금, 기타 가지급금을 받아서는 아니 되며, 위 주식을 처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결정(이하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사.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과 전북고속은 2009. 2. 23. 전주지방법원 2009카합99호로 이 사건 가처분 결정 에 이의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9. 6. 10. ‘이 사건 자기주식은 전북고속의 경영권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전북고속에 급박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채무자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1, 2는 이 사건 자기주식의 처분과 관련하여 채권자들 대부분에게 제대로 통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그 다음 날 경영권 확보와 관련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람들에게만 매각을 하기 시작해서 3시간도 채 안 되어 매각절차를 완료해 버렸으며,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 또한 이 사건 자기주식의 처분이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만을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고 볼 여지가 크므로,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 행위는 대표권 남용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아울러 주주인 채권자들(이 사건의 피고들)은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을 인가하는 결정을 하였다.

아. 한편 위 법원은 2009. 11. 19. 전주지방법원 2009가합180호 사건에 관하여, ‘위 자기주식 처분 당시 전북고속이 급히 이 사건 자기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반면, 위 자사주임의매각 유지가처분 사건의 심문기일이 2008. 12. 29.로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전북고속의 대표이사 소외 1, 2가 위 이사회 결의를 거쳐 다음 날인 2008. 12. 24.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을 위하여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사 과반수의 결의를 거쳐 주주 및 임원에게 제대로 통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박하게 자기주식을 매각한 점, 이 사건 자기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주식을 추가로 배정받을 기존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점, 당시 경영권 분쟁이 있어 이 사건 자기주식이 우호적인 주주에게 매각되는 것은 대표이사 소외 1, 2의 경영권 유지에 중대한 문제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행위는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이 전북고속의 기존주주, 직원 또는 거래업자 내지 그 가족들로서 위 자기주식 처분 공고로부터 수 시간 이내에 거액의 매수대금을 모두 입금하여 기존 매매가격보다 훨씬 저가에 이 사건 자기주식을 취득한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은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자기주식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청구인용판결을 선고하였다.

자. 원고들을 포함한 일부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광주고등법원(전주) 2009나3277호 로 항소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0. 5. 28. ‘주주는 일정한 요건에 따라 이사를 상대로 그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유지(류지)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행위를 유지시키거나, 또는 대표소송에 의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을 뿐 직접 제3자와의 거래관계에 개입하여 회사가 체결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고, 자기주식이 제3자에게 처분되어 기존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비례적 이익(의결권 등)이 감소되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기존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비례적 이익이 증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적·경제적 이익에 불과할 뿐이라 할 것이어서, 피고들이 제3자인 전북고속과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위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같은 날 이 사건 가처분의 항고심[ 광주고등법원(전주) 2009라20호 ] 법원 또한 ‘자기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신주발행과 유사하게 기존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비례적 이익이 감소되어 주식가치가 희석되고 현 경영진이 자기주식을 우호적인 제3자에게 처분할 경우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어 신주발행과 같이 그 처분의 공정성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신주발행과 자기주식 처분의 성격이 달라 상법상의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유추적용된다 하더라도 이미 제소기간이 도과하였으므로, 채권자들(이 사건의 피고들)이 자기주식 처분행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고, 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

차. 이에 피고들이 불복하여 대법원 2010다51413호 로 상고하였으나, 2010. 10. 28. 위 항소심판결과 동일한 이유로 위 상고가 기각되었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피고들이 불복하여 위 2009라20호 사건에 관하여 제기한 재항고( 대법원 2010마1049호 )도 같은 날 기각되었다.

3.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① 피고들이 전북고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임의매각 유지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까지 지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북고속의 대표이사 소외 1, 2가 위와 같이 급박하게 이사회를 소집하여 그 이사회에서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 결의가 이루어졌고, 주주 및 임원에게 제대로 통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다음 날 수 시간 만에 대표이사 소외 1, 2에게 우호적인 원고들이 거액의 매매대금을 준비하여 즉시 이 사건 자기주식을 매수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경영권 분쟁에서 피고들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우려도 있었던 이상,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의 공정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던 점, ②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들이 일반 거래통념상 불공정하게 행해진 것으로 보이는 위 자기주식 처분의 유효성을 다툴 권리가 있다고 믿고 이 사건 가처분 집행에 이른 데 대하여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가처분 결정에 대한 가처분이의 사건의 제1심법원과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자기주식 매매계약의 무효 확인 사건의 제1심법원은 모두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이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자기주식 매수인들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 피고들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던 점, ④ 그 후 제1심판결과 제1심결정이 번복되어 피고들의 패소가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위 소송에서 피고들이 최종적으로 패소한 것은, 피고들이 주주로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유지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행위를 유지(류지)시키거나 또는 대표소송에 의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을 뿐 직접 제3자와의 거래관계에 개입하여 회사가 체결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다거나, 자기주식 취득의 무효를 다툴 제소권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이는 사실관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들의 확인의 이익 또는 제소권 등에 관한 법적 해석 내지 평가상의 차이에 기인하는 점, ⑤ 주주인 피고들의 이사에 대한 유지청구권은 상법상 인정되는 적법한 권한이고, 피고들이 이를 본안청구권으로 하여 자사주임의매각 유지가처분 신청을 하였으나, 그 심문기일에 앞서 자기주식 취득을 안건으로 한 이사회가 급박하게 개최되고 자기주식 매각이 결의됨으로써 피고들은 더 이상 유지가처분 신청사건이나 유지청구 사건에서 다툴 수 없게 되었는데, 만약 위와 같이 급박하게 자기주식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본안인 유지청구 사건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유지가처분신청은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의 경우 고의·과실의 사실상 추정이 번복되는 특별한 반증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들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가처분 집행에 있어 고의·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가처분 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고의·과실의 사실상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피고 명단: 생략]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주심) 김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