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미간행]
상대방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목적물의 선택권을 주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음이 인정되지 않아 민법 제380조 에 의하여 그 선택권이 채무자에게 있는 것으로 본 사례
고석중
이정자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술 외 2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1982. 8. 31. 원고와 사이에 당시 피고가 이강수와 소송중이던 그 판시 17필지의 토지들 가운데 '이 사건 제1토지 외 1필지 중 100평'을 800만 원에 매도하되, 토지의 인도는 소송 종료와 함께 이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갑 제12호증, 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그 후 피고와 이강수 사이의 소송에서 대법원 1989. 10. 27. 선고 88다카17457, 17464 판결 로 이강수가 피고로부터 8,200만 원을 지급받음과 상환으로 피고에게 위 토지들에 관하여 1976. 1. 29.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그 이행을 둘러싸고 이강수와 사이에 다시 분쟁이 생기자, 피고는 우선 위 확정판결에 따라 위 토지들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뒤 곧바로 그 명의를 타에 넘길 생각으로 원고 등에게 그러한 취지의 부탁을 한 사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제1, 2토지(이하 각 '제1, 2토지'라고 한다) 중 각 1/2 지분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등기를 경료하기에 앞서, 등기가 경료될 167.3평(제1, 2토지의 총평수 334.6평÷2) 중 원고에게 이미 매도한 100평을 제외한 나머지 67.3평에 관한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의 명의신탁에 의한 것임을 명백히 하는 한편, 1990. 1. 13. 원고와 사이에 '제1토지 144.9평, 제2토지 189.7평(약정서상의 189.2평은 오기로 보인다), 합계 334.6평을 피고로부터 원고와 심재호가 취득함에 있어 지상에 무허가건물이 있고 분할등기가 되지 아니하여 만부득이 원고의 지분 100평과 심재호의 지분 234.6평을 공유 지분으로 등기함에 있어 피고가 이를 확인하고 후일 분할이 가능할 시 책임지고 이를 분할등기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약정(갑 제4호증의 1, 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한 사실, 피고는 1990. 2. 12. 제1, 2토지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다음날 심재호와 원고 명의로 1/2 지분씩 소유권이전등기를 각 경료한 사실, 그런데 피고는 1990. 3. 14. 원고와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제2토지를 박원섭에게 6억 700만 원에 매도하여, 1991. 6. 8. 제2토지 중 각 198/627.2 지분에 관하여는 박원섭, 강중호, 66.2/627.2 지분에 관하여는 김철환, 165/627.2 지분에 관하여는 김현태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 원심은 나아가,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강수와의 소송중에 원고에게 제 1, 2토지 중 100평을 매도하였다가, 그 소송 종료 후 이강수의 가처분신청 등을 우려하여 제1, 2토지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직후 원고에게 1/2 지분을 이전함에 있어, 그 중 100평은 피고가 원고에게 이미 매도하였음을 전제로 이 사건 약정을 통해 그 구체적인 이행방법을 정하였던 것으로서, 제1토지 중 1/2 지분 72.479평(479.2㎡×0.3025÷2)에 대하여는 이미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으니 피고는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제2토지 중 나머지 27.521평(100평-72.479평)을 분할하여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어야 함에도 1990. 3. 14. 타인에게 제2토지를 매도하여 1991. 6. 8. 등기까지 경료해 주었음을 알 수 있고, 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제2토지 중 27.521평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에 빠지게 되었으므로, 제2토지에 관하여 타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1991. 6. 8. 당시 그 토지 중 27.521평의 시가 상당액인 88,048,4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먼저,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하여 그 부동산매매계약서(갑 제12호증, 을 제4호증의 2)가 1982. 8. 31. 당시에 작성된 것처럼 판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매매계약 체결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 자체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으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목적물이 제1토지 중 1/2 지분 72.479평 외에 제2토지 중 27.521평으로 특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은 그 판시 17필지의 토지들 가운데 '제1토지 외 1필지 중 100평'으로 약정되었으므로, 그 100평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민법 제380조 에 정한 선택채무라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72. 7. 11. 선고 70다8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약정에 의하여 그 선택의 대상이 될 토지들의 범위가 17필지의 토지들 가운데 제1, 2토지로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사건 약정을 하게 된 경위나 그 약정서의 문언에 비추어 보면, 그 약정만으로는 그 목적물이 제1토지 중 1/2 지분 72.479평 외에 제2토지 중 27.521평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민법 제385조 제1항 은 "채권의 목적으로 선택할 수 개의 행위 중에 처음부터 불능한 것이나 또는 후에 이행불능하게 된 것이 있으면 채권의 목적은 잔존한 것에 존재한다."고, 제2항 은 "선택권 없는 당사자의 과실로 인하여 이행불능이 된 때에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제2토지 중 27.521평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그 판시와 같은 경위로 이행불능에 빠지게 되었고,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목적물의 선택권을 원고에게 주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어 민법 제380조에 의하여 그 선택권은 채무자에게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결국 그 나머지 27.521평도 제2토지가 아닌 제1토지로 특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목적물이 제1토지 중 1/2 지분 72.479평 외에 제2토지 중 27.521평으로 특정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선택채무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