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교체비용등청구ㆍ손해배상][미간행]
[1]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르더라도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된 내용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따라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방법
[2]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와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될 전기설비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각 설비를 제작·납품하였는데, 계약상 기술규격인 IEEE 383-2003 기준에 따른 케이블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IEEE 383-1974 기준에 따른 케이블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케이블 교체공사를 요구하여 갑 회사가 각 설비에 사용된 케이블을 교체한 사안에서, 계약당사자인 갑 회사와 을 회사 사이에 ‘각 설비에 사용될 케이블의 계약상 기술규격이 IEEE 383-2003 기준이라고 하더라도 IEEE 383-1974 기준에 따라 이미 검증된 케이블은 IEEE 383-2003 기준으로 재검증할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으므로, 갑 회사는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한 것이고, 을 회사는 갑 회사가 교체공사와 관련하여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1]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2636 판결 (공1993하, 3165)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639 판결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박재현 외 3인)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김윤태 외 1인)
한국전력기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박종한 외 2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말미암은 부분은 피고(반소원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신한울(신울진) 1, 2호기 원자력발전소(이하 ‘이 사건 발전소’라 한다)를 건설하기로 하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이 사건 발전소에 관하여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고, 기술규격서 변경사항이 발생하면 추록(Addendum)을 발행하여 제출하기로 하였다.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피고와 이 사건 각 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 사건 발전소에 사용될 전기설비인 이 사건 각 설비를 제작·납품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각 설비에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383-2003 기준에 따른 케이블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IEEE 383-1974 기준에 따른 케이블을 사용하였다고 하면서 원고에게 케이블 교체공사를 요구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각 설비에 사용된 비안전등급(Non-Class 1E) 케이블을 교체하는 이 사건 교체공사를 하였다.
2. 이 사건 각 계약과 이 사건 각 추록에 따라 적용되는 기술규격(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 참가인의 상고이유 제1점, 제2점)
가.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사용한 문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용된 문언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양쪽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탐구하여야 한다. 양쪽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그것이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르더라도 양쪽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된 내용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따라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2636 판결 ,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639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각 계약의 기술규격으로 ‘IEEE 383-2003 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각 추록을 발행하여 이를 원고와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계약당사자인 원고와 피고 그리고 이 사건 각 추록을 발행한 참가인 모두에게, 이 사건 각 추록상 ‘IEEE 383-2003 기준을 적용한다’에 부여한 의미는 ‘이 사건 각 설비에 사용될 케이블의 계약상 기술규격이 IEEE 383-2003 기준이라고 하더라도 IEEE 383-2003 기준의 서문(Introduction)인 이 사건 서문 규정으로 인하여 IEEE 383-1974 기준에 따라 이미 검증된 케이블은 IEEE 383-2003 기준으로 재검증할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음이 분명하고, 이에 관한 계약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
원고가 IEEE 383-1974 기준에 따라 이미 검증된 케이블을 사용하더라도 이것은 계약 내용(IEEE 383-2003 기준)에 따른 공급에 해당하고, 계약 내용과 다른 기술규격을 적용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SDDR(Supplier Deviation Disposition Request)을 발행하여 계약 내용의 변경을 요청해야 하는 사유가 아니다.
원고가 IEEE 383-1974 기준에 따라 이미 검증된 케이블을 사용하여 이 사건 각 설비를 제작·납품한 것은 이 사건 각 계약과 이 사건 각 추록에 따라 적용되는 기술규격에 따른 채무를 이행한 것이고, 원고에게 채무 이행 과정에서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문서의 해석, 법률행위와 처분문서의 해석, 계약의 불완전이행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각 케이블의 하자 유무(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IEEE 383-2003 기준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사용한 이 사건 각 케이블은 IEEE 383-2003 기준이 요구하는 UL VW-1 화염시험 결과 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IEEE 1202-1991 기준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가장 가는 케이블이 불합격이라는 이유로 더 굵은 케이블도 불합격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UL VW-1 화염시험 결과에 대해서는 케이블의 굵기를 감안할 필요 없이 각각의 시험 결과에 따라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케이블에 IEEE 383-2003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가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형평의 원칙 위반 여부(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교체공사를 우선 시행하되, 원고의 채무불이행 여부나 이 사건 각 케이블의 하자 유무에 관한 중재 또는 판결 결과에 따라 이 사건 교체공사로 발생하는 비용의 부담주체와 비용액을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각 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각 케이블에 계약 내용과 상이하거나 IEEE 383-2003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가 없다. 이 사건 교체공사로 발생하는 비용의 부담주체는 이 사건 각 케이블에 대한 교체의무가 없는데도 원고에게 교체를 요구한 피고이므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교체공사와 관련하여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과실 인정 또는 비율 산정에서 형평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말미암은 부분은 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