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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6.14. 선고 2018고합33 판결

준강간

사건

2018고합33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강현(기소), 유새롬(공판)

변호인

변호사 안유세

판결선고

2018. 6. 14.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9. 24. 07:00경 성남시 수정구 B건물, C호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 D(여, 20세) 및 E, F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와 일행들이 잠이 들자 피해자 옆에 누워 피해자가 잠이 들어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간음할 것을 마음먹고 옷을 모두 벗기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판단

가.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심신상실'이란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 때문에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 즉, 상대방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거나(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도3673 판결 참조) 술 ·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음주 등으로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주취 등으로 자신의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대응∙조절능력과 판단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간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 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사건 당일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관하여 상당한 정도로 기억을 하고 있고, 그렇다면 당시 피해자에게는 일정한 의식이 있었다고 보여 이러한 피해자를 두고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고등학교 동창인 F(남), E(여)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이른 아침 시간이 되어 일행들을 데리고 피고인의 원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피고인 일행은 그곳에서 술마시는 게임을 즐기며 술을 더 마셨는데 E이 먼저 자리에 눕자 술자리를 끝냈다. 그런데 피해자는 그때까지 다른 일행들과 했던 술마시는 게임의 내용을 알고 있고 E의 잠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F와 함께 보며 즐거워했으며 당초 E과 피해자가 누웠던 잠자리 위치가 F 및 피고인이 끼어들어 변경되었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E, F의 진술 중 피해자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에 아주 취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진술도 찾기 어렵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그의 진술대로 잠이 든 후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거나 깊은 잠에 빠졌다는 점에 관하여 의심이 든다.

② 피해자는 2017. 10. 2. 피고인과 G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사건 당일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피고인에게 "그날 술 먹은 날, 안에다 했어?...... 그냥 불안해서......"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피고인을 추궁하기보다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건 이후 처음으로 보낸 위 메시지 내용은 통상적인 준강간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또 피해자는 고소 전날인 2017. 10. 6. 피해자의 입을 막은 적이 없다는 피고인의 문자메시지에 대하여 "내 입은 왜 막았어? 너가 입 막았었어. 옆에 애들 있어서 그런건지 너가 입 막았었어. 나 아파서 계속 소리 냈는데 너가 입 막았었어. 내가 기억 다 나는데? 너가 내 손 가져가서 니꺼 만지게 했고, 옆에서 안 자는건지 모르겠는데 애들 눈치 봐가면서 내 입 틀어막고, 아프다고 낑낑거리기까지 했는데"라고 답하였다. 이처럼 피해자는 피고인의 주장을 반박하는 주된 근거로 자신의 기억을 들고 있다.

③ 피해자는 2017. 10. 7.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 E, F와 함께 4명이 피고인의 집에서 술을 마셨다. E이 술에 취해서 먼저 자겠다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저도 E 옆에서 잠이 들었다.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서 보니 F는 먼저 집에 갔고, E과 피고인은 자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생각난 것은 저는 위에 옷만 입고 있고, 아래는 바지와 속옷 등을 하나도 입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수건으로 제 음부를 닦아준 것이 기억났다. 아마 정액을 닦아준 것 같다. 그때 당시 전 취해서 자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제가 눈을 뜬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느껴졌다. 불은 다 꺼져있었는데 창문에 빛이 들어와서 밝아서 다 보이는 상태였다. 저는 눈을 안 떴기 때문에 닦아주는 사람이 F인지, 피고인인지 몰랐다. 일어났을 때는 제가 팬티와 바지를 모두 입고 있는 상태였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피해자의 진술은 2017. 12. 14. 서울고등검찰청의 검찰 조사때부터 점차로'거의 기억 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는 검찰이 2017. 10. 23. '피해자는 사건 이후에 자신이 아파서 낑낑거리고 누군가 자신의 손을 남자의 성기에 갖다 댄 사실을 기억한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질 당시 정신을 잃어 성관계한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고, 피해자 자신이 일부 기억난다고 진술했던 것이 불이익하게 작용하였다는 판단하에 그 진술내용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통상 사람의 기억력은 사건 발생 직후 가장 뚜렷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로 흐려지는 점을 더하여 볼 때 피해자의 진술 중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은 2017. 10. 7.자 고소 당시의 진술로 판단된다. 그런데 그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내용은 다른 사람이 피해자에게 이야기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억해낸 것으로 피해자는 객관적인 사실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하의와 속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하는 동작을 하고 성행위가 끝난 후 피해자의 옷을 다시 입혀줄 때까지 눈을 뜨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④ E은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둘이 이불을 덮고 얼굴만 내놓고 있었고 이불이 들썩거리는 걸 봤다. 저는 '술이 취해서 좋아서 둘이 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하였고, F는 "잠이 오지 않아 눈만 감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소리가 났다. 옷을 비비는 소리, 입술로 어딘가를 핥는 소리, 쪽쪽 대는 소리도 들렸다. 서로 애무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둘이 성관계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하였다. F는 "그 일이 있고 집에 가서 자고 난 뒤 E과 '걔네들(피고인과 피해자)은 우리(F와 E)가 있는데도 거기서 하냐.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하였다. 이들은 당시 자신들이 받은 인상에 관하여 진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둘이서 서로 성관계를 하는 것 같다'는 것일 뿐, '피고인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간음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 사건 성관계 당시 의식이 없었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사정이 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창훈

판사 정현기

판사 한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