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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2015.10.28.선고 2015노136 판결

살인(예비적죄명상해치사),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사건

2015노136 살인(예비적 죄명 상해치사), 도로교통법위반

(무면허운전)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남계식, 이혜은(기소 ),김재호(공판)

변호인

변호사B, C,D,E, F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2015.7.3.선고 2015고합43,50(병합) 판결

판결선고

2015. 10. 28.

주문

원심 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 6월에 처한다.

이유

1. 우리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의 점만을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을 벌금 30만 원에 처하고, 살인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 여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았고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항소장에는 항 소의 범위를 원심 판결의 전부로 기재하였으나, 항소이유서에는 원심 판결의 무죄 부 분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만을 주장하였을 뿐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은 주장 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과 당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 한 상해치사의 점은 형법 제250조 제1항, 제259조 제1항에 따라 법정형으로 유기징역 형 이상의 형만을 포함하고 있는 반면,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의 점은 법정형으로 30만 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만을 포함하고 있고, 따라서 무죄 부분을 파기하더라도 통 틀어 하나의 형을 선고할 수 없어 소송상 별개로 취급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9. 4 . 23. 선고 2008도11921 판결 참조) 원심 판결 중 무죄 부분에 국한하여 심판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판결은 아래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 피고인은 자신의 친형으로서 평소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하여 온 피해 자에게 불만을 품어 오던 중 그와 몸싸움을 벌이고는 격분하여, 부친이 피해자를 제압 한 상태에서 식칼로 그의 가슴을 찔러 살해하였는바, 충동적 결의로 살해한 경우라도 범행도구인 식칼의 길이· 형태, 찌를 때의 자세와 힘의 세기, 상처의 부위 · 형태 ·정도 등을 종합하면 ,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를 당시 살인의 확정적 고의 또는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분명함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을 무죄로 잘못 판 단하였다.

나 . 가사 살인의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할 수 없더라도, 원심은 이 사건 심리 경과에 비추어 공소장 변경 없이도 직권으로 상해치사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거나 상해치사 죄의 범죄사실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데, 원심이 '사실의 인정' 과 '법리 적 판단' 을 그르친 잘못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의 평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이상, 배심원 만장일치로 내린 무죄 평결을 그대로 따른 원심판결은 국민참여재판의 제도적 의의를 존중하더라도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예비적 공소사실의 추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기존 공소사실인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 서,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의 공소사실 및 적용 법조(죄명: 상해치사, 적용법조: 형법 제259조 제1항) 를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우리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이 있더라도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 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우리 TTA 법원의 심판 대상이 되므로 이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4. 살인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가 .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피고인과 피해자(남, 17세)는 형제인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초등학교 5, 6학년 무렵부터 그가 심부름을 거부하였다거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재수가 없다는 등 트집을 잡아 주먹과 발로 심하게 폭행하는 일이 잦았 고 , 2014년경 어느날 술에 취해 식칼을 들고 위협한 적도 있어서 피고인은 평소 피해 자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5. 4. 1, 01:35경 춘천시 G 소재 자택 2층 방에 누워 휴대전화로 만 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 무렵 피해자가 술에 취해 귀가하여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고인 의 배를 밟은 다음 피고인에게 "담배와 술을 어디에서 사느냐.", "이제부터 형이 어디 든지 때릴 테니까 알아서 잘 막아라." 라고 윽박지르면서 주먹으로 피고인의 옆구리 등을 수회 때렸다. 이에 대항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치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 이 새끼 미쳤나, 너 오늘 나한테 맞아 뒈지는 거야. "라고 욕을 하였고 피고인도 화가 나 피해자에게 "니 좆대로 하세요. 이 개새끼야."라고 욕을 하였다. 그러자, 피해자가 피고 인의 머리, 목 부위를 팔로 감아 조르기 시작했고, 피고인은 숨이 막혀 살려 달라고 소 리쳤다. 이때 옆방에서 잠을 자던 피고인의 부모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피고인의 방으 로 와 피고인과 피해자를 떼어 놓았고 피고인의 아버지가 피해자와 다투다가 그를 위 에서 누르면서 제지하였다 .

그러자, 피고인은 격분한 나머지 같은 날 02:00경 주방에 있던 식칼(전체 길이 약 33㎝, 칼날 길이 약 19㎝, 이하 '식칼'이라 한다)을 왼손으로 집어 들고 방으로 돌아와 들고 있던 식칼로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 부위를 세게 1회 찔러 피해자의 양쪽 폐 , 대 동맥, 폐동맥을 절단하였고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과다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하여 피해자를 다치게 하여 그의 폭력 을 저지할 생각이었지 그를 살해한다거나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부친에게까지 대들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 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부엌으로 뛰어나가 개수대 아래 수납장에서 무작정 가장 꺼내기 쉬운 자리에 있던 칼을 빼들었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피해자의 어떤 신체 부 위인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힘을 가하여 찔렀는데 그 자리가 우연히 가슴 부위의 급소였던 점(배심원들은 부친이 피해자의 등을 위에서 누르듯이 제압한 결과 드러난 신체 부위가 옆구리나 다리밖에 없어서 '옆구리'를 찔렀을 것이고, 만 15 세의 어린 피고인이 급소를 노렸다면 목이나 배를 찔렀을 것이라고 보았다), ③ 공격 과정에서 피고인 자신은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가 살의를 품고 있는 힘껏 피해자를 찔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앙법의학센터 소속 법의관 H(이하 '법의관' 이라 한다 ) 도 피해자가 찔린 부위에 갈비뼈 연골과 폐 사이의 빈 공간이 있어 칼날이 깊숙이 밀려들어간 것이라고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검사 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심원 9인이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을 그대로 받 아들여 살인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미필적 고의의 인정 기준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타인이 사망하는 결과가 생길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 하거나 예견하면 족하지,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으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9867 판결 참조),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의 범의가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 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는, 범행에 이른 경위 및 동기, 준비한 흉기 의 유무 · 종류 · 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의 정도 등 범 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2002. 2. 8. 선고 2001도6425 판결 등 참조).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을 구별하는 기준에 관하여는 강학상 감수설, 용인 설, 가능성설, 회피설 등 여러 견해가 있는데, 그 중 우리나라의 다수설인 감수설은 행 위자에게 결과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있고 그 결과 발생의 위험을 감수 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가 되고, 반면에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다고 신뢰한 경우에는 인식있는 과실에 불과하다고 한다.

라.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들을 인정할 수 있다 .

(1)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이 사건 범행 당시 만 17세였던 피해자는 만 15세이던 피고인의 친형으로서 , 피고인이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일주일에 2번 이상, 많게는 한 달에 10번 이상 그 를 구타하여 상해를 입히는 등 습관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왔다. 피해자는 자신의 후배 들은 물론 피고인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무서운 형'으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특히 술 을 마시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성향이 강하여 피고인은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 는 것조차 겁낼 정도였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의 권유로 교내 심리치료 상담까지 받았다. 그러나 피고인이 부모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수록 피해자의 보복은 더욱 심 해져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는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었고, 중학교 재학 중 피해자에게 3일 동안 구타를 당하고는 친형인 그를 경찰 지구대에 신고하기까지 하였으며, 중학교 3학년 무렵에는 술에 취한 피해자에게서 식칼로 위협을 당한 적도 있어, 그를 식칼로 토막 내서라도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상상을 하기도 하였다 .

(2) 범행에 이르게 된 이 사건 당일의 경위

이 사건 범행 당일 피고인은 새벽 01:35경 자신과 피해자가 함께 쓰는 방에 누 워 휴대전화로 만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 무렵 술에 취하여 귀가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배를 발로 밟고 머리채를 잡아 일으켜 세운 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제부터 어디든 때릴 테니 알아서 잘 막으라며 피고인의 옆구리, 명치, 얼굴 등을 무릎, 팔꿈치 등으로 5, 60대 가량 마구 때렸다. 한참을 맞던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치자 그는 "이 새끼 미쳤 나, 너 오늘 나한테 맞아 뒈지는 거야."라며 다시 구타하였고, 이에 화가 난 피고인이 " 니 좆대로 하세요, 이 개새끼야."라고 대꾸하자, 피고인의 목을 옆구리에 팔로 감아 끼 우고 힘껏 조르면서 무릎으로 명치를 가격하여 , 숨이 막힌 피고인이 살려 달라고 소리 를 질렀다. 이를 듣고 옆방에서 잠을 자던 부모가 피고인의 방으로 와서 둘을 떼어 놓 자 , 피해자는 부친에게 대들면서 달려들어 주먹으로 얼굴을 3, 4회 , 가슴을 2, 3회 가 량 때렸고, 피고인은 방을 빠져나와 부엌으로 갔다.

(3) 범행 직전의 상황

부엌으로 나온 피고인은 평소 칼을 보관하여 두고 있던 개수대 밑 수납장의 문 을 열고, 거기에 꽂혀 있는 칼들 중 주방용 식칼을 왼손으로 집어 든 다음 곧장 피해 자가 있는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피고인이 식칼을 들고 피해자가 있는 방으로 돌아왔을 때, 부친은 자신에게 대 들던 피해자를 제압하여 피해자는 양쪽 무릎을 꿇고 양 팔을 기지개를 켜듯이 옆으로 벌린 상태에서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엎드려 있었고 부친은 그와 마주보는 위치 에서 피해자의 등을 자신의 몸 전체로 위에서 눌러 피해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 었다. 모친은 그러한 피해자와 부친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피해자의 왼쪽에 서 있었다. 피해자는 부친에게 제압을 당하여 심하게 몸부림을 치지는 못하고 있었다.

(4) 피고인의 범행 당시의 자세

피고인은 방으로 돌아온 다음 곧바로 방바닥에 엎드린 피해자의 오른쪽 옆으로 다가가 왼손에 쥔 식칼로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 유두 바로 밑을 1회 찔렀다. [피고인 은 검찰에서 오른손잡이가 아니냐는 질문에 양손을 다 쓸 수 있다고 대답하였고(수사 기록 제143쪽), 당심 법정에서는 가위질을 할 때만 왼손을 쓰고 보통은 오른손을 사용 한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식칼로 찌를 당시 자세는 명확하지 않으나 피해자는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게 엎드리고 있었으므로 식칼로 찌른 유두 부위도 바닥을 향하 고 있었고 식칼이 유두 부위의 피부를 통과하여 늑골, 우측 폐 , 심장, 왼쪽 폐까지 들 어간 점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피고인이 무릎을 굽히거나 허리를 숙여 자세를 낮춘 상 태에서 엎드린 피해자의 유두 부위를 그의 몸의 중심을 향하여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 히 찔렀음을 알 수 있다.

(5)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은 피해자를 찌른 다음 식칼을 빼서 손에 든 채 방 밖으로 나와 발을 굴 렀고, 피고인의 모친이 피고인을 따라 나와 식칼을 빼앗아 개수대에 던졌다. 그러자 피 고인은 제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였다 .

(6) 범행 도구의 상태

경찰 압수 당시 식칼은 칼끝의 날이 약 1~2㎝ 정도 부러져 있었다. 피해자를 부검한 법의관은 피해자의 신체 조직이나 골격에서 부러진 식칼 조각을 발견하지 못하 였고 피고인의 모친이 식칼을 빼앗아 던졌던 개수대의 음식물 거름망까지 조사하였으 나 거기서도 식칼 조각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의 모친은, 원심 법정에서는 식칼이 다른 칼들보다 무거워 서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칼끝이 원래 부러져 있었는지 아닌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취지 로 진술하였는데( 공판기록 제234, 235쪽), 당심 법정에서는 부러져 있지 않은 멀쩡한 칼이었다고 증언하였다.

(7) 피해자의 상처 부위와 정도

피해자의 오른쪽 유두 부위 자창은, 오른쪽 4, 5번 갈비뼈와 오른쪽 폐의 일부 를 절단하고 심낭을 관통하여 , 심장에서 나오는 대혈관인 대동맥 및 폐동맥의 일부와 왼쪽 폐의 일부를 한꺼번에 절단한 것으로, 대개 불과 몇 분 안에 다량의 출혈을 일으 켜 즉사할 정도의 치명상이다.

(8) 피고인의 건강상태 등

피고인은 신장 159cm, 체중 70kg이고 특별한 신체적 장해나 질환은 없었다. 중 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 공부에 등한하여 학업성취도는 저조하였으나 지능이 또래들에 비하여 특별히 뒤떨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면적 인성검사 결과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며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성격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은 초등 학교때 유도를 배운 적이 있고 2014년 11월경부터 이 사건 당일까지는 사설 체육관에 다니면서 격투기를 배웠다 .

(9) 피해자의 사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

( 가 ) 피해자를 부검한 법의관의 원심 법정진술

피해자의 상처 정도에비추어 볼때식칼의 칼날대부분이피해자의몸 안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다.

피고인이 식칼로 찔러 절단한피해자의 늑골 부위는 물렁한 연골 부위로서 칼날이 이를 절단하고 나아간 다음에는 부드러운 조직과 공기뿐이어서 관통하는 데 그 다지 큰 힘이 필요 없다. 연골 부위는 일반적으로 성인이 칼을 들고 어느 정도의 힘으 로만 찌르면 쉽게 관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뼈가 완전히 단단해지기 전의 어린 나이였고 연골은 문구용 가위로도 잘릴 수 있을 정도이므로 연골을 통과할 정도 의 힘만 있다면 부러진 식칼로도 피해자가 입은 정도의 자창이 발생할 수 있다.

피해자의 신체내부 에서 부러진 식칼 조각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자창이 시작한 오른쪽 가슴부터 왼쪽 흉곽의 벽 끝에 머무른 흔적까지의 길이가 칼끝이 부러 진 이 사건 범행도구의 길이와 거의 일치하고 있어 원래부터 식칼 끝이 부러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 I의 당심 법정진술

자창이 발생할 때는 뼈, 석회화한 연골,피부, 연골 순으로저항이강한데, 피부도 연골 못지않게 저항이 강한 부위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상처의 가장자리(창연, 營然)마저 매우 깨끗한 상태로 칼을 찔러 넣으려면 상당한 정도의 속도와 힘이 필요하 다 . 특히 식칼의 끝이 부러져 있었을 경우에는 더 강한 정도의 속도와 힘이 필요하여 단순히 악수하듯이 팔을 쑥 앞으로 내미는 정도로는 절대로 피부를 관통할 수 없다.

피해자와 같이 만 17세 청소년의 유두 바깥쪽4,5번갈비뼈는 성인만큼 완 전히 석회화된 부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골화가 진행하여 연골보다는 단단할 가능성 이 높고 , 연골이라고 해서 문구용 가위로 절단할 수 있을 정도로 무르지는 않다 .

( 다 ) 당심의 사실조회에 대한 법의관의 회신

피해자가 입은자창의 경우 폭5cm,길이19㎝의칼날 전체가 완전히 체내에 들어갔고, 우측 늑골 4번 앞쪽은 완전히, 우측 늑골 5번은 일부 절단하였다.

청소년의 경우 골화가 끝난 부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부른 연골 부위는 아 주 강하지 않은 힘을 가하여도 식칼로 절단이 가능하나 피부나 복벽만 관통할 때보다 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 즉, '통상적인 힘'을 일반적인 사람이 칼로 피부와 피하조직을 관통할 정도로 찌르는 힘으로 정의한다면 늑골 연골을 절단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힘 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

마. 판단

(1) 범행의 동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피해자에게서 심한 구타를 당하였고, 장기간에 걸친 피해자의 상습적인 폭력에 못 이겨 칼로 그를 토막 내어 죽이는 상상을 하였을 정도로 피해자에 대한 악감정이 있었으므로 살인의 동기는 충분하였다.

(2) 피고인의 적극적 · 능동적인 행동

피고인은 부모의 도움으로 일단 피해자의 폭력에서 벗어나 방에서 나갔고 피고 인의 부가 피해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눌러 제압하였으므로 일단 피해자의 가해행위는 이미 종료한 상황이었음에도, 집밖으로 도망가거나 방 바깥에서 머무르는 등의 소극적 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피해자에게 가해행위를 하기로 마음먹고, 부엌 수납장 문을 열 어 살상력이 충분한 식칼을 꺼내어 들고 피해자에게 돌아갔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방 안에는 전기스탠드 등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는 다른 물건들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그저 피해자를 다치게 하 여 그의 폭력을 제지할 의도였다면 피고인은 주먹이나 발을 사용하거나 무엇이든 눈에 띄는 물건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가해하였을 것이다.

(3) 공격 부위

피고인은 식칼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와 피해자가 피해자의 부에게 제압당하여 등을 보이며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 자세를 낮추어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찔렀다. 피 고인은 선 채로 방에 들어왔으므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그저 피해자를 다치게 하여 그의 폭력을 제지할 의도였다면 엉덩이나 다리처럼 방에 들어왔을 때 먼저 눈에 띄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찔렀을 것이고 피해자는 엎드려 있었으므로 식칼을 위쪽에서 아 래쪽으로 찔렀어야 함에도 피고인은 자세를 바꾸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는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굳이 몸을 굽혀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찔렀다.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는 범행 당시 어느 부위이든 상관없이 찌르겠다는 생각 으로 공격하였고, 당심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이 무릎을 꿇어야만 찌를 수 있을 정 도로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지는 않았으므로 가슴 부위를 찌른 줄 몰랐다고 변소하고 있으나, 이는 피고인 스스로 피해자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고 진술한 것과도 어 긋나는 설명이고, 가사 가슴 부위를 찌른 줄 몰랐다 하더라도 몸통 부위를 찔렀음은 명백히 인식하였을 것인데 피고인의 연령, 지능수준에 비추어 몸통 부위에 심장, 폐 등 인체의 주요기관이 위치하고 있고, 그 부위를 칼로 몸의 중심을 향하여 찌를 경우 과 다출혈 등으로 사망 가능성이 높음은 피고인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칼로 사람 의 몸통 부위를 몸의 중심을 향하여 찌르면서 사망의 결과가 생길 위험을 전혀 인식하 지 못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4) 가해행위의 정도

피고인이 찌른 식칼은 피해자의 피부와 2개의 늑골, 우측 폐, 심장을 관통하여 원쪽 폐에 이를 정도로 칼날의 대부분이 피해자 몸 안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라도 어느 정도의 힘과 속도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사람의 피부와 2개의 늑골을 한꺼번에 절단하기는 쉽지 않고, 늑골이 연골이라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부와 피하조직만을 관통할 때보다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 칼이 뼈를 거치지 않고 피부와 피하조직만을 손상하더라도 손상 부위에 따라 사람이 얼마든지 사 망에 이를 수 있는 이상 그보다 강한 힘으로 찌른 행위가 사망에 이를 것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경미한 가해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

나아가 피고인이 사용한 식칼 끝이 부러져 있었다면 그보다도 더 강한 힘이 필 요하므로 피고인이 사용한 식칼 끝이 부러져 있는지는 피고인의 고의를 판단함에 있어 유의미한 요소가 아니다.

법의관이 원심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일단 연골을 관통할 정도의 힘이 있으면 그보다 큰 힘을 가하지 않더라도 연골을 관통한 후 폐 , 심장 등 기관에 이 사건과 같 은 손상을 가할 수 있으나 연골이 보호하고 있는 신체기관은 어느 것이라도 약간의 손 상만 있으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연골을 관통할 정도의 세기로 피해자 를 찌른 이상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가해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5) 범행 후 피고인의 행동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식칼에 찔려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을 보고 도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하지 않았고, 식칼을 피해자의 몸에서 뺀 이후에도 피해자의 생체반응을 살피지 않은 채 식칼을 손에 들고 방 밖으로 나왔다.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인 고의는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비 록 피고인이 모친이 식칼을 손에서 빼앗자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의 행동 을 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자신의 행위가 낳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자책과 후 회로 해석할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그가 범행 당시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가 아니었 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6) 소결론

이와 같이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사실들 및 이 사건 변론 및 기록에 드러난 여러 사정을 두루 종합하 면 ,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 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갔다 할 것이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 이 옳다. 설령 피고인이 감정적으로는 피해자의 사망을 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살 인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할 고도의 개연성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야기하기에 충분한 실 행행위를 감행한 이상, 의식적으로 계산에 넣은 행위의 결과를 스스로도 신뢰할 수 없 는 헛된 희망에 의지하여 벗어날 수는 없다. 또한 그러한 감정적 태도를 책임요소로서 고려할 수는 있을지언정,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인 고의를 조각하는 사유로 보기는 어 럽다. 그렇다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 당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 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공소장 변경 요구 또는 축소사실 인정 의무가 있는지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지는 법원의 재량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 지만(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도3003 판결 등 참조),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 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법원은 공소장 변경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 기재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공소를 제기한 범죄사 실과 비교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한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여 공소장 변경 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따른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26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가사 피고인의 행위가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살인 죄로만 공소를 제기하고 당심에서와 같이 예비적으로라도 상해치사죄를 공소사실에 추 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심이 공소사실의 추가적 · 예비적 변경을 요구하거나 직권으 로 상해치사 범행을 유죄로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현저히 정의와 형 평에 반하여 위법한 조치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적어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가해할 의사로 식칼을 찔러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 는 단순 상해죄의 구성요건을 온전히 포함하고 있음이 명백하고, 피고인도 이 점에 대 해서는 시인하고 있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 나아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상해의 정도 및 부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만으로도 결코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다. 따라 서 원심으로서는 검사의 공소장 변경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기존 공소사실이 포함하고 있는 상해의 범죄사실은 최소한 인정하였여야 마땅함에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 실 중 살인의 점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공소장 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도 있다 할 것이다(살인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하면서 직권으로 그 공소사실이 포함하 고 있는 폭행, 상해죄 등의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616 판결 참조).

6. 원심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

「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이라 한다) 제46조 제5항 은 배심원 평결에 대하여 권고적 효력만 부여하고 있지만, 법원은 가급적 배심원 평결 의 효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법원도 같 은 취지에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 으로 형사공판 절차를 진행하면서 엄격한 선정 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 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 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아래 증거 취사와 사실 인정의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에 대 하여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인바,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체 과정에 함 께 참여한 후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 일치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한 경우라면, 제1심 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내린 판단은 실질적 직 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참조).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의 평결을 하였더라도, 그 평결이 원심 법원 및 그 상급심이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 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평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 하여, 오히려 그 평결을 그대로 채택하는 것이 형사사법의 근본 목적인 실체적 진실 규명과 그를 통한 형사사법 정의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할 경우에 는 , 위와 같은 법리에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그 평결을 채택할 수는 없다고 봄이 법의 정신에 더욱 부합한다. 다만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나 예외적인 경우는 신빙성 있는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치밀한 논증을 거쳐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인정하여야 함은 물 론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에서 진행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 전원이 비록 피고인에 대한 살인의 점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만장일치로 무죄의 평결을 하였으 나 , ①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고의는 사물의 성질상 그 범의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는바,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 력이나 분석력을 동원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분석 ·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 여야 하므로(대법원 2012 . 8. 30. 선고 2012도7377 판결, 대법원 2010. 2. 25 . 선고 2008도8356 판결 등 참조), 고의를 인정할 때는 사실적 요소 외에도 규범적 요소들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하며, 이 점에서 직접사실 또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사실 인정 에 대한 배심원의 무죄 평결이 있는 경우와는 달리 볼 여지가 있는 점, ② 원심 배심 원은, 통상적인 힘으로 찔렀는데 우연히 연골을 찌르는 바람에 치명상에 이르게 되었 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증인으로 출석한 법의관이 '예'라고 답하면서 연골을 통과하는 힘만 있었으면 그 다음부터 칼이 쑥 밀려들어가는 게 가능하였고 연골이 문구용 가위 로도 잘릴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함을 보인다고 진술한 내용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사람 을 살해할 정도로 힘을 실어 피해자를 찌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살 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통상적인 힘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을 뿐만 아 니라 법의관조차도 당심의 사실조회에 피해자의 늑골이 연골이라 하더라도 연골을 절 단하려면 일반적인 사람이 피부와 피하조직을 관통하려는 데 필요한 정도보다 강한 힘 이 필요하다고 하여 원심 진술에서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새로운 의견을 피력한 점 , ③ 그밖에도 당심에서 증인 J, K에 대한 증인신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대한 사실조회 등 추가로 광범위한 증거조사를 하였고, 그 결과 연골이 문구용 가위로 절단할 수 있을 정도로 무르지 않은 점 등 원심의 판단 및 배심원들의 평결이 기초로 삼은 사실관계와 반대되는 사정이 새로 드러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미필적 고의에 대 한 원심의 평결 결과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형사사법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 규명과 그를 통한 형사사법정의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당하다.

7. 결론

그렇다면 원심 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주위적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따로 살피지 아니한다), 형 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 판결의 무죄 부분을 파기한 후, 변론을 거쳐 다 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

범죄사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부분 중 제4항 가.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이 원심 및 당심에서 한 일부 진술

1. 원심 증인 H의 진술

1. 원심 및 당심 증인 L, M의 각 일부 진술

1. 당심 증인 J, N, K의 각 진술

1. 당심의 사실조회에 대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앙법의학센터의 각 회신

1. 압수조서, 압수목록, 압수물 사진

1. 사체검안서 · 변사자 조사결과보고서 사본, 변사 현장 및 시체 사진, 변사자 사진, 의

복 사진, 범행도구 및 현장 사진, 수사보고(범행장면 재연 관련), 범행장면 재연 사 1. 부검감정서, 감정의뢰회보, 혈흔형태 분석 결과서

1. 수사협조 의뢰 요청에 따른 자료 통보, 구급활동일지, 심폐정지환자 응급처치 세부

상황표

1. 압수한 식칼 1자루( 증 제1호) 의 현존

1. 범죄경력조회, 소년환경조사서( 소년카드), 판결전조사서, 상담사실확인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유기징역형 선택 )

2 . 소년범 감경

3. 부정기형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2년 6월 ~ 15년

2. 양형기준의 적용 여부: 소년이므로 양형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친형인 피해자에게서 특별한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자 순 간 격분한 나머지 식칼로 그의 가슴을 찔러 즉사하게 한 것으로, 범행의 수법과 결과 만 보면 그야말로 천륜을 저버린 대담하고 잔혹한 범죄이므로,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 한 책임을 물어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과정을 살펴보면, 그가 초등학생 때부터 피해 자에게서 지속적으로 심한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왔고,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오 히려 보복이 심해져 3일 동안 구타를 당하고는 경찰 지구대에 피해자를 신고하는 일까 지 있었으며, 중학교 3학년 무렵에는 피해자를 식칼로 토막 내서라도 폭력을 그치게 하고 싶다는 망상까지 품는 등, 피해자에 대하여 형제지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 로 깊은 감정적 앙금을 쌓아왔다. 더구나 피고인의 부친은 자녀들의 잘못을 대화로 바 로잡기보다 몽둥이나 손바닥으로 엄하게 체벌하는 등 안이한 대증( 對症)적 방법으로 일관하였고, 모친 또한 어려운 경제 형편으로 생업에 전념하느라 자녀들을 세심히 돌 볼 겨를이 없었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폭력에 더욱 극단적인 선택으로 맞서는 방 법밖에 대안이 없다는 그릇된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소년의 인격은 심신의 발육에 따르는 특수한 정신적 동요 상태에서 벗어나 점차 성 숙해 가는 도상에 있으므로 우리 형법은 범행 당시의 나이에 따라 형사책임의 유무 및 정도를 정하고 있는바, 형사책임무능력자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 15세의 소 년인 피고인에게 그가 저지른 범죄행위의 결과만을 문제 삼아 무거운 형을 부과한다 면 , 그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모든 희망과 의지마저 포기하게 함으로써 교화와 개선을 통하여 범죄자를 사회의 정상적이고 건전한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행형의 다른 측면을 외면하는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인격의 개선가능성을 염두에 둔 소년법의 정신 에도 어긋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 .

이에 더하여, 피고인이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 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적은 없는 점, 앞서 본 바처럼 범행의 동기나 내용에 비추어 순간적인 분노를 못 이겨 어느 정도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서 살인의 확정적 범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 점, 자신의 잘 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점, 특히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큰 점, 이 사건 범행 으로 장남인 피해자를 평생 가슴에 묻고 피고인마저 상당 기간 보호할 수 없게 될 부 모들은 물론 주변의 친족 · 지인들이 한결같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며 선도를 굳게 다짐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학교까지 그만둔 어린 피고인이 평생 이겨내야 할 정신적 고통이 상당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향후 교정 과정에서 교화 · 개선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담아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준보 (재판장)

유아람

유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