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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19.12.19. 선고 2019노107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사건

2019노1075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

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최정민(기소), 정종헌(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용섭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19. 4. 3. 선고 2018고단3340 판결

판결선고

2019. 12. 19.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해차량을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과실이 없다.

2) 피고인은 사고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여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

3) 사고 당시의 충격이 경미하여 피해자가 치료를 요할 정도의 상해를 입지 않았다.

4) 사고 현장에 비산물이 발생하지 않아 피고인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의 과실이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비록 피해차량을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가 차선변경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고, 피고인의 차량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지 아니한 채 진입한 잘못은 있으나, 이 사건 사고 직전에 피해차량의 대리운전 기사가 차선변경을 하면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 피해차량의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었고, 대리운전 기사는 급격하게 차선변경을 한 것이 아니라 완만하게 차선을 변경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차량의 뒤쪽에 있던 피고인이 정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하고 있었다면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감속하지 않은 채 피해차량을 피하여 진행하려다가 조향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여 피해차량의 좌측 뒷부분을 피고인 차량의 우측 앞부분으로 충격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당해 차량의 운전자'에 해당하는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달리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도주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가 상해를 입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에 정한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와 그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되,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사고를 야기한 자에게 응급적인 수습책임을 부여하고 있음에 비추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측에서 구호조치가 불필요함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였다거나 기타 응급적인 조치가 필요 없다는 사정이 사고 직후의 시점에서 객관적이고 명확히 드러나야 할 것이고, 단지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고 외관에 상처가 없었으며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사후에 판명되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가벼이 그러한 필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5525 판결,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도29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1317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4도21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서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차량으로 전달된 충격력과 탑승자에게 발생한 관성력은 경미한 수준으로 보이며, 이 충격력과 관성력으로 인해 발생된 탑승자의 운동변화(굽힘/젖침 등)가 '건강한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상해발생 기준값)'보다는 낮아 보임. 동 이유로, 충격력과 관성력이 '탑승자에게 현저한 운동변화 및 이로 인한 상해발생'을 초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기재하면서도 "본 사고로 인해 탑승자에게 경미한 수준의 일시적인 불편함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있음."이라고 판정한 점, ②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차량의 충격으로 인하여 피해 차량이 흔들리는 장면이 육안으로도 확인되는 점, ③ 피해자 E를 진단한 K정형외과의 의사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게 2018. 3. 16.부터 2018. 3. 19.까지 입원치료를 하면서 물리치료, 약물치료를 하였고, 2018. 3. 20.에는 통원치료를 받았으며, 당시 환자의 상태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약간의 지장이 있는 정도라고 회신한 점, ④ 피해자 E의 직업, 연령, 성별, 건강상태, 진술내용 등에 비추어 위 피해자가 실제로 상해를 입지 않아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었음에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달리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사고 후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사고 내용과 피해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채 사고 후 즉시 차량을 운전하여 현장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도주의 운전 자체는 물론 이를 제지하거나 뒤쫓아 갈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자의 추격 운전으로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사고로 인하여 피해 차량이 경미한 물적 피해를 입은 데 그치고 파편물이 도로 위에 흩어지지 않았더라도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346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1057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도1565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서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피해차량을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가 실제로 피고인을 추격하지는 않았지만 사고 내용이나 피해 정도, 가해자인 피고인의 행태 등에 비추어 피고인을 추격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경찰관 등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도주함으로써 피고인의 도주 운전 자체는 물론 이를 제지하거나 뒤쫓는 피해자의 추격 운전으로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될 수 있었다. 교통사고로 파편물이 도로 위에 흩어지지 않았고 피해자가 실제 피고인을 추격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은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다.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달리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①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차량은 좌측 뒷부분의 범퍼 도장이 벗겨지고 범퍼 아래쪽에 금이 갈 정도로 손괴되었으며(증거기록 9면, 원심 증인 C의 법정진술), 피고인 차량도 도장이 벗겨지고 앞 범퍼가 벌어질 정도로 손괴되었다.

② 피해자는 요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고 4일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1일간 통원치료를 받았다.

③ 피고인은 검찰 조사 당시 직장 후배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잔을 마셨다고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후 정차하지 않고 곧바로 현장을 이탈하였고, 피해자나 피해차량을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는 가해차량의 번호도 확인하지 못하였다.

⑤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야간이었고 사고현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3.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이다. 그런데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 하에서 존중되는 제1심의 양형에 관한 고유한 영역과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을 감안하면,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함이 상당하다. 그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1심의 양형판단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의 양형에 관한 제반 정상을 충분히 참작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형을 정하였고, 당심에서 새롭게 고려할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병찬

판사 백승준

판사 김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