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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41687 판결

[소유권보존등기말소][미간행]

판시사항

국가 등이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토지에 관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9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영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부동산의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 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선의로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할 것이나 (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이 6·25 전란으로 소실되었거나 기타의 사유로 존재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적공부 등에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따로 있음을 알면서 그 토지를 점유하여 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 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 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토지를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토지에 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다3354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토지는 늦어도 1915. 4. 13.경부터 도로에 편입되어 마을 도로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 토지의 점유 주체가 피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조선총독부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사 이 사건 토지의 점유 주체가 조선총독부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가 도로에 편입된 경위와 시기, 도로 이용 상황, 보상이나 기부채납에 관련된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조선총독부는 이 사건 토지를 적법한 취득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이를 무단점유한 것이라 할 것이고, 조선총독부의 점유를 승계한 피고의 점유 역시 무단점유이므로, 피고의 점유에 대한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졌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점유취득시효 및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토지조사사업 당시인 1911년 9월경 작성된 측량원도에는 경기 수원군 음덕면 남양리 1267 전 1,548평(이하 ‘분할 전 토지’라 한다)이 한 필지로 표시되어 있었던 사실, 그런데 위 측량원도에 1915. 4. 13.자로 추가 기재된 이동지측도(이동지측도)에는 분할 전 토지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도로’(이 부분이 바로 이 사건 토지이다)가 표시되면서 분할 전 토지가 ‘1267-1 전’과 ‘1267-2 전’의 2필지로 분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토지에는 별도의 지번을 부여하지 않고 그 일대의 도로 부분과 연결시켜 한 필지로 표기되어 있는 사실, 그 무렵의 조선총독부령인 토지대장규칙, 조선총독부 훈령인 지세사무취급수속(지세사무취급수속) 등에서 도로로 지목이 변환된 토지에 대하여는 토지대장에서 이를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토지는 도로로 편입된 무렵부터 당시의 수원군과 화성군 서신면을 연결하는 도로로서 일반 공중의 통행로로 제공되어 오다가 이 사건 토지 일대의 도로가 1967. 12. 22. 경기도지사에 의하여 지방도 306호로 노선 변경 인가되었고, 1977. 1. 27. 경기도고시 제11호에 의하여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 지방도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 분할 전 토지 일대 지역은 6·25 전란으로 인하여 지적공부와 등기부가 멸실된 곳인데 1955. 6. 10. 분할 전 토지의 일부인 이 사건 토지가 원지번이 아닌 경기 화성군 남양면 남양리 1870 도로 9,440평에 포함되어 구 토지대장이 복구되면서 피고가 소유자로 등재된 사실, 위 남양리 1870 도로 9,440평은 면적이 31,207㎡로 환산된 다음 1981. 2. 9. 피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사실, 그 후 위 토지는 행정구역 명칭변경과 분할절차를 거쳐 2004. 12. 14. 화성시 남양동 1870 도로 28,615㎡가 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토지는 국가에 의하여 도로로 점유·관리되어 온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그동안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따로 있음을 알면서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해 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토지를 피고가 점유하게 된 경위나 점유의 용도 등을 감안할 때 1915. 4. 13.경 이 사건 토지가 분할 전 토지에서 분할되어 도로로 편입될 당시 국가가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에 따라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을 쉽사리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점유가 애초 무단점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비록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다고 볼 수 없다거나 그 점유 개시 당시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적법한 취득절차를 밟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점유가 무단점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의 자주점유 추정이 깨어졌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취득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자주점유 추정의 번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