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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다21918, 21925 판결

[중재판정에의한집행·중재판정취소][공1998.4.15.(56),979]

판시사항

[1]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4호 후단 소정의 '중재판정에 이유를 붙이지 아니한 때'의 의미 및 그 이유의 기재 정도

[2] 중재판정 이유에서 계약 당사자를 회사의 대표이사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표시한 후 법률판단 부분에서는 그 법률효과가 회사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판시한 중재판정에 취소사유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4호 후단의 '중재판정에 이유를 붙이지 아니한 때'란 전혀 이유의 기재가 없거나 있더라도 불명료하여 중재판정이 어떠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판단에 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와 이유가 모순인 경우를 말하지만, 중재판정에 붙여야 할 이유는 당해 사건의 전제로 되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명확하고 상세한 판단을 나타낼 것까지는 요구되지 않고 중재인이 어떻게 하여 판단에 이른 것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의 기재가 있으면 충분하다.

[2] 중재판정부가 중재판정 이유에서 합의 약정의 당사자를 '갑 회사의 대표이사 을'로 기재하여야 할 것을 '을'로만 기재하고 그 법률판단 부분에서는 위 합의에 의한 법률효과가 '을'이 아닌 '갑 회사'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판시한 경우, 그 기재상의 잘못은 인정되나 나머지 중재판정 이유를 살펴볼 때 중재판정부가 '갑 회사의 대표이사 을'로 표현할 의사를 가지고서 실수로 '을'로만 표현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그 중재판정서만으로도 중재인이 어떻게 하여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른 것인지를 알 수 있어서, 그 중재판정에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4호 후단의 취소사유가 없다고 본 사례.

원고(반소피고),상고인

금정기업 주식회사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웅 외 4인)

피고(반소원고),피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성규)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금정기업 주식회사(반소피고)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문화물산 주식회사(반소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 문화물산 주식회사(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같은 원고(반소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중재판정서가 1990. 1. 31.자 제3차 합의서의 요지를 설명함에 있어서 계약 당사자를 '신청인 금정기업 주식회사 대표이사 소외인'으로 하지 않고 '소외인'이라고만 한 후, 법률판단 부분에서는 위 합의에 의한 법률효과가 자연인 '소외인'이 아닌 이 사건 원고 금정기업 주식회사(반소피고, 이하 원고 금정기업이라 한다)를 뜻하는 '신청인'에게 발생하는 것처럼 판시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이 사건 금원이 자연인 '소외인'이 아닌 원고 금정기업에게 귀속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불명료하여 중재판정이 어떠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판단에 기인하고 있는가를 알 수 없거나 이유가 모순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원고 금정기업에 대하여는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4호 후단의 중재판정 취소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4호 후단의 '중재판정에 이유를 붙이지 아니한 때'란 전혀 이유의 기재가 없거나 있더라도 불명료하여 중재판정이 어떠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판단에 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와 이유가 모순인 경우를 말하지만, 중재판정에 붙여야 할 이유는 당해 사건의 전제로 되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명확하고 상세한 판단을 나타낼 것까지는 요구되지 않고 중재인이 어떻게 하여 판단에 이른 것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의 기재가 있으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당원 1989. 6. 13. 선고 88다카183, 184 판결 참조).

이와 같은 관점에서 위 중재판정의 이유를 살펴보면, 중재판정부가 위 제3차 합의의 내용을 설명함에 있어서 당사자를 원고 금정기업의 대표이사 소외인으로 기재하여야 할 것을 '소외인'으로만 기재하는 잘못을 범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위 3차 합의서에 관한 설명 전후의 나머지 중재판정 이유를 살펴보면, 중재판정부가 원고 금정기업의 대표이사 소외인을 표현할 의사를 가지고서 실수로 '소외인'으로만 표현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위 중재판정서만으로도 중재인이 어떻게 하여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른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할 것이어서, 중재판정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취소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2. 제2점에 대하여

이 사건 중재판정의 이유에 의하면, 중재신청인들 중 이 사건 원고 문화물산 주식회사(반소피고, 이하 원고 문화물산이라 한다)가 어떠한 근거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에 대하여 금 2,000,000,000원의 반환청구권을 갖는지 그 이유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아니하므로, 중재판정 중 원고 문화물산에 대한 부분은 전혀 이유의 기재가 없어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4호 후단이 정한 취소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중재판정부가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과 1990. 1. 31.자 제3차 합의약정이 해제되었다고 판단한 이상, 원고 금정기업은 그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원고 문화물산의 자본금을 회수하고 원고 문화물산을 합작투자계약 이전의 상태로 환원함으로써 합작투자계약 체결 이전과 마찬가지로 피고가 대주주로서 경영지배권을 갖는 회사로 되돌려 놓거나, 만약 원고 문화물산을 피고에게 환원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원고 문화물산을 계속하여 원고 금정기업의 지배 아래에 둘 수밖에 없다면 원고 문화물산이 가진 이 사건 서원곡유원지 개발사업권을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인데, 중재판정부는 피고가 원고 문화물산의 이러한 원상회복의무를 동시이행의 항변으로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아니하였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중재판정에는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5호,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9호 소정의 '판정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유탈한 때'에 해당하는 중재판정 취소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 금정기업과 피고는 피고가 대주주 및 대표이사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고 서원곡유원지 개발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원고 문화물산에 대하여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합작투자계약의 주된 내용은 원고 문화물산이 위 유원지 개발사업을 수행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원고 금정기업이 원고 문화물산에 출자를 하되 그 방법으로 원고 문화물산의 자본금을 대폭 증자하여 원고 금정기업과 피고의 주식비율이 9:1이 되도록 한다는 것 및 원고 문화물산의 이사진을 개편하여 새로 대주주가 될 원고 금정기업이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 등인바, 그 합작투자계약서 제20조 제1항은 당사자 일방이 일정한 기간 동안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합작투자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2항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당해 귀책 당사자는 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정하는 조건에 의거 상대방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양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합작투자계약은 설령 원고 금정기업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라도 자본을 감소하여 원고 문화물산을 합작투자계약 이전의 상태로 환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자본감소의 방법에 의하여 원고 문화물산을 본래의 자본금과 경영진을 가진 상태로 원상회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또한 위 합작투자계약서 제20조 제2항은 어느 쪽이든 귀책 당사자가 원고 문화물산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유원지 개발사업권은 여전히 원고 문화물산이 계속하여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원상회복으로 유원지사업권이 원고 문화물산에서 피고에게 양도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도시계획사업인 유원지 개발사업이 사인간에 임의로 양도될 수 있다고 보여지지도 아니한다). 결국 합작투자계약서 제20조 제2항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사업권을 가진 원고 문화물산을 여전히 원고 금정기업이 지배하기로 하는 약정이라 할 것인바, 그렇다면 원고 금정기업이 그러한 사업권을 갖는 원고 문화물산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대가로 피고에게 상당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역시 합작투자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다만 원고 금정기업으로서는 자기가 주장하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재판정부가 피고에게 피고가 지급받은 경영권의 대가(사업지구 안에 있는 피고의 토지 및 수목의 대가와 합쳐져 있음)를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명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잘못은 피고가 주장한 동시이행의 항변을 판단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중재판정부가 합작투자계약서의 해석을 그르친 데 연유한 것이고, 피고가 한 원상회복의무 상호간의 동시이행의 항변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유가 없으므로, 결국 중재판정부가 피고의 위 동시이행의 항변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판단유탈은 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중재판정부의 위와 같은 판단유탈이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과 중재판정 취소사유로서의 판단유탈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제4점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는 원심이 판결의 결론과 상관없이 방론으로 설시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것으로서, 설령 원심의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원심판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원고 금정기업에 대한 부분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금정기업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문화물산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며, 상고가 기각된 부분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4.24.선고 96나31453
-서울고등법원 1999.1.21.선고 98나18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