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11하,1295]
국회의원 갑이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의를 하던 중 ‘국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을 회사의 대표이사 병이 대통령 영부인, 민정수석을 통해 을 회사 임원들에게 대표이사 연임 로비를 하여 결국 연임되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안에서, 위 발언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내에 있으므로 갑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국회의원 갑이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의를 하던 중 ‘국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을 회사의 대표이사 병이 대통령 영부인, 민정수석을 통해 을 회사 임원들에게 대표이사 연임 로비를 하여 결국 연임되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안에서, 위 발언은 을 회사와 병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하나,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라고 볼 수는 없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내에 있으므로, 갑에게 위 발언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에이펙스 담당변호사 안종택 외 1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래 담당변호사 박현석 외 1인)
2011. 6. 30.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에게 200,000,000원, 원고 2에게 10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0. 1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 2는 2006. 3. 7. 원고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가, 임기가 만료된 후인 2009. 3. 13. 다시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람이고, 피고는 민주당 소속 제18대 국회의원이다.
나. 원고 2의 연임 로비에 대한 의혹 제기
1) 2010. 7.경부터 국내 언론사들은 원고 2가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연임을 위하여 ○○○○ 회장 소외 1을 통해 정치권에 로비를 하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취지의 보도를 해 오고 있었고, 피고 또한 원고 2의 연임 로비 가능성에 대하여 이 무렵부터 의혹을 제기해 오고 있었다.
2) 그러한 와중에 민주당 소속 제18대 국회의원인 소외 2는 2010. 10. 19. 원고 회사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은행장 소외 3에게 원고 회사의 방만한 경영과 이에 대한 부실한 감독 실태에 관하여 질문을 하는 도중, ‘ 원고 2가 원고 회사의 협력업체인 소외 4 주식회사를 통하여 소외 1에게 뇌물을 제공하였고, 소외 1이 그 대가로 한국산업은행 등에 연임로비를 하여 원고 2가 연임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과정에서 대통령 영부인이 원고 2에 대한 연임을 소외 5 민정수석에게 요청하고, 소외 5가 2009. 2.경 소외 3 은행장을 만나 원고 2의 연임을 부탁하였다는 제보가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하여 앞으로 사실관계를 더 확인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다. 피고의 대정부질의 중 발언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는 2010. 11. 1. 제294회 정기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법무부장관 소외 6을 상대로 하여 대정부질의를 하면서, 별지에 기재된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밑줄 친 부분은 원고들이 이 사건 발언 내용 중 핵심적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을 하였고, 그 발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9. 1. 19.경 대통령의 처남 소외 망 소외 7이 골프를 치다가 쓰러져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 원고 2는 소외 7의 부인을 통하여 대통령 영부인의 병문안 일정을 알아내어 자신의 부인과 함께 병실에서 영부인을 만났다. 원고 2의 부인은 그해 2월 초 대통령의 동서 소외 8을 통하여 청와대에 들어가 영부인에게 원고 2의 연임 청탁을 하고, 그 과정에서 1,000달러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수표 묶음을 영부인과 소외 8에게 차례로 전달하였다. 영부인은 그달 10일경 당시 민정수석에게 원고 2의 연임을 챙겨보라고 하였고, 민정수석이 소외 3 한국산업은행 은행장을 만나 그 뜻을 전했다. 원고 2 연임 로비 사건은 영부인이 몸통인데 그 꼬리를 자르려고 검찰이 ○○○○여행사 소외 1 회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어 그의 개인비리로 몰아가고 있다. |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7,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1, 3, 4, 5,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의 1,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도 공연히 그와 같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이는 국회의원으로서 갖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민법 제750조 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발언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발언은 원고 2가 대통령 영부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하여 원고 회사의 임원들에게 대표이사 연임을 위한 로비를 하여 결국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하였다는 내용이다.
위와 같은 사실의 적시가 원고 2 개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위와 같이 적시된 사실은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원고 회사의 윤리성, 자금 집행의 투명성에 관한 불신을 불러일으켜 원고 회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족한 것이므로, 이 사건 발언은 원고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에도 해당한다.
나. 이 사건 발언이 면책특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인지 여부
1) 면책특권의 범위
헌법 제45조 에서는 “국회의원은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러한 면책특권의 목적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비록 발언 내용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 이상 이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 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5다57752 판결 참조).
2) 이 사건 발언의 직무 관련성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의를 하던 중 당시 제기되어 있던 원고 2의 대표이사 연임을 위한 로비 의혹과 관련하여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던 것이므로, 이 사건 발언이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발언의 허위성 및 피고의 허위성 인식 여부
가) 원고들은 이 사건 발언이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갑 제2호증의 3,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의 1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아래 적시하는 외에 원고들이 들고 있는 근거는,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거나 이 사건 발언 중 핵심 부분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아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① 이 사건 발언 후 소외 3 은행장은 2009. 2.경 소외 5 민정수석을 한두 차례 만난 사실은 있지만, 원고 2의 연임에 관하여는 전혀 얘기를 나눈 바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청와대 또한 대통령 영부인과 관련한 피고의 주장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였다.
② 피고가 이 사건 발언에서 원고 2의 연임을 위한 사례금으로 대통령 영부인 등에게 전달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발행 액면 1,000달러짜리 여행자수표는 2009. 1.까지만 발행되고 그 이후에는 발행되지 않았다.
③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10. 9. 소외 4 주식회사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외 4 주식회사가 조성한 비자금은 위 회사가 직접 사용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원고 2의 리베이트 수수, 비자금 조성과 연임로비의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하였다.
④ 피고는 2010. 7.경에는 원고 2가 ○○○○의 소외 1 회장을 통하여 연임 로비를 하였다고 주장하다가, 이 사건 발언 무렵에 소외 1이 아니라 대통령 영부인을 통하여 연임 로비를 하였다는 것으로 그 주장 내용을 바꾸었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들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근거만으로는 이 사건 발언이 허위임이 입증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발언이 허위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① 대통령 영부인과 소외 3 한국산업은행장이 이 사건 발언에 적시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였더라도, 이들이 이 사건 발언에서 사건의 핵심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이상 이들의 반박 내용이 이 사건 발언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된다고 할 수 없다.
②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발행 액면 1,000달러짜리 여행자수표가 2009. 1. 이후 더 이상 발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그 이전에 발행된 여행자수표가 이 사건 발언에서 적시된 로비 행위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③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위와 같은 발표는 소외 4 주식회사가 조성한 비자금 수사와 관련하여 원고 2의 비자금 조성, 연임 로비, 리베이트 수수 등의 혐의점을 찾지 못하였다는 것에 국한되는 것일 뿐이고, 검찰이 원고 2의 연임 로비 의혹에 관하여 집중적이고 망라적인 수사를 한 후에 연임 로비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것은 아니었다.
④ 피고가 원고 2의 연임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도중에 로비의 태양에 관하여 그 주장을 바꾸었다 하더라도, 유력한 제보자의 등장, 관련 자료의 취득 등 사정의 변경에 따라 주장을 바꾸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 설령 이 사건 발언이 앞서 원고들이 들고 있는 근거들에 의하여 허위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뿐만 아니라, 2010. 7.경부터 국내의 다수의 언론사들은 참여정부 시절에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던 원고 2가 정권 교체 후에도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하였다는 점 등에 주목하여 연임을 위한 로비를 해 왔을 가능성에 관하여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 왔던 점, ② 동료 국회의원인 소외 2 또한 원고 2가 대통령 영부인을 통하여 연임 로비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던 점, ③ 실제 원고 2와 대통령 영부인의 남동생인 망 소외 7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고, 원고 2가 망 소외 7을 문병하는 등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만약 원고 2가 연임을 위한 로비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가장 효과적인 경로는 대통령 영부인을 통하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경험칙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피고의 주된 목적은 이 사건 발언과 같은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을 비방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혹시 존재할 수도 있는 위와 같은 권력형 비리에 관하여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데에 있었다고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이를 적시한 것이라고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라) 한편 원고들은 2003. 3. 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등을 근거로 하여 입증책임에 관한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즉,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이때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상대방의 입증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을 갖추어야 할 것인데, 피고는 이 사건 발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불확정적이고 불특정한 시공간에서 이루어진 소문만을 근거로 원고 2가 대통령 영부인을 통하여 인사 청탁을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별도의 입증자료를 제출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하여 민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고들은, 헌법이 보장한 면책특권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회의원은 국회 대정부질의에 앞서 그 주장 사실의 진위를 검증하는 조사를 하여야 하고, 그 조사의무를 다 한 결과 그러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 수준의 소명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러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인데 피고는 그와 같은 조사의무를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판결들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른 허위사실공표죄의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허위성 및 허위성 인식의 입증 방법에 관하여 판단한 것인데, 위와 같이 의혹을 제기하는 자에게 일정한 입증의 부담을 지우는 이유는 허위사실공표죄에 있어서는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에는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어 그것이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전제에서, 후보자의 적격 검증을 위한 의혹의 제기를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2001도6138 판결 참조).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한 직무상 발언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발언 이후에 당사자에게 반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는 이상 그 명예훼손으로 당사자가 입는 타격의 정도가 선거를 앞둔 경우에 있어서만큼 중대하다고는 보기 어렵다(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원고 2와 청와대는 언론 지면을 통해 피고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할 기회를 가졌다. 갑 제2호증의 3, 4, 5의 각 기재 참조). 한편 국회의원이 수사권 등 광범위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고,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에도 한계가 있는 점, 어떠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도 행정부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와 감시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의원이 어떠한 사안에 관하여 충분한 정보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진실 여부를 밝히기 위하여 그 사실을 일단 적시하고 행정부에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때 당해 발언의 허위성이 발언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다고는 볼 수 없을 때에는 항상 그 발언 내용의 허위 여부 및 이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 여부가 소송을 통하여 사후적으로 가려지도록 한다면, 국회에서의 국회의원의 발언은 국회 외에서의 민·형사적 책임을 의식하여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타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허위사실공표죄에 있어서의 허위성 및 허위성 인식의 입증 방법에 관한 위 판례를 면책특권의 배제 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앞서 면책특권의 배제 요건과 관련하여 살펴본 대법원 2005다57752 판결 도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타인의 명예 등 보호법익과 국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이라는 법익을 형량하였을 때, 전혀 보호할 가치가 없는 국회의원의 행위가 아닌 한은 국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이 보다 중요하다는 전제에서, 허위성 및 허위성 인식에 대한 입증에 관하여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진실에 대한 입증의 부담, 의혹에 대한 사전 조사의무 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범위를 위와 같이 넓게 인정하게 되면 그것이 결과적으로 민의의 반영을 위한 국회의원의 자유와 독립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오용·남용될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피고가 국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하여 정권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스스로 검찰 수사를 위하여 확보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발언하고도 이후 아무런 자료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도 위와 같은 의혹을 제기한 이유에 대하여 최소한의 소명조차 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비난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면책특권의 오용·남용의 위험은 국회 내에서의 상호 토론과 적정한 징계절차의 발동을 통한 자율적인 자정의 노력,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의 유권자에 의한 정치적 심판을 통하여 줄여 나가야 하는 것이지, 헌법이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한 면책특권의 배제 범위를 해석에 의하여 확장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주1) .
4) 소결
결국,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은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하나,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내에 있고, 따라서 피고에게 이 사건 발언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국회 속기록: 생략 ]
주1) 이러한 점에서, 우리 헌법에 있어서의 면책특권에 대한 예외는 중상적 명예훼손행위에 대하여 헌법(독일기본법) 자체에 면책특권의 예외를 명시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보다도 더욱 신중하게 인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