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이전등기][공1996.9.15.(18),2613]
[1] 실효의 원칙의 의의 및 그 원칙의 소송법상 권리에 대한 적용 가부(적극)
[2] 부(부)가 사위판결을 받아 소유권을 넘겨간 것을 알고도 4년간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던 자(자)가 부의 그 부동산 처분 사실을 듣고 항소를 제기한 경우, 자의 항소권이 실효된 것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실효의 원칙이라 함은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 의무자인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경우에 새삼스럽게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항소권과 같은 소송법상의 권리에 대하여도 이러한 원칙은 적용될 수 있다.
[2] 부(부)가 사위판결을 받아 소유권을 넘겨간 것을 알고도 4년간 아무런 법적 조치를 위하지 않던 자(자)가 부의 그 부동산 처분 사실을 듣고 항소를 제기한 경우, 자의 항소권이 실효된 것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하)
김선행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형식)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1986년도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1심법원을 속이고 피고의 주소를 허위로 기재하여 피고에 대한 변론기일소환장 등의 소송서류를 그 허위주소로 송달되게 한 후 피고 아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권한 없이 이를 수령하게 하여, 의제자백 형식에 따른 원고 승소의 이 사건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판결정본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 피고는 1988. 10. 21.경 임시영주권으로 국내에 일시 귀국하여 약 1개월 동안 체류하였는데 당시 원고의 2남인 소외 1로부터 원고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에 기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으며 피고가 고소하면 징역을 가게 되니 양해해 달라는 말을 듣고서 이 사건 제1심판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실, 피고는 당시 원고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법률사무소에 그 구제방법을 문의하였으나 소송비용도 없고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인 원고의 이름으로 해 두었으니 설마 다른 사람에게 팔겠느냐 하는 생각에서 별다른 소송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같은 해 11. 18.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 원고, 원고의 처 소외 2, 원고의 손녀 소외 3 등 3인이 1992. 8. 12. 피고의 초청으로 미국에 있는 피고의 집에 가서 1개월간 체류하다 온 적이 있는데 그 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 내지는 원고와 피고의 동생 소외 4 등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 등을 거론하지 않았던 사실, 원고 및 위 소외 4는 피고가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등기를 넘겨 갔더라도 가족간의 일이라 용서해 준다는 취지로 믿고, 1992. 11. 5.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금 243,000,000원에 매도하고, 같은 해 11. 12.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준 사실, 피고의 동생 소외 5이 같은 해 12. 6. 미국에 있는 피고에게 원고 등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여 대금을 서로 나눠 착복하고 있다고 전화로 알려주자 피고는 1993. 1. 27.경 귀국하여 같은 해 2. 2. 이 사건 항소에 이른 사실, 그런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원고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제1심판결에 기해서 피고로부터 원고에게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모른 채 당시 등기부등본과 원고의 주민등록증 등으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임을 확인한 다음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래는 기간의 정함이 없이 항소할 수 있는 소송상의 권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장기간에 걸쳐 행사하지 않은 채 방치함으로써 원고로서는 이제는 피고가 위와 같은 소송상의 권능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 그러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인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매도하였으므로, 피고의 항소권은 신의칙상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이미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실효의 원칙이라 함은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 의무자인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경우에 새삼스럽게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624 판결 , 1994. 11. 25. 선고 94다12234 판결 , 1994. 6. 28. 선고 93다26212 판결 등 참조), 항소권과 같은 소송법상의 권리에 대하여도 이러한 원칙은 적용될 수 있다 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2. 12. 11. 선고 92다23285 판결 , 1992. 5. 26. 선고 92다3670 판결 ,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제1심판결이 있음을 알게 된 당시 원고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법률사무소에 그 구제방법을 문의하였으나 소송비용도 없고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인 원고의 이름으로 해 두었으니 설마 다른 사람에게 팔겠느냐 하는 생각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일단 피고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출국하였다는 것으로, 그 후 4년 남짓 동안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나 원고에 대한 형사고소 등을 거론한 바 없었다 하여 원고의 입장에서 피고가 더 이상 위 판결에 대한 항소권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원고 보조참가인이 원고를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권리자라고 믿고 원고로부터 이를 매수한 사정이 인정된다 하여 달리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제1심판결이 있음을 알고 나서 곧바로 원고에게 항의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 등 가족들과 사이에 불화가 생겨 가족들을 떠나 친척집에서 거주하다가 미국으로 되돌아간 사실, 원고가 1992. 8.경 미국에 거주하는 피고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에도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둘러싸고 언쟁이 있었던 사실, 원고는 그 후 얼마 되지 아니하여 피고에게는 별다른 말도 없이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매도하였고, 피고는 같은 해 12. 6.경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매도하였다는 것을 알고 나서 곧바로 귀국하여 이 사건 항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과 원고의 이 사건 변론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비록 부정한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 받았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용서하여 준 것으로 믿고서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다고 하는 원심의 사실인정 또한 쉽사리 수긍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로서는 피고가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권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 그러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으므로 피고의 항소권은 실효의 원칙에 따라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조치에는 실효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