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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32569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인한 배상청구의 경우 청구금액의 특정과 법원의 석명의무

[2] 소장의 작성·제출업무를 수임한 법무사가 의뢰인인 원고의 주소를 잘못 기재하여 법원이 소송서류 등을 발송송달하였고, 이에 따라 의뢰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선고되고 이후 그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서, 법무사가 소송수행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수임하지 않았으므로 소송의 진행상황을 확인하여 변론기일에 출석할 의무는 의뢰인에게 있고, 실제로 의뢰인이 소송기록을 열람하여 답변서에 대한 반박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등 공격·방어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의뢰인이 재판을 받을 법적 기회 자체를 완전히 상실하였다거나 소송에 제대로 응소하지 못한 것이 오로지 법무사의 잘못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무사에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최동근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는 신남동으로부터 신남동이 윤수열에 대해 갖고 있던 4천만 원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양수하였음을 이유로 윤수열을 상대로 위 양수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법무사인 피고에게 소장의 작성 및 제출업무를 위임한 사실, 그런데 피고는 소장을 작성하면서 신남동의 주소를 원고의 주소로 잘못 기재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바람에 원고는 변론기일소환장이나 소송서류 등을 제대로 송달받지 못하였으며(위 법원은 원고에 대한 변론기일소환장 등을 등기우편으로 발송송달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변론이 진행된 끝에 1심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선고되고 원고에 대한 판결정본도 발송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 원고는 뒤늦게 판결선고 사실을 알고 추완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각하되어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는 위와 같은 잘못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의 잘못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하였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재산적 손해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면서도, 위와 같은 피고의 잘못으로 인해 원고는 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적절한 공격과 방어를 할 권리 내지 기대를 현저하게 상실하게 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추인된다는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위자료 300만 원의 지급을 명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그러나 피고에게 위자료 300만 원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재산적 손해로 인한 배상청구와 정신적 손해로 인한 배상청구는 각각 소송물을 달리하는 별개의 청구이므로 소송당사자로서는 그 금액을 각각 특정하여 청구하여야 하고, 법원으로서도 그 내역을 밝혀 각 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2926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의 잘못으로 인해 양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청구로써 피고에 대하여 4천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한편, 이 사건 청구액 4천만 원중에는 재판받을 기회의 상실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 청구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고 있으나(기록 336쪽), 구체적으로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로 각각 얼마씩을 구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그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석명을 통해 원고의 청구내역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도 아니한 채 위와 같이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은 소송요건의 불비를 간과하였거나 필요한 석명의무를 다 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원심판결은 우선 이 점에서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나.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원고에 대한 답변서 및 소송안내서 등이 발송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탓에 현실적으로 이를 수령하지는 못하였지만, 2002. 1. 19. 법원에서 위 양수금 청구사건의 기록을 열람한 후 답변서에 대한 반박 준비서면을 작성하여 2002. 2. 6. 위 법원에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고는 법무사로서 원고로부터 소송수행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소장의 작성 및 제출업무만을 위임받았을 뿐이고, 소송의 진행상황을 확인하여 변론기일에 출석하거나 적절한 공격·방어를 해야 할 의무는 어디까지나 원고 자신에게 있는 점, 비록 피고가 원고의 주소를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원고가 답변서를 송달받지 못하는 등 차질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원고는 소송기록을 열람한 후 답변서에 대한 반박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등 어느 정도의 공격·방어를 하였던 만큼, 원고가 재판을 받을 기회 자체를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소송기록을 열람한 원고로서는 소장에 주소가 잘못 기재되어 있고 이 때문에 소송서류가 정상적으로 송달되지 못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보정서를 제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를 방치하는 바람에 이후 변론기일소환장이나 판결정본을 제대로 송달받지 못하게 된 것이고, 그 결과 원고 패소판결이 확정되기에 이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피고에게 원고의 주소를 잘못 기재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원고가 재판을 받을 법적 기회 자체를 완전히 상실하였다거나 위 소송에 제대로 응소를 하지 못한 것이 오로지 피고의 잘못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의 잘못으로 인해 원고가 재판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전제 아래 피고에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수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위자료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도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다만, 원고가 상고나 부대상고를 제기하지 않은 재산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환송 후 원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 둔다),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