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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28746 판결

[부인][공2003.1.1.(169),32]

판시사항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소정의 '지급의 정지'의 의미

판결요지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지급정지'라 함은 채무자가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자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외부에 표시하는 것을 말하고,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어음을 발행한 후 은행이나 어음교환소로부터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급정지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회사의 당좌거래정지처분을 알고 있었던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가 위 법 소정의 지급정지 상태에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상고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이트로닉스의 관리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김건흥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씨티리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 신 앤드 유 담당변호사 정해덕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가 압류 및 추심명령에 기하여 변제받은 금 844,274,120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

가. 주식회사 이트로닉스(변경 전 상호 해태전자 주식회사, 이하 '해태전자'라 한다)는 1997. 후반기에 이르러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어 1997. 11. 1. 서울지방법원에 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1997. 11. 3. 조흥은행의 당좌 약속어음 부도로 1997. 11. 4. 서울 어음교환소에서, 1997. 11. 6. 인천 어음교환소에서 각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았으며, 그 후 해태전자에 대한 금융기관채권자들로 결성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의 협의 끝에 채권단으로부터 변제기를 유예받고 추가자금을 지원받는 등의 기업구조개선작업을 통해 회사갱생을 도모하기로 하고, 1997. 11. 29. 위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취하하였다.

나. 해태전자의 부도,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 및 그 취하 사실은 그 무렵 중앙일간지, 방송 등을 통해 보도되었고, 1997. 12. 2.경에는 "해태의 채권은행단이 해태에 대한 당좌거래 재개, 추가 자금지원 등 해태정상화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신문을 통하여 보도되었다.

다. 해태전자는 1997. 11. 29.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취하한 이후부터 아래와 같이 다시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할 때까지 기존의 거래처로부터 부품 등을 납품받거나 제조한 물건을 판매하는 등의 거래를 하였고, 그 대금은 현금이나 어음(거래처로부터 대금결제조로 교부받은 어음) 등으로 결제하였다.

라. 피고는 그 판시와 같은 해태전자와의 리스계약에 기하여 해태전자와 그 연대보증인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98가합60854호로 리스계약상의 채무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1999. 1. 29. "해태전자 등은 연대하여 피고에게 금 722,722,69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고, 그 후 집행력 있는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해태전자가 제3채무자인 주식회사 엔씨테크놀로지(이하 '엔씨테크놀로지'라고 한다)에 대하여 가지는 물품대금 청구 채권 중 금 844,274,120원의 청구채권에 관하여 1999. 2. 26. 이 법원 99타기1462호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으며 위 명령은 그 무렵 엔씨테크놀로지에게 송달되었고, 1999. 3. 31. 위 추심명령에 따라 엔씨테크놀로지로부터 금 844,274,120원을 추심하여 이를 위 확정판결에 기한 채무변제에 충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변제'라고 한다).

마. 그 후 해태전자에 대한 채권자들 사이에서 해태전자 처리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해태전자는 1999. 11. 30. 서울지방법원에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다시 하게 되었고, 위 법원은 2000. 2. 10. 해태전자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하였다(기록에 의하면, 해태전자에 대하여 1997. 11. 4. 당좌거래정지처분이 있은 후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이 있기까지 그 정지처분이 해제된 바 없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변제는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의 부인사유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해태전자는 어음교환소로부터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은 때 이후에 지급정지 상태에 있었고, 또한 피고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서 업무성격상 해태전자의 부도와 당좌거래정지처분 사실을 알았음을 인정하고 나서, 해태전자가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한 지 28일만에 위 개시신청을 취하한 점, 위 개시신청이 취하된 이후 "해태의 채권은행단이 해태에 대한 당좌거래 재개, 추가자금지원 등 해태정상화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신문을 통하여 보도된 점,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은 후에도 기존의 거래처 등과 계속하여 거래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변제를 받을 당시 해태전자의 당좌거래정지를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의 지급정지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 또는 그 정리채권자 등을 해하는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변제 당시에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 상태에 있었고 그러한 사정을 피고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해태전자가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의 지급정지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피고가 알았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지급정지'라 함은 채무자가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자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적, 묵시적으로 외부에 표시하는 것을 말하고 (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0다63554 판결 참조),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어음을 발행한 후 은행이나 어음교환소로부터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급정지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회사의 당좌거래정지처분을 알고 있었던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가 위 법 소정의 지급정지 상태에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기록에 의하면, 해태전자의 당좌어음 부도가 난 1997. 11. 4.을 전후하여 해태전자가 소속된 해태그룹의 주요 계열회사들은 자금사정 악화로 인하여 각기 화의신청,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 신청 등의 절차를 밟았다가 그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자금지원을 약속받고 각기 회사정리절차의 신청 등을 철회한 사실, 해태그룹의 채권자인 종합금융회사들과 은행들은 1997. 11. 6. 이후 해태그룹이 적절한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해태그룹에게 합계 금 2,000억 원 정도의 자금지원을 하고 1998. 말까지 해태그룹에 대한 여신 회수를 자제키로 하는 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채권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해태그룹의 자금상황과 자구계획 내용이 회생을 확신할 만한 내용으로서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자금지원의 결의를 연기하였고, 이와 같은 해태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의 협조융자에 관한 사항과 그 결의 지연은 언론을 통하여 수시로 보도가 되었으며, 결국 1998. 6. 18. 은행권과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하여 해태전자를 포함한 해태그룹의 일부 기업들은 부실기업으로서 자금지원에 의한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내려지게 되어 위 협조융자안이 종국적으로 무산된 사실, 이후에도 금융기관간의 사적화의 또는 워크아웃방식(기업개선작업)으로 해태전자에 대한 기업회생이 시도되었으나 성사되지 못하고 끝내 자금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 해태전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결과 당좌거래정지 이후 회사의 자금운영은 기존의 채무를 변제함이 없이 추가로 이루어지는 거래에 대한 물품대금의 지급을 현금과 제3자로부터 받은 어음으로 결제하는 등 극히 제한적이었고,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변제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 어음교환소에 대한 당좌거래정지도 해소하지 못한 사실, 한편 피고는 1998. 6. 30. 해태전자에 대한 위 리스계약상의 채무 연대보증인인 소외인에게 해태전자의 경영 악화와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유지 곤란으로 리스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사실을 통보함과 함께 리스계약상의 채무변제를 최고하는 내용의 보증채무 이행최고를 하였고, 해태전자에 대한 기업구조개선작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구성원으로서 1998. 8. 27., 1998. 10. 20. 각각 열린 해태전자에 대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표결에 참가하는 등 해태전자의 기업구조개선작업과 퇴출, 법정관리에 이르는 과정에 직접 관여한 사실,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 근거하여 은행권 및 제2 금융권은 전국적인 온라인망을 구축하여 '업권별 신용정보 교환 및 관리규약'에 따라 거래처별 신용거래정보 및 신용불량정보를 전산망에 등록하고 등록된 신용거래정보 및 신용불량정보는 전산망을 통해 전국 모든 업권의 금융기관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정한 물적 금융을 취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인 피고 역시 위와 같은 신용정보 전산시스템(공동전산망)을 통해 각종의 신용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더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변제 당시에 해태전자의 당좌거래정지 사실은 물론이고 실질적으로도 해태전자가 자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변제기가 도래한 채무를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원심이 해태전자의 지급정지 상태에 관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근거로서 들고 있는 간접사실들은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기존의 채무를 변제할 만한 자력을 회복하였다는 사정들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와 같은 피고의 주관적인 인식에 관하여 달리 볼 만한 사정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채무변제를 받을 당시에 해태전자의 지급정지 상태에 관한 사실 또는 그 변제가 정리채권자 등을 해하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거기에는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의 '지급의 정지 등이 있는 것 또는 정리채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고 있은 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가 압류 및 추심명령에 기하여 변제받은 금 844,274,120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손지열(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5.1.선고 2001나53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