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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4. 15.자 2010마1447 결정

[선박경매개시결정에대한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변제자의 임의대위를 위한 ‘채권자의 승낙’의 판단 기준 및 이때 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요건

[2] 갑 해운회사가 을 회사 등과 선박을 이용한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선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로 인하여 선박 운행이 어려워지자, 선장 병이 화주인 을 회사 등에 선원의 급여를 출항 전에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교부하여 을 회사 등이 이를 지급하였고, 이후 갑 회사는 을 회사 등에 ‘귀 법인에서 체불임금 등을 대위변제하여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시면 이후 대위변제한 금액에 대하여 책임지고 지급할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작성해 준 사안에서, 적어도 임금채권 채권자인 선원들은 임금을 을 회사 등이 변제한 후 선원들을 대위하는 것을 승낙하였다고 추단되고, 채무자인 갑 회사는 사전에는 선장을 통하여, 사후에는 직접 각각 위 대위변제금을 변제하겠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을 회사 등의 변제자대위에 대하여 승낙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선박 소유자인 정 회사는 한국인 선원의 임금채권에 관하여 을 회사 등과 양립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채권자, 재항고인

협진해운 주식회사 외 9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청 담당변호사 김선국 외 1인)

채무자, 상대방

외환캐피탈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4인)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본다.

1. 채무자를 위하여 변제한 자는 변제와 동시에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는바( 민법 제480조 제1항 ), 여기에서 채권자의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가 없고, 변제의 동기 내지 이유와 그 과정, 변제받음에 있어 채권자가 보인 태도, 변제 후의 사정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그 승낙이 있은 것으로 추단될 수 있으면 된다 .

그리고 이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 내지 대위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이나( 민법 제480조 제2항 , 제450조 제1항 ), 그 채무자의 승낙은 법률행위의 일반원칙에 따라 대리인이 대리할 수 있다. 또한 그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민법 제480조 제1항 , 제450조 제2항 ), 그 제3자는 대위변제의 목적인 채권 그 자체에 관하여 대위변제자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에 있는 자만을 가리킨다 ( 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다2116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선박은 상대방의 소유로서 총톤수는 6364톤이고, 국적은 대한민국, 선적항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이다. 채무자는 이 사건 선박을 2008. 4. 2. 브라이트해운 주식회사(이하 ‘임차회사’라고 한다)에게 시설대여(리스)하였는데, 이 사건 선박의 운행에 필요한 선원의 임명, 지휘 및 감독에 대한 책임은 임차회사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 임차회사는 재항고인들과 이 사건 선박을 이용한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선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의 운행이 어려워지자, 이 사건 선박의 선장 신청외인은 2009. 9. 14. 화주인 재항고인들에게 한국인선원의 45일 분 급여를 인천 출항 전에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 교부하였다. 이에 따라 재항고인들은 2009. 9. 16. 이 사건 선박의 한국인 선원들의 임금과 건강보험료 등으로 총 49,523,337원(미화 41,283.60달러)을 선원관리회사인 범진해운 주식회사를 통하여 각 선원들의 계좌로 입금하여 지급하였다. 재항고인들이 외국인 선원의 임금으로 지급하였다는 미화 25,475달러는 재항고인들이 제출한 자료들에 비추어 외국인 선원의 임금이 아니라 선장에 대한 선급금으로 보인다. 임차회사는 2009. 9. 17.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선박 선원들이 임금체불로 인하여 운항을 하지 않으려고 하므로 이 선박에 적재된 화물의 화주인 귀 법인에서 위 선원들의 체불임금 등을 대위변제하여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시면 이후 귀 법인에서 대위변제한 금액에 대하여 책임지고 지급할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적어도 임금채권의 채권자인 이 사건 선박의 한국인선원들은 그 임금을 재항고인들이 변제하고 그 선원들을 대위하는 것을 승낙하였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그리고 채무자인 임차회사는 사전에는 그 대리인인 선장을 통하여, 사후에 는 본인이 직접 각각 위 대위변제금을 변제하겠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재항고인들의 변제자대위에 대하여 승낙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경우에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상대방은 한국인 선원의 임금채권에 관하여 재항고인들과 양립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재항고인들은 이 사건 선박의 한국인선원들의 임금채권을 변제한 자로서, 그 임금채권의 변제기가 이미 도래한 것이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선원들을 대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우선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재항고인들의 이 사건 임의경매신청은 적법하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제대로 가려보지 아니한 채 재항고인들이 변제자의 임의대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속단한 나머지 재항고인들의 이 사건 임의경매신청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결정에는 변제자의 임의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에 관한 재항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민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