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청구등·부당이득금반환][공2019상,364]
[1] 계약의 합의해지의 의의 및 요건 / 계약의 합의해지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합의해지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2]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으나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이고 위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이 없는 경우,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계약 당시 당사자 일방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이행보증금이 상대방에게 귀속된다고 정한 경우, 계약이행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 위 계약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채무불이행과 별도의 행위를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하여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이 성립한 경우, 그 손해가 예정액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및 계약 당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예정한 것은 손해를 발생시킨 원인행위의 법적 성격과 상관없이 위 예정액에 포함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1] 계약의 합의해지는 계속적 채권채무관계에서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 계약의 합의해지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당사자 쌍방이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한다.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하므로 계약당사자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2]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더라도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경우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고, 이 경우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계약 당시 일방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이행보증금이 상대방에게 귀속된다고 정한 경우 계약이행보증금은 위약금으로서 민법 제398조 제4항 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손해가 예정액에 포함된다. 그 계약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채무불이행과 별도의 행위를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하여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이 성립한 경우 그 손해는 예정액에서 제외되지만, 계약 당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예정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를 발생시킨 원인행위의 법적 성격과 상관없이 그 손해는 예정액에 포함되므로 예정액과 별도로 배상 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1] 민법 제105조 , 제543조 [2] 민법 제105조 , 제543조 [3] 민법 제398조 제4항
[1][2]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다17093 판결 (공1994하, 2640) [1]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43044 판결 (공1996상, 1103)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다43499 판결 (공1998상, 5700)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70884 판결 (공2000상, 952)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다1477 판결 [2]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다11506 판결 [3]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48033 판결 (공1999상, 297)
주식회사 전홍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양소라 외 1인)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노재관 외 4인)
원심판결의 반소청구 중 매체사용료 청구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의 상고와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입찰절차를 통하여 2012. 12. 20.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와 계약기간을 2013. 1. 1.부터 2015. 12. 31.까지로 하여 서울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계약(이하 ‘이 사건 대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 제7조는 매체사용료는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3개월 단위로, 새로운 기간 시작 전달(3, 6, 9, 12월) 20일까지 납부하되, 매분기 말일까지 계약업체에 부가가치세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제8조는 계약사항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원고로 하여금 매체사용료 총금액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을 예치하도록 정하였다. 또 위 계약 제15조는 원고와 피고가 계약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을 위반하거나 불이행하여 계약존속이 어렵거나(제1호), 법령 개정, 행정당국의 방침 변경, 그 밖의 여건 변화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곤란하거나(제4호), 원고가 선납 매체사용료 납부기일을 1일이라도 지체하는 등(제6호) 사정이 있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면 이행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정하였다.
원고는 2012. 12. 28.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이하 ‘서울보증보험’이라 한다)와 이 사건 대행계약을 주계약으로 이행(계약)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분 매체사용료(부가가치세 포함)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험가입금액으로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나. 원고는 2014. 7.부터 2014. 9.까지의 3개월분 매체사용료 납부일인 2014. 6. 20.을 앞두고 2014. 6. 12.경 매체사용료 50% 감액 등의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피고가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 사건 대행계약 제15조 제1항 제1호, 제4호 등에 따라 2014. 7. 1.부로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권을 반납할 것이고, 계약해지로 인한 법률관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보증보험사에 대한 이행보증금의 청구와 수령을 보류해달라는 내용의 ‘조건부 대행계약 해지통보’를 보냈다.
피고는 곧바로 원고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계약의 이행을 촉구한 다음 매체사용료 납부일이 지나자 2014. 6. 23. ‘매체사용료를 미납하였는데 계약해지 조치에 앞서 2014. 6. 26. 18:00까지 매체사용료의 납부를 촉구하고 그때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해지와 함께 이행보증금 환수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2014. 7. 1. 앞서 통지한 대로 2014. 7. 1.부로 광고대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피고는 2014. 7. 15. ‘매체사용료를 2014. 7. 22.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2014. 7. 23.자로 이 사건 대행계약이 해지된다’고 통보한 다음 2014. 7. 23. 매체사용료 납부 지체 등으로 이 사건 대행계약의 해지가 2014. 7. 23.자로 확정되었다고 통보하였고, 이후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다.
2. 묵시적 합의해지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피고 상고이유 제1점)
가. 원심은 원고가 조건부 대행계약 해지통보를 보냈고 그에 대하여 피고가 매체사용료 납부기한을 설정하면서 계약의 해지와 이행보증금 환수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통보한 매체사용료 납기일이 지남으로써 이 사건 대행계약은 계약을 실현하지 않으려는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일치되어 2014. 6. 30. 묵시적으로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계약의 합의해지는 계속적 채권채무관계에서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 계약의 합의해지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당사자 쌍방이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한다 (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708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하므로 계약당사자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그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43044 판결 ,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다1477 판결 등 참조). 한편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더라도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경우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고, 이 경우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다17093 판결 ,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다11506 판결 등 참조).
(2)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원고가 2014. 6. 12. 피고에게 보낸 ‘조건부 대행계약 해지통보’는 단순한 합의해지의 청약이 아니라 이 사건 대행계약 제15조 제1항 제1호, 제4호에 따른 해지라는 전제에서 이행보증금 환수절차의 보류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의 제안을 거절하고 매체사용료 납부시한을 정하여 그때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해지와 이행보증금 환수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원고가 제시한 조건을 거절하고 해지 등의 절차 진행을 예고한 것이고, 그 이후 예고한 대로 해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대행계약을 합의해지하는 경우 이행보증금의 귀속은 당사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이고, 그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이 사건 대행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대행계약 해지에 관한 원고와 피고의 객관적인 의사가 일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런데도 원심이 2014. 6. 30. 이 사건 대행계약에 관한 합의해지가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2014. 7. 1. 이후의 매체사용료를 구하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합의해지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이행보증금 중 매체사용료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청구에 관한 주장(원고의 상고이유)
가. 원심은 이행보증금 중 매체사용료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었다.
(1) 원고는 이행보증금이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3개월분 매체사용료임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부가가치세 포함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하게 하고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았으므로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입찰공고에 낙찰자는 입찰 시 낙찰된 금액을 기준으로 3개월분(부가세 포함)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을 예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이 사건 대행계약에도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원고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3개월분 매체사용료를 보험가입금액으로 하여 서울보증보험과 이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돈을 포함한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입찰공고의 법적 성격, 처분문서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반소청구 중 원고가 2014. 7. 23. 이후 버스에 부착된 광고물로부터 취득한 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주장(피고 상고이유 제2점)
가. 계약 당시 일방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이행보증금이 상대방에게 귀속된다고 정한 경우 계약이행보증금은 위약금으로서 민법 제398조 제4항 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손해가 예정액에 포함된다. 그 계약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채무불이행과 별도의 행위를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하여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이 성립한 경우 그 손해는 예정액에서 제외되지만 (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48033 판결 등 참조), 계약 당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예정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를 발생시킨 원인행위의 법적 성격과 상관없이 그 손해는 예정액에 포함되므로 예정액과 별도로 배상 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나. 원심은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원고가 2014. 7. 23.(피고의 주장에 따른 이 사건 대행계약 종료일) 이후 버스에 부착된 광고물로부터 취득한 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었다.
(1) 이 사건 대행계약의 입찰공고에 “낙찰자의 사정 또는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해지된 경우, 새로운 광고대행사와 광고매체 대행계약을 다시 체결하기까지의 손해배상 및 재계약 시 수반되는 광고요금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해 이행보증금 전액은 피고에게 귀속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대행계약에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당사자들의 의사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행보증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대행계약에서 이행보증금이 예정한 손해가 무엇인지를 정하지 않았다. 이행보증금에 관한 입찰공고의 기재는 이행보증금이 예정하는 손해에 대한 예시에 불과하고, 이행보증금은 낙찰자의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후에 발생할 모든 손해를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
(3) 원고가 이 사건 대행계약 해지 이후 버스외부광고 탈착 작업을 시도하였으나, 일부 회사들이 도색 등의 사유로 탈착 작업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는 등 광고 탈착을 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피고가 주장하는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이행보증금과 아울러 이중으로 배상받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부당이득 또는 손해는 이행보증금이 예정한 손해에 불과하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입찰공고의 법적 성격, 처분문서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일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의 반소청구 중 매체사용료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