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미간행]
[1] 채무이행을 연기받을 목적으로 어음을 발행 교부한 경우, 사기죄의 성부(적극)
[2]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속칭 딱지어음을 제공하여 채무의 변제기를 늦춘 사안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검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3. 3. 10.경 논산시 (이하 주소 생략)에 있는 엘마트 사무실에서, 공소외 1로부터 위 엘마트를 인수하면서 엘마트 건축관련 공사대금 채무를 승계하여 공사업자들로부터 수회에 걸쳐 지급 독촉을 받던 중,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2003. 1. 20.까지 지급해 주기로 한 위 엘마트 기계소방설비 공사대금 1억 3,640만 원의 변제를 요구받자, 위 공소외 2에게 주식회사 일신아이엘티 대표이사 공소외 3 발행의 어음번호 자가08133316, 발행일 2003. 3. 8. 지급기일 2003. 8. 8. 액면금 1억 원인 약속어음 1장을 교부하면서 사실은 위 약속어음은 자살충돌 증세로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공소외 4로부터 교부받은 것으로 지급기일에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을 알면서도 배서인란에 서명하고, '결제일에 반드시 지급될 것이고, 1, 2개월 내 현금이 나오니 현금이 나오면 틀림없이 교환하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위 공소외 2로부터 약속어음 지급기일인 2003. 8. 8.까지 채무이행을 연기받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공소외 1이 2002. 6.경 이 사건 영업시설 건물의 신축공사를 창조산업개발 주식회사에게 도급주었고, 주식회사 거산엔지니어링이 위 공사 중 기계설비공사 및 소방설비공사를 공사대금 1억 3,640만 원에 하도급받아 2002. 7. 15.부터 같은 해 9. 30.까지 기간 동안 공사를 완료한 사실, 공소외 1은 위 공사완공 후 엘마트라는 상호로 슈퍼마켓을 경영하려 하였으나, 자금 부족으로 시설을 완비하지 못하고 있었고, 위 신축에 따른 공사대금 등으로 약 5억 1,600만 원 가량의 채무 및 엘마트 건물 및 대지상의 근저당권부 채무 약 19억 원을 부담하고 있었는데, 당시 엘마트의 대지 및 건물의 시가는 합계 18억 8,000만 원 상당에 불과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2003. 2. 6.경 공소외 1과 사이에 엘마트를 피고인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위 엘마트 건물 및 토지에 대하여 매매대금 30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매수인 명의는 피고인이 장차 설립할 법인인 주식회사 혜승으로 하기로 하면서, 위 매매대금 중 계약금 24억 1,300만 원은 대출채무금 15억 원, 공사대금 5억 1,600만 원, 공소외 5에 대한 차용금채무 1억 5,000만 원, 공소외 6에 대한 채무 5,000만 원 등의 채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약정하고, 다음날인 2003. 2. 7. 엘마트 건물 및 토지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등기를 경료한 사실, 창조산업개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7은 피고인 및 공소외 1의 사이에 위 공사대금채무인수를 승낙하였으며, 피고인은 공소외 7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의 일환으로 공소외 7의 하수급업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할 것을 약정한 사실, 공소외 7과 그 하수급업자인 주식회사 거산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 공소외 2는 공사대금을 지급받고자, 2003. 3. 10. 피고인의 사무실로 찾아가 피고인의 직원으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았고, 공소외 7은 이 사건 약속어음에 배서한 다음, 피고인에게 위 금액에 해당하는 영수증을 작성해 준 사실, 피고인은 2003. 9. 24. 주식회사 논산아울렛(대표 공소외 8)에게 위 엘마트 건물 및 토지를 양도하기로 하고, 그 명의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등기에 대한 이전등기를 경료하였으면서도 여전히 엘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 공소외 2는 피고인으로부터 교부받은 이 사건 약속어음을 공소외 9에게 다시 할인하였는데, 이 사건 어음이 스캔으로 복사되어 위조된 어음임이 밝혀지자 공소외 2는 9에게 어음금을 지급하고 그로부터 다시 위 어음을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는데, 공소외 2가 위 어음이 위조되었음을 이유로 항의를 하자 피고인은 2003. 7. 15.경 공소외 2에게 1억 원을 지급기일인 2003. 8. 8.까지 직접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지불확인서를 작성해 준 사실, 한편 엘마트 건물 및 토지에 대하여는, 2003. 2. 12.자로 채권자 공소외 10의 신청에 의하여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되었다가 취소되었고, 원심 판시와 같이 각 압류 및 가압류등기가 경료된 바 있으나, 공소외 2나 공소외 7은 위 부동산을 비롯한 피고인의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신청을 한 바가 전혀 없는 사실, 피고인은 신동아화재보험회사 등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으로 2003. 4. 22.경 및 같은 해 6. 3. 2회에 걸쳐 합계 2억 3,362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어음이 위조된 것이라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이 사건 어음을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내었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 사건 어음이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아니하는 이른바 딱지어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으로부터 이를 취득하여 사용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넉넉하고, 피고인이 그러한 어음을 공소외 2에게 교부함으로써 위 어음이 정상적인 어음으로써 지급기일에 틀림없이 결제될 것이라고 잘못 믿은 공소외 2로 하여금 그 지급기일까지 그 채권의 행사를 하지 아니하도록 하였음은 자명하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무를 승계할 당시 공소외 1은 이미 무자력 상태였고, 피고인 또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장차 받게 될 보험금(공소외 4가 받아야 할 보험금이 대부분이다) 외에 특별한 자산이 없었으며, 엘마트 토지 및 건물로 담보되는 채무는 19억 원에 가까워서 위 자산으로 이를 모두 변제할 가망도 없었고, 공소외 1의 공소외 2에 대한 공사대금채무 또한 이미 그 이행기인 2003. 1. 20.을 도과하여 이행지체 상태에 빠져 있었고 공소외 2는 이 사건 어음을 교부받기 전은 물론 이 사건 어음이 위조어음으로 밝혀져 지불불능이 명백해진 이후에도 피고인이 주식회사 논산아울렛에게 엘마트의 건물 및 토지를 양도하기까지 피고인 또는 엘마트에 대한 어떠한 강제집행조치도 취한 바 없었으므로, 위와 같은 상태에서 공소외 2가 피고인으로부터 채무이행의 연기조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위 이행지체의 상태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여 그 변제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의 경제적인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위 엘마트 토지 및 건물에 대하여 가압류 등의 강제집행을 하였어도 그 변제를 받을 가망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공소외 2는 이 사건 어음의 교부와 상관없이 그와 같은 강제집행의 의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으로서도 위 채무이행의 연기기간 동안 공소외 2로부터 채무이행의 독촉을 면하는 외에 공소외 2로부터의 강제집행을 면한다거나 채무이행이 연기된 사이에 피고인의 자산을 타에 처분하여 어떠한 이득을 얻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등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위 채무이행의 연기로 인하여 피해자인 공소외 2가 피고인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형벌법규의 규제대상이 아닌 사실 외에 새로운 법익을 침해당한 바도 없었다고 할 것이니, 위 채무이행의 기한이 유예되었다고 하는 점만으로 피고인이 막바로 그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약속어음 배서·교부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사기죄는 기망되어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의 재산상 처분행위에 의하여 범인이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되는 것으로서, 그 이득의 취득으로써 상대방의 재산이 침해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는 것이고, 한편 채무이행을 연기받는 것도 사기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이익이 되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정기일까지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종전 채무의 변제기를 늦출 목적에서 어음을 발행 교부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109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어음이 위조되거나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아니하는 이른바 딱지어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피해자 공소외 2에게 교부하여, 이 사건 어음을 정상적인 어음으로 믿은 공소외 2로 하여금 어음상의 지급기일까지 그 채권의 행사를 하지 않고 채무의 변제기를 늦추게 하였고, 피고인은 그 후 계속 위 엘마트를 운영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와 같이 위조어음 혹은 속칭 딱지어음을 그 정을 속이고 공소외 2에게 교부하여 채무의 이행을 유예받은 것은 그 자체로 재산적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피고인이 그와 같이 변제기한 유예의 재산적 이익을 취득한 이상 공소외 2가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원심은 이 사건 어음이 위조어음으로 밝혀진 후에도 공소외 2가 강제집행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과 강제집행을 하였더라도 변제를 받을 가능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은 채무이행의 독촉만을 면하였을 뿐 채무이행의 연기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고 공소외 2도 새로운 법익을 침해당한 바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우선 이 사건 어음이 위조어음으로 밝혀진 후에도 공소외 2가 강제집행을 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이 다시 위 어음의 만기에 직접 1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허위의 약속을 하므로 그 거짓말에 속은 탓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 또 위 엘마트가 30억 원에 매매되는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위 엘마트의 토지 및 건물에 비록 19억 원 상당의 근저당권부 선순위 채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2가 강제집행을 하였을 경우 반드시 그 채권을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또 공소외 2가 채무 이행을 유예해 주지 않고 즉시 가압류 등 채권행사를 하였다면 적어도 피고인이 위 엘마트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으므로, 그와 같이 채무 이행을 유예받은 것을 두고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사기죄의 재산상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