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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10. 7. 1.자 2010카합172 결정

[가처분이의] 즉시항고[각공2010하,1261]

판시사항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 정한 ‘영업비밀’의 의미와 그 요건

[2] 국내 자동차회사인 갑사에 근무하다 퇴사한 후 외국회사의 국내 자회사인 을사에 입사한 자 등 을사의 임직원들이 을사의 승용차 개발과정에서 갑사의 승용차에 관한 도면 및 기술표준 등을 취득 또는 사용한 사안에서, 그 도면 및 기술표준 등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 정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국내 자동차회사인 갑사에 근무하다 퇴사한 후 외국회사의 국내 자회사인 을사에 입사한 자 등 을사의 임직원들이 을사의 승용차 개발과정에서 갑사의 승용차에 관한 도면 및 기술표준 등 기술정보를 취득 또는 사용한 사안에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위 기술정보의 보유자인 갑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에 따라 을사에 대하여 그 기술정보의 취득, 사용 및 공개행위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진다고 한 사례

[4]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또는 역설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5] 외국회사의 국내 자회사인 을사가 승용차의 개발 및 설계 과정에서 갑사 승용차의 기술정보를 취득·사용하여 갑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고, 이로 인해 갑사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갑사는 을사에 대하여 그 승용차용 반제품, 부품의 생산 및 양도 등 일체의 처분행위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진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의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비공지성)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경제적 유용성)은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비밀관리성)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2] 국내 자동차회사인 갑사에 근무하다 퇴사한 후 외국회사의 국내 자회사인 을사에 입사한 자 등 을사의 임직원들이 을사의 승용차 개발과정에서 현재 국내에서는 단종되었지만 외국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갑사의 승용차에 관한 도면 및 기술표준 등을 취득 또는 사용한 사안에서, 그 도면 및 기술표준 등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기술정보로서 갑사가 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이 인정되고, 갑사의 위 승용차 및 향후 개발할 수 있는 자동차의 제작에 필요한 유용한 기술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작성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 정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국내 자동차회사인 갑사에 근무하다 퇴사한 후 외국회사의 국내 자회사인 을사에 입사한 자 등 을사의 임직원들이 을사의 승용차 개발과정에서 갑사의 승용차에 관한 도면 및 기술표준 등 기술정보를 취득 또는 사용한 사안에서, 을사는 부정한 수단으로 위 기술정보를 취득한 을사의 직원들로부터 또는 갑사에 대하여 위 기술정보를 누설하지 말아야 할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는 자들로부터 그와 같은 부정한 취득 사실 또는 비밀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기술정보를 취득 또는 사용하였거나 그들로부터 이를 취득할 개연성이 매우 높고, 그로 인하여 갑사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위 기술정보의 보유자인 갑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에 따라 을사에 대하여 그 기술정보의 취득, 사용 및 공개행위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지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한 사례.

[4]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에서 영업비밀의 침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하고 있는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이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 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영업비밀인 기술이나 도면을 그대로 베껴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또는 역설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또한 위 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한다.

[5] 외국회사의 국내 자회사인 을사가 승용차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그 승용차와 동급인 갑사 승용차의 상세도면 및 기술표준자료 등 기술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참고·활용함으로써, 개발 초기의 제품에 대한 개념 구상이나 기초설계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고 개발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상당 부분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 일부를 생략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기술정보의 사용행위는 을사의 일부 부주의한 직원에 의해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을사의 임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는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을사가 승용차의 개발 및 설계 과정에서 갑사 승용차의 기술정보를 취득·사용하여 갑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고, 이로 인해 갑사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영업비밀의 보유자인 갑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항 에 정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로서 을사에 대하여 그 승용차용 반제품, 부품의 생산 및 양도 등 일체의 처분행위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진다고 한 사례.

채 권 자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창훈외 2인)

채 무 자

타가즈코리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정진수외 1인)

주문

1. 위 당사자 사이의 이 법원 2009카합3457 영업비밀침해금지등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09. 10. 27. 한 가처분결정 중 채권자가 이 사건 이의절차에서 취하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인가한다.

2. 이의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채권자 :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결정을 인가하는 결정(다만, 취득, 사용 및 공개 금지를 명하는 부분은 채권자가 이 사건 이의절차에서 2010. 3. 15. 신청을 일부 취하함에 따라 별지 목록 기재 각 영업비밀을 그 대상으로 한다)

채무자 :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결정

이유

1. 가처분결정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은 2009. 10. 27.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채무자는 별지 목록(채권자가 이 사건 이의절차에서 2010. 3. 15. 신청을 일부 취하하기 전의 것) 기재 각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공개하여서는 아니 되고, 채무자가 개발한 모델명 C-100 승용차용 엔진, 반제품 모듈(CKD, Complete Knock-Down Kit) 등 반제품 및 부품을 생산 또는 생산의뢰하거나 위와 같이 생산된 제품의 양도, 판매, 대여, 수출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결정(이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사안의 개요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각 소명된다.

가. 채권자는 과거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의 승용차 부문이 분리되어 설립된 회사로서, 자동차 관련 기계, 설비 및 그 부품의 설계, 제조, 조립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국내 3위의 자동차 제조회사이다. 채무자는 러시아의 타가즈(TAGAZ)사(이하 ‘타가즈 본사’라고 한다)의 국내 자회사로서 2006. 5. 15. 설립되었으며, 자동차 부품의 연구개발, 제조, 판매 및 수출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신청외 1은 1996. 5. 1.부터 2006. 10. 21.까지 채권자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흡배기장치 개발팀 차장으로 퇴사한 후, 2006. 10.경 채무자에 입사하여 차량개발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9. 9. 7. 징계해고되었다. 신청외 2는 1993. 9.경부터 2008. 4. 3.까지 채권자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후, 2008. 8.경 채무자에 입사하여 총괄팀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09. 8. 말경 채무자에게 퇴직의사를 밝혔다.

다. 채무자는 설립 이후 신차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였으며, 이와 함께 2007. 2.부터 쌍용자동차로부터 무쏘와 코란도 생산라인을 인수하여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이를 반제품 형식으로 만들어 포장한 후 러시아의 타가즈 본사에 수출하였고, 타가즈 본사에서는 위 반제품을 조립·생산하여 판매하였다.

라. 채무자는 개발명을 ‘C-100’으로 하는 준중형급 승용차(이하 ‘C-100 승용차’라고 한다)를 개발하기 위해, 2006. 5.경부터 엔진 개발 작업을 시작하여 2009. 5.경 1차 엔진개발을 완료하였으며, 2007. 1.경부터 C-100 승용차의 설계 작업을 시작하여 ‘개발계획 수립, 선행차량 설계, 양산차량 설계, 차량시험, 선행양산, 양산개시’ 순서로 개발을 진행한 결과 2009. 7.에 개발을 완료하였다.

마. 그 후 채무자는 러시아의 타가즈 본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2,784대 분량의 C-100 승용차 반제품을 타가즈 본사에 수출하였고(대부분의 부품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것을 포장만 하여 수출하지만, 엔진의 경우에는 부품을 납품받아 채무자의 공장에서 이를 직접 조립한 후 포장하여 수출하였다), 러시아의 타가즈 본사는 채무자로부터 수입한 부품 및 반제품을 조립하여 완성차를 제작한 후 2009. 9. 17.부터 ‘베가(Vega)’라는 차량명으로 이를 시판하였다.

바. 2009. 9. 3. 위 신청외 1, 2는 채권자의 영업비밀을 취득 또는 사용하였다는 혐의로 구속되었고, 2009. 9. 18. 위 신청외 1, 2 및 채무자의 또 다른 직원 신청외 3, 4, 5, 6, 7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만 한다) 위반 등으로 각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고단3184호 )되었으며, 같은 날 채무자 또한 위 신청외 1, 3의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되었다. 기소 후 몇 차례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진 결과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공소사실의 요지는 채무자의 위 직원들이 C-100 승용차 개발과정에서 채권자의 ‘라세티 승용차’에 관한 영업비밀인 별지 목록 기재 도면 및 기술표준 등(이하 ‘이 사건 기술정보’라고 한다)을 취득 또는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수사를 받던 채무자의 엔진시험담당 이사 신청외 8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 채권자의 라세티 승용차는 2002. 11.경 출시되어 현재 국내에서는 단종되었지만(채권자는 종전 라세티 승용차의 후속 모델로 2008. 11.경 ‘라세티 프리미어’를 출시하였다), 러시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동구권에서는 여전히 라세티 승용차가 판매되고 있다.

3. 이 사건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인지 여부

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의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비공지성)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경제적 유용성)은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비밀관리성)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도6772 판결 등 참조)

나. 비공지성 여부

(1)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술정보는 라세티 승용차의 각종 부품들에 대한 상세 도면 및 3D 모델, 각종 시험 결과, 제품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데이터와 시험방법 및 절차를 표준화하여 최적화된 기준을 설정한 기술표준[EDS(Engineering GM Daewoo Standard), 이하 ‘이 사건 기술표준’이라 하고, 이는 다시 EDS-A(일반표준), EDS-G(부품표준), EDS-M(재질표준), EDS-T(시험표준)로 분류된다] 등으로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이 소명된다.

(2)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우선, 이 사건 기술표준 일부가 인터넷, 간행물 등의 매체에 이미 공개되어 있거나 국내외 부품제조업체들이 그와 관련된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이미 공개된 기술표준은 채권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술표준에 포함되어 있는 일부 부품의 규격, 치수, 재질 및 시험방법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간행물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기록상 그와 같은 방법으로 수집할 수 있음이 소명되는 부분의 비중은 이 사건 기술표준 전체의 양에 비하여 매우 적고, 이 사건 기술표준은 라세티 승용차를 포함하여 채권자가 개발하였거나 향후 개발할 자동차를 설계 및 제조하는 데 있어 사용될 수 있는 매우 많은 종류와 규격의 부품, 각 부품별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시험방법 및 절차를 자동차 설계 및 제작시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나름의 기준과 방법에 따라 분류하고 그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으로서, 채권자가 회사 설립 후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한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동차 제작에 있어 최적화된 기준으로서 설정해 놓은 것인바,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사건 기술표준은 인터넷이나 간행물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와는 그 성격을 달리할 뿐만 아니라 외부로 유출될 경우 후발 경쟁업체가 자동차를 개발함에 있어 기간단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에 채권자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를 비밀로 관리함으로써 이 사건 기술표준에 대한 접근권한이 있는 채권자의 직원을 통하지 아니하고서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기술표준 중 일부를 인터넷이나 간행물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기술표준이 영업비밀로서의 비공지성을 충족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하므로, 채무자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다만, 위와 같이 채권자가 생산하여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이 사건 기술정보가 채권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기술정보를 그대로 취득하지 않고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별도의 노력을 들여 인터넷이나 간행물 등에 이미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취합함으로써 이 사건 기술정보의 일부와 대등한 수준의 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채권자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3) 다음으로, 채무자는 이 사건 기술정보 중 관련 부품제조업체에서 그에 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부분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것이어서 채권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채권자는 관련 부품제조업체와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부품 제조시 사용하는 채권자의 영업비밀에 관하여 비밀유지약정을 한 사실(소갑 제34호증)이 소명되고, 기록상 위 부품제조업체가 위 비밀유지약정을 위반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를 당해 업계에 일반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비록 관련 부품제조업체가 이 사건 기술정보를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비밀유지약정에 따라 그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던 이상 이 사건 기술정보는 채권자의 영업비밀로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채무자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끝으로, 채무자는 이 사건 기술정보 중 일부가 역설계(Reverse Engineering)에 의해 취득 가능한 정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역설계에 의하여 그 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이 되는 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등 참조), 채무자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비밀관리성 여부

(1)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술정보는 채권자 내부 규정상 비밀로 분류되어 함부로 반출될 수 없는 정보이고, 특히 이 사건 기술표준은 직원 아이디와 패스워드 없이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DASH-NET 시스템에 저장되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DASH-NET 시스템에서는 직원의 등급 및 담당 직책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에 차이가 있고, 자료의 일괄 다운로드가 허용되지 않는다), 채권자는 상세한 영업비밀 관리절차에 따라 연구소의 출입, 물품반출입, 노트북 및 촬영장비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시행하였고, 재직하는 직원들로부터는 채권자의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공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퇴직하는 직원들로부터는 ‘경영 및 기술상 영업비밀을 퇴직 후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누설치 아니할 것, 3년간 채권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종사하거나 영업비밀을 누설 또는 대여하여 제품을 생산케 하지 않을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서약서를 각 징구한 사실이 소명된다. 따라서 채권자는 이 사건 기술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채무자는 채권자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제한 없이 이 사건 기술표준을 열람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기술표준은 채권자가 상당한 노력을 들여 비밀로 관리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의 직원이라도 그 등급 및 직책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상당수의 직원이 이 사건 기술표준을 열람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그들로부터 영업비밀유지에 관한 각서를 징구하는 등 이 사건 기술표준이 대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기술표준이 채권자의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경제성 유용성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술정보는 라세티 승용차 및 향후 개발할 수 있는 자동차의 제작에 필요한 유용한 기술상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그 작성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된다.

마. 소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기술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가 정한 채권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4. 이 사건 기술정보의 취득, 사용 및 공개 금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술정보 중 일부는 2006. 9.경 채권자 회사에서 퇴사한 후 채무자 회사에 입사하여 패키지팀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던 신청외 9가 2007. 7.경 새시팀장인 신청외 4, 차체팀장인 신청외 5 등 채무자의 다른 직원들에게 제공한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 것[별지 목록 중 공소장 범죄일람표(1), (2)에 포함된 것으로 기재된 것]이고, 일부는 채무자의 총괄팀 부장인 신청외 2가 채권자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반출하여 보유하고 있던 것[별지 목록 중 공소장 범죄일람표(3)에 포함된 것으로 기재된 것]이며, 일부는 채무자의 엔진개발본부장인 신청외 3이 협력업체로부터 취득한 것[별지 목록 중 공소장 범죄일람표(4)에 포함된 것으로 기재된 것]이고, 나머지 일부는 2008. 1. 18.경 채무자 회사에 입사한 신청외 6이 2007. 12.경 채권자 회사에서 퇴사하기 직전에 채권자의 DASH-NET 시스템에서 내려 받아 몰래 반출한 후 채무자의 엔진시험담당 이사인 신청외 8에게 전달한 것[별지 목록 중 공소장 범죄일람표(5)에 포함된 것으로 기재된 것]인 사실이 소명된다. 이와 같은 사정 및 아래 제5항에서 소명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는, 부정한 수단으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취득한 채무자의 직원들로부터 또는 채권자에 대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를 누설하지 말아야 할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들로부터 그와 같은 부정한 취득 사실 또는 비밀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이 사건 기술정보를 취득 또는 사용하였거나, 그들로부터 이를 취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권자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이 사건 기술정보의 보유자인 채권자로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1항 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의 취득, 사용 및 공개행위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지고,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처분으로 이를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

5. C-100 승용차 부품의 생산 등 금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 정한 영업비밀 ‘사용’의 의미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에서 영업비밀의 침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하고 있는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이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 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판결 참조), 영업비밀인 기술이나 도면을 그대로 베껴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또는 역설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한다.

나. 채무자가 채권자의 영업비밀인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는 C-100 승용차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C-100 승용차와 동급인 채권자의 라세티 승용차의 상세 도면 및 기술표준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참고하고 활용함으로써, 개발 초기의 제품에 대한 개념 구상이나 기초설계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고 개발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상당 부분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 일부를 생략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이 사건 기술정보의 사용행위는 채무자의 일부 부주의한 직원에 의해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임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이 사건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C-100 승용차의 부품 중 아래에서 보는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 기술정보가 사용된 부분을 정확히 특정해 내기 어렵고, 이에 관하여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추가적인 심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들 즉, 채무자의 이 사건 기술정보 수집 및 활용 방법, 수집된 정보의 양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기술정보는 아래에서 그 사용사실이 소명된 부분 이외의 부분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채무자는 C-100 승용차용 부품 중 부품제조업체에서 전적으로 또는 채무자와 협의하여 설계·제조하는 부품인 이른바 ‘Black Box Item’, ‘Gray Box Item’의 경우에는 부품제조업체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정보로써 설계·제조하는 것이므로, 애초에 채권자의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채무자는 ‘Black Box Item’에 해당하는 댐퍼 등에 관하여 부품제조업체에게 이 사건 기술표준이 표시된 설계요구사양도를 교부하거나 관련된 시험표준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기술표준을 사용하였으므로, 채무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이 사건 기술표준의 사용

(가) 채무자의 설계직원인 신청외 10이 신청외 5로부터 건네받아 보관하고 있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부자재품번_R01_061017.xls’에는 “다임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 주식회사의 부자재 품번과 SPEC은 EDS-M과 상응하여 적용되고, 품번은 ‘SM○○○’의 형식으로 부여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소갑 제46호증의 제164면). 같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TASMS(부자재표준) spec list_061024.xls’에는 “채무자의 부자재 품번과 SPEC은 TASMS와 상응하여 적용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데, 그에 첨부된 ‘부자재 SPEC 보유현황’에는 품번이 모두 ‘SM○○○’의 형식(개정일 2006. 10. 17.경)으로 부여되어 있어 위 ‘TASMS’는 위 다임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의 부자재 품번 ‘SM’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소갑 제46호증의 제88면 이하). 이에 비추어 보면 C-100 승용차의 개발 초기에 채무자 내부적으로 채권자의 이 사건 기술표준 중 재질표준인 ‘EDS-M’을 그 내용과 번호를 그대로 둔 채 그 분류형식만을 ‘TASMS'로 바꾸는 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 위 신청외 10이 사용하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는 채권자의 이 사건 기술표준(EDS-A, EDS-G, EDS-M, EDS-T) 파일, 그 기술표준의 내용과 번호를 그대로 둔 채 분류형식만을 ‘TAGS’, ‘TAHS’, ‘TAMS’, ‘TATS’로 변경한 파일[특히, 채권자의 EDS-T-2502에 대응하는 TATS-2502의 경우 4.1.항에 잘못 기재된 ‘Roon’(Room의 오자)까지 동일하다. 소갑 제46호증, 소갑 제59호증의 제4면] 및 위와 같이 분류형식만을 ‘TA○S’로 변경한 기술표준에 대하여 개별 번호를 새로 부여하고 종전의 번호로부터 변경된 내역을 표로 정리한 파일 ‘SPEC NO CONVERSION TABLE.xls’(소갑 제46호증의 제7면)이 저장되어 있다.

(다) 채무자의 직원 신청외 6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에는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개별 번호가 새로 부여된 시험표준(TATS)에 대응하는 채권자의 시험표준(EDS-T)의 번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험표준의 제목 및 두 시험표준의 각 분류번호를 개별적으로 대응시킨 시험표준 대응표 파일 ‘EDS-T vs Tagaz-T list.xls’이 저장되어 있다(소갑 제50호증의 제24면). 또한 같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 ‘C100 승인도 외_MASTER LIST-080111.xls’에서는 채권자의 기술표준에서 분류형식만을 ‘TA○S’로 변경한 기술표준(TAHS-1201, 1202, 1205 등) 일부를 사용하여 C-100 승용차용 부품을 특정하고 있다(소갑 제52호증).

(라) 채무자가 C-100 승용차를 설계하면서 부품제조업체에게 교부한 댐퍼 등의 설계요구사양도 일부에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변환한 시험표준들이 기재되어 있고(소갑 제46호증의 제149면 이하), 부품제조업체가 채무자에게 위와 같은 설계요구사양도에 기재된 시험표준에 관한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채무자는 이를 부품제조업체에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소갑 제47호증의 제44면).

(마) 채무자의 엔진시험담당 이사이던 신청외 8은 2008. 2. 26. 채무자의 다른 직원들에게 “엔진시험을 위해 초기에는 모 회사의 양식 및 일부 내용 수정하여 일부 사용하여 왔으나, 회사 전체적인 통일에 맞추기 위해 서버에 등재된 형태로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아시겠지만 절차서는 모 회사의 PDF 영문판을 Word로 변환하여 만든 것이라 사용을 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게 조금씩의 변경이 필요한 사항입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소갑 제49호증의 제8면).

(바) 채무자가 개발한 C-100 승용차용 엔진에 대한 일부 시험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는 시험표준은 ‘TATS’라는 분류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소갑 제48, 55호증), 위 시험표준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의 시험표준과 동일한 내용으로서 그 분류방식만을 변경한 것이거나 극히 일부의 내용만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채무자는 2009. 4. 30. 이후에 실시한 엔진시험에 적용된 시험표준은 채권자의 시험표준과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채권자의 시험표준과 동일한 시험표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위 엔진시험들은 2009. 4. 30. 이전에 실시된 것들이다).

(사) 채무자는 2009. 3.경 이전까지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의 기술표준 내용은 그대로 둔 채 그 분류방식만을 변경하거나 또는 그 내용의 일부만을 변경하여 사용해 오다가, 2009. 3.경 이후부터 종전에 사용하던 위 기술표준 약 1,464개에 대하여 채무자의 기술표준으로 변환·정리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다(소갑 제58호증의 제37면).

(2) 이 사건 기술정보 중 설계도면의 사용

(가) 위 신청외 10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C-100 승용차 설계도면들(파일 제목에 ‘C100’이 포함되어 있는 설계도면들이다) 중 도면상에 채권자 회사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의 영업표지 ‘DAEWOO’, 채권자의 영업표지 ‘GM DAEWOO’, 라세티 차량의 프로젝트명인 ‘J200’, ‘J221’이 그대로 표시되어 있는 도면의 수는 289개에 이른다.

(나) C-100 승용차의 새시 부품 중 하나인 크로스멤버에 대한 채무자의 설계요구사양도에는 상판과 하판 사이의 내부에 위치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채권자의 설계도면과 동일하게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소갑 제46호증의 제154면).

(다) C-100 승용차의 새시 부품 중 하나인 댐퍼에 대한 채무자의 설계요구사양도 및 업체승인도상 표시된 댐퍼의 길이는 라세티 승용차의 댐퍼 설계도면상에 표시된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댐퍼의 내부에는 탄성변형을 하는 고무 재질의 부품이 있어 실물을 통해서는 그 수치를 정확하게 역설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소갑 제46호증의 제149면, 심문 전체의 취지).

(라) 채무자의 차체설계팀장이던 신청외 7은 C-100 승용차의 차체 부품 중 하나인 휠하우스의 설계를 맡은 용역업체에게 라세티 승용차의 휠하우스 설계도면의 일부분을 제공하였다(소을 제130호증).

(마) C-100 승용차의 변속기 케이스 설계도면상에 표시된 샤프트 장착 구멍, 포크 로드 삽입 구멍, 기어 시프트 커버 장착부, 베어링 플레이트 장착부, 차동기어 커버 장착부의 형상, 위치, 치수, 도면 주기 일부가 라세티 승용차의 변속기 케이스 설계도면상에 표시된 그것과 일치하거나 유사하다(소갑 제63호증). 또한 변속기 제조 과정에서 압입이 되어 완성품을 통해 역설계하는 것만으로는 그 정확한 치수 등을 파악할 수 없는 도웰핀 구멍, 인풋 샤프트 및 메인 샤프트의 각 베어링 압입부, 부싱 압입 구멍의 각 치수, 위치도 공차, 표면 거칠기에 있어서도 C-100 승용차와 라세티 승용차의 각 변속기 케이스 설계도면상 표시가 동일하다(소갑 제72호증). 이와 관련하여, 채무자의 차체개발본부장이던 신청외 1은 2008. 4. 28. C-100 승용차의 변속기 개발을 담당하던 신청외 11에게 “외관은 남들이 봐서도 다른 물건이라고 판단될 정도로 변경바랍니다. Bolt pattern의 변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면 주기란도 순서를 변경해 주시기 바랍니다. Cover 외관에 Bead를 많이 주어(Over design) 다르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Input Shaft도 변경할 수 있는 부분 변경해 주시고 성능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공차도 일부 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소갑 제58호증의 제11면). 위와 같은 각 설계도면상 표시의 동일 내지 유사성, 이메일 내용(특히 설계도면상으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해당 부품의 실물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도면 주기란’, ‘공차’에 대해서까지 변경 또는 조정을 요구한 부분)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는 C-100 승용차의 변속기를 설계하면서 채권자의 이 사건 기술정보 중 라세티 승용차의 변속기 설계도면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바) 채무자는 일본 닛산자동차가 개발한 QG엔진을 벤치마킹하여 C-100 승용차용 엔진을 개발하였다고 주장하나, C-100 승용차의 엔진 부품 중 하나인 크랭크샤프트에 대한 설계도면에 표시된 공차 15개 중 13개가 라세티 승용차의 크랭크샤프트 설계도면에 표시된 그것과 동일하고, 도면 주기란의 문장 일부, 데이텀의 항목 및 위치가 서로 일치하며, 플라이휠에 대한 C-100 승용차 및 라세티 승용차의 각 설계도면에 표시된 치수 및 형상도 거의 일치하는 점(소갑 제65호증)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는 C-100 승용차용 엔진을 개발하면서 이 사건 기술정보 중 라세티 승용차의 엔진 설계도면을 일부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3) 그 밖에 채무자가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는 사정들

(가) 이 사건에 제출된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고단3184호 사건의 일부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채무자의 차량개발본부장이던 신청외 1이 2007. 7.경 차량개발본부 팀장 회의 중 새시팀장인 신청외 4, 차체팀장인 신청외 5 등에게 “ 신청외 9가 C-100 승용차를 설계하는 데 있어 참조할 만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팀원들로 하여금 C-100 승용차를 개발하는 데 참조하도록 하되 절대로 외장형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컴퓨터에 저장하지 말라”고 지시하였고, 그 무렵 패키지팀 직원인 신청외 9를 통해 위 신청외 4, 5에게 채권자의 영업비밀인 라세티 승용차의 설계도면 및 기술표준[별지 목록 중 공소장 범죄일람표 (1), (2)에 포함된 것으로 기재된 것]이 저장되어 있는 외장형 하드디스크가 지급되어 차량개발본부 소속 설계직원들에게 전달된 사실이 소명된다.

(나) 채무자의 2007. 9. 18.자 기술연구소 팀장 회의(14명의 팀장급 직원이 참여하였다)에서 이 사건 기술정보가 일부 수록된 위 외장용 하드디스크의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 지시되었고, 채무자 내부적으로 ‘라세티’라는 용어 대신 ‘코롤라’(일본 도요타 자동차에서 생산되는 동급의 승용차 명칭)라는 은어가 사용되었으며, 영업비밀 자료가 채무자 회사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남아서 추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소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6개월마다(자료를 많이 다루는 부서의 설계담당자의 경우는 대략 3개월마다) 교체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는 이 사건 기술정보가 채권자의 영업비밀이고, 이를 C-100 승용차 개발에 참조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 신청외 8은 2009. 2. 18. 채무자의 다른 직원들에게 “최근 또다시 보안 관련하여 국정원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각자의 컴퓨터에 경쟁사 자료, 도면, 경쟁사 로고가 들어가 있거나 경쟁사 출처로 보이는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모두 제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엔진시험과 관련되어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 자료는 모두 분쇄하시기 바랍니다(필요시는 경쟁사 자료가 아닌 것처럼 각색해서 참조하시기 바람). 본 메일은 확인 후 삭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소갑 제49호증 38면).

(라) 채무자의 사장인 신청외 12의 노트북에 저장된 2009. 7. 중순경 작성된 문건 ‘BizGnr-Tz-연구소문제및개선-040-2003.doc’에는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는바(위 문건에 첨부된 영어번역본은 타가즈 본사에 보내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 기재 내용에 의하면 채무자는 C-100 승용차가 라세티 승용차(한글본에는 ‘R차’라고 되어 있으나 영문본에는 명확히 ‘Lacceti’라고 기재되어 있다)의 플랫폼(새시 및 차체)을 카피하였다는 점 및 향후 채권자가 법적 대응을 할 경우 채무자가 불리하리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채무자는, 위 문건은 신청외 13이 신청외 12의 요청에 따라 별다른 기술적 판단 없이 채무자 소속 직원들 중 채권자 회사 출신의 직원들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한 것에 불과하여 그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듯한 소을 제158호증의 기재는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소명할 만한 자료가 없다).

현 C100은 GD사의 R차 Platform을 Copy하여 GD사의 항의가 예상되며, 만일 러시아 판매도 GD사의 법정 소송시는 그 판매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 (Chassis 및 Under Body 기본구조가 동일하여 법정 소송시는 패소 가능성 높음)

(영어번역본) The C100 can not be assure the sale in Russian when the GM-DAT will sue to the same as Lacceti platform. - The GM-DAT may claim the above issues. - Our Tagaz may take disadvantage in sue mainly due to the identical chassis & under body structures.

(마) 신청외 6은 채권자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채무자의 차량개발본부장 신청외 1의 권유에 따라 이직을 결심하였는데, 그 후 채무자의 임원이던 신청외 8로부터 채권자의 시험 관련 기술표준이 있으면 가지고 오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고, 채권자의 DASH-NET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영업비밀인 기술표준 파일 870개를 자신의 USB 메모리에 저장하여 반출하였으며, 이후 위 자료를 CD에 저장하여 신청외 8에게 전해주었다( 신청외 1이 각 팀장들에게 지급하였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수록된 이 사건 기술정보 또한 이와 유사한 과정을 통해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

(바) 신청외 6에게 채권자의 영업비밀 반출을 요구하였던 신청외 8은 자신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서 채권자의 기술표준 파일 1,500여 개가 발견된 것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다음날 자살하였다.

(사) 채무자는 일관되게 C-100 승용차를 개발하면서 라세티 승용차를 포함한 다른 자동차를 벤치마킹하거나 역설계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기록상 채무자가 C-100 승용차 개발 과정에서 라세티 승용차 몇 대를 구입한 사실만이 소명될 뿐, 달리 위와 같은 벤치마킹 또는 역설계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 C-100 승용차용 부품 등의 생산 등 금지

이상에서 살펴 본 바에 의하면, 채무자는 C-100 승용차를 개발 및 설계하면서 채권자의 영업비밀인 이 사건 기술정보를 취득 및 사용하여 채권자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권자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영업비밀의 보유자인 채권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2항 이 정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로서 채무자에 대하여 C-100 승용차용 반제품, 부품 생산 및 양도 등 일체의 처분행위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진다.

라. 생산 등이 금지되는 C-100 승용차용 부품 등의 범위

(1)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C-100 승용차 개발 과정에서 그 부품 전부에 관하여 채권자의 영업비밀인 이 사건 기술정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C-100 승용차의 일부 부품의 경우 채무자가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지 않고 라세티 승용차를 역설계하거나 이미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설계·제조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는 C-100 승용차를 개발하면서 광범위한 설계 분야에 걸쳐 이 사건 기술정보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개발 및 설계 과정에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지 않은 부품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내기가 어려운 점, 자동차 설계 및 제조의 유기적 특성상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지 않은 부품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구분해 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가 개발한 C-100 승용차용 부품 중 설계 및 제조 과정에서 이 사건 기술정보가 사용되었음이 소명된 새시, 차체, 변속기, 엔진 등의 일부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만으로는 완성된 C-100 승용차를 제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현재 상황 아래에서는 위 나머지 부품을 C-100 승용차가 아닌 다른 승용차의 부품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점 등을 감안하여 C-100 승용차용 부품 전체에 대하여 생산 등의 금지를 명하기로 한다.

마. 보전의 필요성

2008년 러시아에서 채권자의 라세티 승용차 매출액은 5,150억 원으로서, 채무자의 수출에 의해 타가즈 본사가 라세티와 동급인 C-100 승용차를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할 경우 채권자가 상당한 매출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고, 이러한 매출 손실의 우려는 타가즈 본사가 추후 동구권으로 수출을 확대할 경우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점(러시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에서의 2008년 라세티 매출액 합계는 약 1조 원에 이른다)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에 대하여 C-100 승용차용 부품 생산 등 금지를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6. 영업비밀 침해행위 금지의 기간

가. 이상과 같이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 내지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 기술의 발달상황 및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상당한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영구적인 금지는 제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조장하고 종업원들이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상치되어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C-100 승용차에는 현재 자동차산업계에서 개발된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되지는 않았고, 컴퓨터 설계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만 투입하면 역설계의 기법을 통해 동급의 차량에 사용된 기술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채무자는 C-100 승용차를 개발하기 위하여 채권자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제조회사에서 근무하던 우수한 인력들을 상당수 채용하고, 국내 자동차 부품제조업체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들의 기술력을 C-100 승용차 설계 및 제조에 적극 활용하였으며, 약 3년간 상당한 인력을 투입하여 엔진과 차체를 개발하였고, 그 결과 비록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라세티 승용차의 모양이나 적용된 기술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이와 상당히 다르게 C-100 승용차를 개발한 점이 소명된다.

다. 그러나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기간을 정하기 위한 여러 고려 요소, 예건대 채무자의 인적·물적 시설과 집적된 기술의 수준, 채무자와 부품 납품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협력업체의 기술 상황 및 협력관계의 긴밀도, 자동차산업의 특성에 비추어 채무자가 채권자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고 독자적인 연구개발 및 협력업체의 지원만으로 C-100 승용차를 개발한다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 등에 관하여 충분한 소명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합리적인 침해행위 금지기간을 정하기는 곤란하고, 채무자로서는 침해행위 금지기간의 제한이 없는 가처분결정이 부당하다면 상급심에서 침해행위 금지기간을 제한할 수 있는 소명자료를 제출함으로써 그 기간의 제한을 구할 수도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기간의 제한 없이 침해행위의 금지를 명하기로 한다( 대법원 2009. 3. 16.자 2008마1087 결정 참조).

7.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결정 중 채권자가 이 사건 이의절차에서 일부 취하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를 인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최성준(재판장) 유아람 이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