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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도314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인정된죄명:사기ㆍ사기미수)ㆍ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ㆍ사문서위조ㆍ위조사문서행사ㆍ업무상배임][공2006.9.1.(257),1587]

판시사항

[1] 배임행위로 인하여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않은 경우 배임죄의 성립 여부(소극)

[2] 피해자 회사의 영업팀장이 전산상 회사의 외상대금채권이 줄어든 것으로 처리하는 전산조작행위를 한 사안에서, 전산상 외상대금채권이 자동 차감된다는 사정만으로 만연히 회사의 외상매출금채권이 감소될 우려가 생겼다고 판단하여 업무상 배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외에 배임행위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지라도 재산상 이익을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피해자 회사의 사업부 영업팀장인 피고인이 체인점들에 대한 전매입고 금액을 삭제하여 전산상 회사의 체인점들에 대한 외상대금채권이 줄어든 것으로 처리하는 전산조작행위를 한 사안에서, 전산상 외상대금채권이 자동 차감된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의 외상매출금채권이 감소할 우려가 생겼다고 판단하여 업무상 배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태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 배임의 점의 요지는, 공소외 주식회사(이하 ‘회사’라 한다)의 ‘ (부서명 생략)’ 사업부 영업팀장인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들인 공동피고인 1(회사의 전산기획팀장), 공동피고인 2(회사의 전산파트장)과 공모하여, 회사의 전산상 체인점의 ‘전매출고’는 해당 체인점이 다른 체인점으로 상품을 보내는 것으로 회사에서는 해당 체인점에게 그 상품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고, ‘전매입고’는 해당 체인점이 다른 체인점으로부터 상품을 받는 것으로 회사에서는 해당 체인점으로부터 그 상품대금을 회수하여야 하는 것으로, 전매출고 항목과 전매입고 항목을 정산하면 항상 ‘0(영)’이 되어야 하는바, 위와 같은 전매출고, 전매입고는 정상적인 상품이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에 관한 전산을 조작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2004. 11. 17.경 피고인은 회사의 부산가야 체인점(점주 (이름 생략))이 76,652,273원 상당의 상품을 다른 체인점으로 보낸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위 금액의 상품을 보낸 것처럼 허위로 전매출고, 전매입고를 전산입력하고, 공동피고인 2는 전산상 위 다른 체인점에 대한 전매입고만을 삭제함으로써 부산가야 체인점으로 하여금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4. 12. 26.경까지 사이에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5)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전산을 조작하여 체인점들에게 합계 489,233,14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회사가 체인점의 할인판매(세일)로 인한 손해액을 보전해 주는 경우 자료에 의하여 각 체인점의 판매액 등을 확정한 후 사전에 체인점과 협의한 손해액 보전비율을 적용한 금액에 관하여 본부장 이상의 결재를 받아 최종감액 금액을 결정한 후 항목상 ‘매출할인’으로 전산 및 회계처리 함으로써 회사의 체인점에 대한 외상매출금에서 매출할인액만큼을 줄여주어야 하는 사실, 그런데 피고인은 평소 매출할인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던 이유로 정상적인 매출할인으로 처리해 주기 어렵게 되자, 공동피고인 1과 사이에 전산상 전매출고, 전매입고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위 문제를 해결하기로 공모한 후, 불상의 영업부 직원을 통하여 체인점주가 요구하는 매출할인 금액만큼의 상품이 해당 체인점에서 다른 체인점으로 이동된 것처럼 허위의 전매출고, 전매입고를 입력하고, 공동피고인 1의 지시를 받은 공동피고인 2는 위 다른 체인점에 대한 전매입고만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위 범죄일람표(5)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전산을 조작함으로써 전산상 회사의 각 체인점에 대한 미수금액을 줄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매출할인 항목으로 처리하지 않고, 별도의 항목을 이용하여 전산을 조작함으로써 회사로서는 감액금액이 정당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장부상 중복청구의 가능성도 남게 된 점, 피고인은 각 체인점 점주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외상매출금을 감액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전산조작을 한 점, 전산조작 시점으로부터 조작 사실이 발각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점, 피해자 회사와 각 점주들과 사이에서는 전산조작 후에도 외상매출거래가 계속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전산조작을 하여 해당 체인점에 대한 조작된 전매출고 액수만큼 외상매출금 채권에서 전산상 자동 차감됨으로써 동액 상당의 회사의 외상매출금채권이 감소될 우려가 생겼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 당시 전산조작 금액만큼 또는 그 이상에 상당하는 해당 체인점주의 피해자 회사에 대한 정당한 매출할인금채권이 존재하였거나 그 후 발생되어 그 채권액과 위 전산조작금액이 상계됨으로써 위 전산조작으로 인한 손해가 전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먼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회사의 체인점 점주들로부터 할인판매 등에 따른 누적된 손실금액의 보전을 요청받고 체인점 점주들이 요구하는 매출할인 금액이 정당한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회사가 운영하는 전산망에 입력된 해당 체인점들의 전매출고, 전매입고 금액 중 전매입고 금액만을 일방적으로 삭제(이하 이를 ‘전산조작행위’라고 한다)함으로써 전산상으로 회사의 해당 체인점들에 대한 외상대금채권이 같은 금액만큼 줄어든 것으로 처리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여기에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전산조작행위의 경위와 결과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전산조작행위라는 사실행위만으로는 곧바로 회사의 해당 체인점들에 대한 외상대금채권의 소멸이라는 법적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위 전산조작행위가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하고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볼 때, 피고인의 위 전산조작행위로 인하여 회사의 외상대금채권 행사가 곤란하게 되는 상태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곧바로 회사의 외상대금채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만일 회사가 관리ㆍ운영하는 전산망 이외에 전표, 매출원장 등 회사의 체인점들에 대한 외상대금채권의 존재와 액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하고, 또한 삭제된 전매입고 금액을 기술적으로 용이하게 복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위와 같은 전산조작행위로 말미암아 회사의 체인점들에 대한 외상대금채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회사에게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또한, 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외에 배임행위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지라도 재산상 이익을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인바 ( 대법원 1982. 2. 23. 선고 81도2601 판결 참조), 피고인의 전산조작행위로 인하여 회사의 체인점들에 대한 외상대금채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해진 것이 아니라면, 해당 체인점의 점주들이 그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회사의 전산망 이외에 전표, 매출원장 등 외상대금채권의 존재와 액수를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여부, 위 전산조작행위에 따른 데이터손상의 내용과 정도, 삭제된 전매입고의 금액은 기술적으로 용이하게 복구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자세히 심리하여, 위 전산조작행위로 말미암아 회사의 외상대금채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해졌는지 여부를 확정한 다음, 그에 따라 회사에게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이 생겼는지 및 체인점들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가려서 업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이에 관한 별다른 심리 없이 전산상 외상대금채권이 자동 차감된다는 사정만으로 만연히 회사의 외상매출금채권이 감소될 우려가 생겼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업무상 배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