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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4253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양도성예금증서가 구 증권거래법 제173조의7 제1항 , 제173조의8 에서 정한 ‘예탁대상유가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 판단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3] 한국예탁결제원이 직원을 통하여 양도성예금증서에 대한 공시최고 정보를 수집 또는 발견하였는데도 전산입력 실수로 이를 정보통신망에 공표하거나 통지하지 못한 사안에서, 예탁결제원이 수집하였거나 발견한 양도성예금증서에 관한 공시최고 등의 정보를 공표하거나 통지할 의무는 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금융상품의 예탁자와 예탁결제원 사이 예탁계약에 기한 의무라고 보아야 하므로, 예탁결제원은 그로 인하여 예탁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4] 갑 은행이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에 대하여 분실신고가 있었는데도 갑 은행이 위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확인을 구하는 을 증권회사에 분실신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음을 이유로 을 회사가 갑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 직원이 분명히 발행사실만의 확인을 구하는 상황에서 갑 은행 직원이 발행사실은 물론 도난·분실 등의 사고신고가 되어 있는지까지 스스로 확인하여 이를 알려 주어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유진투자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송흥섭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국예탁결제원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국민은행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와 피고 한국예탁결제원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와 피고 한국예탁결제원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부분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은 “이 법에서 ‘유가증권’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각 호에서 국채증권, 지방채증권 등을 들고 있으나 양도성예금증서를 거시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그리고 법 제173조의7 제1항 은 “예탁원에 예탁할 수 있는 유가증권(이하 ‘예탁대상유가증권’이라 한다)은 예탁원이 지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73조의8 제1항 에서 “예탁대상유가증권의 발행인은 새로이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그 유가증권의 종류 기타 총리령이 정하는 사항을 예탁원에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 에서는 “예탁대상유가증권의 발행인은 유가증권의 압류·가압류 또는 가처분의 명령에 관한 통지를 받거나 도난·분실 또는 멸실된 유가증권에 대한 사고신고(민사소송법에 의한 공시최고 및 제권판결을 포함한다)를 접수한 경우 그 유가증권의 종류 기타 총리령이 정하는 사항을 예탁원에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며, 그 제3항 에서는 “ 제1항 제2항 의 규정에 의하여 통지를 받은 예탁원은 그 내용을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법이 시행되는 동안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 및 사고정보를 피고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이라 한다)에 통지하지 아니하였고, 피고 예탁원과 은행들 사이에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 및 사고정보 통지를 위한 업무체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법 규정의 문언, 내용 및 형식 등을 비롯하여 당시의 업무처리 관행 등에 비추어 볼 때, 법 제173조의7 제1항 , 제173조의8 에서 정하는 예탁대상유가증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 제2조 제1항 에 의한 유가증권이어야 하는데, 양도성예금증서는 법 제2조 제1항 이 정하는 유가증권이 아니므로 법 제173조의7 제1항 , 제173조의8 에서 말하는 예탁대상유가증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예금증서는 법 제173조의8 에서 정하고 있는 예탁대상유가증권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발행사실 및 분실신고, 공시최고 사실 등을 피고 은행이 피고 예탁원에 지체 없이 통지하거나 피고 예탁원이 이를 공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예탁대상유가증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나,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다7994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 예탁원에 대한 과실상계 등의 경우, 관련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 은행에 대한 과실상계 등의 경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은행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 예탁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예탁원이 예탁된 양도성예금증서에 관한 공시최고 등의 정보를 일간신문 등을 통하여 검색하여 이를 피고 예탁원의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공표하여 왔고 그와 같이 정보를 검색하여 공표한다는 내용을 업무안내서와 피고 예탁원의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홍보하여 온 점, 피고 예탁원의 공시최고 사실 등의 통지의무를 규정한 ‘단기금융상품 예탁 및 결제 등에 관한 규정’이 피고 예탁원과 단기금융상품 예탁자 사이의 단기금융상품 계좌에 관한 거래관계에 적용되고 단기금융상품 예탁자가 반드시 준수하여야 하는 기본적인 규정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예탁원이 수집하였거나 발견한 양도성예금증서에 관한 공시최고 등의 정보를 공표하거나 통지할 의무는 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금융상품의 예탁자와 피고 예탁원 사이의 예탁계약에 기한 의무라고 봄이 상당한데, 피고 예탁원은 그 직원을 통하여 이 사건 예금증서에 대한 공시최고 정보를 수집 또는 발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산입력의 실수로 이를 정보통신망에 공표하거나 통지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 예탁원은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계약상 책임의 성립, 신의칙상 의무의 성립 및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피고 은행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무기명증권인 이 사건 예금증서를 발행한 피고 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예금증서를 취득하는 사람이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신의칙상 보호의무가 있는데, 소외 1이 2008. 3. 12. 피고 은행에 이 사건 예금증서에 대한 분실신고를 한 상황에서 원고가 2008. 3. 19. 피고 은행에 이 사건 예금증서 중 1장의 발행 여부를 확인하였으므로, 피고 은행으로서는 원고가 위 예금증서의 발행 여부를 확인한 시점에 분실신고된 이 사건 예금증서가 이미 유통되고 있음을 알았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사고신고 사실 유무에 관하여 명백히 묻지 않았더라도 이를 알려주어 이 사건 예금증서를 취급하는 자가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피고 은행이 원고가 이 사건 예금증서의 발행 여부를 확인할 때 위 분실신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원고로 하여금 판시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 은행은 원고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 직원 소외 2는 피고 은행 콜센터에 전화하여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확인을 하려고 한다면서 정자동 지점을 연결해 달라고 하였고, 피고 은행 콜센터 직원 소외 3은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확인을 외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상담직원인 소외 4를 연결하여 준 사실, 원고 직원 소외 2는 피고 은행 직원 소외 4에게 ‘증권회사인데 고객이 양도성예금증서를 가지고 오셔서 발행확인을 하려고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 예금증서 2장 중 1장의 계좌번호를 불러 준 사실, 피고 은행 직원 소외 4는 원고 직원 소외 2에게 “계좌번호는 지금 저희 쪽에서 확인이 되는데 저희가 어떤 내용을 확인해 드려야 되나요”라고 물었고, 원고 직원 소외 2는 “양도성예금증서가 지금 그쪽에서 발행한 게 맞는지만 확인해 주시면 되거든요”라고 대답한 사실, 그러자 피고 은행 직원 소외 4는 원고 직원 소외 2에게 양도성예금증서의 할인금액이 얼마인지, 거래일이 며칠인지를 물어 그 내용을 확인한 다음, “발행된 게 맞다”고 확인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은행으로서는 이해관계인의 정보제공 요구가 있을 경우 그에 따라 해당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여 주면 되는 것이지 그 정보가 필요한 이유까지 짐작하거나 확인하여 요구하지도 아니한 다른 정보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확인하여 제공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비록 양도성예금증서를 예탁받는 증권회사가 그 양도성예금증서가 적법하게 발행된 것인지, 도난·분실 등의 사고신고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양도성예금증서가 적법하게 발행된 것인지를 확인하여 주는 ‘발행사실 확인’과 양도성예금증서가 도난·분실되었는지 등을 확인하여 주는 ‘사고신고 사실 확인’은 서로 별개의 내용에 관한 확인이므로, 원고 직원이 분명하게 발행사실만의 확인을 구하는 상황에서 피고 은행 직원이 발행사실은 물론 도난·분실 등의 사고신고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까지 스스로 확인하여 이를 알려 주어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와 같은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피고 은행이 그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원고에게 분실신고 사실을 알려주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 은행은 원고가 그 분실신고 사실을 알지 못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신의칙상 보호의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은행의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 은행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은행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와 피고 예탁원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와 피고 예탁원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패소자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0.4.27.선고 2009나55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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