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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1다84480 판결

[손해배상(기)등][공2003.5.15.(178),1040]

판시사항

TV뉴스 프로그램에서 특정변호사가 소송수행을 잘못하여 의뢰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기초하여 위 변호사에게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성 의견표명을 한 경우 불법행위 성립여부(적극)

판결요지

TV뉴스 프로그램에서 특정변호사가 소송수행을 잘못하여 의뢰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기초하여 소위 '순백의 법조인'과 대비하여 '사람답게 살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의견을 표명한 것은, 위 변호사의 잘못의 정도와 판결에 대한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과장하여 평가한 결과에 따른 표현으로서 그러한 의견표명은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승연)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문화방송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두우 담당변호사 최정환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이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1993. 3. 3.부터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고,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은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며, 피고 강명일, 권재홍은 피고 회사의 피용자들로서 피고 강명일은 이 사건 방송 당시 보도국 사회부 소속 기자였고 피고 권재홍은 피고 회사의 뉴스진행자이다.

(2) 이 사건 방송의 내용

피고 회사는 1999. 9. 19. 21:00에 방송된 MBC TV 뉴스데스크 시간에 약 3분에 걸쳐 법조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도하였는데, 뉴스진행자인 피고 권재홍이 "이번에는 사람답게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대비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법조인들입니다. 먼저 김경태 기자가 아침이슬 같은 두 시골 판사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라고 설명하고 김경태 기자가 "시골로 간 판사"라는 제목하에 용인시법원의 판사로 임용된 전충환 변호사와 양산시법원의 판사로 임용된 신영길 변호사에 관하여 그 인터뷰 내용과 함께 매우 긍정적인 내용의 보도를 한 다음, "못 믿을 변호사"라는 제목으로 원고에 대한 보도를 시작하였는데, 먼저 진행자인 피고 권재홍이 "이런 순백의 법조인이 있는가 하면 곧 이어질 어느 변호사의 얘기는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집니다. 돈을 주고 소송을 의뢰한 사람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든 변호사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한 뒤, 피고 강명일이 "증거 일부가 누락된 채 법원에 제출되거나 바뀌어 제출되고, 의뢰인에게 필요한 일부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고, 의뢰인에게 불필요하거나 불이익이 되는 증거는 제출되었으며… 어느 변호사가 자기 의뢰인에게 써준 진술서입니다.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 지하에 자그마한 점포 16개를 갖고 있는 조종학씨, 조씨는 지난 93년 도로점용료 2억 원을 내라는 구청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조씨는 30년 전 서울시장 김현옥씨가 도로점용료를 면제해 주기로 한 서류를 갖고 있어 자신있게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재판은 갈수록 불리하게만 진행됐습니다. 알고 보니 변호사에게 맡긴 81년 판례 기사도, 서울시장의 공문서도 재판기록에 없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이어서 변호사가 복사과정에서 증거서류를 빠뜨려서 미안하다고 하여 어떻게 무책임하게 가장 중요한 소송서류를 빠뜨릴 수 있느냐며 힐난하였다는 피해자 조종학의 인터뷰 내용을 방영한 뒤, 이에 대비하여 "왜 증거제출 전에 확인 안 했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는 원고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고 나서, 피고 강명일이 "변호사에 의한 피해는 이들 한 두 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변호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500명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열에 아홉은 변호사의 법률서비스가 불만스럽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같은 불만 속에도 변호사협회나 국회는 마치 내 일이 아니라는 듯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사법개혁이 법조계의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인하여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국회의원 조순형의 인터뷰 내용을 삽입한 뒤, 피고 강명일이 "법조계의 집단이기주의, 그 피해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국민들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도를 마쳤다{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 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별지 (1) 방송내용과 같다}.

(3) 이 사건 방송의 배경

(가) 서울 중구 산림동 207의 1 소재 청계상가아파트는 그 1층 부분이 위 토지 상에 세워졌으나, 2층 이상 부분은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된 토지인 양쪽의 도로 상공으로 약 2m씩 합계 4m 가량 돌출되어 있고 5층부터 8층까지 부분은 그 돌출부위로부터 다시 발코니가 더 돌출되도록 설치되어 있어 그 부분에 해당하는 도로의 상공을 점용하고 있고(이하 각 '2층 이상 돌출 부분'과 '발코니 돌출 부분'이라 한다), 그 지하에는 지하상가, 변전실 및 지하상가로 통하는 통행로가 있다.

(나) 위 지하상가의 점포 16개와 변전실 부분의 소유자인 조종학은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으로부터 1993. 9. 24.과 같은 해 12. 14.에 청계상가의 지하통행로 중 일부 등을 1988. 9. 1.부터 1993. 12. 31.까지 무단점유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도로점용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으로 금 198,476,000원과 금 10,582,290원의 부과처분을 받게 되자 이의신청을 하여, 1994. 1. 17. 도로점용면적 중 그 점용료를 면제받은 것으로 인정된 2층 이상 돌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 합계 212.6㎡에 관한 부당이득과 그에 대한 가산금으로서 위 각 부과처분에서의 부과금액을 금 105,931,430원과 금 8,432,670원으로 각 감액하는 처분을 받은 뒤,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고자 1994. 2.경 원고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였다.

(다) 원고는 위 소송사건을 수임하여 1994. 2. 28.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도로점용료부과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한 뒤 1995. 4. 13.까지 10차례의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81건의 서증을 제출하는 등으로 소송을 수행하면서 조종학이 건네준 서류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료들을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조종학이 제출을 요구한 유사사건에 대한 신문기사는 보다 직접적인 서증인 판결문을 갑 제7호증의 1, 2로 제출하였기에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제출하지 아니하고 1994. 11. 3. 제5차 변론기일에 38건의 문건과 24장의 사진을 증거로 제출함에 있어서는 갑 제11호증의 1 중 3쪽이 서류복사 및 편철과정에서 누락된 것을 알지 못한 채 제출하였다. 그런데 갑 제11호증의 1은 1969. 8. 1.자 세운상가 아파트부지 지적정리에 관한 내부결재문서로서, 그 중 누락된 3쪽에는 건의사항으로 돌출 부분에 대한 도로점용료에 관하여 "사유지 자기대지(환지에 의하여) 돌출 부분까지는 자기 소유 대지를 기부채납받은 대지로서 시유화하더라도 점용료를 면제보장코자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각 면의 하단에는 쪽수가 기재되어 있어 3쪽이 누락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그와 함께 제출된 갑 제11호증의 2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건축1과에서 1969. 11.경에 작성한 세운상가부지 지적정리심의안으로서 돌출 부분의 점용료에 관하여 점용료부과를 고집할 경우 사유지의 채납불응으로 지적정리가 불능이므로 도로부지 사유지를 기부채납한 삼풍, 세운, 청계상가에 한하여는 돌출(보도) 부분 점용료를 기한부 면제할 것을 건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갑 제11호증의 3은 1969. 12. 4. 09:30에 개최된 세운상가 부지처리위원회의 회의록으로서 서울특별시 제1부시장을 위원장으로 기획관리관, 내무국장, 재무국장, 도시계획국장, 건설국장, 산업국장, 보건사회국장을 위원으로 하여 개최된 위 위원회에서 기부채납재산에 대하여 점용료를 약 백여 년간 면제하는 안이 이의 없이 가결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라) 서울고등법원은 1995. 5. 18. 선고한 위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도로 지하 부분 212.6㎡ 중 지하통행로 부분은 원고(조종학)가 이를 점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그 나머지 95.0㎡는 원고(조종학)가 이를 점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 점용 부분에 대하여도 서울특별시로부터 도시계획사업 시행 당시 토지소유자의 기부채납을 받으면서 향후 100년간 점용료를 면제받기로 하였다는 원고(조종학)의 주장에 대하여는, 서울특별시가 2층 이상 돌출 부분에 관한 도로점용료만을 면제한 것으로 인정될 뿐 발코니 돌출 부분이나 변전실 부분에 대하여서도 도로점용료를 면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1993. 9. 24.자 도로점용료 부과처분 중 금 46,869,700원을 초과하는 부분과 1993. 12. 14.자 도로점용료 부과처분 중 금 3,764,560원을 초과하는 부분의 취소를 명하는 원고(조종학)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마) 위 판결에 대하여는 당사자 쌍방이 불복하여 상고하였고, 원고는 조종학으로부터 상고심소송을 위임받은 뒤 상고이유서 및 답변서와 8차례의 상고이유보충서를 제출하면서 갑 제11호증의 1 중 누락되었던 3쪽을 보완 제출하였는데, 대법원은 1996. 10. 25. 선고된 상고심판결에서 그 원심이 조종학이 점유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던 지하통행로 부분은 일반사용을 위한 것보다 그 지하상가의 사용편익을 위한 특별사용에 제공된 것이어서 이를 사용하는 행위도 도로의 점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의 상고를 받아들이는 한편, 위 소송에서의 갑 제11호증의 1 내지 3에는 도로점용료 면제의 범위를 2층 이상 돌출 부분으로 제한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고 또한 그렇게 해석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원고(조종학)의 상고도 받아들여, 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바) 원고는 그 후 추가보수를 지급받지 않은 채 서울고등법원의 환송 후 사건에서 1997. 2. 4.의 11차 변론기일부터 1998. 2. 17.의 21차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조종학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소송을 수행하였으나, 조종학은 1998. 2. 25. 서울고등법원에 원고에 대한 소송대리인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뒤 원고를 찾아와 환송 전의 심리과정에서 갑 제11호증의 1 중 3쪽이 누락되었던 사실과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제출한 증거서류 중에 일부 관련 없는 문서가 첨부되었음을 이유로 원고가 조종학의 소송대리인으로서 기왕에 한 주장이 사건 본인인 조종학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음을 밝혀 조종학 본인의 주장이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여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고, 원고는 조종학에게 그러한 사유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소송진행과정에서 의뢰인의 진의에 따라 변론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작성하여 주고, 조종학의 거듭된 수정요구에 따라 5회의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진술서'라는 제목 하에 잘못된 서증제출은 원고의 잘못으로 인한 것임과 의뢰인의 의사에 반하는 변론과 증거제출은 변호사인 원고가 변론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취지의 문서를 작성하여 조종학에게 건네주었고{그 내용은 별지 (2) 진술서와 같다.}, 조종학은 1998. 3. 27. 서울고등법원에 원고가 작성한 위 진술서를 제출하고 그 이후 자신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였다.

(사)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1998. 9. 8. 대법원의 환송판결과 같은 취지로 발코니 돌출 부분에 상당하는 점용 부분에 관하여는 조종학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시가 점용료를 면제한 것으로 인정하고 통행로 및 변전실 부분은 조종학이 이를 점용하고 있다고 인정하여, 1993. 9. 24.자 도로점용료 부과처분 중 금 62,052,260원을 초과하는 부분과 1993. 12. 14.자 도로점용료 부과처분 중 금 5,125,140원을 초과하는 부분의 취소를 명하는 원고(조종학)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고(위 판결의 내용은 환송 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비하여 조종학에게 불리한 것이다.), 그 후 1999. 5. 28. 대법원에서 조종학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위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아) 조종학은 그 후 민간단체에 원고의 불성실한 소송수행에 의하여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진정을 제기하였고, 피고 강명일은 민간단체로부터 조종학의 진정제출 소식을 듣고 조종학을 인터뷰하면서 그로부터 원고가 작성한 별지 (2) 진술서를 받아 본 다음, 원고로부터 의뢰인이 가져다준 증거서류를 복사하여 제출하는 과정에서 한 쪽이 누락된 채 제출된 바가 있고 이를 제출 전에 확인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지만 그것이 소송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거가 불필요한지와 불이익한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일 뿐이라는 취지의 취재를 한 뒤, 이 사건 방송 내용에 상응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1999. 9. 19. 21:00 정규 뉴스시간에 위와 같은 방송을 하면서 원고의 이름이 기재된 변호사사무실 간판을 촬영한 영상을 방영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토대로, 방송의 보도기사로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는지 여부는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 시청자가 보도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어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보도 내용에서 직접적으로 적시한 사실과 '사람답게 살지 못한 사람' 또는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는 의견표명의 전제사실을 그 앞에 언급된 '돈을 주고 소송을 의뢰한 사람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든 변호사가 있습니다.'라는 설명과 뒷부분에 언급된 '재판은 갈수록 불리하게만 진행됐습니다. 알고보니 변호사에게 맡긴 문서가 재판기록에 없었습니다.'라는 설명 부분,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변호사가 어떻게 무책임하게 가장 중요한 소송서류를 빠뜨릴 수 있느냐'고 비난하는 조종학의 인터뷰 내용과 잘못을 인정한다는 원고의 인터뷰 내용을 고려하고, 아침이슬 같은 두 시골판사의 이야기와 대비하여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못 믿을 변호사'라는 제목으로 방송한 점과 종합하여 고찰하면, 그 전체적인 취지는 변호사인 원고가 통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한 고의에 가까운 불성실한 소송수행으로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는 배신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면서 그 예시로서 중요한 증거를 누락하거나 제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불필요하거나 불이익한 증거를 제출한 것을 든 것으로서, 이 사건 방송은 이러한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의뢰인을 위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변호사인 원고가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들의 위법성조각항변에 대하여, 이 사건 방송의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것이고 그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어서 그 공공성은 인정되지만, 그 내용의 진실성에 있어서는 ① 갑 제11호증의 1 중 3쪽이 누락된 채 증거로 제출되기는 하였지만 그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갑 제11호증의 3이 함께 제출됨으로써 갑 제11호증의 1 중 3쪽의 누락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② 더구나 조종학이 제출을 원하는 서류나 제출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서류는 그 후 상고심이나 파기환송 후에 모두 보완 제출되어 환송 후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에는 반영되었으며, ③ 원고를 소송대리인에서 해임한 뒤에 선고받은 환송 후의 판결에서의 승소금액이 환송 전의 판결에 비하여 줄어들어 오히려 불리한 판결을 선고받은 사정 등을 들어, 결국 원고의 불성실한 소송수행으로 의뢰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였다는 사실은 진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어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이 위와 같은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음에 상당한 이유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위법성조각항변을 배척한 뒤, 결국 피고들은 원고에게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의 성립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방송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면 그 위자료의 액수는 금 1억 원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 중 이 사건 방송 내용의 진실성 여부에 관한 판단 부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원고가 갑 제11호증의 1(세운상가지적정리 기안문)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갑 제11호증의 2(지적정리심의안), 갑 제11호증의 3(세운상가부지처리위원회 회의록)을 함께 제출하기는 하였지만, 갑 제11호증의 1은 내부결재문서로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중 제출이 누락된 3쪽에는 점용료면제보장을 건의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이 문서는 서울특별시장의 결재를 받았음을 알 수 있어 조종학에게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과연 위 누락 부분이 보완제출된 후에 선고된 상고심판결은 그 판결 이유에서 갑 제11호증의 1 중 3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원용하여 환송 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갑 제11호증의 2 또는 3의 증거가치가 갑 제11호증의 1보다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환송 전 서울고등법원에서 갑 제11호증의 2 또는 3에 더하여 갑 제11호증의 1 중 3쪽 부분이 추가 제출되었더라면 조종학에게 더욱 유리한 심증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고, ② 비록 갑 제11호증의 1 중 누락된 3쪽 부분이 사후에 상고심에서 제출되어 환송 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파기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판결 결과에 반영되기는 하였지만, 조종학이 환송 전 원심에서 그 부분을 패소한 탓으로 하지 않았어도 될 상고를 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뢰인을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보도 내용이 진실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으며, ③ 조종학이 원고를 소송대리인에서 해임한 뒤에 본인소송을 하여 선고받은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 승소금액이 오히려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이는 상고심에서 환송 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중 돌출 부분과 관계가 없는 지하통행로 부분의 점용 여부에 관한 부분을 파기한 탓이므로, 이로써 원고의 소송수행 잘못으로 조종학이 불리하게 되었다는 이 사건 방송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방송에서 변호사인 원고의 소송수행 잘못으로 의뢰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의 보도는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그에 해당하는 보도 내용이 원고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임을 전제로 하여 위 방송이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주장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에서의 주장은 정당하다.

다만, 이 사건 방송에서 위와 같은 기본적 사실에 기초하여 원고를 소위 '순백의 법조인'과 대비하여 '사람답게 살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의견을 표명한 것은, 그 적시된 사실에 비추어 보거나 원심 판시 인정 사실에 나타난 위 사건 재판의 전과정이나 원고의 소송수행 내용 전반에 비추어 살펴볼 때 원고의 잘못의 정도와 판결에 대한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과장하여 평가한 결과에 따른 표현으로서 그러한 의견표명은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을 것 으로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범위 내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1.11.29.선고 2001나11989